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규정서 방문투표 못한
선거인 위해 투표소투표 규정
투·개표 상황에서 시정요구
권한 가진 참관인 부재
선거 공정 침해해 결과에 영향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입주민들의 동대표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방문투표를 실시하는 단지가 많은 가운데 최근 방문투표에 관해 주목할 만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아파트 동대표 선출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서 규정된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고 투·개표 참관인 없이 방문투표만 실시한 것에 대해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정진원 부장판사)는 경기 의왕시 A아파트 전(前) 동대표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선거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가 2015년 5월 실시한 동대표 선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각하하고, 피고 대표회의가 2015년 6월과 7월에 각 실시한 제7기 동대표 선거 및 임원선거는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기 의왕시 A아파트는 2015년 5월 제7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위해 총 18개 선거구 중 11개 선거구에서 동대표 선거를 실시, 이 중 제1, 5선거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거구에서 방문투표를 진행했다(제1차 선거). 하지만 의왕시는 방문투표가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재선거를 요구했고 선관위는 2015년 6월 방문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던 제1, 5선거구를 제외하고 다시 선거를 실시했다(제2차 선거). 이를 통해 입주자 과반수가 투표하지 않은 제4선거구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에서 동대표가 선출됐으나 의왕시로부터 ‘재선거를 실시하지 않았던 제1, 4, 5선거구에 대해서도 재선거를 실시하라’는 취지의 통지를 받게 되자 선관위는 2015년 7월 그 중 제1, 5선거구에 대해 재선거를 실시했다(제2차 선거). 이어 같은 달 12명의 동대표 당선인 중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선거를 실시해 B씨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전임 동대표 B씨는 “이 아파트 제1차 선거 당시 투표참관인이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투·개표가 실시돼 선관위 규정을 위반했다”며 “제2차 선거도 선관위는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고 방문투표만을 실시, 투표참관인, 투·개표참관인이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투·개표가 실시돼 선관위 규정을 위반했으므로 무효인 제1, 2차 선거에 의해 당선된 당선인들을 후보자로 한 선거 역시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서 동대표 선거시 후보자가 1인인 경우 호별방문을 통해 찬반투표를 하는 방문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방문투표기간 중 투표하지 않은 선거인은 투표당일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투표소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방문투표만을 진행한 것은 선관위 규정을 위반해 진행된 투표”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는 투표소투표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방문투표 기간 중 투표하지 못한 선거인을 위해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선거인들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규정으로 임의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피고 대표회의는 또 의왕시도 투표소투표 또는 방문투표 여부는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의견을 표명해 방문투표만을 진행한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하지만, 의왕시의 의견은 아파트의 자체 규정 등에 따라 투표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의견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설령 의왕시가 이 아파트 선관위 규정에 대한 어떠한 해석을 했더라도 그 해석에 법적인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참관인 미선정에 대해 “투·개표관리관이 존재했다고 해 이들이 투표참관인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없어 투표관리관이 투·개표참관인을 겸임했다는 피고 대표회의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재판부는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고 투·개표참관인 없이 방문투표만을 실시한 제2차 선거는 그 절차에 하자가 있으며 이같은 하자는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하므로 제2선거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제2, 8, 11선거구의 경우 기권(방문시 부재중)으로 집계된 표가 찬성표보다 많거나 반대표와 기권표를 합하면 찬성표보다 많게 돼 기권으로 집계된 표가 모두 투표를 했을 경우 선거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제2차 선거의 경우 투표참여수가 선거인수의 과반수를 근소하게 넘긴 선거구가 다수 존재하는데 종료시간이 준수됐는지 여부 및 선관위원 또는 투표관리관이 성실하게 방문투표를 진행했는지 여부 등에 따라 과반수 이상이 투표하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제2차 선거가 무효인 이상, 제2차 선거를 통해 선출된 동대표들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이 돼 실시한 임원선임결의 역시 무효”라며 “이 사건 소 중 제1차 선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청구 부분은 재선거를 실시하라는 의왕시의 권고에 따라 제1차 선거가 무효임을 전제로 제2차 선거가 실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표회의는 이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첫댓글 동대표도 안 나오는 판인데 참관인이라니, 복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