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초대석(복효근 시인)
실수의 기록, 서툰 삶의 기록이라고 자평하는
산문집 『밑불이라는 말이 있다』 출간한 복효근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가난한 시골 농부의 집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으며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그림을 계속하진 못했습니다. 대신, 읽고 쓰는 가운데 시를 접하여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1991년에 흔히들 말하는 등단을 하고 시를 쓰며 살고 있습니다. 중등학교 국어 교사로 33년 일하고 명예퇴직을 하였습니다. 지리산 근처 조그만 시골동네에 오두막 하나 짓고 삽니다. 새와 나무와 화초와 더불어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제가 쓴 시와 산문은 대부분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흔적입니다. 동시집, 청소년 시집, 여러 권의 시집, 디카시집, 교육 에세이, 산문집 등을 펴냈습니다.
-산문집 <밑불이라는 말이 있다>를 소개하면?
오늘이 내일의 밑불이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붙인 제목 ‘밑불이란 말이 있다’ 그 밑에 ‘범실잡록’이라는 부제를 붙여보았습니다. ‘범실’은 40 후반에 집을 짓고 정착한 마을 이름. 호랑이 고을이라는 뜻을 지닌 호곡虎谷의 순우리말 이름입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세가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주로 이곳에 살면서 쓴 글을 모아서 그렇게 제목으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자어 ‘범실凡失’을 쓰면 주로 야구에서 쓰는 말로 ‘실수를 범하다’는 뜻도 있지요. 어떤 시인은 팔 할이 바람이라고 했는데 나는 팔 할이 실수였습니다. 어쩌면 여기에 실린 글은 수많은 실수의 기록입니다. 서툰 삶의 기록입니다.
-이번 산문집을 내게 된 동기
시집을 열 권 이상 냈지만 시로써 못다 한 말들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시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맞지만 산문에서처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말을 풀어놓을 수가 없습니다. 자식으로, 아비로, 지아비로, 선생으로, 시인으로 목숨 걸고 살아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할 말이 없지는 않은, 그래서 수줍은 자기변명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좀 값을 쳐줘서 말한다면 이 글 조각들을 ‘사랑의 흔적’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실수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자신과 가족과 이웃과 동시대인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서툰 사랑의 기록이라고요.
내가 한 일이, 내가 쓴 글이 ‘범실’이었음을 깨달을 때마다 내가 이르러야 할 맑고 투명하고 밝은 지점이 더욱 오롯해지고 간절해집니다. 그것이 이 ‘잡록’을 묶을 용기를 내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이 ‘잡록’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밑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산문집을 엮으면서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책을 내면서 특별히 재미난 에피소드가 뭐가 있을 수 있을까요? 특별히 기억나는 일은 없고요. 출판사 관계자가 책을 편집하면서 발견한 저의 실수 얘긴데요, 책 내용에 고양이가 저에게 쥐를 잡아다가 선물로 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얘기를 쓰면서 한 처녀에게 매일 밥 한 숟가락을 얻어먹은 두꺼비가 지네 요괴에게 제물로 바쳐질 처녀를 구했다는 옛 설화를 끌어들였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두꺼비가 아닌 지네가 처녀를 구했다고 썼던 모양이에요. 편집자가 그걸 발견하여 얼른 바로잡았답니다. 글을 쓴다는 사람이 그런 실수를 하다니, 만약 편집자가 꼼꼼하게 살피지 않았더라면 저는 무식쟁이에 엉터리 작가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할 뻔했습니다. 재미있다기보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웃으며 넘어가긴 했으나 덕분에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모두 작가를 드러내는 것이구나,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산문을 읽으실 독자들께 팁이 있다면?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굵직한, 그리고 화려한 일들만 기억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생애는 굵고 화려하지요.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동경하게 되고 존경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화려함이 그 사람의 전부로 생각한다는 것이에요. 자기 자신도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알아요. 그래서 작고 보잘것없고 때론 추하기까지 한 자신을 돌아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며 사는 게 사람입니다. 수필은 고백의 문학입니다. 그리고 성찰과 깨달음의 문학입니다. 그 글을 쓴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수필입니다. 이번 저의 산문집에서 초라한 저의 내면까지를 보시게 될 겁니다. 그 초라함까지 제 삶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모습까지를 보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계획하지 않아도 주어진 일정을 살아내면 되는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니 이제 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좀 자유로워졌지만 게을러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으름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좀 더 읽는 데에 시간을 쏟고 싶습니다. 그동안 독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많이 읽어야 깊이 있고 다양한 색을 지닌 글을 쓸 수 있거든요. 그리고 또 써야겠지요. 시인에게 쓰는 것은 어쩌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운명적인 것입니다. 쓰지 않으면 시인이 아닐 테니까요. 올해는 시집 한 권을 내려고 합니다. 그러자면 쌓인 원고를 꼼꼼하게 퇴고하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 상반기에는 이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틈틈이 시조를 써보려는 생각도 해보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그냥 읽고 쓰는 것 자체가 계획이지 싶습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말씀
‘뷰티라이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 그 말이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까지를 아름답게 가꾸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성공적인 삶의 여부는 부와 명예, 권력이 아니라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내면까지의 아름다움이 있고 없음이 결정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를 쓰는 것도 그렇고 예술가가 작품활동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뷰티라이프와 함께 하는 모든 분의 삶이 아름답기를 기원합니다.
복효근 시인 약력
전북 남원에서 출생했다. 1991년 문예지 『시와 시학』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시집 『예를 들어 무당거미』, 『중심의 위치』 등과 디카시집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 , 『사랑 혹은 거짓말』 등을 펴냈다. 산문집 『밑불이라는 말이 있다』 와 교육에세이집, 동시집을 펴냈다. ‘신석정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한국작가상’, ‘디카시 작품상’ 등을 수상하였다. 교사로 퇴직하여 글을 쓰고 읽으며 내면을 볼보는 일을 하고 있다.
<뷰티라이프> 2026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