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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시식 원문해설(1)
관음시식(1)
{관 음 시 식}觀 音 施 食
시식은 널리 음식을 베푼다는 뜻이다. 영가 내지 고혼을 천도시키기 위해 음식을 베풀고 부처님 법을 일러준다. 천도재 시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것이 관음시식이다.
관욕을 마치고 가지예성을 하고 영가를 영단에 안치했으면, 곧바로 이어서 신중단을 향하여 신중작법을 진행한다. 그리고 상단을 향하여 불공을 하는데 주불이 부처님일 경우는 삼보통청을, 법당 내에 지장보살님을 모셨거나 주불이 지장보살님일 경우는 지장청을 한다. 주불로 부처님을 모신 경우라 하더라도 지장청을 해도 무방하다.
부처님이나 지장보살님을 청하여 영가를 극락세계로 인도하여 달라는 불공을 드리고 나면 이 공양을 신중단에 내려 권공을 드려야 한다.
영가를 위하여 영가법문을 할 때는 관욕을 마치고 바로 영가법문을 하면 되고, 회심곡을 할 경우는 상단불공을 진행하다가 축원을 하기 전에 위패를 부처님 앞에 안치하고 향로와 촛대를 갖추고 진행하면 된다.
신중님에 대한 권공이 끝나면 이제는 관욕을 마치고 영단에 모셔놓은 영가를 상대로 관음시식을 진행해야 한다. 관음시식을 진행할 때는 더욱더 정신을 집중하여 그 뜻을 깊이 관하도록 힘써야 한다.
【원문】
○{거불}擧佛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南無 極樂導師 阿彌陀佛 (1배)
{나무 좌우보처 관음세지 양대보살}南無 左右補處 觀音勢至 兩大菩薩 (1배)
{나무 대성인로왕보살마하살}南無 大聖引路王菩薩摩訶薩 (1배)
【역문】
○극락의 네 성인께 귀의함
극락세계로 이끄시는 스승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좌우에서 도우시는 관세음·대세지 두 큰보살님께 귀의합니다.
크고 성스러우신 인로왕보살님께 귀의합니다.
【진행】
신중단에 대한 퇴공이 끝나면 영단을 향하여 극락교주 아미타불, 좌우보처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인로왕보살의 극락의 네 성인에 대한 거불을 한다.
목탁과 요령 태징에 맞추어 대중이 함께 일어서서 거불성으로 같이 해야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앉은 채로 염불성으로 한꺼번에 같이 할 수도 있다. 일어서서 거불성으로 할 때는 거불을 할 때마다 큰절을 하고, 앉아서 염불성으로 진행할 때는 인로왕보살마하살을 외울 때 반배하면 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제자들은 삼정례를 시키도록 한다.
【해설】
불·보살님께 올리는 삼귀의를 거불이라 하는데, 여기서는 극락회상의 성인께 귀의한다는 의미로 보면 극락삼귀의라 할 수 있다.
극락세계에는 극락세계를 건설한 주인이신 아미타불과 극락세계의 장엄을 유지하는 아미타불의 마흔여덟 가지 원력에 의해 구성된 진리의 세계, 그리고 아미타불을 도와 극락세계를 장엄하고 중생들을 제도하시는 보살님들이 계시다. 그러므로 아미타불과 아미타불의 48대원과 아미타불의 권속들인 관음·세지보살님과 인로왕보살님께 귀의하는 형태를 취하므로 극락삼귀의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극락세계에 계신 아미타불의 원력은 두 보처보살의 능력으로 나타난다. 관세음보살의 자비에 의하여 중생들이 극락에 가서 날 수 있으며, 극락세계의 모든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완전히 갖춰지는 것은 대세지보살의 세력, 큰 복의 힘에 의해서이다. 그리고 이 극락세계로 중생을 인도하는 분이 인로왕보살님이다.
관음시식을 통해서 영가를 천도하려면 반드시 극락세계의 네 성인께 귀의해야 한다.
