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해 대림 제1주일 강론 : 회개 >(12.3.일)
*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나해)와 함께 대림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깨어 준비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잘 준비하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11/19(일) 임시회의 결과, 향나무를 살리기 위해 벽화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고, 성물방 입구 문 위의 간판은 여러 의견을 모아 6가지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교구 로고/ 대구대교구 백천성당 글씨/ 본당 로고/ 예수성심상 옆에 글씨를 넣기로 했는데, 마음에 드는 이미지에 스티커를 붙여서, 최다 득표를 얻은 이미지로 성전 외벽을 꾸미겠습니다.
11/20(월), 본당 설립 16년 만에 처음으로 예수성심상과 마리아상을 청소, 도색작업을 했습니다. 예수성심상은, 제가 문덕본당에 있던 시절, 장량본당에서 성전을 지은 후에 성상을 바꾸려고 할 때, 소요한 신부와 연결시켜 여기로 갖고 온 성상입니다.
또 마리아상은 문덕본당에 있던 성모상을 기증한 것입니다. 철솔로 때를 벗기고, 에어로 찌끄러기를 불어낸 후, 페인트 많이 삭았던 것을 깨끗이 청소하고 나서, 흰색으로 두 번씩 칠해서 원래 자리에 놓았습니다. 두 성상이 아주 하얗게 밝아진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한결 개운합니다. 벌써 성탄 준비를 끝낸 기분입니다.
11/23(목)-25(토)까지 본당 김장을 통해 300만원의 성전건립기금을 마련했습니다. 수고하신 모든 분을 위해 감사의 박수!! 본당 행사에 참여하는 만큼 애착심도 커질 겁니다.
2. 살아가면서 기쁨도, 행복감도 없다면 괴로울 겁니다. 그럴 때는 삶을 여유있게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합니다. 신앙생활에도 변화와 쇄신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솔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솔개는 새들 중에 수명이 길어 약 80년을 사는데, 솔개가 그렇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힘든 과정이 있습니다. 솔개가 40년을 살면 부리가 굽어지고, 발톱은 닳아 무뎌지고, 날개는 무거워 날기 힘들어 볼품없어집니다. 그럴 때 솔개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런 모습으로 서서히 죽을 것인지, 아니면 고통스런 과정을 통해 새롭게 살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변화와 도전을 선택한 솔개는 바위산으로 날아가 둥지를 틀고, 자기 부리로 바위를 마구 쪼기 시작합니다. 낡고 구부러진 부리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쪼아대면, 닳아진 부리에서 매끈하고 튼튼한 부리가 자랍니다. 그 부리로 자기 발톱을 하나씩 뽑습니다. 그렇게 낡은 발톱을 뽑아내야 새 발톱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새 깃털이 나오도록 무거운 깃털을 하나씩 뽑습니다. 그렇게 생사를 건 130여 일이 지나면 솔개는 새로운 40년을 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살다 보면 많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결정입니다. 중요한 변화를 위한 선택의 기회가 찾아와도 용기 있는 결정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무엇이 기회이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심사숙고해서 실천해야겠습니다.
3. 어느 아들의 뒤늦은 후회
남편을 일찍 여의고, 아들과 함께 외롭게 살아가는 여인이 있었는데 장애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엄마가 장애인이라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아들은 공부를 아주 잘 했고, 사법고시에 응시해서 합격했습니다. 엄마는 가난한 형편에도 날품팔이를 해서 아들을 열심히 뒷바라지하며 보람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검사가 되자마자 갑자기 가출했습니다.
늘 아들이 잘되기만 바라던 모친은 아들을 겨우 수소문해서 찾아갔습니다. “민호야!”라고 부르는 엄마에게, 아들은 “저 민호 아닙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라고 냉정하게 대답하고 뒤돌아섰습니다. 그 후로 다시는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어느 날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기 싫었지만, 마지막으로 자식 도리를 하고 싶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집을 찾아갔습니다. 거기에서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을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나는 네 모친이 돌아가시기 전에 대화를 나눴다. 그중에 너의 어린시절 얘기도 있었다. 네 부모님은 서로를 정말 사랑하는 신체 건강한 분들이셨고, 원래부터 장애자가 아니었다. 어느 날, 그분들은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던 널 보았고, 친아들도 아닌 너를 데려다가 키우기로 동의했다. 그런데 근처 공사현장을 지나다가, 갑자기 철근이 떨어졌고, 너의 양부모님이 너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네 아버지는 철근에 깔려 그 자리에서 즉사하셨고, 네 어머니는 장애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어머니는 널 잘 키우려고 온갖 궂은일을 다 했다.”
생전 처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너무나 고마운 엄마에게 효도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에 너무 죄송스러워 가슴 아파할 뿐,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효도하고, 주위사람과 잘 지내야겠습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빨리 뉘우치고, 친교와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만들어가야겠습니다.
4. 예수님이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에 매달리실 때, 그 옆에 있던 우도는 진심으로 회개하면서 “예수님, 천국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라고 분명히 확답해주셨습니다.
예수님한테 구원을 직접 확인받은 우도의 이름은 디스마(Dismas, 축일 3/25)였습니다. 우리도 진심으로 회개하면서, 대림시기를 값지게 채워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