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토론 프로 진행자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로 흔히 두 사람을 꼽습니다.
MBC의 손석희 씨와 KBS의 정관용 씨.
두 사람 모두 이명박 정부 들어 ‘탄압’을 받았죠.
우여곡절 끝에 손석희씨는 아직은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정관용씨는 작년 11월말로 KBS에서 결국 쫓겨났습니다.
요즘 그는 뭘 하며 어찌 지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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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심야토론 진행자로 활동했던 시사평론가 정관용 씨
오늘 점심 때 회사 인근에서 정관용씨와 같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단둘이서 먹은 건 아니고, 그의 친구이자 제 후배인 사람과 셋이서요.
나이로는 제가 그보다 세 살 위입니다만, 한동안 저는 제가 후배인줄 알았습니다.
그를 떠올리면 먼저 희끗희끗한 흰 머리에 양 볼이 패인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양 볼에 제법 살이 붙은 모습이었는데요,
얇은 잠바에 등산복 윗도리를 걸쳤는데, 인상이 밝아 보여 보기 좋았습니다.
저와 그는 두어 번 정도 만났는데, 그 중 한번은 제가 ‘심야토론’에 출연했을 때입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자연히 근황을 먼저 물어보았죠.
뭘 하고 지내느냐고 물었더니, 요즘 좀 쉬고 있답니다.
쉰다고 해서 하루종일 집에서 뒹구는 완전 백수는 아니구요,
현재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로 출강중이랍니다.
작년 11월말에 KBS를 그만 둔 뒤 머리를 좀 식혔답니다.
금년 1월에는 북부아프리카를, 2월에는 히말라야를 다녀왓다네요.
88년 CBS를 통해 방송계 입문한 뒤 작년까지 12년간 방송을 했답니다.
그것도 주로 생방송 시사프로만요.
시사프로를 ‘생방송’으로 했다면 그 스트레스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KBS의 토론프로 발전에 그가 상당한 기여를 한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그는 KBS 1TV의 간판 토론프로그램인 '생방송 심야토론'을 5년째 250여 회를,
또 KBS 1라디오 '열린 토론'은 무려 6년째 1600여 회를 진행했답니다.
‘열린 토론’은 매일 하는 프로죠.
그래서 '대한민국서 토론 사회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이라는 별명도 붙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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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심야토론' 진행 당시의 정관용 씨
그런 그는 지난해 11월 6년째 일해 온 KBS에서 쫓겨났습니다.
당시 KBS 측은 “제작비 압박에 따른 출연료 절감”을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세상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KBS 안팎의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금년 2월 그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애길 했더군요.
“제 출연료가 많았다 해도 요즘 예능 프로그램 MC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밖에서 온 사람이 KBS 토론 프로그램의 간판으로 불리는 데 대한 불쾌함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모르긴해도 이명박 정부의 ‘물갈이’ 방침이 가장 컸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요즘은 모 대학 객원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토론과 소통’을 주제로 책을 하나 거의 마무리했답니다.
오라는 대학이나 방송사가 있으면 갈 생각도 있는 모양입디만,
요즘 같은 소통부재의 시대엔 시사토론 프로도 재미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시사 분야를 떠나 문화계에서 활동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답니다.
암튼 한동안은 쉬면서 향후 진로를 모색해볼 생각이더군요.
제 개인생각입니다만, 그는 진행자로선 무난했던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특별히 편파 진행 같은 논란을 야기시킨 적도 없었던 것 같고,
오랜 시사토론 진행 경험으로 진행도 상당히 원만햇다는 평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그런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KBS 토론프로 간판 정관용 퇴진한다-이데일리)
그런 그에게도 보수 진영에서는 ‘좌빨’ 비슷한 딱지를 붙였던 모양입니다.
‘사실 관계’가 아니라 우리 편이냐 아니냐로만 판단한 게지요.
마지막으로 “블로그를 좀 하시라”고 권했더니
“게을러서...”라며 말끝을 흐리더군요.
블로그에서든, 방송에서든 그를 다시 만나길 기대합니다.
출처: 요즘 내 생각들 2009/06/16 15:39 정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