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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은 배를 타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운(水運)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을 가늠해보는 겸해서
두루두루 꼼꼼하게 살펴보면 어떨까 싶네요.
일단, 저기 여주부터 탄금대까지 공간을 정하고
그 어느 구간을 조를 짜서 나누고
다시 각 구간별 책임을 맡아서 사전 자료조사를 하고
그런 연후에 자료 공유하고
그래서 결국 한번 훑어보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
다들 움직임이 부자유하고, 뭔가 하고픈 욕심은 많을텐데,
이 참에 빡세게 한번 자료조사 겸해서 파보는 건 어떨까요?
예로, 다산 정약용의 시 한편을 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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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십오일에 백씨를 모시고 고기잡이하는 집의 조그마한 배를 타고 충주로 향해 가면서 전기의 강행 절구시를 본받아 짓다[四月十五日陪伯氏乘漁家小艓向忠州 效錢起江行絶句]
四月黃驍水(사월황효수) 사월이라 황효의 물이요
新晴鐵馬山(신청철마산) 새로 막 갠 철마산이로세
自玆三百里(자자삼백리) 여기서부터 삼백 리의 물길은
長在白鷗間(장재백구간) 길이 백구의 사이에 있구려
摠道漁船好(총도어선호) 모두들 어선이 좋다고 하는데
輕划不蹔停(경화불잠정) 가벼이 나가서 잠시도 안 멎는다네
涼棚浮似蓋(량붕부사개) 서늘한 시렁은 일산처럼 떠 있어라
風幔繞爲亭(풍만요위정) 바람 장막 둘러서 정자를 만들었네
米老書函重(미로서함중) 미로는 서화 상자가 무거웠고
彝齋筆帖珍(이재필첩진) 이재는 필첩이 진기로웠네
眼中雙靉靆(안중쌍애체) 눈에는 두 조각 안경이 있어
行色淨無塵(행색정무진) 여행길이 티없이 환히 맑구려
埭上三株柳(태상삼주류) 둑 위에는 세 그루 버드나무요
籬根十里沙(리근십리사) 울타리 밑에는 명사가 십리인데
中藏好亭榭(중장호정사) 그 안에 정사들이 좋기도 해라
還看是吾家(환간시오가) 돌아보니 여기가 우리 집일세
百頃䤬鑼口(백경사라구) 백 이랑 물결 사라담의 어귀가
遙承枓子洪(요승두자홍) 멀리 두자의 넓은 물결 이었는데
愉哉衣褒裏(유재의포리) 유쾌하기도 해라 옷소매 속으로
吹滿綠漪風(취만록의풍) 푸른 물결 바람이 가득 불어 오누나
藍子洲前石(람자주전석) 남자주 앞의 저 돌을 보니
丁年憶打魚(정년억타어) 젊어서 고기 잡던 일 생각나는데
當時衆漁子(당시중어자) 그 당시에 하고많던 그 어부들이
