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천에 자리잡고 있는 와룡산을 찾아간다.
역시 10여년 만인 것 같다.
남쪽에 위치해 있어 겨울이나 초봄에 많이 찾는 산이지만, 친구와 함께 하다 보니 이 계절에 다시 찿게 되었다.
약13~14km의 거리로 예상하고 가볍게 나섰는데...
용두공원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주위가 제법 깨끗하고 차분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살짝 돌아나와 대덕정으로 가는 길가에 피어있는 꽤 커다란 무궁화가 눈에 띄었다.
대덕정을 지나,
가옥 앞을 우측으로 돌아가면,
들머리가 보인다. 등산안내도도 서 있고...
가옥 뒤로 지나가도 되지만 사유지인지라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다.
초반부터 가파르게 올라가는데 이놈의 날벌레들이 죽으라고 달려드니 귀찮기 짝이 없다.
철탑을 지나는데 와룡지맥과 접속되는 곳이다.
날씨도 후덥지근한게 벌써부터 땀이 줄기차게 흐르기 시작하고...
조망이 트이는 바위 위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지만 흐린 날씨에 남해가 보일락 말락...
다시 조망이 트이며 와룡저수지가 보이고 그 위로는 온통 곰탕.
짧은 로프구간에 이어,
연이어 나타나지만 굳이 로프를 잡지 않아도 되고...
너덜지대를 올라가면,
푸른 로프가 걸려 있는 긴 슬랩지대가 나타난다.
조심하면 로프 없이도 올라갈 수 있지만 초보자는 절대로 따라하면 안된다.
주위는 여전히 곰탕인데,
급한 너덜이 기다리고.
곧이어 능선에 올라선다.
천왕봉 도착.
예전엔 상사바위로 불리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약간 이르지만 여기서 식사를 하고 느긋이 쉬어간다.
세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멋진 곳이지만 사량도 방향은 아예 곰탕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곳의 바위는 마치 거북등껍질처럼 보이기도 하고 공룡의 몸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 도암재로 내려간다.
예전엔 없었던 계단도 설치되어 있네.
도암재에 내려섰다.
여기서부터 세심봉까지 본격적인 오름이 다시 시작되고...
제법 급한 경사를 올라가는데 더운 날씨에다 높은 습도, 그리고 바람조차 없으니 땀은 계속 엄청나게 흘러내리고...
그런 가운데 야생화도 담아 본다.
바위채송화.
그냥 좌측으로 가자는 말에 세섬봉 방향으로 향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직진하면 왕관바위가 있는 곳이었다.
안내표시라도 있었으면 좋았건만...
다시 너덜지대를 올라가니,
세섬봉의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고,
암봉 좌측으로 가로질러 나무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예전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반대편 방향에서 미끌미끌한 사면을 조심해서 내려왔던 기억이 난다.
위를 올려다보니 아찔하다.
또 다시 너덜을 올라가면,
위험 표지판이 붙어 있는 능선에 이른다.
여전히 남해 방향은 조망할 수가 없다.
운무에 가려져 있지만 뒤쪽 세섬봉은 제법 또렷하게 보이네.
사천 용현면과 진주 방향.
세섬봉을 향한 마지막 오름길을 이어간다.
세섬봉이 시야에 들어오고,
새섬봉(801.4m).
멋 옛날 와룡산이 바닷물에 잠겼을 때 이곳에 새 한마리만 앉을 수 있었다하여 새섬봉이라 한다. 원래 와룡산의 주봉은 민재봉(799m)이었으나 민재봉보다 세섬봉이 2m 더 높은 것을 알고 사천시에서 2010년부터 세섬봉을 주봉으로 했다.
남쪽에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있으며 와룡마을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이어지는 주능선이 암봉에 둘러싸여 있어 높이에 비해 산세가 웅장해 보인다. 새섬봉과 상사바위, 기차바위, 민재봉 등의 암봉이 부드러운 능선길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민재봉에 오르면 한려수도와 남해의 크고 작은 섬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의 남쪽 와룡골에는 고려 현종의 등극과 관련이 있다는 와룡사와 백천사, 백룡사, 적선사 등의 사찰터가 남아 있다.
사방이 확 트여 있어서 그야말로 멋진 곳이지만 흐릿한 곰탕 국물이 시야를 가리니 아쉽기 그지없다!
정상에서 돌아 본 지나온 능선.
우측 멀리 보이는 희미한 봉우리는 금오산 같기도 한데...
한동안 쉬며 구름이 걷히길 기다려 보지만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나.
휴식을 취한 후 바로 내려간다.
양 쪽으로 길이 나 있어 어느 쪽으로 내려와도 상관 없다.
헬기장을 지나며 곳곳의 야생화를 담아보고...
큰까치수영.
범꼬리.
숲이 너무 우거져 등로가 덮여 버려 잘 보이지 않고...
노루오줌.
솔나물.
패랭이꽃.
민재봉(799m)에 도착했다.
이곳의 조망 역시 일품인 곳인데 여전히 사방은 흐릿하고...
안내판에는 지리 천왕봉과 남덕유, 웅석봉, 그리고 사량도, 욕지도, 남해 금산 등등이 표시되어 있지만 보여야 말이지.
해서,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한동안 지나면 암릉 구간이 시작되는데,
바람도 때때로 살랑살랑 불어오니 새 힘이 솟는 듯 하고...
기차바위 구간을 지난다.
다시 한번 날씨가 맑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여전히 곰탕이니 아쉬움이야 어찌 다할 수가 있으랴!
그런 가운데 모처럼 일월비비추 한 송이를 만났다.
이어지는 암릉구간에서는 좌측으로 내려서서 돌아간다.
안개가 약간 걷히는 듯 하지만 여전히 시야는 맑지 않다.
진행 방향을 바라보니 용두봉이 볼록하고...
별로 볼품 없는 상투산에서 되돌아나와 내려간다.
와룡마을 갈림길을 지나 용두공원 방면으로 향한다.
등로는 넓게 잘 다져진 곳이 있는가 하면 풀이 잔뜩 자라 잘 구분되지 않는 곳이 교차하고...
대포산이라는데 별 특징이 없는 바위봉우리.
사천화력발전소가 희미하게 보이지만 바다 건너 사량도 방면은 역시 흐리기만 하다.
봉현리 마을.
대포산을 내려선다.
다시 나타난 조망바위. 중간에 용두봉.
무명봉을 지나,
다시 암릉에 올랐지만 등로가 없어 돌아나온다.
점차 고도를 낮추어 가는 가운데 자그마한 봉우리를 수시로 오르내리고...
장고개에 도착했다.
사천시 이금동과 와룡동을 잇는 고개이다.
여기서 임도를 건너 용두마을 방향으로 향한다.
용두활공장.
약간은 시야가 좋아진 가운데 좌측으로 신수도 일부와 그 뒤로 남해 금산이 보이고...
밋밋한 용두봉.
용두공원 가는 길로 내려섰다.
용두공원에 도착하며 오늘 산행은 끝난다.
도상거리 13km, 7시간 소요.
멋진 조망을 기대하며 찾은 와룡산이었지만 흐린 날씨 탓에 아쉬움이 무척 많은 하루였다.
게다가 높은 습도에다 바람도 별로 없어 땀을 무지하게 흘리기도 했고.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아 공원 식수대에서 잠시 세수를 하고 귀가길을 서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