【원문】
○{거량}擧場
{거 사바세계}據 娑婆世界 {차사천하}此四天下 {남섬부주}南贍部洲 {해동}海東 {대한민국}大韓民國 {산}山 {사}寺 {청정수월도량}淸淨水月道場 {금차}今此 {지성}至誠 ({제당}第當{재}齋){지신}之辰 {천혼재자}薦魂齋者 {거주}居住 {행효자}行孝子 {복위}伏爲 {소천망}所薦亡({엄부}嚴父) {영가}靈駕 ({재설}再說)
{영가위주}靈駕爲主 {상세선망}上世先亡 {광겁부모}曠劫父母 {다생사장}多生師長 {누대종친}累代宗親 {제형숙백}弟兄叔伯 {자매질손}姉妹姪孫 {오족육친}五族六親 {원근친척}遠近親戚 {일체권속 등}一切眷屬 等 {각열위열명영가}各列位列名靈駕 {차도량 내외}此道場 內外 {동상동하}洞上洞下 {일체}一切 {유주무주}有主無主{고혼}孤魂 {제불자등}諸佛子等 {각열위열명영가}各列位列名靈駕
○{착어}着語
{영원담적}靈源湛寂 {무고무금}無古無今 {묘체원명}妙體圓明 {하생하사}何生何死 {변시}便是 {석가세존}釋迦世尊 {마}摩{갈엄관지시절}竭掩關之時節 {달마대사}達摩大師 {소림면벽지가풍}少林面壁之家風 {소이}所以 {니련하측}泥蓮河側 {곽시쌍부}槨示雙趺 {총령도중}嶺途中 {수휴척리}手携隻履 {제불자}諸佛子 {환회득}還會得 {담적원명지}湛寂圓明底 {일구마}一句 ({양구}良久) {부앙은현현}俯仰隱玄玄 {시청명역력}視聽明歷歷 {약야회득}若也會得 {돈증법신}頓證法身 {영멸기허}永滅飢虛 {기혹미연}其或未然 {승불신력}承佛神力 {장법가지}仗法加持 {부차향단}赴此香壇 {수아묘공}受我妙供 {증오무생}證悟無生
【역문】
○거량(도량을 거듦)
사바세계 이 사천하 남염부제 해동 대한민국 도(시) 산 청정한 도량 사에서, 오늘 지극한 정성으로 재를 봉행하는 거주 의 (관계:망엄부) 영가시여!(재설)
영가의 윗대 먼저 가신 부모와 다생의 스승, 형제숙부, 자매질손 오족육친의 멀고 가까운 일체 친척 등 모든 영가들과 도량 내외 윗동네 아랫동네의 일체 유주무주 고혼 제불자 등 모든 영가들이시여!
○착어(진리의 말씀)
신령한 근원은 맑고 고요해 옛날도 지금도 다르지 않네. 묘한 본체 뚜렷이 밝아 있으니, 어디에 나고 죽음 있을까 보냐. 이 도리는 석가세존 마가다에서 적연부동 앉아계신 참도리이며, 면벽구년 달마대사 소림굴에서 앉아계신 그 시절의 소식이로다. 이 때문에 석가세존 니련하에서 관 밖으로 양쪽 발을 내보이셨고, 달마대사 총령고개 넘어가면서 한 손에 짚신 한 짝 들고 가셨네.
여러 영가시여, 맑디맑고 고요하면서 원명한 한 소식을 아시겠습니까. (잠시 후 요령을 세 번 울리고)
우러러나 수그리나 오묘히 있고 보고 듣는 그 사이에 너무 분명한 생멸없는 이 도리를 깨닫는다면 단박에 법신을 증득하여서 길이길이 굶주림을 벗을 것이나 만일에 그러하지 못하다면은 부처님의 큰 힘을 받아들이고 불법의 가지력에 의지하여서 이 향단에 강림하여 묘공을 받고 무생법인 큰 깨달음 증득하소서.
【진행】
거불이 끝나면 법주가 요령을 세 번 흔들고 나서, 천도를 하려는 목적과 도량의 이름과 제자의 이름과 영가의 이름을 거드는 거량을 세 번 하고 착어 법문을 한다.
【해설】
거량은 오늘 천도를 할 영가들에게 행효자 가 무슨 목적으로 이 재단을 차렸는가를 아뢰는 것이다.
흔히 귀신은 이야기 하기가 무섭게 알아듣는다고 한다. 즉 함부로 말하지 말고 입조심하라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이 재를 진행하는 의도를 영가에게 알려야 한다. 영가를 불러내서 묵은 업장을 소멸시키고, 모자라는 복덕을 보충하고, 어리석은 마음을 깨우치게 하여 극락세계에 태어날 인연(因緣)을 심어주고자 청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절한 마음으로 세 번 알린다.
또한 주인공 되는 영가가 여러 생 동안에 신세진 모든 영가와 또 돌보아 주어야 할 모든 영가에게 고하여 천도재에 왕림할 준비를 갖추게 하는 것이 거량의 목적이다.
중생은 자기 혼자 힘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농사짓지 않으면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옷감을 만들지 않아도 옷을 입을 수 있고, 자동차를 만들지 않아도 차를 타고, 바다에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지 않고서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수한 중생들의 수고로움 때문이다. 이것이 일종의 은혜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연 있는 영가를 불러서 천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천도할 영가를 복위나 기부로 하여 다른 영가를 불러서 천도하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만약 천도하려는 영가의 아버지 영가가 아직 천도되지 못하였다면, 그 아버지 영가가 먼저 천도되어야만 오늘 천도하려는 영가를 올바로 천도할 수가 있다.
