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 자리에서 함께 하지만 다음에는 함께 할 수 없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나라마다 인사말이 있는데 인도의 인사말은 “나마스떼” 라고 하는데 무슨 뜻이냐면 ‘내안의 사랑과 지혜를 담아서 당신 안에 깃든 신에게 예배한다’는 뜻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인사는 “미타쿠에오야시” 이것이 무슨 뜻이냐면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나와 당신이 둘이 아니고 나무와 시냇물과 새가 다 하나의 생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아바타라는 영화에서 보면 나비족들이 만나서 "아이 씨 유(I see you)"라고 하지요. 사람을 만나도 동물을 만나도 아이씨유라고 인사를 하지요. 그 사람의 경력이나 재산이나 외모를 보는 게 아니라 본성을 본다는 겁니다. 존재의 본성을 볼 때 모든 존재는 하나라는 것입니다. 큰 독수리를 보고 아이씨유라고 하면 독수리와 내가 하나가 되어서 하늘을 나는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디언들의 그림을 보면 사람과 늑대와 강물과 달이 하나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개체로서 인식을 하기 때문에 외롭고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절에 와서 가르침을 배우는 것은 힘들게 살아가는 원인을 알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치를 배워서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법을 배워야 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말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영원히 편안하시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영원한 안식, 영원한 평안, 영원한 행복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며, 어떤 존재로 변해야 할까요. 안녕하시냐는 말뜻에 우리 민족의 오래된 반만년 정신문화가 깃들어져 있습니다. 내가 ‘안녕하십니까?’ 하면 상대방이 ‘반갑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반갑습니다 라는 말은 ‘당신은 신적인 존재입니다’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육체적인 존재를 가지고는 안녕 할 수가 없습니다. 내 마음과 육신의 노예노릇을 하기 위해서 번뇌, 상처, 고통을 주고 받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뿌리를 밝힐 수 있는 지혜가 깃든 말이 인사말로 내려온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의 인사말은 민족의 정신문화를 추적해 가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정월대보름이고 잃어버린 민족의 정서를 다시 상기하는 날입니다.
우리들의 마음안에는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상처를 받았던 기억때문에 삶의 짐이 되어서 사는 것이 우울해지지요. 오늘은 그런 기억들을 방생하는 날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겨울에 연을 만들어서 날리다가 보름날에는 그 연에 마음의 짐을 실은 다음에 실을 끊어서 연을 하늘높이 올려 보냈지요. 연과 함께 우울하고 괴로웠던 기억들이 같이 하늘로 날려 버립니다. 지금부터 연을 앞에 두고 마음속에 나에게 상처주었던 사람의 이름, 마음속의 고통이나 짐을 생각나는 대로 적으세요. 그 연을 바람에 날리세요. 연이 바람을 타고 솟아 오르면 실을 끊어서 하늘높이 올리세요. 연이 하늘높이 올라갔지요?
정월기도를 하고 방생을 하는데 가장 공덕이 많은 방생이 뱀방생입니다. 중국사람들은 정월이 되면 뱀집에 가서 뱀을 사 가지고 산에 풀어 줍니다. 티벳 사람들은 염소나 개, 이런 짐승들을 사가지고 절에 풀어 줘요. 방생한 짐승들은 목에 빨간 띠를 묶어서 죽임을 당하지 않고 천수를 누리도록 절에서 살게 되요. 뱀을 보면 누구나 무서워하고 징그러워하고 죽여 버리려고 하지요. 뱀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하지 않지요.
뱀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독한 사람, 용서하지 못하는 언젠가 죽여버리고 싶고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스스로 죽어버리고 싶은 복수에 한이 맺힌 사람들이랍니다. 이런 복수의 감정을 풀지 못하고 한을 가지고 죽게 되면 다음생에 독이 있는 짐승, 독사나 전갈의 몸으로 태어난다고 해요. 뱀을 보면 무서워하고 죽이고 싶어하지 말고, 한없는 자비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뱀이 내 안에서 생겨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수용못하고 감당하지 못할 때 화를 내지요. 이것이 지나치면 원한으로 발전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안에 뱀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연에다가 내안의 뱀의 마음을 실어서 내보내고 내가 깃털처럼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부처님은 연꽃위에 앉아 계시지요. 우리가 연꽃위에 앉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연꽃이 망가지겠지요. 우리들의 공부가 깊어져서 안녕하신 세계에 들어가면 부처님과 보살님들처럼 연꽃위에 앉아 있을 수가 있을 겁니다. 부처님의 걸음 걸음에 연꽃이 피는 것은 허공을 걷는 것처럼 가벼웁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