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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193) 세상을 보는 눈이 이렇게도 다를 수가 있는가 ? ( 노숙과 조조)
노숙이 강하에 주유의 군영으로 돌아와, 유비 군영을 다녀온 사실을 보고하자 주유가 말한다.
"공명은 정말 대단한 자요. 내가 조조를 놔준 것은 놈을 유비의 진영으로 보내, 그들로 하여금 그를 죽이게 함으로써, 장차 조조의 남은 세력이 유비를 철천지 원수로 여겨, 주공의 입지를 다지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뜻밖에 예전에 조조의 은혜를 입었던 관우에게 화용도를 맡겨, 그가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다니...."
주유는 고개조차 흔들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이,
"공명이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있는데 어느 누가 당해낼 수가 있겠소."
하고, 자신이 손 쓸 수 없었던 일 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였다. 그러자 손권이 말한다.
"제갈양이 의도적으로 그런 것 같소."
"의도적일 뿐 아니라, 관우가 조조에게 베푼 은혜로, 조조가 유비에게 빚을 진 셈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조조의 최대의 적은 우리가 되어버린 겁니다."
주유가 손권의 처지를 염려하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아니오. 조조는 우리가 살려주지 않았어도, 여전히 우리를 최대의 적으로 삼았을 겁니다. 현재의 유비 세력은 강동에 미치지 못하니까요. "
그 말을 듣고, 주유가 노숙을 똑바로 쳐다 보며 따지듯이 입을 연다.
"자경, 이 사실은 꼭 집고 넘어가야겠소. 유비가 자결을 하겠다고 했으면 그냥 놔 둘 일이지, 왜 말렸단 말이오 ? 눈치 못 채셨소 ? 자기들 끼리 북 치고 장구 치면서 말려 달라고 당신앞에서 연극을 한 게 아니오 ? 조조를 놔 준 죄과를 떨치려고 말이오 ?... 당신이 마음이 약했던 거요..."
주유는 노숙에게 손가락질까지 해보이며 말하였다. 그러나 노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공근 ! 나도 연극인 줄 알았소."
"그럼, 왜 말렸던거요 ?"
"하 ! ..연극을 하려면 관객이 있어야 하질 않겠소 ? 내가, 마음은 약하지만, 그렇게 어리석진 않소. 허나, 때로는 어리석은 척을 해야 하는 관객의 역활을 해야 하는 때도 있소. 이번 일이 바로 그때였소."
"응 ? 왜죠 ?"
이번에는 손권이 노숙의 말에 더욱 궁금증을 냈다. 그러자 지금까지 주유를 마주보고 말한던 노숙이 손권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주공, 조조가 비록 적벽에서 패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네개 주(州)와 수십 개의 성(城)을 아직도 가지고 있으며, 북방의 군사들은 물론, 전답과 백성들 또한 여전히 건재한 상태입니다. 천하의 대세만 보더라도 조조는 여전히 우리의 최대의 강적이고, 그에 비해서 각 지역의 제후들은 약세에 있는지라. 우리 동오는 유비가 잘려 나가더라도 조조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해서, 그 쪽을 살려두는게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자,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길입니다. 주공 ! 앞으로 한동안은 부득이 유비와 손을 잡고, 조조에 맞서야 합니다. 때문에 관우가 조조에게 은혜를 베풀었듯이, 우리도 그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합니다. "
"흠, 말씀이 과하시오."
