어렸을 때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해외에 가서 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고된 환경에서 뻘뻘 땀을 흘리며 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그들의 얼굴은 행복해보였다. 어느 날 같은 동아리 선배가 GS-L 나눔여행을 통해 캄보디아를 다녀온 이후로 많이 변화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GS-L 나눔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의 말을 듣다보면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고생은 엄청 하는데 그 만큼 뭔가 달라졌어.” 실제로 다들 나눔여행 이후로 무언가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슷한 해외봉사를 다시 떠나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는 진로를 그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그들은 좀 더 멋있는 사람이 되어 왔다.
도대체 GS-L이 어떻길래 이 사람들을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나도 이를 통해 변화할 수 있을까, 변화한다면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궁금했다.
그렇게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약 5시간 동안 설렘과 걱정의 시간이었다.
내게는 해외봉사가 처음이어서 앞으로의 활동들이 기대 되었다.
계획한 프로그램들을 잘 진행할 수 있을까, 베트남 문화가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 실수를 하게 되진 않을까, 언어가 달라서 의사소통이 힘들 텐데 어떻게 교류를 할까 등 여러 걱정들이 머리에 떠다녔다.
이렇게 기대와 걱정, 그리고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베트남에 도착했다.
그리고 2주간의 시간이 지나서, 나는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돌아 왔다.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2주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교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만은 않았다.
그들은 나와는 다른 언어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항상 행동하기 전에
“이 행동이 무례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하고 생각해야했다.
혹여나 내가 한 행동이 학생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뜻밖의 상황에서 문화차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교사는 한국에서 보다 권위적으로 느껴졌다.
올림픽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해서 질서 문제를 굉장히 걱정했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무리를 이탈하거나 말썽을 피우는 학생이 없었다.
인솔해주시는 선생님은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아무래도 교사의 권위가 굉장히 높고 엄격한 학교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우리는 엄격한 교육을 갖고 있는 베트남의 문화를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문화차이는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다가오기 때문에 문화의 다름을 최대한 많이 공부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왜 GSL나눔여행인가?”
베트남에 가기 전에 처음 내 생각은 이랬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지구촌 곳곳에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문제를 넘어서 지구촌의 문제까지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우리나라’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문제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베트남에 오니깐 좀 더 다른 차원의 의구심이 생겼다.
잠깐 왔다가 금세 떠나버리는 게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감도 들었다.
특히 당티히엣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날, 작별인사를 하는 우리를 보며 서럽게 울던 남자 아이를 보고 오히려 우리가 상처를 심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눈물의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에 와서 봉사활동의 의미를 계속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내가 베트남에 와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생각해보았다. 베트남에서 활동을 진행하면서, 생각대로 되지 않아 당황했던 적이 많았다. 당티히엣 초등학교에서 갑자기 오후 프로그램이 취소된 것도 그렇고, 이틀간의 청년 교류 활동이 사라졌을 때, 선의 복지 기관에서 오전 수업 대신 청소를 해야 했을 때 등 현지 사정에 의해 일정이 마구 변경되었었다. 그러나 상황을 받아들이고 팀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더 나은 프로그램을 위해 변경시켜 나갈 수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대처능력을 기를 수 있었고 어느 상황에서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베트남에서의 여러 일들은 나를 확실히 발전시키고 성장시켰다. 내가 이럴 수 있었던 것처럼, ‘아이들도 우리를 통해 성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우리가 한 것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아이들과 친해지며 문화교류를 한 것이 전부지만,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우리와의 활동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아나갔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짧은 시간은 그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을테고 그 기억은 언젠가 그들에게 긍정적으로 발휘될 것이다. GSL나눔여행은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함께 소통하고 각자를 성장시킨다. 그리고 그 개인의 성장은 곧 개인이 속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라는 뜻의 “신 깜언” 이라는 말을 베트남에서 끊임없이 사용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사용하고 다 쓴 물건을 내게 건네줄 때도,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준 마을 어른들께도, 마트 계산원에게도 항상 “신 깜언”이란 인사를 건네었다. 내 발음은 미숙할지 몰라도 감사인사를 건네면 흐뭇한 미소로 대답해주었다. 그렇게 베트남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나에게 감사함을 선물했다. 어느 한 사건만이 내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다. 베트남에서의 크고 작은 감사함들이 모여 나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2주간의 기억은 내 안에 자리 잡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