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법문
(2) 성암대사(大師)의 설
누가 묻기를 “즉심시불(卽心是佛)인데 어찌하여 다시 아미타불을 보려는가?” 하였더니,
답하기를 "즉심시불이란 말은 얼음을 가리켜 물이라 하는 말과 같다. 즉 얼음이 비록 물이기는 하나 물이 얼어붙었으므로 태양의 열을 빌려서야 비로소 녹아 풀어져서 물이 되는 것과 같이 마음이 불(佛)이기는 하나 전체가 어지럽고 어두움 속에 있으므로 불일(佛日)의 힘을 빌려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거늘 어찌 사리에 어두운 마음만을 고집하고 부처님을 뵈옵기를 원하지 아니 하리요.”
또 묻기를 ‘즉심정토(卽心淨土)'라 하는데 어찌하여 다시정토에 왕생하기를 원하는가 하였더니,
답하기를 "즉심정토라 함은 나무를 가리켜서 기둥이라함과 같다. 즉 나무가 기둥이 될 수는 있거니와 나무 그대로가 기둥이 되지는 못하는 것과 같이 마음이 비록 정토를 지을 수는 있으나 마음 그대로가 정토는 아니다.
우리의 마음이 12시(時) 중에 일체 경계에 대하여 한털끝 만치라도 잡념과 염오심(染汚心)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곧 예상(穢相: 더러운 모양)이 공(空)하지 못한 것이거늘 어떻게 즉심정토라 하겠는가. 이와같은 말은 스스로 속는 것이다. 만일 정토에 왕생하지 아니하면 유심정토가 끝끝내 드러나지 못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3) 대우선사(大佑禪師)의 설
어떤 이가 묻기를 「관경(觀經)에는 “이 마음이 부처를 짓고 이 마음이 곧 부처라”하였는데 어찌하여 다른 부처를 염불하는가?」하니,
답하기를 “마음이 본래 부처이므로 저 부처를 염불하게 하는 것이다". 범망경(梵網經)에는 “나는 앞으로 될 부처요, 여러 부처는 이미 이룬 부처인 줄 알라” 하였으니, 너의 마음의 부처님은 앞으로 될 부처이고, 아미타불은 이미 이룬 부처이다.
앞으로 될 부처는 오랫동안 욕해(欲海)에 잠겨서 번뇌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어 출리(出離)할 때를 정하여 약속함이 까마득하나, 이미 이룬 부처는 이미 보리(菩提)를 발하고 위신(神)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어 중생을 도와서 보호하시므로 여러 부처님이 염불을 권하신 것이니, 즉 나의 앞으로 될 부처로써 다른 이미 이룬 부처를 구(求)하여 도와서 보호를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생이 만약 염불하지 아니하면 성인과 범부가 영원히 사이가 떨어지고 부자(父)가 항상 괴리하며 오래도록 윤회에 처하여 서로 떨어진 거리가 먼 것이니라.
(4) 극락정토 권(權)•실의 변
중국 당나라 때의 조백(棗이통현장자(李通玄長者)가 화엄합론(華嚴合論)을 짓고, 그 중에 십종정토(十種淨土)의 육권사실(權四實) 즉 열 가지 정토 중에 여섯은 권(權)이요, 넷은 실(實)이라는 것을 열거 하면서 그 중의 아미타불 정토를 권이라 하고 실이 아니라 하였으나, 이 장자는 사십화엄경(四華嚴經)이 당나라에 들어오기 이전이어서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을 보지 못한 까닭으로 아미타불 정토를 실이 아니고 권이라고 그릇 인정한 것이다.
누가 묻기를 "서방 정토는 성인이 권방편(權方便)에 들어가게 되면 무엇 때문에 타력(他力)을 빌리리오?” 하였더니,
답하기를「부처님이 계신 때의 문수(文) 보현(普賢)보살과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마명(馬鳴) 용수(龍樹)보살과 중국의 천태지자대사(天台智者大師)와 영명연수선사(永明延壽禪師)가 모두 왕생을 발원하였으니, 이네들이 모두 둔근이겠는가.
보적경(寶積經)에는 석가모니 세존께서 부왕(王)께 정토왕생을 권하여 육만 석종족種族: 석가족)이 모두 왕생하였으니 이네들은 모두 평범한 이들이라 하랴? 또 이성현들이 모두 지금의 소위 재능이 예리하고 뛰어난 이에 미치지 못하겠는가.
만일 서방 정토를 권이라 하면 어떠한 것을 실이라 하겠는가. 중국의 손신로학사(孫老學士)가 처음에 정토를 의심하다가 양차공(楊次公)과 왕민중시랑(王敏仲侍郎)을 만나서 논(論)하는 도(道)가 꼭 들어맞아 드디어 의심을 풀었다. 양차공 왕민중시랑 두 사람은 선(禪)을 배우다가 모두 정토에 귀의(歸依)해 쉬지 않고 노력하였으니 정토는 성인의 권설(權說: 방편법문)이 아니고 진실로 선 수행자들의 머물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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