唯有數人餘(유유수인여) 이제는 두어 사람만 남았네그려
縹緲水鍾院(표묘수종원) 아스라이 보이는 저 수종사엔
浮嵐辨瓦溝(부람변와구) 뜬 남기에 낙숫물 홈통이 분간되네
湖南四百寺(호남사백사) 호남에 사백 군데의 절이 있지만
終少此飛樓(종소차비루) 끝내 이 높은 누각보다는 못하리
汕濕交流處(산습교류처) 산수와 습수가 합쳐 흐르는 곳에
村名二水頭(촌명이수두) 그 마을 이름이 바로 두물머리인데
當門一店叟(당문일점수) 마을 앞의 한 전방 늙은이가
堅坐送行舟(견좌송행주) 가만히 앉아 가는 배를 보내누나
瑟碧谿潭水(슬벽계담수) 소슬하고 짙푸른 골짝의 물이
衝風破鏡天(충풍파경천) 바람을 받아 거울 조각 깨지듯 하는데
紫山凝不動(자산응불동) 붉은 산이 꼼짝 않고 있어라
知是販樵船(지시판초선) 알건대 이것이 나무 파는 배로세
巖根一葉船(암근일엽선) 바위 밑에 떠 있는 일엽편주는
只似皮鞵小(지사피혜소) 흡사 가죽신만큼 조그마한데
船尾却藏魚(선미각장어) 배 꼬리에 고기를 감추었어라
纍纍穿柳杪(류류천류초) 버들가지에 줄줄이 꿰놓았구려
一閃龍門色(일섬룡문색) 한 번 번쩍 나타난 용문산의 빛이
橫飛到客船(횡비도객선) 가로로 날아 나그네 배에 왔는데
忽如新戲子(홀여신희자) 문득 마치 새로 등장한 배우가
裝拺出當筵(장책출당연) 몸단장하고 자리에 나온 것 같네
寂寞沙川塢(적막사천오) 적막하기도 해라 사천의 마을에는
由來乏土豪(유래핍토호) 예로부터 지방 호족이 없었는데
田間萬株樹(전간만주수) 밭 사이에 만 그루 나무가 있어
時至貢櫻桃(시지공앵도) 때가 되면 앵두를 위에 바친다오
松櫪濃姸處(송력농연처) 소나무와 참나무 수려한 곳에다
紆回梣木灣(우회침목만) 잠목의 물굽이를 감아 돌아라
美如新櫛髮(미여신즐발) 아름답기가 막 빗은 머리털 같아
愛是呂家山(애시려가산) 이 여씨 집의 산을 사랑한다오
沙岸百辮柳(사안백변류) 백사장 언덕 땋아 내린 버들 아래
衣冠八九人(의관팔구인) 의관 갖춘 사람 팔구 명이 있는데
秪應賭射飮(지응도사음) 다만 내기 활쏘기로 술을 마셔라
南垞挂帿新(남타괘후신) 남쪽 언덕에 과녁을 새로 걸었네
野岸孤征客(야안고정객) 들 언덕에 외로이 가는 나그네
暄天一馬遲(훤천일마지) 따스한 날에 말의 걸음 더디어라
幔亭如此好(만정여차호) 장막친 정자가 이렇게 좋은데
嗟爾獨何之(차이독하지) 아, 그대는 홀로 어디를 가느뇨
側阪連崩磴(측판련붕등) 기운 언덕이 꺼진 비탈에 연하여라
全堆舊漲沙(전퇴구창사) 온 무더기가 벌창할 때의 모래로세
誰家數畦麥(수가수휴맥) 뉘 집의 두어 두둑 보리 잎새는
憔悴立如莎(초췌립여사) 잔디같이 초췌하게 서 있네그려
純碧遠山色(순벽원산색) 순전히 푸르기만 한 먼 산빛은
如羞點染工(여수점염공) 물들이는 공인을 부끄럽게 하여라
未應無草木(미응무초목) 응당 초목이 없지는 않으련마는
秖是積空濛(지시적공몽) 공중에 쌓인 안개 때문이로세
峭壁俯淸壑(초벽부청학) 높은 절벽은 맑은 골짝 임해 있는데
烏巾行自斜(오건행자사) 검은 두건은 가면서 절로 기우네
