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남편)] 여기에 아내와 같이 왔습니다.
[스님] 아이고, 박수 쳐 주세요. (대중박수) 이 세상에서 최고 행복한 것이 부부간에 이 공부하는 것이 최고 행복하다는 거야.
[대중] 아내와 성격이 너무 맞지 않아 가지고.
[스님] 아내와 성격이 안 맞아요? 공부하면 저절로 맞아들어가요. 찹쌀궁합이라. 척척 맞아들어가요.
[대중] 그 미움을 거의 술로 30여년 그렇게 하고,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이런 걸 제 스스로 관리를 못한 죄로, 요번에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혈류가 나와서 삼성병원에 갔는데,
암이 벌써 뼈까지 전이가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과 사를 오가는 갈림길에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저의 삶이 너무 건방지고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산 것 같고.
[스님] 허망한데 빠진 거지. 허망한데.
[대중] 암이라는 것은 남이나 걸리고 저는 일생에 걸리지 않고 무병장수하면서 살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무지하게 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걸려보니 그 암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습니다.
[스님] 요새 암을 고치는 주사가 좋은 게 많이 나온다는데?
[대중] 예. 거기까지 손을 댈 수가 없는 상태고, 항암제하고 자연치유로 제가 나아보고자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스님] 마음만 기쁘고 즐거우면 암이 없어져요. 성질내고 화내면 계속 암이 춤을 춰요.
[대중] 그래서 요즘 아내하고 웃으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모닝 포옹을 하고 그렇게 합니다.
그래서 많이 아름다워 보이고 이뻐 보이고 그래서 희망이 보이는데, 제가 자연치유가 끝나면 저같이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저의 남은 인생을 바치면서 생을 한번 살아보겠다 하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스님] 그래 이제 ‘암이 걸렸다, 나는 병이 있다.’ 라는 생각이 꽂혀 있잖아요?
[대중] 네.
[스님] 그것이 병이라는 거라요. 그 생각이 없어지고 무심(無心)으로 돌아가면 일체 모든 병환, 고통 속에서 벗어나는 거라요. 그걸 해탈이라고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 할 때, 진짜 나는 무엇일까 돌이켜 보는 일념이 한 시간, 두 시간이 홀연히 지나가고, 하루 해가 잠깐 사이에 지나가도 모를 정도로 일념에 깊이 심취해 들어가는, 그것이 무심(無心)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그렇게 들어가면 아픈 암이나 병고 이런 게 다 없어져요. 그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대중] 예. 알겠습니다.
[스님] 어느 스님도 지금 암이 걸려서 수술하고 했지만, 아무리 해봐야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인데, 호전돼서 좋아지거든?
다 좋아지는 것이 왜 좋아지느냐? 정진을 일념으로 가만히 하고 있으니 다 좋아져 버리는 거라요. 바뀌어요.
[대중] 예.
[스님] 그래, 여기 오신 건 잘 오셨고, 진짜 나라는 건 무엇인가? 여기에 가서는 암도 관계없고, 일체 병고의 고통도 관계가 없고, 거기에는 일체 어떤 것도, 벼슬, 권력, 부귀, 술, 무슨 희로애락 이런 일체 모든 게 관계가 없어요. 거기서 초연히 벗어나는 세계가 ‘진짜 나는 무엇인가~?’
그거라요. 진짜 나는 뭐냐 생각하는 속에는 그런 모든 것이 붙을 수가 없어요. 다 벗어나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열심히 해 보세요.
[대중] 예. 감사합니다.
[대중(아내)] 저는 여기가 처음이고요, 불교도 처음 접하는 날이었어요. 신랑이 여기 온다고 하니까, 같이 하자고 하고, 또 종무소에서 부부가 같이 하면 좋다고 권유를 받아서 어제 같이 왔거든요.
[스님] 아이고, 참 다행한 일이네요.
[대중] 이제 신랑은 앞으로 어떻게 제가 보필을 잘 해야 될까? 그래서 같이 생각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스님] 그래, 공부! ‘나는 아프다, 어떻게 하나, 얼마 못산다는데 어찌하나.’ 그런 생각, 관념을 버리고, 싹 놔 버리고, 오직 진짜 나는 무엇인가 하고 항상 기쁜 마음으로 편한 마음으로 그렇게 해야 돼요. 아시겠어요?
[대중] 네.
[스님] 그렇게 하면 좋지. 열심히 한번 진짜 나는 뭔지 알아보세요.
(대중 박수)
(계룡산 학림사 대원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