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12 WIN pp.326-327
<기획연재/민족의학의 새로운 이해⑫>
신체조화 파괴의 주범 비만
비만은 체형미는 물론 국민건강 면에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36%가 비만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표준체중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것으로만 인식됐던 비만은 이제 성인병과 생명단축의 주범으로 경계대상이 됐다. 실제로 고혈압·당뇨·암을 비롯한 난치성 질환이 비만경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는 의학계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표준체중을 초과한 상태를 비만으로 본다. 표준체중은 자신의 키에서 일정수치를 뺀 몸무게로 계산한다. 보통 키가 1백61cm 이상인 사람은 1백10을 빼 주고 그 이하인 사람은 1백05를 빼 준다. 그밖에 신장에서 1백을 뺀 뒤 0.9를 곱해 주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몸무게가 표준체중의 1백10%를 넘으면 비만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20% 이상이면 초기 비만, 20∼30% 사이는 중등 비만, 40% 이상이면 고등 비만, 50% 이상이면 위험상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산출방법은 각자의 체형, 즉 뼈 굵기의 정도, 근육발달상태, 지방도 등에 따라 케이스별로 적용해야 한다.
수분·산소부족과 노폐물도 한 원인
배꼽 바로 옆 부분의 뱃살 부분을 집어서 두께가 2cm 이상이면 지방이 많이 낀 상태다. 이 경우는 곧 지방질 퇴치를 위한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볼 점은 비만과 몸의 지방도의 관계다. 사람마다 체형적으로 비만 부위가 다르고, 암 같은 질병은 체질적으로 지방세포가 많이 집중돼 있는 부분에 생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겉으로는 여위어 보이는 사람이 지방도가 높은 경우가 있다. 보통 질병에 잘 걸리는 체질을 가진 사람은 몸의 지방도가 높은 사람이다.
비만의 원인은 과식과 운동부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인체의 수분·산소부족이 두번째 원인이다. 물과 산소가 부족하면 음식물이 충분히 화학적 작용을 못한 채 체내에 정체하게 되고 몸무게가 늘어나게 된다. 세번째는 노폐물의 체내 정체다. 체내에서 음식물이 화학적으로 처리되어 에너지화하는 과정은 곧 연소의 과정이므로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일산화탄소와 찌꺼기가 배출된다. 이 찌꺼기가 배설되지 않은 채 체내에 정체하게 되면 몸이 붓게 되고 이것이 살이 되어 버린다. 노폐물은 요산·요독의 형태로 혈액 속에 잔류하거나 숙변의 형태로 장내에 정체한다. 숙변의 양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15kg 정도가 된다는 보고가 있다.
식생활 측면에서 보면 해방 이후 서구식 식습관이 정착되면서 칼로리가 높은 육류·빵·과자·라면 등의 가공식 소비가 급증했고 그 결과 영양과잉에 의한 비만이 늘게 됐다. 운동량을 감소시킨 주거생활의 변화도 비만을 부른다. 의생활의 측면에서 보면 통풍이 잘 안되는 옷이 비만을 초래하는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통풍이 잘 안되는 옷이 체내 산소부족을 일으키고 그 결과 음식물이 충분히 소화·흡수·분해·배설되지 않아 체내에 정체되면서 살이 찌게 된다는 것이다.
비만은 체내 신진대사에 장애를 일으킨다. 인체는 대사를 위해 6종류의 호르몬과 1백가지 이상의 효소를 분비해 음식물을 소화·흡수하고 근육피하 지방에너지로 만든다. 바꾸어 말하면 6종류의 호르몬과 1백여 가지의 효소가 제대로 나와야만 인체는 음식물을 에너지근육 피하지방으로 만들어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과식을 오랫동안 계속해 인체가 무리하게 되면 호르몬과 효소분비의 조화가 깨지고 여기에서부터 질병이 시작된다.
예를 들면 췌장에서 분비되는 당질대사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가 순조롭지 않으면 당뇨병에 걸리게 되고 위의 소화액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단백질대사가 이루어지지 못해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비만형의 사람들은 체내의 당질대사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고 혈중의 지방산이 과다하여 갑상선 기능이상, 스테로이드 대사, 단백질대사에 장애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당질대사 이상은 앞서 지적했듯이 당뇨병을 가져오고 혈중 지방산 과다는 혈관 경화현상을 가져와 심장병·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또 단백질대사 이상은 간기능장애를 불러일으키는 등 비만으로 인한 호르몬과 효소분비의 부조화는 갖가지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체중이 과다하게 되면 몸의 주춧돌인 발목에 무리한 하중이 가게 되고 그로 인해 발목 신경염을 일으킨다. 또 이것이 전신을 타고 올라가면서 관절염·좌골신경통·디스크는 물론 신장병·간기능저하·심장병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의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표준체중에 비해 10% 전후로 비만한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1.5배의 사망률을 보이고 30% 이상인 사람은 정상인의 6배에 가까운 사망률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비만은 정서적으로도 크게 영향을 미쳐 비만한 사람은 인성이 나빠져 때로 자폐현상마저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또 여성의 경우 비만은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린이 비만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비만의 증가와 함께 어린아이들이 현대 성인병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비만은 호르몬·효소분비 부조화 일으켜
체내에 쌓인 숙변을 제거하고 과식을 피하며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외에 비만해소의 왕도는 없다. 비만해소를 위한 식생활습관의 원칙은 아래와 같다.
첫째, 먹는 횟수를 줄인다. 1일 2식하라는 것이다. 오전은 배설의 시간이므로 우리 몸이 전날 먹은 음식물의 노폐물을 충분히 배설하도록 물·소금·감잎차만 먹는다.
둘째, 육류 및 가공식을 제한하고 채소 위주의 식사로 전환해야 한다. 현미오곡밥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면 절대로 비만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경우 우유섭취를 제한하고 당분이 많이 든 과자·빵 등 가공식 섭취를 줄이지 않으면 비만을 해소할 수 없다. 또 비만한 사람도 현미오곡밥과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꾸면 체중감소를 경험할 수 있다.
셋째, 식사량은 위의 8할 정도 분량으로 조절한다.
넷째, 급하게 먹으면 대뇌피질의 낡은 피질이 자극을 받지 못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여 과식하게 된다. 천천히 오랫동안 씹어 먹어야 포만감을 빨리 느낄 수 있다.
다섯째, 물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물을 충분히 먹으면 영양소의 소화·흡수·분해가 잘 이루어질 뿐 아니라 배설이 용이해져 비만이 예방된다. 물은 생수로 하루 2ℓ 이상 섭취해야 한다.
다음으로 비만해소를 위해서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운동요법이다. 가장 좋은 운동은 도보와 등산이다. 자동차 타는 것을 줄이고 많이 걸으라는 것이 비만 클리닉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외에 평소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정하여 꾸준히 실천하는 것을 더한다면 비만은 '남의 일'이 될 수 있다.
숙변해결을 위해서는 단식을 권하고 싶다. 단식은 숙변해결을 통해 체질전환을 이루어 주는 인체의 혁명이다. 칼을 대지 않는 수술과도 같다. 사실 식습관의 근본적 변화도 단식을 하지 않으면 이루기 어렵다. 그러나 단식은 잘못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한 후에 하는 것이 좋다.
비만도 욕심의 결과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싶은 욕심이 비만을 만들고 성인병을 부르며 생명을 단축한다. 결국 욕심이 만병의 원인이 됨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나누어 먹고자 하는 공동체적 정신이 회복된다면 비만현상도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민족생활의학회의 생각이다. 우리가 비만을 극복하는 과정이 곧 인성회복, 깨달음의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