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혼은 산하로 막혔다 말하지 않고(夢魂不道山河隔)
······························································ 병산 이관명 선생
강태의〈유배지에서 유월 초파일 새벽에 곡하다〉를 차운하다〔次剛台六月初八日曉哭韻〕
황량한 강 건너에서 숨 죽이며 / 屛息荒江外
가슴 치는 외로운 밤중인데 / 扣心獨夜時
빈산에서 천년의 통곡을 / 空山千載慟
자양(紫陽)은 나 보다 먼저 알았다오 / 先我紫陽知
[주-1] 유월 초파일 : 1720년 숙종(肅宗)이 승하한 달의 초파일이다. 아우 한포재 이건명이 1722년(경종2) 목호룡(睦虎龍)의 고변으로 누명을 쓰고 전라도 흥양(興陽)의 사도(蛇島)에 위리안치되었다가 나로도(羅老島)로 옮겼는데, 이때 지은 시이다.
[주-2] 빈산에서 …… 알았다오 : 자양(紫陽)은 주희(朱熹)를 가리키는데, 자신을 알아주던 송 효종(宋孝宗)을 그리워하며 영부릉(永阜陵)을 향해 통곡한 일을 말한다.
또 절구 한 수를 지어 복잡한 심회를 펴다〔又占一絶以抒菀懷〕
정자 아래 긴 강은 쉼 없이 흘러 / 亭下長江去不休
아득한 연파(煙波)에 상수(湘水)의 물과 닿았으리 / 煙波渺渺接湘流
꿈속의 혼(魂)은 산하(山河)로 막혔다 말하지 않고 / 夢不道山河隔
밤마다 바다 건너는 배 천리(天理)따라 따라간다오 / 夜夜空隨渡海舟
[주-1] 상수(湘水) : 초(楚)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간신들의 참소로 조정에서 추방되자, 울분을 참지 못하고 빠져 죽은 곳이다.
출처 : 병산집(屛山集) 제2권 /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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