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시간을 두고 단위로 결정하는
그 단위의 교차점 12월의 막바지,
오랜 친구로부터의 전화벨이 울린다
"난데..여기 여의도다 급하게 좀 와주어야겠다"
"지금 송년모임에 참석중인데.."
"나도 모임중에 달려온거다. 널 보고파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사람이 날 보고파한다.
피식 웃음이 비져 나오는 순간, 그 이름을 듣고는
이내 자리를 박찰 수 밖에 없었다.
혜진이.
군에 입대할 싯점에 절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한 후
어느덧, 어엿한 중년이라고 불리우는 나이에
20여년을 충동처럼 훌쩍 건너 뛰어버린 만남. 존재한다는 것이
이때처럼 서로에게 갑작스레 증명 되어지는 아찔한 순간이
그간 건너버린 눅눅한 세월속에 단 한번이라도 있기는 있던 것일까.
학창시절에 끌핀으로 긁어 등사판을 밀며 시화집을 같이
편집한 기억, 방학이면 고향에 모여들어 카페를 빌려
시화전과 일일찻집을 열었던 기억,
그 시절, 내 가진 집착과 내 얘기들에 유난히 자주
고개를 끄덕여 줌으로써 의식의 동질과 일치감을 보여주던 순수.
차창을 스치며 바퀴의 속도만큼 빠르게 뒷달음치는 풍경들이 흐리다.
약속된 커피숍의 문을 열고 들어선 내 시선은
머뭇거림 없이 이미 잿빛의 승복으로 달려가있다.
"그 모자 함 벗어보시게"
"여전하네..너 첫마디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실망시켰냐"
"아니, 역시 너 다워.."
'답다'와 '역시'가 주는 단어의 어감..
혜진인 털모자를 벗으며 자신의 맨머리를 한바퀴 쓸어내린다.
"그럴 줄 알았다"
"뭐가.."
"유난히 작은 얼굴에 두상이 근사한지라 머릴 깍음 이쁠줄 알았어"
"이쁘니.."
"아주 좋아..기억의 잔재는 없지만 그냥 그럴거라 여겼는데 역시다"
"기억하니.."
혜진이의 그 한마디 물음에
난 순간적으로 학창시절에 즐겨 나누었던
존재의 증명에 관한 사유들을 번개처럼 떠올린다.
"찾았음 한자락 내려 주시지..아둔한 중생을 위해"
"찾았다면 너희들 볼 생각을 못했을거야.."
"혜진아"
"이젠 지연스님이라고 불러봐.."
'지연스님'
혜진이를 지연스님이라고 부르자 그 모습이 현실로 다가온다.
청아하다..청아하다는 단어의 의미를 모른다.
모른채로도 그러하다 느낄 뿐이다.
깊다..반짝임에서 고요로, 고요에서 깊음으로..
눈빛이 더욱 깊어져 있다
정제되다..이념과 현실, 그 무수한 갈등을 대체
얼만큼이나 걸러내고 얻은것일까
자애롭다..느껴진다. 보는것 만으로도 자애로움이 어떤것인지
이렇게 넘치도록..
단아하다..의미는 모르지만 분명히 보인다.
보여짐으로 느끼는 아름다움, 단아함
포근하다..잿빛 승복에 분쟁없이 따라온 세월의
고요한 흐름 탓 이었을까..
끝내 한 곳을 향해 서있는 목이 긴 풀들을 보면 눈물이 날것처럼
왠지, 싸아하니 아린 슬픔이 가슴에서 목으로 자꾸 오른다.
일체의 잡티를 제거한 순수한 아름다움의 본질,
이날 이 순간까지 우리가 내내 놓지 못하고 찾고 있는
존재의 증명에 대한 싸아하다는 느낌의 슬픔, 그건 분명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의미를 넘어선, 개념과 시각 이전
훨씬 더 깊었던 싸아한 흙의 내음처럼 절실한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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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슨 기억과 추억인고 음악이 너무 갸냘프라....그 기억 영원히 간직할라쿠모 마음 아프고 많이마니 힘들것다 놓아버리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윤아 우리 탁구 언제 치노? 탁구 함 치자 ..옛추억과 기억의 저편에서 니와 내가 어깨동무하고 놀던 어린시절 동심으로 돌아가서 탁구치고 놀아보자 내가 빵사줄께 니 엄마한테 삼호분식 빵 마니도 얻어먹었었는데....?만두/꽈배기 빵/단팥빵....참 맛잇었지 정희누나는 뭐하는지 궁금하고 니 남동생 ? 이름이 가물가물 종섭? 이는 역사선생한다 그랬나 그 놈 참 보고싶다 ...세월이 참 마니도 흘러버렷네 어머님은 곱게 늙어셨겠지...진주 도동시장 근처 그집에 아직도 콩국수
장사하실러나...사랑하는 어머님!!! 오래오래 사셔야 할텐데...나도 불효자식인지라 우리 어멈이 맨날 보고싶다ㅇ아이가 엄마생각하모 괜시리 눈물나서 눈물이 왜이렇게 주룩주룩 내리는지...이제 더이상 못쓰겟다 잘 지내라 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