오늘 영가가 극락에 가려면 천도되지 못한 영가의 아버지 영가는 그야말로 크나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고, 설사 아버지 영가를 그대로 두고 아들 영가만 천도되었다 하더라도 악도에서 고통받는 아버지 때문에 아들 영가의 마음이 극락의 즐거움에 계합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아들 영가가 머무는 극락은 이미 극락이 아닌 곳으로 변할 것이다.
무수한 세월 윤회를 거듭하는 동안에 우주 법계 안의 유정이나 무정들 모두가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러므로 궁극적으로는 그들 모두 천도되어야만 천도하려는 영가가 올바로 천도되는 것이다.
착어는 법주가 영가를 상대로 하는 진리의 법문이다.
여기서 신령한 근원이란 중생의 근본 마음자리, 즉 불성을 말한다. 그 불성에 어찌 옛날과 지금이 다르며, 본체가 본래로부터 뚜렷이 밝아 있다면 죽거나 태어나는 생사를 어디 물을 곳이 없다는 말이다.
옛날에 육조 혜능스님이 황매산에 있는 오조 홍인스님을 배알하자, 홍인스님은 “너는 어디 사람이며 무엇하러 왔느냐”고 물었다.
혜능은, “미천한 제자는 영남 신주 사람인데 먼 길을 와서 스님을 모시려는 것은 오직 성불하고자 함이요,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고 대답하자, 다시 홍인스님이 힐난한다.
“네가 신주에서 왔다면 오랑캐가 아니냐 어찌 성불할 수 있겠느냐”
혜능이 다시 “사람이야 남·북이 다르겠지만 어찌 불성에 남·북의 구별이 있겠습니까. 남·북인의 몸은 각기 다를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지닌 불성이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라고 답하였다.
흥인과 혜능의 대화에서 보듯이 불성에 남·북이 다르지 않듯이, 옛과 지금이라고 해서 중생의 근본 마음자리인 불성에 다름이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또 혜능대사의 임종을 오대제자 중의 한 사람인 신회 선사가 다른 제자들과 지키고 있었다. 이때 다른 제자들은 모두 울음을 참지 못하였으나 신회 선사만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이에 혜능이 말하였다.
“너희들 중 오직 신회 하나만 선악을 초월하였고, 명예와 불명예가 아랑곳 없고 슬픔과 즐거움이 없는 경지에 도달하였구나. 너희들이 슬퍼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내가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안다면 슬퍼할 이유가 없을텐데. 나는 내가 갈 곳을 알고 있다. 만약 갈 곳을 모른다면 어떻게 너희들에게 말할 수 있겠느냐 법성은 나고 죽고, 오고 가는 데 구애됨이 없느니라.”
혜능대사의 말씀은 태어남과 죽음은 본래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성 진리를 깨닫기 위하여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마갈타국에서 모든 침식을 잃어버리고 하루 쌀 한 톨로 년 간이나 수행하셨고, 달마대사는 중국에 건너와서 양무제를 만나보고 아직 선법(禪法)을 전할 시기가 아님을 알고 소림굴에서 9년간 벽을 대하고 참선하면서 제자가 오기를 기다려, 그후 면벽하는 것은 참선가의 가풍이 되었다.
이와 같이 나고 죽음이 본래 없는 까닭으로 부처님께서는 관 밖으로 두 발을 보이셨고, 달마대사는 중국에 선법을 전하고 주장자 끝에 짚신 한 짝만 들고 총령을 넘어 인도로 가더라는 것이다. 곽시쌍부의 일화를 들어보자.
부처님께서는 세수(世壽)를 다하시고 니련선하 앞의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하셨다. 화장하기 위해 모든 장례절차를 마치고 관 밑에 쌓아 놓은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려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불을 붙이려고 해도 불이 붙지 않았다. 얼마 후,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가섭존자가 와서 부처님을 모신 관을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부처님 발쪽에 대고 정례를 하고 슬피 울면서 ‘어찌 부처님의 열반이 이리도 빠르십니까’라고 울부짖었다.
그때 부처님의 두 발이 일곱 겹이나 되는 관 밖으로 쑥 나왔다. 가섭이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두 발에 예배하였다. 그러자 두 발이 다시 관 속으로 들어가고, 관에서 저절로 불이 일어나 화장을 해 마쳤다고 한다.
만약 열반하신 부처님이 정말 죽고 사는 존재라면 어찌 죽은 송장이 그것도 일곱 겹이나 되는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밀 수가 있겠는가 이미 부처님은 생사와 시공을 초월한 것이다.
달마대사가 짚신 한 짝만 들고 총령을 넘어갔다는 일화도 재미 있다.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파초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 양자강을 통하여 양나라로 들어갔다. 양나라의 임금인 무제는 절과 탑을 짓는 불사를 매우 좋아하여 전국에 8만4천이나 되는 많은 탑과 절을 지었다. 그리고 불교의 불살생계를 지키도록 하였다.
인도에서 고승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양무제는, 달마대사를 궁중으로 청하여 법문을 듣게 되었다. 양무제는 자기가 추진한 불사의 공덕을 자랑하고 싶었다.