주유는 어디까지나 불만이었다. 그리고 자세를 고치며,
"적벽 싸움은 우리 군이 주도했고, 유비군은 이만 뿐이었는데, 어찌 우리와 비교한 단 말이오 ? "
"그렇소, 유비군이 적기는 했지만, 유비는 특별한 사람이오. 그는 천자의 황숙이며 큰 뜻을 품은 한실의 적자요. 수년 전 조조가 매화나무 아래서 유비와 함께 천하의 대세를 논할 때에, 조조는 십만이 넘는 병사를 가졌지만, 유비는 소수의 병사만을 가지고 조조에게 의탁해 있었소. 그때 조조가 천하의 영웅론을 말하며, 천하의 영웅은 자신과 유비 뿐이라고 하였소. 주공 ! 주공께서 훗날 중원을 도모하고 위엄을 이루시려면, 반드시 조조를 멸해야 하며, 그 전제 조건은 유비와 연합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유비를 죽여서는 안되며, 오히려 위기에 순간에 도와야만 합니다. 유비의 세력이 크면 클 수록 조조를 견제하기가 쉽고, 유비를 이용해야만, 우리 강동도 입지를 다질 수 있습니다."
노숙의 말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래도 주유는 불만어린 어조로 말한다.
"자경, 한 마디만 하겠소. 당신이 공명과 교분이 두텁다는 것은 알겠지만, 당신은 강동의 녹을 먹는
주공의 신하이니, 다른 마음은 품지마시오 !"
주유는 이렇게 내뱉고는 자리를 떠나간다. 노숙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유를 만류한다.
"공근, 공근 ! 기다리시오 !"
그러나 주유는 뒤도 돌아보지 아니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허허허헛 !..."
손권의 웃음 소리에 노숙이 뒤로 돌아서 손권의 얼굴을 보았다. 손권은 노숙과 눈이 마주치자,
"자경, 공근은 적벽대전에서 승리한 뒤에 지위가 달라졌소. 말을 할 때에도 어투가 전과는 다르지 않소 ? 언짢게 생각하지 마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자신의 주공인 손권의 동의를 구한다. 그러자 손권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노숙이 말한다.
"주공, 저는 공근과 십년이 넘는 지기입니다. 공근의 지략은 저보다 열 배는 뛰어나고, 조금 전 공근이 화를 낸 것은 저 때문에 낸 것은 아니고, 사실, 제갈양 때문입니다. 주공 ! 이 넓은 땅과 끝없는 하늘이 지금 공근 눈에는 너무나도 작습니다. 두 명의 지략가를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요..."
"맞습니다, 자경의 말씀은 두 사람을 꿰뚫어 보는 심안이 담긴 말씀이오."
"허나, 공근이 수긍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조금 전에 제가 한 말은 공근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닙니다."
"음 ? 그럼 내가 들으라고 한 소리요 ?"
손권이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러자 노숙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손권의 앞으로 달려나가 무릅을 꿇고 두 손을 맞잡아 올려 보이며,
"주공 ! 삼십 년동안 손유의 연합을 지속해야 합니다. 아니면 곧 조조에 병합 될 겁니다."
하고, 비장함이 담긴 어조로 말하였다. 손권이 노숙의 말을 듣고 결연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노숙을 행해 두 손을 올려 예를 표하며, 고개를 숙여 비장한 어조로 대꾸한다.
"자경, 내 명심하겠소."
...
한편, 천신만고 끝에 화용도를 거쳐, 이십 여명의 부하들과 함께 간신히 목숨을 건져 남군성(南郡城)에 들어온 조조는 처참했던 적벽대전의 후유증으로 망연자실한 상태로 지친 몸을 침대에 기대어 마냥 쉬고만 있었다.
정욱이 조조를 찾아 뵈었다.
그러나 조조는 그의 방 밖에서, 아까부터 사내들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기에, 누워 눈을 감은 채로 정욱에게 묻는다.
"누가 저렇게 우는가 ?"
"요 며칠 오림에서 패잔병들이 귀환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서로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으로 서로 얼굴만 보면 부등켜 안고 울고 있습니다. "
정욱이 침울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눈을 감은 채로 낮고 맥빠진 소리로 묻는다.
"오늘은 누가 돌아왔는가 ? ..."
"허저가 돌아왔습니다."
"허저 ?..."
조조는 허저가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자, 비로서 눈을 가늘게 떠 보였다. 그러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허저도 우느냐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정욱은,
"하 !... 가장 슬피 우는게 바로 허저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잠시 그대로 있었다.