石縫紅躑躅(석봉홍척촉) 바위 틈에 붉은 철쭉들이 끼여 나서
皆作倒垂花(개작도수화) 모두 거꾸로 드리운 꽃이 되었구려
孫穆書中例(손목서중례) 손목의 글에서 말한 예에 따르면
韓灘是大灘(한탄시대탄) 한탄강이 바로 대탄강이 되는데
吾舟輕似芥(오주경사개) 나의 배는 지푸라기처럼 가벼워
到此尙艱難(도차상간난) 여기에 와서는 오히려 험난하구려
麗代風斤斲(려대풍근착) 고려 때에 공교로이 깎아 놓은데다
光陵木楗圍(광릉목건위) 광릉이 나무로 방죽을 둘러치니
漕渠貫四瀆(조거관사독) 물길이 사방의 강으로 통하여라
拳石至今磯(권석지금기) 자잘한 돌도 이젠 낚시터가 되었네
潭渟必瀉湍(담정필사단) 깊은 못은 꼭 여울물을 쏟아 내고
峽束方開野(협속방개야) 골짝은 좁아야만 들이 열리는 건데
治亂恒如斯(치란항여사) 치란이 항상 이 이치와 같거니와
窮通有然者(궁통유연자) 궁하고 통함도 그러함이 있다오
隱者深棲地(은자심서지) 은사가 깊이 숨어 사는 곳이
分明在彼間(분명재피간) 분명히 저 사이에 있으리로다
石田多熂爈(석전다희려) 돌더렁에 화전 일군 곳도 많은데
云是白屛山(운시백병산) 이곳이 바로 백병산이라 하네
每得沈篙水(매득침고수) 매양 상앗대 잠길 물만 만나면
纔成扣枻歌(재성구설가) 이내 뱃전 두드리며 노래하는데
草汀晴更沒(초정청경몰) 풀 모래톱 개었다 다시 어둑해지니
東峽雨應多(동협우응다) 동쪽 골짝에 비가 응당 많이 내리리
水岸芊眠草(수안천면초) 물 언덕에 누운 풀 무성도 해라
濃姸惜刺篙(농연석자고) 고운 풀에 상앗대 꽂기 아깝구려
牸牛堅不動(자우견불동) 어미소는 꼼짝 않고 누워 있는데
黃犢自輕跳(황독자경도) 송아지만 절로 가벼이 뛰노누나
楊根小墟落(양근소허락) 양근의 황폐한 작은 마을은
猶似始遷時(유사시천시) 아직도 처음 이사할 때 같구려
誰爲滕公葬(수위등공장) 누가 등공을 위해 장사를 지내며
謀移孔子祠(모이공자사) 공자의 사당 옮기기를 꾀할런고
遠遠垂楊裏(원원수양리) 저 멀리 보는 수양버들 속으로
飛奔賣酒船(비분매주선) 술 파는 배가 날듯이 달리어라
始來情勸客(시래정권객) 처음에는 인정으로 손을 권하여
渾似不論錢(혼사불론전) 전혀 돈을 따지지 않은 것 같네
平圓雪巖頂(평원설암정) 편평하고 둥글한 설암의 꼭대기에
當日立名亭(당일립명정) 그 당시 이름난 정자를 세웠었지
猶有雙平仲(유유쌍평중) 아직도 두 그루 은행나무가 있어
淸陰覆晩汀(청음복만정) 맑은 그늘이 석양 물가를 덮어 주네
巧當山斷處(교당산단처) 공교로이 산 끊어진 곳 당하여
落日挂銅鉦(락일괘동정) 석양이 징 모양으로 걸려 있네
何必金沙寺(하필금사사) 하필이면 저기 저 금사사에 올라
西臨問地平(서림문지평) 서쪽으로 지평선을 물을 것 있나
西灩獅牙怒(서염사아노) 서쪽 물결은 성난 사자 어금니 같고
盤渦虎眼橫(반와호안횡) 소용돌이는 가로지른 범의 눈 같은데
悠哉彼漁艇(유재피어정) 한가하여라 저 고기잡이하는 배는
施罟汎澄泓(시고범징홍) 그물 치고서 깊은 물에 떠 있네그려
仰德村容小(앙덕촌용소) 앙덕 마을은 국내가 조그마한데
