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홍대 근처에 문을 연 누룩은 전통 막걸리 주점이다. 평소 막걸리를 좋아하는 김민규 사장이 우리 술인 막걸리가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얼마나 다양하고 맛있는지 알리고 싶어 1년 6개월간 본업을 쉬며 가게를 준비했다. 홀 서빙과 영업은 김민규 사장이 맡고 음식은 김민규 사장의 어머니 이범임 씨가 책임지고 있다. 이범임 씨는 경남 진주에서 25년간 한식당을 운영해온 전문가로 아들을 돕기 위해 진주에서 올라와 누룩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천장에는 처마가 달려 있고 황토색 벽 아래에는 술병이 쪼르르 줄 서 있다. 가게 안 천장에는 예상치도 못한 구들장이 붙어 있어 익숙하고도 편안한 느낌을 주며 오래된 문짝을 사용해 만든 테이블도 인상적이다. 창가 쪽에는 편하게 앉아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좌식용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데 비 오는 날 운치 있게 술 한잔 즐기기에 그만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과 테이블 위 그림은 홍대에서 유명한 전희경 작가가 직접 그렸다. 누룩에서 사용하는 막걸리 술병과 잔은 도예작가에게 부탁해 제작한 것이다.
누룩에서는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제철 메뉴로 꾸린 갖은 안주와 막걸리 두 병으로 구성된 '한상'을 주문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상에는 잡채, 부추전, 라면냉채가 나온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잡채는 술안주로도 인기가 많다. 접시 크기에 맞춰 길게 부친 부추전은 진주에서 가져온 방아 잎을 넣어 특유의 향이 살아 있다. 삶은 라면과 양파, 오징어, 어린잎채소, 달걀지단, 오이, 맛살, 목이버섯 등을 새콤달콤한 소스에 비벼먹는 라면냉채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메뉴다. 여기에 연근, 마늘종, 무말랭이 등 곁들여 나오는 반찬도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데 매일 장을 보러 나가 그날그날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구입해 반찬을 만들고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기도 한다. 한상은 2인부터 주문이 가능하며 막걸리 대신 맥주나 소주를 주문할 수도 있다.
한상을 먹고 부족하다 싶으면 두상, 술자리가 무르익어 가면 세상까지 순서대로 주문할 수 있고 배가 부르면 단품 요리를 따로 주문할 수 있다.
김민규 사장이 개발한 유자닭은 닭 가슴살에 제철 채소와 유자소스를 곁들인 메뉴로 여성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돼지 껍데기는 깨끗하게 털을 벗겨 슬라이스해, 숙성시킨 특제 소스에 넣고 직화로 구워내는데 불 맛이 살아 있는 인기 메뉴다. 이 외에도 계절에 따라 문어숙회, 가오리찜, 매운 닭발 등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메뉴는 매달 바뀌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메뉴를 기대하며 방문하는 손님이 많다.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속이 편한 것 역시 단골들이 누룩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 등의 장은 진주에서 직접 담은 것을 가져와 사용하고 고들빼기, 마늘 등의 식재료도 고향에서 나는 상품으로 직접 구입해 온다.
계절에 따라 국물이 있는 탕이나 전골, 전이나 수육 무침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데 11월 말쯤에는 토란탕을 맛볼 수 있다. 매년 겨울마다 선보이는 토란탕은 백합, 홍합 등의 해산물에 토란, 고사리, 깻가루 등을 넣어 끓이는데 국물을 마시면 담백하고 뜨끈해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쇠고기뭇국은 안주 위주의 메뉴 중에서 식사가 가능한 메뉴로 명태 대가리, 멸치 등의 재료를 넣어 만든 육수를 준비해두었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무, 고사리, 토란대 등을 넣고 푹 끓여 낸다. 경상도 스타일의 쇠고기뭇국이다.
누룩에서는 다양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김민규 사장이 직접 전국 곳곳을 다니며 맛보고 고른 것들이다. 처음 온 사람이나 막걸리를 자주 접하지 않은 손님들에게는 김민규 사장이 직접 술을 추천해준다. 특히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광천 생막걸리는 홍성군 광천읍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막걸리다. 옥수수 특유의 달큰하면서 향긋함이 코끝을 자극하는 강원도 옥수수생동동주, 청정 지역 가평의 100% 경기미와 가평 특산물인 잣을 엄선해 전통 제조 방법으로 빛은 가평 잣생막걸리는 탄산이 있고 잣 향기를 풍기며 달고 시원한 느낌이 맑고 투명하다. 이 외에도 칡막걸리, 부산 금정산성막걸리, 전주 막걸리, 덕산 쌀막걸리, 제주 모주, 공주 알밤막걸리 등이 있다.
막걸리를 주문하면 누룩에서 주문 제작해 만든 전용 술병에 막걸리 잔이 따라 나오는데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술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술 취한 손님에게는 머리가 아플까 우려해 그만 드시라고 커트를 한다. 그래서 2년간 술집을 하면서도 문제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누룩은 서울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에 위치해 있지만 요란스럽지 않아 차분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서 누구나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다. 최근 막걸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2년간 장사를 하면서 젊은 단골들이 많이 생겼다.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를 당당하게 즐길 수 있어 홍대가 좋고 그래서 홍대에 가게를 오픈했다는 김민규 사장.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홍대에서 우리 전통 음식과 막걸리를 더 많은 계층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 info
메뉴_ 한상 3만원, 두상 1만8천원, 세상 1만8천원, 명태찜 1만8천원, 홍어와 묵은지 1만8천원, 소고기뭇국 6천원
영업시간_ 오후 5시 30분~새벽 2시
주소_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8-28번지 3층
문의_ 070-4252-8596
포토그래퍼:정문기 | 에디터:이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