“내가 이와 같이 많은 탑사를 지었는데 공덕이 얼마나 많습니까”
“아무 공덕도 없소.” 달마대사는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였다. 화가 난 양무제는 달마대사를 단칼에 처형을 하였다.
(전등록에는 양무제가 달마대사를 단칼에 처형하였다라는 글은 없다)主
그런데 천축국을 다녀오던 사신이 총령에서 달마대사를 만났다. 대사는 짚신 한 짝을 주장자에 매달아 어깨에 걸고 총령을 넘어가는 것이었다. 어찌된 영문인가. 무제가 얼마 전 궁궐에서 달마대사를 처형하는 것을 보았는데, 처형된 대사가 살았으니 모골이 송연하도록 놀랐다. 게다가 달마대사는 사신에게 ‘양무제도 안녕하시냐’고 안부까지 묻는 게 아닌가. 궁궐로 돌아온 사신은 이 사실을 양무제에게 보고하였다. 양무제는 달마대사를 장사지냈던 무덤을 파 보았다. 그런데 관 속에는 달마대사의 시신은 없고, 오직 짚신 한 짝만이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이 예화는 삶과 죽음이 없다는 것을 바로 보여준다.
이것을 영가에게 말함으로써 영가들이 바로 깨달아 무생법인을 얻도록 하려는 것이다. 오늘 천도재에 동참한 모든 영가들에게 한생각을 돌이켜서 깨달으라고 주문한다. 그러면 일체의 번뇌와 죄업이 사라진 자리, 진여의 세계가 드러나 맑고 고요하고 뚜렷하게 빛나는 근원을 얻는다고 한 것이다.
일구마(一句), 즉 ‘제일구는 무엇인가’라는 말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불교의 참뜻은 무엇인가’라는 말이다. 선가에서 주로 상용하는데, 제일구라는 것은 진리 당체를 직접 지칭한다.
제일구가 무엇인가라는 물음 직후에 곧바로 요령을 세 번 울리는데, 요령을 세 번 울리는 것이 바로 제일구에 대한 대답이다. 이 요령을 세 번 울리는 소식을 알아듣지 못하는 영가를 위하여 다시 사족을 달아 설명을 붙이는 것이 다음 구절이다.
진여 법계는 원만하여 일체의 걸림이 없고 생사가 없는데, 중생들이 고개를 구부리고 쳐들듯이 번뇌를 일으켜서 진여 법계를 배반하였다. 그 배반으로 말미암아 생사윤회에 떨어지게 되었는데, 고개를 수그리는 것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요, 고개를 드는 것은 태어남을 말한다. 그러나 이 죽고 사는 가운데서도 참 마음의 작용은 뚜렷하여 보고 들음이 밝고 역력하다.
한 생각, 번뇌 즉 아집을 일으키면 곧 나고 죽는다는 생각이 일어나 생사의 관념에 떨어지고, 한 생각을 돌이켜 아집을 버리고 진여 법계를 바로 보면, 거기에서 법신을 체득하게 된다. 그런 법신 자리에 무슨 배고픔이나 목마름 따위가 있을 것인가. 그러므로 오늘 이 자리에서 참마음 자리를 깨달아 무생법인(태어나지 않는 법의 자리)를 얻어 해탈하라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먹고 마시지 않더라도 목마름과 주림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이 깨닫지 못하면 반드시 목마름과 주림이 남아있게 된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위신력에 따라 이 향기로운 단에 내려와서, 삼밀가지에 의하여 행하는 법의 공양을 먼저 받고, 그 다음에 태어남이 없는 진리를 깨달아서 해탈하라는 것이 착어법문이다.