漁家對水明(어가대수명) 어부의 집이 물 마주해 환하여라
地名轟萬口(지명굉만구) 이곳 지명이 널리 알려진 것은
曾臥李完平(증와리완평) 이완평이 은거했기 때문이라오
林壑西南美(림학서남미) 산수가 서남쪽으로 아름다운데
怊怊對鹿門(초초대록문) 서글프게 녹문을 마주하노니
猶思醉松句(유사취송구) 오히려 취송의 시구가 생각나서
經濟一丘園(경제일구원) 한 구원을 경영하고 싶네그려
日沒星生角(일몰성생각) 해가 지매 별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風微水展稜(풍미수전릉) 바람이 자니 물은 모서리가 펴지네
艫聲宵未已(로성소미이) 노 젓는 소리는 밤에도 멎지 않고
穿過一泓澄(천과일홍징) 깊은 물결을 헤치고 지나가누나
龜尾藏船處(구미장선처) 구미포의 전선 저장했던 곳에는
壬辰水砦高(임진수채고) 임진란 때의 수군영이 높직한데
試逢江叟語(시봉강수어) 시험 삼아 강가의 노인에게 물어보니
無復識元豪(무부식원호) 원호란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하네
沙碕夜繫杙(사기야계익) 밤에 물가의 말뚝에 배를 매노니
山屋犬聲幽(산옥견성유) 산집엔 개 짖는 소리 그윽하여라
試就煖床臥(시취난상와) 시험삼아 다스운 와상에 누우니
搖搖猶似舟(요요유사주) 흔들흔들하는 게 마치 배와 같구려
渚曉水風起(저효수풍기) 물가의 새벽에 강바람 일어나니
船窓冷似秋(선창랭사추) 배의 창문이 가을처럼 썰렁하여라
由來萍泛者(유래평범자) 그래서 본디 배 타고 노는 이들은
朱夏蓄棉裘(주하축면구) 한여름에도 솜옷을 준비한다오
小盒茄椒醬(소합가초장) 작은 상자에는 고추장이 있고
行廚榾柮煙(행주골돌연) 여행길 주방엔 장작불 연기로세
人間梁肉味(인간량육미) 인간에 가장 좋은 고량진미가
都只在江船(도지재강선) 모두 이 강에 뜬 배에 있구려
蔭槐皆酒店(음괴개주점) 괴나무 그늘 밑은 다 술집이요
隱柳必書齋(은류필서재) 버들 뒤쪽은 필시 서재일 텐데
賴有淸江色(뢰유청강색) 맑은 강빛이 있음을 힘입어
村墟無不佳(촌허무불가) 마을 터가 어디나 다 아름답구려
浮來山一點(부래산일점) 우뚝이 선 부래산 한 점이
斜對李公祠(사대리공사) 이공 사당을 비스듬히 마주했어라
激烈誅僧筆(격렬주승필) 격렬하게 중을 배척했던 필법이
千秋氣不衰(천추기불쇠) 천추에 그 기운 쇠하지 않누나
汀暄沙氣亂(정훤사기란) 물가가 따스하니 모래 바닥 현란하고
隄衍草風輕(제연초풍경) 둑이 넓으니 풀 위의 바람 가벼워라
放牧誰家馬(방목수가마) 놓아 먹이는 말은 뉘 집의 말인고
蕭蕭向客鳴(소소향객명) 쓸쓸히 나그네를 향해서 우는구나
陰洞含煙霧(음동함연무) 그늘진 골짝은 연기 안개를 머금고
亭臺綰白厓(정대관백애) 정자와 대사는 흰 물가를 차지했네
君看擇里志(군간택리지) 그대는 택리지를 보았던가
生理最稱佳(생리최칭가) 사는 도리를 가장 아름답게 말했지
水北婆娑堡(수북파사보) 물 북쪽에 자리잡은 파사보는
當時控禦雄(당시공어웅) 당시에 가장 강대한 웅진이었는데
