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체크인’
황지은
수필가(2020. 한국문학시대)
수필집 「엄마의 인형」
텔레비젼을 시청하다 우연히 ‘캐나다 체크인’ 프로를 보았다. 유기견 센터에서 십 년 이상 봉사 활동해온 한 연예인이 캐나다로 입양 보낸 개를 보러 가는 여정을 담았다. 외국도 유기견이 많다고 들었는데 개를 해외로 보낸다니 뜻밖이었다. 작은 개를 선호하는 우리나라는 큰 개는 입양이 잘 안되지 않아 안락사하기 일쑤여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해외로 보낼 때는 이동하는 일을 돕는 봉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열 시간이 넘는 여정에 개만 따로 보내기도 어렵거니와 티켓 비용이 백만 원이 넘는다니 여러모로 애로가 있다. 여행이나 용무로 출국하는 사람 편에 보내주면 이삼십 만원이면 된다니 연결만 잘되면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유기견을 보호하는 센터는 시설에 한계가 있어 일정 기간 안에 주인을 못 찾는 개는 대부분 안락사시킨다고 한다. 개를 좋아하지만 키울 형편은 안 되는 사람이 유기견 보호소를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청소와 산책, 목욕을 시켜준다. 그러다 보면 정이 들어 보호기간이 끝난 개를 임시로 데리고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해외로 입양되어 공항에서 정든 개를 보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이 공감되었다. 그렇게 보냈으니 보살피던 개가 어떤 환경에서 지내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을 것이다. 정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캐나다 체크인‘은 연예인 이효리가 함께 봉사하는 지인 한 명과 캐나다로 직접 찾아가 만나보는 여정을 촬영했다.
처음 길에서 구조될 때의 그 유기견은 앙상하게 마르고 경계심이 가득했다. 버려진 트라우마가 있는 개들을 봉사자가 따뜻하게 보살피며 정을 주면 차츰 사람을 따랐다. 입양 가는 개는 현지에서 적응하기 쉽도록 사회성을 길러서 보낸다. 그 개는 캐나다의 넓은 지역에서 좋은 주인을 만나 사랑받고 지내니 건강하고 살피듬이 좋은 개로 변하였다. 떠난 지 오래되어도 자기를 돌봐 준 사람을 냄새로 알고 온몸으로 반기는 모습은 당사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감동이었다. 캐나다 가정에서 한 어머니는 ‘어떤 성격의 개가 오든 그에 맞추려 했다’고 말한다. 주인이 길들인다는 것이 아니고 개의 특성을 알아서 맞추려 했다는 말이 신선하게 들렸다. 또 다른 입양가정에서 처음은 개가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말을 익혀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이 인상 깊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딸네 집 새 식구 ‘페니’를 생각한다. 미국에도 동물을 유기하는지 누군가 이사하면서 엄마 개와 새끼강아지 세 마리를 상자에 담아 길가에 버리고 갔다. 딸네가 유기견 센터에 연락하고 키우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담당자가 강아지들을 차에 태우고 딸네 집으로 왔다고 한다. 담당자는 딸네 가족은 집 안에서 거리를 좀 두어 있게 하고, 현관 입구에 강아지 세 마리를 나란히 세웠다. 생김새는 비슷하고 색이 조금씩 달랐는데, 딸은 그중 한 마리에 마음이 갔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강아지가 사위 앞으로 다가와 꼬리 흔들며 머리를 기대었단다. 그 모습을 본 담당자가 ‘개가 스스로 자기 주인을 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며 키우기를 권하였다는 것이다. 딸네는 조금 아쉬워하면서 받아들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결정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느낀다고 한다. 신기할 만큼 교감이 잘되어 애정이 깊어간다는 것이었다. 벌써 7년 전이니 페니는 지금 성견으로 온전한 가족의 일원이다. 딸은 이제 페니가 없는 집은 상상이 안 될 정도라고 말한다. 손자가 짖궂게 장난쳐도 다소곳이 다 받아주고 밤에는 손자 방에서 잔다. 페니는 자기가 손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딸네가 페니와 산책하는 모습은 보기에 특별하다. 개가 주인보다 앞장서 가지 않도록 하여 나란히 보조 맞추고, 냄새 맡느라 페니가 자주 멈추는데 스스로 갈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페니는 큰 귀가 덮여있어 귓속이 습해 염증이 잘 생기는 편이다. 집에서 소독해도 낫지 않을 때는 병원을 찾게 된다. 나도 한번 같이 가보니, 덩치는 작은 송아지만한 페니가 병원을 겁내어 사시나무 떨듯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니 미소가 나왔다. 간단한 치료인데도 진료비가 대략 십만원이고, 귀에 넣는 약값이 한쪽 귀에 오만원씩 추가되었다. 반려견 키우는 일은 주기적으로 예방접종도 하고 사료비, 간식비 등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매일 산책시키고, 여러 날 집을 비우는 일도 생기니 돌봄이 쉽지는 않다. 그러니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각오를 지녀야 한다.
그런 것을 감안하여도, 주인이 받는 기쁨이 훨씬 더 커서 반려견과 함께 생활한다고 한다. 딸은 페니와 정이 들어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지낸다. 이처럼 사랑받는 개도 주인을 못 만나면 안락사된다고 생각하니 봉사자들의 수고에 느낌이 다르게 온다. ‘캐나다 체크인’ 방영을 보면서 유기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우리에 갇혀 있다 죽을 수도 있는 개가 환경이 좋은 곳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막연히 혼자 짐작했던 유기견 해외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사라졌다. 반려견을 키울 자신은 없어도 이동봉사자는 할 수 있을까? 동물 사랑, 측은지심을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