【원문】
○{진령게}振鈴偈
{이차진령신소청}以此振鈴伸召請 {명도귀계보문지}冥途鬼界普聞知
{원승삼보력가지}願承三寶力加持 {금일금시래부회}今日今時來赴會
○{천수착어}千手着語
{상내 소청}上來 召請 {제불자등}諸佛子等 {각열위영가}各列位靈駕
{자광조처연화출}慈光照處蓮花出 {혜안관시지옥공}慧眼觀時地獄空
{우황대비신주력}又況大悲神呪力 {중생성불찰나중}衆生成佛刹那中
{천수일편위고혼}千手一片爲孤魂 {지심제청}至心諦聽 {지심제수}至心諦受
{신묘장구대다라니}神妙章句大陀羅尼
「나모 라다나 다라야야, 나막 알야바로기데새바라야 모디 사다바야 마하사다바야 마하가로니가야, 옴 살바 바예수 다라나 가라야 다사명 나막, 까리다바 이맘 알야바로기데새바라 다바 니라간타 나막, 하리나야 마발다이샤미 살발타 사다남 수반 아예염 살바 보다남 바바 말아 미수다감, 다냐타, 옴 아로계 아로가마디 로가디가란데 혜 혜 하례, 마하모디사다바 사마라 사마라 하리나야, 구로 구로 갈마 사다야 사다야, 도로 도로 미연데 마하미연데, 다라 다라 다린나례새바라, 자라 자라 마라 미마라아마라 몰데, 예혜 혜 로계새바라 라아 미사 미나사야 나베사미사 미나사야 모하 자라 미삼 미나사야, 호로호로 마라호로 하레 바나마나바, 사라사라 시리시리 소로 소로 못댜 못댜 모다야 모다야, 매다리야 니라간타 가마사 날사남 바라하라나야 마낙 스바하, 싯다야 스바하 마하싯다야 스바하 싯다유예새바라야 스바하, 니라간타야 스바하, 바라하목카 싱하목카야 스바하, 바나마 하따야 스바하, 자가라욕다야 스바하, 상카 섭나 네모다나야 스바하, 마하라구타다라야 스바하, 바마 사간타 니샤 시체다 가릿나이나야 스바하, 먀가라 잘마 니바사나야 스바하, 나모 라다나 다라야야, 나막 알야바로기데새바라야 스바하」
{약인욕요지}若人欲了知 {삼세일체불}三世一切佛 {응관법계성}應觀法界性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파지옥진언}破地獄眞言 「옴 가라디야 스바하」 (3번)
{해원결진언}解寃結眞言 「옴 삼다라 가다 스바하」 (3번)
{보소청진언}普召請眞言 「나모 보보제리 가리다리 다타아다야」 (3번)
{나무상주시방불}南無常住十方佛 {나무상주시방법}南無常住十方法 {나무상주시방승}南無常住十方僧
{나무대자대비}南無大慈大悲 {구고구난}救苦救難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나무대방광불화엄경}南無大方廣佛華嚴經
용수보살약찬게 법요집 참조
【역문】
○요령을 울리는 노래
요령 울려 두루 청하니
저승세계 영가님은 듣고 아시고
삼보님의 가지력에 의지하여서
오늘 여는 이 법회에 어서 오소서.
○천수다라니 착어
위에서 청한 모든 불자 영가시여,
자비광명 비취는 곳 연꽃이 피고
지혜 눈길 이르는 곳 지옥 없어라
더군다나 대비신주 의지한다면
중생들이 성불함은 잠깐 사이리.
영가 위해 천수 1편 독송하리니,
마음 비워 지성으로 들으십시오.
과거 현재 미래세의 부처님의 일
수행자여 확연하게 알려 한다면
마히 법계성은 한결같이 다
마음이 지어냄을 보아야 하리.
지옥을 깨뜨리는 진언 「옴 가라디야 스바하」
원수 맺힘을 푸는 진언 「옴 삼다라 가다 스바하」
널리 부르는 진언 「나모 보보제리 가리다리 다타아다야」
온 세계의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온 세계의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온 세계의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크신 사랑·크신 슬픔 고난 속의 중생을 건지시는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합니다.
대방광불화엄경에 귀의합니다.
【진행】
착어 법문이 끝나고 나면 법주가 요령을 세 번 울리고 진령게를 하는데, 앞의 한 구절을 법주가 하고 나면 바로 바라지가 뒷 구절을 맡아서 목탁으로 진행한다.
천수 착어를 진행할 때 법주가 요령을 세 번 울리고 나서 착어를 낭독하고 ‘지심제청 지심제수’에 요령과 목탁을 함께 내리고 나서 신묘장구대다라니부터 대방광불화엄경까지는 법주와 바라지가 함께 진행한다.
【해설】
진령게는 천도작법의 대령에서 해설하였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단, ‘명도귀계보문지’는 ‘금일영가보문지’에서 바뀌었으므로 이 부분만 해설하겠다.
명도(冥途)란 죽은 뒤의 세계, 저승세계를 말한다. 사람이 숨을 거두고 혼신이 몸에서 빠져 나가면 곧 어둠에 직면한다. 중음신(영가)은 9일 동안 어둠의 세계에 있게 되는데, 일주일만에 한 번씩 오는 빛을 따라간다고 한다. 일 주일마다 무지개 색깔로 오는 빛은 점점 시간이 지나면 밝은 빛에서 어두운 빛이 된다고 한다. 과보가 좋지 않은 영가는 밝은 빛을 두려워 하여 따라가지 못하고 어두운 빛을 따라가지만, 빛이 밝지 못할수록 좋지 않은 세계에 가서 나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명계에 떨어진 중생들이 두려워 하지 말고 반드시 밝은 빛을 따라가도록 하는 생각을 가지고 관(觀)을 하면서 의식을 진행해야 한다.
소납이 초등학교 3학년 때 99세 된 증조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는 날 아침이 되어 날이 환하게 밝아 오는데 증조할머니께서는 세상이 어둡다고 자꾸만 문에 불을 밝히라고 말씀하셔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혼이 이승을 떠나 저승 명계로 가시느라 자꾸 어둡다고 하신 것이 아닐까.
