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일: 더 이상 약이 필요 없다
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아침기온 영하
체중: 64.65㎏
어제까지 음식 냄새에 얼굴을 돌리던 아들의 상태가 좋아졌다. 식사량이 늘고 구부정하던 허리가 많이 펴졌다. 볶음우동과 닭똥집이 구미에 맞는 모양이다. 집안 분위기가 아들의 상태에 따라 일희일비한다. 이번 주는 중요한 일들이 계획되어 바쁜 한 주가 될 것 같다. 머플러가 필요한 아침 기온이다.
5일간 매 세끼마다 복용했던 쓴 약 니솔론정, 이틀간 복용했던 구토예방약 에멘드캡슐, 7일간의 위산분비 억제제 가스터디정, 그리고 식욕증진제 메게이스내복현탁액을 먹지 않게 되어 비로소 내가 항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 셈이다. 만세, 약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이틀에 한 정씩 먹도록 처방받은 항생제 셉트린정도 복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틀에 한 번씩은 자칫 거르기도 쉬울뿐더러 항생제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폐렴예방약인 그 약봉지를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웠다. 내 면역력을 테스트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근육의 강도는 80%대에 머물러 있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흰 머리칼이 보송보송 돋기 시작한다. 비온 후 고사리 싹 돋아나는 것 같다. 언제 했는지 몰랐던 면도를 그저께부터 매일 하지 않으면 턱이 까칠하다. 손등 발등의 부기도 빠지고 있다. 항암치료와는 무관한 발뒤꿈치 갈라짐이 시작되었다. 겨울이 다가온다는 내 몸의 신호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갈라진 내 발꿈치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
" 니는 닮지 말아야 될 그런 거까지 나를 닮았노."
나의컨디션: 워킹 34분 3.6㎞ 205㎉, 근력운동 평소의 60%강도 30분,
반신욕 20분, 사우나 5분, 냉탕 2분, 평소기력의 82%.
수면시간 10시 취침, 4시 기상(12시 1번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