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5월, 가정의 달-
열흘 걸러 두 번째 쓰러졌다. 10여 년 전 개두수술 중 암 찌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주치의는 말했다. “재수술은 6월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당장은 조심만 하면 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의사의 말은 퉁명스러워서 더욱 영혼이 없는 것 같았다. 종일 비슷한 환자와 마주하는 곤한 일상을 이해했다. 하지만 한 달은 내게 너무 길다.
아내를 집에서 쉬게 한 다음, 저수지를 찾았다. 심란할 때 찾는 곳이다. 조용히 가라앉은 저수지는 바다와는 또 다른 가슴이 있다. 곁에는 칠레의 지도 닮은 친구의 배나무들이 파수꾼처럼 서 있다. 마침 만리포 등성이를 넘은 갯바람이 과수 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지나갈 때마다 배꽃이 춤을 춘다. 울타리를 대신한 쌀밥나무도 덩달아 손을 흔들며 꽃잎을 뿌린다. 배꽃과 쌀 꽃, 샛노란 유채꽃까지 환하게 웃는다. 어우러진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꽃비 속에서 예전의 수술 과정과 그 이후를 떠올려 보았다. ‘수술 중’이란 안내 모니터의 붉은 글씨는 장장 10시간을 넘게 버티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측은지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떨치고 두 손을 모았다. 비록 죄 많은 사람이지만, 은혜를 구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은 은혜의 적용을 일등이나 꼴찌를 따지지 않으신다고 들었다.
모은 두 손이 자꾸만 떨렸다. 은혜는 노력의 대가가 아닌, 하나님의 선물이라 해도 너무나 뻔뻔스럽다. 하지만 나를 위하여 기도하지 않았다. 아내의 쾌유만을 간구했다. 동안 아내의 삶은 나와는 정반대였다. 권선징악적(勸善懲惡的)개념에 비추어도 은혜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오늘따라 이런 문장이 종일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별은 어둡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다.”
첫댓글 이태호 선생님도 수필 문단에서 원로 위치에서 존경받는 분이시고, 늘 감동적인 옥고를 보여주고 계시지요. 부디 건강하셔서 만리포 상큼한 바다 향과 고매한 인품이 우러나는 그윽한 文香 느끼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뵙는 반가움이 커서 짧은 댓글로나마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이 듦과 언행이 비례되어야 함에도 늘 부족합니다. 살다보니, 역시 다시다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늘 솔선수범, 앞서 실천하는 모습에서 '귀감'이란 낱말의 뜻을 바로 세웁니다. 건강하십시오.
사모님이 편찬으시군요. 상심이 크셨겠습니다.
이제껏 잘 살아 오셨으니 하느님의 배려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선생님 힘 내세요~~
네, 요즘 좀 심란하네요. 식구 중(특히 아내)한 사람이 아프면 모든 사안들이 중단되고 급기야는 삶에 회의도 느끼기도합니다.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지금은 어떠신지...보문산 봄햇살 아래 걸을 때 사모님과 대화를 나누며 들었는데 수술을 하셨군요. 시종일관 온화하고 밝고 고우셨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좋은 결과 있길 소망하며 함께 기도드립니다.
오랜만이지요? 코로나가 냉큼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재발될 지 몰랐는데 걱정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아내를 사랑하시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건강하시고요, 기도 부탁드립니다.
고운 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서로 잘 챙기시고 ~~ 환한 얼굴로 다시 뵙게 될 때까지 건강 살피셔요. 이태호 선생님, 힘 내세요^^*
네, 고맙습니다. 나이가 드니 철이 드는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코로나가 저물고, 아내의 미소도 은은할 때 만나야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세월이 흐를수록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빨리 건강 회복하셔서 두 분께서 다정히 저수지 산책을 하셨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최중호 작가님, 요즘은 장비와 의술이 좋으니 재수술도 무난하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수지 곁길은 산책하기 좋은 코스랍니다. 건강하십시오.
海軒 선생님.
봄날씨는 이렇게 화창한데, 얼마나 심려가 크셔요?
부디 굳은 의지와 지극한 정성과 섬세한 의술로 빠른 쾌유를 빕니다.
힘내세요.
어느덧 여름의 문이 열렸습니다. 만리포에도 이곳저곳에서 단장하느라 부산합니다. 올 여름 특수를 노리는 셈이지요.
어서 코로나가 달아나기를 바랍니다. 아내는 6월 초 수술이 잡혔습니다. 가기천 선생님의 바람대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