불교에서는 임종한 사람은 중음신이라고 부르지만 보통 사람들은 귀신이라고 부른다. 귀신은 일종의 헛몸을 가진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승에 사는 중생들은 정신과 육신를 모두 갖추어, 한시적이긴 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갖고 생각대로 살 수 있다. 하지만 귀신들은 일종의 정신만 있고, 그 정신이 깃들 곳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로 뒷 몸(다른 생)을 결정받을 때까지는 무주고혼이라 할 수 있다.
만약 9일이나 백 일 또는 3년이 되어도 다른 중생의 몸을 받지 못하면 명계를 헤매는 무주고혼으로 진짜 귀신이 된다. 그런 귀신들이 사는 어둠의 세계를 명부의 세계라고 표현하였다.
‘저승세계 영가님은 듣고 아시고’라고 하였는데, 귀신 세계에 있는 9재를 받는 영가와 그 영가의 신세지고 은혜받아 인연있는 모든 영가들이 널리 요령 소리를 듣고 재를 지내는 이 자리에 왕림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요령을 흔들며 진령게를 하는 뜻이다. 요령은 작지만 그 소리가 사람의 폐부까지 깊이 파고 든다. 요령을 이용하여 명부의 귀신세계 중생들에게 천도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요령 소리를 듣고 오시되, 삼보님이 중생을 구제하여 주기로 한 본원력에 의지하여 오늘 이 자리에 모두 빠짐없이 오시라는 것이다.
천수착어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영가를 위해 일러주기 전에 하는 법문이다.
‘자비광명 비취는 곳 연꽃이 피고’라고 하였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지만 여기서는 극락세계를 이른다. 오늘 모든 영가를 모셔서 극락으로 인도하고자 하는데, 극락세계는 법장 비구의 대자비의 원력과 수행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극락세계에 가고자 하는 중생은 자비스런 마음을 가져야 아미타부처님의 근본적인 뜻과 맞는다는 것이다. 연화장세계(극락세계)에 가서 나고 싶으면 좋지 않은 마음을 버리고 자비심을 가지라는 말이다.
‘지혜 눈길 이르는 곳 지옥 없어라’는 말은 진리를 깨달으면, 즉 법성진리에 계합한 차원에서 지옥을 관하면, 지옥은 연기의 관계로 나타난 것이고 본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공(空)’의 해석을 알기 쉽게 ‘없어라’로 하였다. 연기로 이루어진 공이라는 법계의 입장에서 보면, 지옥은 인연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있다고도 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치할 말이 없으므로 그냥 ‘공(空)’해진다고 말하고 ‘없어라’고 해석한다.
‘더군다나 대비신주 의지한다면 중생들이 성불함은 잠깐 사이리’라고 하였다. 대비신주의 힘은 찰나 사이에 중생을 성불하게 한다. 훌륭한 천수 다라니를 영가를 위해 독송할테니 다른 생각이나 망령된 생각을 놓아버리고 잘 듣고 잘 받아들인다면, 지옥은 곧 사라지고 극락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 다음 영가를 위하여 천수다라니 1편을 일러 준다.
천수다라니는 관세음보살의 수행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에 천광왕정여래라는 부처님께서 이 다라니 설하는 것을 듣고서 초지보살의 위치에서 단 번에 8지보살의 위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 즉 천수천안을 얻어 모든 중생들이 누구든지 부르기만 하면 가서 구원하여 줄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났다는 대단한 신통력을 가진 다라니이다. 이 다라니를 독송하면 좋은 곳에 태어나는 열 다섯 가지 과보를 얻는다고 한다.
첫째는 어질고 착한 통치자를 만나고,
둘째는 항상 좋은 나라에 태어나고,
셋째는 항상 좋은 시절을 만나며,
넷째는 항상 좋은 벗을 만나며,
다섯째는 항상 육체적으로 결함이 없으며,
여섯째는 진리를 향하는 마음이 깊어지며,
일곱째는 계를 범하지 않으며,
여덟째는 가족들이 모두 우애있고 화목하며,
아홉째는 항상 의식이 풍족하며,
열째는 항상 남의 공경과 대접을 받으며,
열한째는 항상 재물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며,
열두째는 바른 뜻으로 구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며,
열셋째는 하느님이나 용 등 선신들이 항상 보호하며,
열넷째는 항상 태어나는 곳마다 부처님을 뵙고 법문을 듣게 되며,
열다섯째는 바른 법을 듣고 그 이치를 잘 깨우치게 된다고 하였다.