自從倭寇返(자종왜구반) 왜적들이 돌아가 버린 이후로는
無復記嚴公(무부기엄공) 다시 엄공을 기억하는 이 없구려
沙廻又一村(사회우일촌) 백사장을 돌아서 또 한 마을엔
木末生人語(목말생인어) 나무 끝에서 사람 소리 나는데
浦遠似平湖(포원사평호) 먼 포구가 편평한 호수 같아서
疑無船去處(의무선거처) 배가 갈 곳이 없는 듯하구려
氣色仙陵近(기색선릉근) 산천 경계가 선릉에 가까워지니
蓊然草木肥(옹연초목비) 무성히도 초목들이 살찌었어라
嫩黃深葉裏(눈황심엽리) 부드러운 버들 잎새 깊은 곳에서
先有栗留飛(선유률류비) 가장 먼저 누런 꾀꼬리가 나누나
蔥蒨八大藪(총천팔대수) 새파랗게 우거진 팔대수에는
泥茸雜水芽(니용잡수아) 진흙 버섯이 물풀과 섞이었는데
春深供薯蕷(춘심공서여) 깊은 봄에는 마를 제공하고요
秋至採蒹葭(추지채겸가) 가을이 되면 갈대를 채취한다오
知有名都近(지유명도근) 명도가 가까이 있는 줄을 알괘라
江浮載妓船(강부재기선) 기녀 실은 배 강에 떠 있네그려
滿船輕薄子(만선경박자) 배에 가득한 경박한 무리들은
尖髻擊三絃(첨계격삼현) 뾰족한 상투에 삼현금을 퉁기누나
縟麗黃驪郡(욕려황려군) 색채 화려한 저 황려 고을은
長干一字橫(장간일자횡) 긴 장대 일자로 가로지른 듯한데
朱樓面綠水(주루면록수) 단청한 누각이 푸른 물 임해 있으니
畿內此官淸(기내차관청) 경기 내에서 이 관직이 청관이구려
羽林張蟹火(우림장해화) 우림 위는 게 잡는 불을 설치하고
騎士領漁船(기사령어선) 기병들은 고기잡이 배를 거느렸네
歷歷停鑾事(력력정란사) 어가 멈추던 일 역력하기도 해라
回頭四十年(회두사십년) 잠깐 사이에 사십 년이 지났네그려
江西靑鶴洞(강서청학동) 강 서쪽에 자리잡은 청학동은
窈窕亦名園(요조역명원) 깊고 그윽함이 또한 명원이거늘
可惜經過地(가석경과지) 애석한 것은 경과하는 곳마다
都如逆旅傳(도여역려전) 모두 여관처럼 옮겨 가는 거로세
神勒重修刹(신륵중수찰) 신륵사는 다시 수리한 사찰로
東臺塔宛然(동대탑완연) 동대의 탑이 완연히 서 있는데
至今飢死鬼(지금기사귀) 지금도 굶어 죽은 귀신이 있어
猶泣飯魚船(유읍반어선) 밥 먹는 어선을 보고 우는구나
東臺復東轉(동대부동전) 동대에서 다시 동쪽으로 돌아가면
陗壁列幽潭(陗벽렬유담) 가파른 절벽이 깊은 못을 둘렀는데
不覺停搖櫓(불각정요로) 저도 모르게 젓던 노를 멈추어라
艄工到此憨(소공도차감) 뱃사공이 여기 와서 어리석어지누나
紫鴿連靑鴿(자합련청합) 자색 청색 비둘기가 서로 연달아
紛飛石罅邊(분비석하변) 돌 틈 주위를 어지러이 날아라
危巢能遠害(위소능원해) 높은 둥지가 침해를 피할 수 있어
終古絶攀緣(종고절반연) 부여잡을 길을 영원히 끊어 버렸네
赤石霞標峻(적석하표준) 붉은 절벽엔 놀의 표지가 높다랗고
滄浪鏡水深(창랑경수심) 넓은 강엔 맑은 물이 깊기도 한데
已無神馬迹(이무신마적) 이미 신령한 말의 자취는 없으니
疑有蟄龍吟(의유칩룡음) 숨은 용이나 신음하고 있을는지
時繫依沙纜(시계의사람) 때론 백사장가의 닻줄에 배를 매고
