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촌의 뜬망 이야기
손인식
삼랑진三浪津은 낙동강 철교 밑으로 본류인 낙동강과 밀양강이 합쳐지고 바닷물이 서로 만나 큰 물길이 생긴다. 그래서 삼랑진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합쳐진 그 물길은 강 건너 김해 생림 쪽으로 몰려 흐르는데 그 깊이가 어른 대여섯 명의 키와 맞먹는다. 물살이 세서 헤엄치며 거슬러 오르기가 쉽지 않다. 깊은 곳에 가면 발밑으로 서늘하게 누가 막 끌어당기는 느낌이 올 정도로 차고 깊다.
삼랑진 쪽은 흐름이 약해 고운 모래밭이 생긴다. 윤슬과 고운 모래의 반짝임이 섞여 장관을 이룬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물길이 ㄱ자로 꺾이는데 유속이 빠르고 깊다. 넓은 들을 끼고도는 본검세의 우곡천과 안태천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속에 영양이 풍부한 먹이가 유입되어 붕어, 잉어 동자개, 메기뿐 아니라 바닷물을 따라 올라오는 봄, 가을의 숭어, 봄에만 잡히는 웅어, 바닷물과 만나는 맹물에 사는 장어 등 고기들이 많이 잡혔다.
이곳이 깐촌이다. 특히 이곳은 지리적으로 잉어가 잘 잡히는데 그래서인지 잉어 잡는 특별한 방법이 있었다. 흐르는 강물의 수면에 그물을 띄워 설치하는 것을 뜬망이라고 한다. 물이 흐르는 방향을 보고, 고기들이 가려는 길을 막아 한곳으로 모이게 하여 잡는 방법인 주복이 있으나, 이 방법으로는 잉어를 잡을 수 없다.
뜬망은 물의 흐름에 맞게 수면 위에 그물을 띄워놓는 것이다. 그러면 새벽에 잉어들이 숨을 쉬러 수면으로 튀어 오르다가 그물 위에 떨어지거나 등지느러미 가운데가 덜컥 걸린다. 3겹으로 만들어진 그물 위에서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치다 보면 힘이 다하여 그냥 떠 있는 것을 건져내면 되는 것이다.
옛날 어른들은 잉어들이 ‘하루 한 번 이상은 새벽에 숨을 쉬러 수면 밖으로 뛴다’ ‘등지느러미 가운데 가장 긴 지느러미는 낚시 바늘처럼 갈고리로 되어 있다’ ‘그곳에 걸리면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잉어는 계속 몸부림치며 도망가려 하지만 더 깊게 걸려 도망가지 못하는 것이다.
폭포를 따라 거슬러 오른다는 힘센 잉어도 몇 시간 동안 몸부림치다 보면 힘이 빠져 흰 배를 드러내고 누워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배를 저어가 그물에 걸려있는 잉어를 건진다. 놀란 잉어는 잠시 파닥거린다. 그렇게 뜬망에 걸려있는 잉어를 조심스레 떼어내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우리 조상들은 이 방법을 알았을까?
오래전부터 어른들은 물금까지 올라왔던 바닷물이 만조가 되었을 때, 부산 쪽으로 흐르던 낙동강 물이 흐르지 않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새벽이면 잉어들이 뛰어오르는 것을 알고 뜬망을 만들어 띄웠다. 뜬망 만드는 방법은 가로로 2M 남짓한 대나무에 얇은 그물망을 3중으로 만들고, 적당한 길이만큼 띄어서 여러 개의 가로대로 엮어 길게 만든다. 가로대 양쪽에 물통이나 부기(물 위에 뜰 수 있도록 묶어놓는 스치로폼이나 타이어)를 묶고 그 아래로 동아줄에 깊이만큼 늘어뜨려 닻을 만들어 가라앉힌다. 설명하려니 제법 어렵지만 직접 고기잡이했던 어른들은 쉽게 설명을 한다. 이렇게 만든 그물을 두 줄이나 세 줄을 길게 띄워놓는 것이다. 그물을 자주 씻어 사용해야 한다. 물때가 끼면 털어내기도 힘들고 손질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내가 놓고 싶다고 아무 대나 놓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구역에서만 설치할 수 있다.
또 어릴 때 아버지께서 “잉어를 물속에 넣지 않고 보름 정도 살려서 멀리까지 손으로 들고 갈 수 있을까?” 하고 물으셨다. 그때는 할 수 없는 줄 알았다.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잉어는 물 밖으로 나오면 살기 위해 스스로 몸을 보호한다. 그 한 방법으로 최소한 적게 움직이는 것이다. 또 몸속 산소를 보관하고, 피부의 건조를 막기 위해 끈적한 진액을 배어 나오게 하여 피부를 감싼다. 그래서 몸을 보호하는 진액이 나오면 한지나 창호지로 잉어를 살살 말아 진액이 잘 마르지 않도록 감싸 주는 것이다. 이렇게 그냥 놓아두어도 한 보름 정도 살 수 있는데 들고 갈 방법이 없다.
어떻게 들고 갈 수 있을까?