신묘장구다라니를 한 편 읽은 연후에 다시 화엄경의 게송을 외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궁극적인 진리를 깨달아 삼세의 부처님을 알고자 하면, 마히 법게의 성품을 관하라. 그러면 눈 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들은 마음 먹은 대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부처는 어떤 고정된 성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리의 세계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법계의 성품이란 본래 그 자체는 아무런 모양새도 걸림도 없이 인연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인데, 중생들이 마음을 일으키는 데 따라 세간의 모양이 다르게 나타난다. 악하고 삿된 마음을 일으키면 지옥이 나타나고, 착하고 바른 마음을 일으키면 천상세계가 나타난다는 말이다.
그러하니 파지옥진언으로 악하고 삿된 마음을 파하여 지옥을 깨뜨리고, 해원결진언으로 원수 맺고 원망하는 마음을 없앤다. 해원결진언은 ‘옴, 통과해 지나간 자여, 스와하’의 의미이다.
다음에 보소청진언으로 모든 삼보를 널리 청하여 귀의하고, 크신 사랑·크신 슬픔 고난 속의 중생을 건지시는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하고, 대방광불화엄경 최상의 달마를 청하여 귀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원문】
○{증명청}證明請
{나무일심봉청}南無一心奉請 {수경천층지보개}手擎千層之寶蓋 {신괘백복지화만}身掛百福之華 {도청혼어극락계중}導淸魂於極樂界中 {인망령}引亡靈{향벽련대반}向碧蓮臺畔 {대성인로왕보살마하살}大聖引路王菩薩摩阿薩 {유원자비}唯願慈悲 {강림도량}降臨道場 {증명공덕}證明功德
{향화청}香花請 (3번)
○{가영}歌詠
{수인온덕용신희}修仁蘊德龍神喜 {염불간경업장소}念佛看經業障消
{여시성현내접인}如是聖賢來接引 {정전고보상금교}庭前高步上金橋
{고아일심귀명정례}故我一心歸命頂禮
{헌좌진언}獻座眞言 「옴 바아라 미라야 스바하」 (3번)
○{다게}茶偈
{금장감로다}今將甘露茶 {봉헌증명전}奉獻證明前 {감찰건간심}鑑察虔懇心
{원수애납수}願垂哀納受 {원수애납수}願垂哀納受 {원수자비애납수}願垂慈悲哀納受
【역문】
증명법사를 청하여 모심
지극한 마음으로 손에는 천 길이나 되는 보산개를 들으시고, 몸에는 백 가지 복으로 된 꽃다발을 걸치시고, 맑은 영혼을 극락세계로 인도하기 위하여 망령(돌아가신 혼령)을 이끌어 푸른 연화대로 향하게 하시는 크신 성인 인로왕 큰보살님을 받들어 모시오니, 자비로써 이 도량에 강림하여 (9재의) 공덕을 증명하옵소서.
향과 꽃으로 청하옵니다. (3번)
○노래로 맞이함
인을 닦고 덕 쌓으니 용신이 기뻐하고
염불하고 경을 보아 업장이 소멸되니
이와 같아 성현께서 이끌어 주시려고
뜰 앞의 황금 다리 한걸음에 오르시네.
그러므로 저희들은 일심으로 절합니다.
자리를 드리는 진언
「옴 바아라 미라야 스바하」
○차를 올리는 노래
제가 이제 단이슬 차를
인로왕 증명전에 올리옵나니
간절한 마음을 비춰 살펴서
자비를 드리우사 받으옵소서.
【진행】
법주가 요령을 세 번 울리고 나서 합장하고, ‘나무일심봉청’ 하고 반배를 하면서 요령을 잡고 흔들면서 청사를 진행한다.
법주가 청사를 세 번 연달아 진행하고 나면 바라지는 받아서 목탁을 내리고 ‘향화청’을 세 번 외우고 연달아 가영을 외우는데, ‘고아일심귀명정례’를 할 때에 목탁을 내리며 절을 한다. 이때 신도들도 목탁에 맞춰 절을 하도록 한다.
법주가 다시 요령을 잡고 세 번 울리고 난 다음에 합장 반배를 하면서 ‘헌좌진언’ 제목을 외우고 다시 요령을 잡고 흔들면서 진언을 외운다.
다게는 바라지가 목탁을 한 번 내리고 다게를 진행하다가 원수애납수에서 목탁을 내리면 되는데, 이때 법주도 같이 요령을 내리면서 원수애납수를 같이 외운다.
【해설】
불교에서는 수행의 결과로 얻어지는 깨달음을 가장 중요시한다. 깨달음과 깨닫지 못함은 모든 점에 있어서 크나큰 차이를 갖는다. 올바로 깨달았느냐, 그렇지 못하냐의 문제는 바로 진리적(올바른-正) 입장에 서 있느냐, 아니면 그렇지 못하느냐(그릇된-邪)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불교의식을 행할 때는 먼저 깨달은 이를 증명(법사)으로 모시게 된다. 중요한 일을 행할 때, 선지식의 검토나 인증을 받는 것이다. 9재를 지낼 때도 영가를 확실하게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천도재를 증명해 줄 증명법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인로왕보살님을 청하여 자비로써 이 도량에 강림하셔서 증명하여 주시고 영가를 인도하실 것을 부탁드리는 것이다.