頻逢下瀨船(빈봉하뢰선) 자주 여울 내려가는 배를 만나기도
指揮須一老(지휘수일로) 지휘는 한 늙은 사공을 따르는데
船尾立軒然(선미립헌연) 배 꽁무니에 홀로 우뚝 서 있네
稍過楊花蕩(초과양화탕) 잠깐 양화진 넓은 물결을 지나
遙循棗木灣(요순조목만) 멀리 대추나무 물굽이를 돌아라
每當游衍後(매당유연후) 매양 멋대로 노닐고 난 뒤에는
時復作崎艱(시부작기간) 때로 다시 험난한 곳을 만난다오
恬雅雙鷗立(념아쌍구립) 갈매기 한 쌍은 평화로이 서 있고
迷藏一雉鳴(미장일치명) 한 꿩은 숨바꼭질하며 우는데
未忘求食志(미망구식지) 먹이 구하는 뜻을 잊지 못한 건
都係合歡情(도계합환정) 도시 자웅의 정에 매인 거로세
瀰漫東川水(미만동천수) 넘실거리는 저 동천의 물은
東流事却奇(동류사각기) 동으로 흐르는 게 문득 기이하여라
每過紅杏店(매과홍행점) 살구꽃 핀 주점을 지날 때마다
長憶季淵詩(장억계연시) 길이 계연의 시가 생각나는구려
墟煙帶暝色(허연대명색) 언덕의 연기는 어둔 빛을 띠었고
高柳聳三層(고류용삼층) 높은 버들은 삼 층 위에 솟았는데
復値維舟夕(부치유주석) 다시 배 잡아매는 저녁을 만나
隣舟羨載罾(린주선재증) 이웃 배의 고기 구럭이 부럽구려
月出衆魚沸(월출중어비) 달 나오자 고기들 마구 뛰어오르니
金粼萬片熒(금린만편형) 금빛 물결 수없이 반짝이어라
臨江小茅店(림강소모점) 강가에 임해 있는 작은 모점이
不讓練光亭(불양련광정) 평양의 연광정에 내리지 않겠네
水榭移京樣(수사이경양) 수사는 서울의 풍을 들여와서
高門翼兩廊(고문익량랑) 높은 대문에 두 곁채가 널찍한데
罡川問舊主(강천문구주) 강천의 옛 주인 간 곳을 물으니
山下小茅堂(산하소모당) 산 아래 작은 띳집이라 하누나
船行似噉蔗(선행사담자) 뱃길은 사탕수수 씹기와 같아서
深入味彌佳(심입미미가) 깊이 들수록 맛이 더욱 좋아라
不經蟾浦口(불경섬포구) 섬포의 어귀를 경유하지 않고서
何得此丹厓(하득차단애) 어떻게 이 붉은 절벽을 얻을쏜가
天造石壁日(천조석벽일) 하늘이 이 절벽을 만들던 날에
敎誰用斧斤(교수용부근) 누구를 시켜 도끼 자귀를 썼던고
只緣雕大朴(지연조대박) 다만 조각이 워낙 질박한 때문에
時復作驚紋(시부작경문) 수시로 놀란 물결을 일으키누나
石罅一拳松(석하일권송) 돌 틈에 섰는 한 그루 소나무는
託根何太苟(탁근하태구) 뿌리를 어이 그리 구차하게 의탁했나
空懷萬丈心(공회만장심) 공연히 만 길 높은 마음만 품은 채
已享天齡壽(이향천령수) 이미 천 년의 수를 누렸네그려
停橈泛淸壑(정요범청학) 노 멈추고 맑은 계곡에 떠 있노니
意遠欲無行(의원욕무행) 먼데 생각에 가는 길을 중지하고파
誰起倪迂至(수기예우지) 누가 예우를 일으켜 이곳에 와서
一聞湖泖情(일문호묘정) 호묘의 풍류를 한번 듣게 해 줄꼬
古廥興元浦(고괴흥원포) 홍원포에 있는 옛 창고 건물은
橫橑一字連(횡료일자련) 가로지른 서까래 일자로 연했어라
春漕已調了(춘조이조료) 봄철 조운을 이미 다 마쳤는데도
猶索護灘錢(유색호탄전) 또 호탄전을 강요하여 받아 내누나
