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베라트롤 보충제’를 검색하면 여러 회사가 만든 제품이 수십 개 나온다. 캡슐당 50~500밀리그램의 레스베라트롤을 함유하고 있고, 라벨에는 ‘항산화 성분 함유’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 하지만 레스베라트롤이 어떤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세포 배양, 효모, 벌레, 파리, 쥐를 이용한 실험실 연구를 바탕으로 이 물질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측’은 무성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레스베라트롤 보충제의 효능에 대한 임상적 ‘증거는 미미’하다. 다만 흡수율을 높여 이전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혈중농도를 달성하는 특수 제형을 개발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몇 가지 흥미로운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는 이 물질의 흡수율을 높인 제형에 왜 관심을 가질까? 이야기는 1970년대 프랑스의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이 북미보다 낮았다는 관찰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상동맥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으로, 심장을 왕관처럼 둘러싸고 있다는 데서 라틴어 '왕관'을 뜻하는 단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콜레스테롤과 지방 침착물, 즉 '플라크'가 쌓여 이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혈류가 감소하고, 그 결과 심장근육으로 가는 산소 공급이 줄어든다. 산소공급 감소는 심장 근육세포의 손상이나 사멸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심장마비, 의학적으로는 심근경색으로 나타난다.
프랑스인들은 어째서 관상동맥질환에 덜 취약할까? 이는 1950년대 미국의 생리학자 앤셀 키스가 포화지방이 많은 식단과 심장병을 연관 짓는 데이터를 발표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발견이었다. 버터가 잔뜩 든 크루아상, 지방이 풍부한 치즈, 콜레스테롤이 가득한 거위 간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이 어떻게 동맥의 플라크 축적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처럼 보였을까? 프렌치 패러독스였다. 대서양 반대편 북미에서 만연한 질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무언가를 프랑스인들이 하고 있었던 것일까? 눈에 띄는 차이 하나는 그들이 와인을 더 많이, 무려 30배나 마신다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와인 속에 어떤 보호인자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했고, 관심은 레스베라트롤로 향했다. 이 물질은 1992년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자들이 적포도주에서 처음으로 검출했다.
일부 적포도 품종이 곰팡이 공격에 왜 더 강한지를 연구하다가, 내병성 포도가 껍질에서 방어물질로 레스베라트롤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적포도주에도 이 항진균 화합물이 들어 있는지 조사해보니 실제로 들어 있었다. 그보다 10년 앞서 일본 연구자들은 약용식물로서의 역사를 지닌 호장근(일본 여뀌)의 화학 성분을 연구하다가 레스베라트롤을 발견한 바 있고, 이후 이 물질이 쥐의 간에서 지방 축적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레스베라트롤은 폴리페놀 군에 속하는데, 이 계열은 1930년대 노벨상 수상자 알베르트 센트죄르지가 레몬이나 파프리카 같은 식물에서 루틴과 헤스페리딘 등 여러 폴리페놀을 분리해내고, 이 화합물들이 인체 모세혈관의 취약성을 낮춘다는 것을 발견했다. 폴리페놀에 생물학적 활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적포도주에는 지방 축적 감소와 관련된 화합물인 레스베라트롤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레스베라트롤은 혈관 취약성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폴리페놀 계열에 속한다. 프랑스인들은 적포도주를 더 많이 마시는데, 이들이 섭취한 레스베라트롤이 심장병으로부터 보호해준 것일까? 북미 언론은 이 이야기에 열을 올렸고 적포도주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이 유행은 우리나라에도 나타났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더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며, 실제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효모·벌레·파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레스베라트롤은 염증을 줄이고, 혈전형성 위험을 낮추고, 혈관의 유연성을 개선하고, 조직을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중화하며, 장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시르투인’이라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시르투인 유전자의 활성화는 분석법의 결함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세포 배양 및 동물 연구에서 사용한 레스베라트롤 용량은 사람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인체에 이점이 있다 해도 인슐린 저항성 같은 생물지표를 일부 개선하는 정도일 뿐, 심장마비 감소나 치매 진행 지연, 수명 연장 같은 실질적인 결과의 변화는 아니었다.
인체 임상시험의 주요 문제는 레스베라트롤의 용해도가 매우 낮아서 식이보충제로 섭취해도 유의미하게 흡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흡수된 소량도 빠르게 대사되어 대사산물이 그대로 배출된다. 표준 경구 레스베라트롤 보충제가 본질적으로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제 흡수율을 높인 제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피터 뉴로사이언스는 ‘조트롤’을 개발했는데, 레스베라트롤을 지질 코팅으로 캡슐화하여 기존 레스베라트롤보다 생체이용률을 9배 높인 제품이다. 쥐 모델에서 이 약물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하여 파킨슨병에 대한 보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도 감소했다. 현재 조트롤이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흡수 가능한 레스베라트롤 제형이 심혈관질환에 효과를 보일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와인 속 레스베라트롤로 프렌치 패러독스를 설명할 수 있다는 과장된 기사들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이건 완전히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와인 속 레스베라트롤 함량은 극히 미미하여 생물학적 효과를 낼 만한 양이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프렌치 패러독스를 설명할까? 프랑스에서 일부 사망 사례가 그냥 돌연사로 분류되어 관상동맥질환 통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통계가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그럼에도 역학자들은 프랑스가 실제로 심장병 발생률이 낮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프랑스인들이 음식을 소량으로 먹고, 가공식품을 덜 먹으며, 더 많이 걷고, 더 긴 휴가를 보내고, 북미식 고칼로리 아침식사를 하지 않으며, 하루 중 주된 식사를 낮에 하고, 여가 활동과 사회생활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지, 적포도주 속 레스베라트롤이나 그 어떤 성분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적포도주 속 레스베라트롤에 대한 과장된 이야기에 자극받아 고용량 레스베라트롤 보충제를 먹는 사람은 무엇을 얻을까? 위장장애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과 복용 중인 처방약과의 상호작용 위험뿐이다.
적포도주 음용은 건강상의 이점이 전혀 없다. 로마의 역사가 대大 플리니우스는 "포도주 안에 진실이 있다in vino veritas"고 했다. 진실은, 하루 한 잔의 적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던 초기 연구들은 이미 모두 반박되었고, 현재 과학계의 합의는 하루 한 잔의 술만으로도 암, 심혈관질환, 간질환, 전체 사망률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가끔 마시는 적포도주 한 잔이 수명을 줄이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늘려주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