그러더니 조조는 피곤에 지친 몸을 천천히 일으켜 신발을 신는 것이었다. 그러자 정욱이 놀라며,
"승상, 어디를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가봐야지.."
하고, 대답하며, 문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정욱이 한 발 앞서나가며 조조의 외투를 꺼내어 그의 등에 얹어주었다.
조조가 거처하며 휴식중인 방 앞에서는 허저가 조인의 발치에 주저 앉아 울고있었다.
"됐어, 됐어.. 이제 그만 울게, 그만..."
조인은 허저를 위로하고 있었다.
"삼천 철기중에 나 하나만 살아 남았습니다 ...키잉 ! 흐흐흑 !..."
허저는 이렇게 뇌까리듯 말하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나의 삼천 군사가 다 죽었다는 말입니다 !..."
하고, 자책하며 오열하였다. 이런 허저를 내려다 보며 조조가 나타나자 그 곳에 있던 장수와 병사들이 모두 일어서며 조조를 향해 예를 해보였다.
"승상 나오셨습니까 ?"
그러나 허저는 조조가 나왔는 데도 그대로 주저 앉은 채 울고만 있었다. 발 아래 울고 있는 허저를 한번 힐끗 쳐다본 조조는 입시한 장졸들을 한번 쳐다 본 뒤에 울고 있는 허저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허저를 향하여,
"왜 울어 ? 당당한 장수가 눈물은 흘리지 말아야지...승패는 병가지 상사야 !"
하고, 말했지만, 허저는 조조의 위로에도 아랑곳이 계속 흐느껴 울기만 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이봐, 허저 ! 가서 군사를 소집하는 북을 울려라. "
하고, 명하였다. 그러나 허저는 꼼짝도 하지 아니하고 계속 흐느끼기만 하였다.
"내 말이 안 들리나 ?"
하고, 조조가 힐난하 듯이 말하자, 허저는 울면서,
"승상, 제 삼천 군사가 전멸했습니다. 흐흐흑 !.. 면목이 없습니다. 저만 살아서 왔습니다. 정말 창피하게도요 ! 흐흐흑 !..."
하고, 울면서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불현듯, 허저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며, 자신의 앞으로 돌려리면서, 자기 앞으로 향하게 하였다.
그리고 허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외쳤다.
"아직 살아있질 않나 ! 자네가 살아 돌아와서 내가 얼마나 기분 좋은 줄 알아 ? 삼천 군사가 뭐라고 ! ... 삼만 군사를 잃을 수도 있는 것이 전쟁이란 것을 모르나 ? 웃어 ! 어서 !"
조조는 허저의 가슴에 두 손을 대고, 군령을 하달하 듯이 말하였다. 그러면서 허저를 똑바로 바라보니,
어느덧 허저도 울음반 웃음반을 토해 내기 시작하였다.
"으흐흑, 흐흐..."
"흐흐흐흐...."
조조와 허저는 서로를 마주보고, 웃음인 듯 울음인 듯, 묘한 웃음을 웃기 시작했다.
조조가 허저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한다.
"북을 울려서 군사들을 소집해라."
그러나 허저는 조조의 얼굴을 빤히 쳐다만 볼 뿐, 일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조조가 다시 말한다.
"내가 가서 울릴까 ?"
그러자 옆에서 그 소리를 들은 정욱의 채근이 날아간다.
"허장군, 뭐 하시오 ? 어서 가지 않고 ?"
허저는 정욱과 조인, 조홍의 채근을 듣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하여 소집을 알리는 대고(大鼓)앞에 서서, 북채를 움켜잡고 힘찬 방망이질을 해대었다.
"둥, 둥, 둥, 둥 ! ... 둥, 둥, 둥, 둥 !..."
허저가 맹렬히 두두리는 대북소리는 남군성 전체에 울려퍼졌다. 그리하여 각지에서 귀환한 패잔병들과 부상병들은 그 소리가 모두를 소집하는 북소리임을 알아 차리고 지치고 힘든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쪽으로 천천히 모여들었다.
