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내용은 보도된 사실과 편지를 바탕으로 각색한 추리소설입니다.
부산 북구갑. 11월의 새벽 두 시.
선거사무소 골목 끝에서 불이 꺼지지 않는 창문이 하나 있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한 남자가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정치 생명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이미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서류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지였다.
한동훈 40.2%. 하정우 33.8%. 박민식 17.9%.
박민식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것은 총성 없는 살인이었다. 흉기는 숫자였고, 범행 현장은 여론이었으며, 피해자는 아직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탐정은,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김해공항, 오전 열한 시.
송영길이 입국장을 빠져나올 때, 그를 기다리는 것은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군중 속 한쪽 기둥 뒤에, 낡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손에는 커피 한 잔. 눈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그의 이름은 이강준. 전직 검찰 수사관이었다. 지금은 사설탐정이었다.
그는 송영길을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송영길 뒤를 따라붙는 두 명의 보좌관을 향해 있었다. 특히 오른쪽 보좌관 — 이현민이라는 자 — 의 코트 주머니가 불룩하게 솟아 있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봉투다. 두꺼운 봉투.
이강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건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그가 이 사건을 의뢰받은 것은 사흘 전이었다.
의뢰인은 전화로만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불분명하게 변조되어 있었다.
"북구갑 선거를 들여다보십시오. 세 명의 후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사건은 선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진짜 사건은 무엇입니까."
"태블릿입니다."
전화는 그것으로 끊겼다.
이강준은 사무실 벽에 지도를 붙이고 세 개의 이름을 적었다.
하정우. 한동훈. 박민식.
그리고 네 번째 이름을 아래에 적었다.
송영길.
그는 빨간 핀을 지도의 부산 북구에 꽂으며 생각했다.
살인 사건에는 반드시 세 가지가 있다. 동기, 기회, 그리고 흉기.
이 사건의 흉기는 태블릿이다.
하정우의 선거사무소는 깔끔했다.
지나치게 깔끔했다.
이강준은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정치 컨설턴트입니다. 선거 분위기 파악차 방문했습니다."
하정우는 젊고 단정한 인상이었다. 악수가 힘 있었고, 눈빛이 똑똑했다. 그러나 이강준이 오래 상대해온 인간형이기도 했다.
너무 준비된 사람.
"한동훈 후보와의 격차를 어떻게 보십니까."
"오차범위 안입니다. 충분히 뒤집을 수 있어요."
"태블릿 이슈는요?"
하정우의 눈이 아주 잠깐 — 0.3초 정도 — 흔들렸다.
"그건 법원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이미 판단했지 않습니까."
"...그렇죠."
이강준은 사무소를 나오며 수첩에 적었다.
하정우 — 태블릿 이슈에서 눈이 흔들렸다. 회피. 이 사건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자.
동기: 있다.
한동훈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강준은 사흘을 기다렸다. 결국 우연을 가장한 접근을 택했다. 북구의 한 식당, 한동훈이 저녁 일정을 마치고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실례합니다."
한동훈은 멈추었다. 경호원이 앞을 막으려 했지만, 그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무슨 일입니까."
이강준은 말했다.
"태블릿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식당 안이 조용해졌다. 한동훈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이강준의 눈을 끌었다.
너무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그 주제라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장시호 판결에 대해서도요?"
"법원의 판결은 존중합니다."
"존중하지만, 인정은 안 하시는군요."
한동훈은 이강준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었다. 두려움은 아니었다. 경계였다.
"당신 누구요."
이강준은 명함을 내밀지 않았다.
"그냥 진실이 궁금한 사람입니다."
그는 돌아서서 식당을 나왔다.
뒷덜미에 한동훈의 시선이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수첩에 이강준은 적었다.
한동훈 —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경계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경계하지 않는다. 알기 때문에 지키려는 것이 있는 사람이 경계한다.
흉기와 가장 가까운 자.
박민식은 이강준을 보자마자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강준은 멈추었다.
"저를요?"
"탐정이 오리라 생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그런 사건이니까요."
박민식의 회의실에는 변희재가 함께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서류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장시호 판결문입니다."
이강준은 자리에 앉아 봉투를 바라보았다.
"이걸 왜 저한테 보여주십니까."
박민식이 말했다.
"당신이 이 사건을 파고 있다면, 이것부터 봐야 합니다."
이강준은 천천히 봉투를 열었다.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한 장, 두 장, 세 장.
그의 눈이 한 문장에서 멈추었다.
그는 봉투를 내려놓고 박민식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확정 판결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강준은 잠시 생각했다.
"이 사건의 구조가 보입니다."
변희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어떤 구조입니까."
이강준은 수첩을 꺼냈다.
"이 사건은 두 개의 층위가 있습니다."
이강준은 수첩을 테이블 위에 펼쳤다.