水曲連顋帳(수곡련시장) 물굽이는 폭을 연한 장막 같고
巖根折脚鐺(암근절각당) 바위 밑은 다리 잘린 솥 같아라
洛生雖共詠(락생수공영) 비록 낙생과 함께 읊는다 해도
終亦少詩名(종역소시명) 역시 끝내 시의 명성은 적으리라
淸時小草閣(청시소초각) 청명하던 때 작은 초가집 다락엔
曾坐玉堂仙(증좌옥당선) 일찍이 한림 학사가 앉았었는데
且置詩名重(차치시명중) 시의 명성 높은 건 차치하고서
須看雅操堅(수간아조견) 견고한 바른 지조를 보아야 하리
洞僻曉山遠(동벽효산원) 골이 후미지니 새벽 산이 멀찍하고
江平春水多(강평춘수다) 강이 편평하니 봄물이 하 많아라
昔年騎馬入(석년기마입) 옛날엔 말 타고 여기를 들어왔는데
今日汎舟過(금일범주과) 오늘은 배를 타고 지나네그려
儒者明陵世(유자명릉세) 명릉 시대의 선비들 중에는
愚潭覺最賢(우담각최현) 우담이 가장 훌륭했음을 알겠구려
不因論禮誤(불인론례오) 그릇된 예론을 따르지 아니하고
輕送濟州船(경송제주선) 제주로 가는 배를 선뜻 전송하였네
峽險灘愈駛(협험탄유사) 골짝이 험하니 여울 더욱 급하고
溪通磴更長(계통등경장) 시내가 넓으니 돌다리 또한 긴데
沙頭小茅店(사두소모점) 백사장 머리 조그마한 모점에만
偏獨映斜陽(편독영사양) 석양빛이 유독 비치는구려
急急豚魚瀨(급급돈어뢰) 몹시도 급한 돈어 여울에서는
葫蘆吐水聲(호로토수성) 바가지로 물 푸는 소리가 나는데
站船叢似竹(참선총사죽) 역참 배는 대숲처럼 빽빽이 떠 있고
祠下宰犧牲(사하재희생) 사당 아래서는 희생을 잡는구려
沱散疑三泖(타산의삼묘) 세 갈래로 흩어진 물 삼묘호 같은데
碕廻又一灣(기회우일만) 물굽이 돌아가니 또 한 물굽이로세
薔薇靑遠出(장미청원출) 푸른 장미산이 멀리 솟아 있으니
知是蕊州山(지시예주산) 알건대 이것이 예주의 산이로다
庨豁三椽屋(효활삼연옥) 높고 널찍한 저 삼연옥이여
猶殘許氏莊(유잔허씨장) 아직도 허씨의 별장이 남았는데
誰憐凭几日(수련빙궤일) 누가 어여삐 여기랴, 은거하던 날
秋水駕輕航(추수가경항) 가을 물에 배 타고 노니던 일을
粉白牆如帶(분백장여대) 백회칠한 담장은 띠처럼 둘러 있고
紺靑屋見甍(감청옥견맹) 감청색 기와는 용마루에 보이는데
有灘名莫喜(유탄명막희) 막희라는 이름의 여울이 있어
難向此中行(난향차중행) 이곳을 향해 가기가 어렵구려
垂柳雙汊口(수류쌍차구) 수양버들 늘어진 두 갈래 내 어귀에
名園枕鶩溪(명원침목계) 훌륭한 동산이 목계를 가로질렀네
舊人誰得在(구인수득재) 옛 친구 중에는 그 누가 남아 있어
衰髮石間棲(쇠발석간서) 노쇠한 백발로 암석 사이에 사는고
于勒仙游處(우륵선유처) 우륵이 신선놀이 하던 곳에는
琴臺一抹靑(금대일말청) 탄금대의 온 국내가 푸르러라
墳菴知不遠(분암지불원) 알건대 분암이 멀지 않은지라
飛出四休亭(비출사휴정) 사휴정이 나는 듯이 나타나누나
- 『다산시문집』 권7, 시
첫댓글 참~~멋스런 제안입니다~!
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