뜬망으로 잉어를 잡으면 아가미나 몸체에 상처가 없다. 또 등지느러미의 가장 긴 곳에 낚싯줄이나 노끈으로 묶어 들어보면 고기가 기울어지지 않는다. 그곳이 몸체의 중심이 되어 반듯하게 있는 것이다. 이렇게 들고 기차나 버스를 타고 멀리 서울이나 인천에 가도 죽지 않는 것이다. 직장 따라 서울이나 인천으로 분가해간 며느리가 손주를 낳았거나, 시집간 딸이 해산했을 때, 꼭 들고 갔던 어른들의 선물이 바로 살아있는 잉어였다. 첫 손자를 낳은 며느리이거나 외손을 낳은 딸에게, 살아있는 잉어를 푹 고아 먹이면, 젖이 잘 나오고 산후조리로는 최고라는 것이다. 또 해산 후 몸에 부기를 잘 빼려면 꼭 잉어를 고아 먹였다고 한다.
살아있는 잉어를 고우는 방법은 큰솥에 잉어가 잠기도록 물을 붓고 센 불에 팔팔 끓인다. 물이 끓으면 살아있는 그대로 솥에 넣고 재빨리 뚜껑을 닫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잉어가 퍼덕거려 뜨거운 물이 튀거나 솥이 엎어져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잠해질 때까지 뚜껑을 꼭 잡고 있어야 한다. 한참 후에 중간 불로 낮추면서 좋은 참기름과 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소주를 많은 듯이 부어 준다. 오랫동안 끓인다. 국물이 우러나고 잉어의 살이 녹고, 굵은 뼈가 허물 허물해질 정도가 됐다 싶으면 불을 끄고 식힌다. 그런 다음 고운 채나 조리로 비늘과 뼈를 걸러내고 먹을 때마다 조금씩 데워서 먹는다. 소금간을 알맞게 하여 훌훌 마시면 되는 것이다.
이제 뜬망법으로 잉어를 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뜬망법이 사라진 지가 벌써 20여 년이나 된 것 같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낙동강 하구둑 공사를 하고 난 후 서서히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낙동강 하구둑은 낙동강의 하구를 가로막은 둑으로 낙동강 하구개발을 추진해온 정부는 1974~1977년 사이 건설 타당성 조사를 했고, 1980년 말 하구둑 실시 설계를 거쳐 1983년 4월 23일 착공하여 1987년 11월에 준공된 콘크리트 중력댐인데 정부가 내세운 낙동강 하구둑 건설의 주목적은 염해 방지와 연간 6억 4800만 톤에 이르는 용수 확보였다. 당시 낙동강 하구는 썰물 때 바닷물이 상류 약 21㎞에 지점에 있는 물금 취수장까지 치고 올라가 부산 시민의 취수를 위협했고, 김해 평야의 안정적 농업용수 취수에도 영향을 주었다.
공사 시작 전부터 야기된 환경 공방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 측은 낙동강 하구둑으로 인해 안정적 용수 공급과 매립지 활용 등 경제적 효과를 내세우면서 환경 파괴가 크지 않다고 보는 반면, 환경 단체들은 낙동강 하구의 철새 도래지가 크게 훼손되었고 기수역이 교란되어 많은 생물종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낙동강 배수 능력 확충을 위해 을숙도 서편에 길이 305.6m, 대형 수문 5개를 갖는 제2 하구둑을 건설했다. 어쩌면 정적 용수 확보 등 순기능도 있었지만,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의 환경 파괴를 가져오고 수질이 악화되는 등의 역기능도 나타났다고 한다.
(출처:http://busan.grandculture.net/Contents?local=busan&dataType=01&contents_id=GC04205329)
이렇게 경북의 안동댐으로 인해 물의 수량이 줄어들었고, 부산의 하구둑으로 물의 흐름을 막으니 물속의 돌이나 바위 위에 흙들이 쌓여 알을 놓거나 살아갈 삶의 터전이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다. 1987년에 완공되자 서서히 바다에서 올라오던 숭어, 웅어, 장어 등의 고기들이 사라지고, 20여 년이 지나면서 고기가 잡히지 않자 이 뜬망을 설치하여 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간혹 주낙을 하거나 통발로 몇 가구는 고기를 잡고 있다.
잉어는 낚시로 잡거나, 그물을 쳐서 잡기도 하지만, 깐촌의 잉어 잡는 방법인 이 뜬망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뜬망법이지만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운 잉어잡이법을 널리 홍보하여야 한다고 본다. 또 작원관지나 잔도의 유래, 승교, 처자다리, 금새의 전설과 전해져 오는 이야기, 지명의 유래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떻게 우리 조상들이 슬기롭게 살아왔는지 알려야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창의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어떻게 계승하고, 오랜 전통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자료들을 잘 발굴하고 활용하여 후손들에게 애향심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본다.(2019.02.18)
첫댓글 삼랑진만의 소중한 이야기,
지혜로운 고기잡이와 보관 방법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소개 고맙습니다()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깐촌과 낙동강주변 주민들의 옛날 고기잡았던 어로방식이
지금은 사라져가네요 참 아쉽네요ㅉㅉㅉㅉㅉ
감사합니다.
손 선생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뜬망어법 등에 관한 글이
문화재로 등록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