"표면적으로는 북구갑 보궐선거입니다. 세 명의 후보, 갈라진 보수, 어부지리를 노리는 파란 깃발. 그러나 그것은 무대일 뿐입니다."
박민식이 물었다.
"그렇다면 진짜 사건은?"
"태블릿입니다. 그리고 태블릿을 둘러싼 두 가지 특검."
이강준은 수첩에 도식을 그리기 시작했다.
"송영길은 한동훈 조작 수사 특검을 주장합니다. 한동훈은 이재명 공소취소 특검 저지를 외칩니다. 겉으로는 두 사람의 싸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로를 방패로 삼고 있습니다."
변희재가 말했다.
"방패?"
"네. 송영길은 태블릿 진실을 무기로 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정치적 복귀를 위한 방패로 쓰고 있습니다. 한동훈은 특검 저지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자신에 대한 조작 의혹을 덮는 방패로 쓰고 있습니다."
이강준은 펜을 내려놓았다.
"두 사람 모두, 진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진짜 진실은 아무도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박민식이 천천히 물었다.
"그렇다면... 진짜 진실을 꺼내는 사람이 이 사건의 열쇠를 쥐는 것입니까."
이강준은 박민식을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진실의 창과 방패를 동시에 갖게 됩니다."
이강준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북구의 낡은 국밥집이었다.
제보가 있었다. 익명이었다.
"노인을 찾아가시오. 그는 이 동네의 모든 선거를 기억합니다."
노인은 구석 테이블에 앉아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이강준이 맞은편에 앉자, 노인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왔군요."
"저를 아십니까."
"기다렸습니다."
이강준은 놀라지 않았다.
"송영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노인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 사람은 억울했습니다. 그건 사실이에요. 무죄도 사실이고. 그런데..."
"그런데?"
"억울한 사람이 반드시 정의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이강준은 수첩을 꺼내지 않았다. 이 말은 수첩에 적을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태블릿 이슈를 꺼내드는 이유가 순수하지 않다고 보십니까."
노인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진실이 누구 손에 들리느냐가 문제입니다. 같은 칼이라도 요리사 손에 들리면 음식이 되고, 강도 손에 들리면 흉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태블릿 진실은 지금 누구 손에 있습니까."
노인은 오래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직 아무 손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위험한 거예요."
이강준은 국밥집을 나오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부산의 11월 하늘은 낮고 무거웠다.
이강준의 사무실에 전보 하나가 도착한 것은 그날 밤이었다.
발신지는 워싱턴 D.C.
내용은 단 두 줄이었다.
"태블릿 사안, 미 의회 의제 검토 목록 등재 확인. 한국 내 진실 규명 여부 주시 중."
이강준은 전보를 테이블 위에 놓고 오래 바라보았다.
이 사건은 이제 부산 북구갑의 골목을 넘어섰다.
진실이 국경을 건넜다.
그는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적어온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하정우의 흔들리는 눈빛.
한동훈의 흔들리지 않는 경계심.
박민식의 손에 쥔 판결문.
변희재의 조용한 확신.
송영길의 화이트보드.
노인의 경고.
그리고 태블릿.
모든 선이 하나의 점으로 모였다.
이강준은 수첩에 천천히 적었다.
이 사건의 진범은 특정 인물이 아니다.
진범은 진실을 외면한 시간 그 자체다.
그리고 공범은, 진실을 알면서도 이용만 한 모든 자들이다.
선거일 이틀 전, 이강준은 박민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박민식은 말없이 들었다.
"이 사건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태블릿 진실은 확정된 사실입니다. 법원이 인정한 것이에요. 그런데 그 진실은 지금 두 사람의 손에서 각각 무기로 쓰이고 있습니다. 송영길은 자신의 정치적 복귀를 위해, 한동훈은 자신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진실을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꺼내십시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게 가능합니까."
이강준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부산의 밤이 깊었다.
"가능한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만이 진짜 진실의 창이 되는 방법입니다. 이기기 위해 드는 창은 결국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이강준은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사무실을 나섰다. 바람이 불었다. 그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탐정이 진실을 밝혀도, 그것을 세상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
이 사건의 마지막 증인은, 투표함 앞에 선 사람들이었다.
선거는 끝났다.
결과가 어떻든, 이강준의 수첩에는 마지막 한 줄이 남았다.
"진실의 창은 누구나 들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의 방패는,
진실 위에 선 자만이 가질 수 있다."
그는 수첩을 덮었다.
사무실 창밖으로 부산 바다가 보였다. 파도는 여전히 밀려왔다가 사라졌다. 태블릿은 여전히 어딘가에 있었다. 진실은 여전히 아무 손에도 완전히 들리지 않은 채였다.
이강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서 새 수첩을 꺼냈다.
다음 사건을 기다리며.
탐정은 진실을 찾는다.
정치인은 진실을 이용한다.
그리고 역사는, 그 둘을 모두 기록한다.
이강준의 수첩, 마지막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