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깨드릴 테니 탈출하라”… 베테랑 747 버스 기사의 마지막
최혜승 기자입력 2023. 7. 17. 20:06수정 2023. 7. 17. 20:58
운수회사 홈페이지엔 네티즌 애도 물결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폭우로 노선을 우회해 궁평2지하차도에 들어섰다가 변을 당한 747번 버스기사가 물이 차오르는 순간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려 했다는 증언이 전해졌다.
사고 발생 시각인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747번 급행버스를 몰았던 기사는 50대 이모씨로 확인됐다. 당시 버스는 폭우로 기존 경로가 통제되자 우회해 궁평2지하차도에 진입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747번 급행버스는 오송역과 청주공항을 오가는 노선으로, 평판과 실적 등이 좋은 기사들에게 배정된다고 한다. 이씨 역시 성실함으로 주변인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한 동료는 연합뉴스에 “새벽 5시 반 출근인데 3시에 먼저 와서 사무실 청소하던 성실했던 친구”라며 “10년 전 시내버스 회사에 입사해 최근에는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도 받았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사고 순간 거센 물살에 차가 움직이지 못하자 이씨가 승객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유리창을 깼다는 증언도 있다. 여행을 가기 위해 오송역행 버스를 탔다가 숨진 20대 여성은 당시 친구에게 전화로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드릴 테니 빨리 탈출하라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와 일부 승객은 침수된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씨는 결국 17일 오전 1시25분쯤 주검으로 발견됐다.
15일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물에 잠기자 버스를 탈출해 다리 난간에 매달려있던 승객들이 구조대원들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독자제공
이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씨의 소속 운수회사 홈페이지에 애도의 글을 남기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번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돌아가신 운전자와 승객들을 위해 애도한다”며 “흙탕물이 밀려오는 공포 속에서 많이 무섭고 고통스러웠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승객들을 살리려고 노력한 기사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끝까지 안전운전을 위해 노력했을 기사님과 유족분들이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회사 측에서 철저한 조사와 보상을 해달라” “본인의 안위보다 승객 한분이라도 내보내려고 애쓰신 마음에 존경을 표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15일 CCTV에 찍한 청주 궁평2지하차도 침수 모습. / 뉴스1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9명이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중 8명은 모두 차량 외부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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