인로왕보살은 영가를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보살님인데, 어느 한 보살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법회 처소에 따라 다른 분이 인로왕보살로 등장한다.
팔만대장경 상에 인로왕보살이라는 고유명사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에 “사부대중들이 8재계를 일 년 혹은 삼 개월간 받아 지키고, 이 선근 인연으로 서방 극락세계에 가고자 하는 이가 약사유리광여래의 이름을 들으면, 목숨을 마칠 때 여덟 보살이 나타나서 그곳으로 가는 길을 보여줄 것이다(示其道路-引路). 그러면 곧장 그 세계의 여러 가지 색깔의 연꽃 속에 저절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고 되어 있다. 이렇게 8보살이 곧 인로왕보살(길을 가리켜 주는 보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아미타경』에 “평소에 아미타불을 열심히 부르면, 임종할 때에 아미타불께서 좌우에 관음·세지 양대보살을 거느리고 영가를 영접하러 오신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하는 천도재는 영가가 생전에 아미타불을 직접 부른 경우가 아니라, 사후에 가족들이 영가의 명복을 위해서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에 있어서 극락세계의 주인이신 아미타불은 주불이 되고, 좌우보처 관음·세지와 명부와 지옥세계에서 헤매는 중생을 하나도 남김없이 구원하기로 서원하신 지장보살이 인로왕보살이 된다.
청사에 보면 ‘인로왕보살님은 한 손에는 천 층의 보산개(일산)를 들으시고, 몸에는 백 가지 복으로 된 꽃다발을 걸고서, 맑혀진 영혼을 극락세계로 인도한다’고 하였다.
인로왕보살변상도는 다른 데서는 보이지 않고 오직 돈황에서 출토된 탱화에서 보이는데, 한 손에는 깃발을 들고 한 손에는 향로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되어 있다. 지장보살님은 지옥을 드나들며 지옥중생을 제도해야 하므로, 보통 영락을 걸치지 않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석장을 든 모습이다. 다른 보살님들과 달리 검소한 장삼차림으로 나투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로왕보살님이 지장보살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여튼 인로왕보살은 일종의 아미타불의 특사라고 할 수 있다. 극락세계에 나기를 발원하는 모든 중생들을 극락으로 인도하겠다는 원을 세우고, 그 원을 달성하여 부처님이 되신 분이 아미타불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본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아미타불이 직접 가거나 사신을 파견해야 하는 것이다.
인로왕보살은 부처님이 파견하는 특사이므로, 딱 무슨 보살이라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천도하려는 영가의 인연에 따라 여덟 보살 가운데 한 분이 인로왕보살로 오신다. 영가가 생전에 지은 여러 인연과 영가의 권속들이 재를 올리고 의식을 집전하면서 짓는 공덕을 증명하고, 영가의 업장이 올바로 소멸되어 극락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준비와 인도를 담당하는 것이다.
가영을 보면, 영가는 인을 닦고 덕을 쌓아 용신을 기쁘게 하고, 염불과 간경을 하여 업장소멸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성현께서 오시어 영가를 영접하여 인도하사 뜰 앞에 황금다리를 보여 주어 극락세계로 가게 하는 것은 인로왕보살님의 역할이다.
‘뜰 앞에 황금다리를 놓아 영가로 하여금 그 위에 오르게 한다’고 하였는데,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에서 ‘목숨을 마칠 때 여덟 보살이 나타나서 그곳으로 가는 길을 보여준다(示其道路)’고 하신 것과 같은 맥락의 말씀이다.
인로왕보살은 영가를 천도하는 법당의 뜰 앞에 극락가는 길을 보여주는 것, 즉 황금의 다리, 즉 반야용선을 띄워주는 일을 한다. 그렇게만 하면 누구든지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하게 되고 싶다는 열망에 따라 황금다리를 타고 극락으로 갈 것은 뻔한 이치이다. 그래서 뜰 앞에 황금다리를 보여 주는 것이다.
황금다리를 보여주는데도 다른 곳으로 가는 이들이야 어찌해 볼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다만 그 반야용선이나 황금다리를 타고 극락세계로 가야 하는 것은 영가의 몫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런 황금다리나 반야용선을 가지고 극락세계로 인도하여 주시는 인로왕보살님께 귀의하는 것이다.
청사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보살님을 청하였고, 그 다음 헌좌진언으로 자리를 권해드리고 이어 차를 올리는 다게를 하면 된다.
헌좌게는 생략이 되고 곧바로 헌좌진언을 하도록 되어 있다. 부처님이나 보살님께 드리는 헌좌진언 「옴 바아라 미라야 스바하」를 한다. 앞의 여러 의식에서 헌좌진언과 다게를 설명하였으므로 참고하면 될 것이다.
관음시식 원문해설(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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