병사들이 하나 둘씩 다친 병사를 서로가 부축하며 나타나기 시작하자 허저의 소집을 알리는 북소리는 템포가 빨라졌다.
"둥,둥,둥,둥 !.. 둥,둥,둥,둥 !.."
병사들은 어느덧 조조가 앉아 있는 단하로 모여들어, 그 아래 땅바닥에 맥없이 털석 주저앉았다.
병사들이 거의 다 모여들자 조조가 입을 열어 말한다.
"장수는 의원(醫員)과도 같다. 의원은 치료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의술도 뛰어나지, 바꿔 말하면 다른 사람 모르게 죽인 사람이 많을 수록 경험이 쌓여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명의(名醫)가 되는 것이지. 전쟁도 마찬가지다. 장수가 패전을 경험하지 않고서 어찌 승리하는 법을 알 수 있을 것인가 ? 백전 백승을 하는 장군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패해도 절망하지 않고 더 용감해져야, 마지막에 가서 승리를 할 수가 있다. 우리가 팔십만 대군으로 남하를 했지만 오륙만밖에 안 되는 그들에게 패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최근에 수년동안 너무 많이 계속해 승리해 왔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자만에 빠져서 적을 얕본 것이다. 더구나 난, 놈들의 그 사소한 고육계 조차도 간파하지 못하고 , 동오의 화공에 당한 것이야. 이것으로 볼 때, 우리는 사실 패해야 할 시기가 왔던 것이다. 실패는 곧 성공의 어머니이다, 실패는 성공할 방법을 깨우쳐 주고, 어떻게 승리할 지를 가르쳐 주는 기회다. 사람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 잡거나 놓을 줄 알아야 하듯이, 전쟁도 마찬가지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적벽에서 대패를 했지만, 우리의 근간은 손상되지 않았다. 천하 영토중 우린 여전히 방대한 네개 주를 거느리고 있고, 중원의 삼분의 이에 이르는 땅에, 수많은 백성들과 군마를 가졌으며, 그것에서 막대한 세금을 걷어 들이고 있다. 이것은 여전히 손권과 유비의 비해 몇 배가 더 많다. 조정은 여전히 허창이며, 아직 우리 수중에 있지만, 반면에 손권과 유비는 그렇지 못하다. 위기의 순간에 둘은 하나로 뭉쳐서 상대에 대항하지만, 일단 승리하면, 서로 속고 속이는 암투를 벌일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주유와 제갈양이 한 마음 한 뜻이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오림에서 포위를 뚫고 나왔겠는가 ? 어떤가, 내 말이 틀린가 ?"
조조가 이쯤에서 말을 마치면서 병사들의 동의를 물었다. 그러자 대번에,
"맞습니다 !"
"그렇습니다 !"
"승상의 말씀이 현명하십니다 !"
등등의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조조의 마무리 말이 나온다.
"손유 따위들은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분열을 할 것이고, 우리에게 필패할 것이다 ! "
"맞습니다 !"
"옳습니다 !"
"우리에게 패할 겁니다 !"
조조의 외침에 병사들의 동조의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허저, 조인, 조홍과 정욱을 비롯한 장수들과 참모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조조의 말에 동감을 표시하였다.
그러면서 모든 병사와 장수들은 ,
(승상의 세상을 보는 눈은 어쩌면 이렇게 남들과 다를 수가 있는가 ?...)
하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
* 글 끝에 붙여...
서양에는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있다.
<바이더 피플, 오브더 피플, 포더 피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
그런가 하면 동양에는 조조의 남군성 연설이 있다.
<패해도 절망하지 않고 더 용감해져야, 마지막에 가서 승리를 할 수 있다...실패는 성공할 방법을 깨우쳐주고, 어떻게 승리할 지를 가르쳐 주는 기회다..>
우리나라에서는 문대통령의 취임 연설이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
위의 세 가지 말중에 여러분은 어떤 말이 가장 공허(空虛)하게 들리는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