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넥센 히어로즈 홈구장이었던 목동구장. 그러나 올해부터 이곳은 아마야구 전용구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오는 4일(월) 개막하는 제 7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장소도 목동구장입니다.
6월 30일 목동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을 종료 후 귀가길에 나선 상비군 투수들을 불러 모아 한 컷.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비롯해 중학교. 대학 대회 등 아마야구 대회 일정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평소 대회가 없으면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밟기 힘든 곳. 그런데 지난 달 29일부터 사흘간 목동구장은 여러 학교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들은 제 3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35th World Boy's Baseball Tournament)에 대표팀 상비군으로 발탁된 40명입니다.
사진제공 : 서울시 야구협회
서울시 야구협회 주최로 국내에서 열리는 첫 국제대회
이 대회는 1982년 미국과 일본 야구 교류전에서 출발, 이후 미국 샌디에고에서 세계소년야구연맹(The Federation of World Boy's Baseball Tournament) 창설 이후 해마다 열리는 국제대회로 해당 연령대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역대 개최국을 보면 미국(16회)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일본(11회), 멕시코(4회) 순이며 브라질,호주, 이탈리아에서도 열렸습니다. 그리고 35회 째를 맞는 올해 한국에서 개최됩니다.
눈여겨 볼 점은 국가단위가 아닌 지자체 단위인 서울시 야구협회 주최로 열린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서울시 야구협회는 서울시 체육회 및 상위 단체 및 예산 지급기관 쪽에 이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 결국 예산 편성을 받아 성사됐습니다.
6월 29일 소집일 체력테스트 직전 모습.
대회는 8월1일부터 5일 까지 닷새간 열리며 장소는 목동구장을 비롯해 구의,신월.남양주 에코랜드, 고척돔(개회식.결승전 및 폐회식) 등 5개 구장.
우리나라 A팀(고교1학년 주축)- B팀(중학교 3학년 주축) 등 2팀을 포함 미국(4팀) 일본(2팀),멕시코(2팀),대만, 홍콩, 중국,싱가폴,호주, 브라질 등 총 11개국 17개 팀이 참가합니다.
비슷한 기간(7월 29일~ 8월 7일) 일본 이와키에서는 세계야구소프트연맹이 주관하는 WBSC U-15 야구 월드컵이 열립니다. 이 대회엔 대구 지역 선수 위주로 출전합니다.
세계 랭킹 포인트(440점)가 걸려 있는 월드컵 보다는 규모나 중요도는 떨어지는 친선대회 성격의 대회지만 장차 고교 무대를 넘어 프로를 누빌 꿈나무들의 플레이를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끕니다.
30일 자체 청백전모습 이 날 게임은 1루 덕아웃을 사용한 팀이 원대한의 스리런홈런에 힘입어 4-1로 승리했다.
예선 더블헤더로 닷새간 36경기 빡빡한 일정
서울시 야구협회는 빠듯한 예산 탓에 대회기간을 최소화하는데 주력, 예선 리그를 더블헤더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임은 7회까지만 진행되고 투구이닝도 4이닝으로 정해져 있어 큰 무리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 협회의 전언.
그러나 한창 더운 날씨 두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스케줄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회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전선수는 2000년 4월 이후 출생자에 한해 자격이 부여됩니다. 만 15세로 중학교 3학년 혹은 고교 1학년이 이에 해당됩니다.
한국은 2개 팀이 출전합니다.
현재 고교 1학년 재학 중인 선수들과 중학교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허찬휘(선린중3) 김병휘(홍은중)등 정예 멤버로 꾸려질 A팀은 강정필 (청량중)감독이 지휘봉을 쥐고 추성건(자양중)감독, 조연제(잠신중)감독, 박만채(휘문중)감독이 코칭스태프로 나섭니다.
A팀 코칭스태프 왼쪽부터 조연제코치-추성건코치-강정필감독-박만채 코치
전원 중학생으로 발탁할 예정인 B팀은 박찬민(건대부중) 감독을 사령탑으로 하고 김정길(강남중)감독이 수석코치, 공태웅(덕수중)감독, 하준형(성남중)감독이 각각 야수와 투수 코치로 선임되어 상비군 엔트리도 다음 주 주중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2시 A팀 대표팀 상비군 소집일. 눈에 익은 서울권 학교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학교에서 연습하다가 왔죠. 여기 온 애들 다 중학교 때부터 잘 알고 있던 애들이에요.”
가슴 앞에 새겨진 팀명은 달라도 1학년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다들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다소 경직된 표정을 풀지 못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허찬민(선린중3) 김병휘(홍은중3). 이 둘은 고등학교 형들의 행동 하나 하나를 예의주시하며 분위기를 살피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서울시 야구협회는 이 둘은 평가전 결과에 상관없이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허찬민 -김병휘
175cm 85kg의 다부진 체격의 허찬민은 선린중학교 좌완 에이스이자 4번 타자로 투타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는 선수.
김병휘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이국적인 외모를 갖췄으나 아버지가 한국 분으로 당연히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협회와 중학야구 현장 일선에서는 그를 서울권 야수 중 최상급의 기량을 갖춘 선수로 평가합니다. 공수주에서 이미 중학교 수준을 뛰어 넘었다는 극찬을 받고 있는데 특히 주루 능력이 뛰어나 평범한 내야 땅볼 타구로도 거뜬히 1루 베이스를 통과합니다.
30일 3루팀 선발 손동현(성남고1) 투수 피칭 모습 (사진제공 : 서울시야구협회)
이번 대회 엔트리는 18명. 이미 중학생 2명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정해져 있어 사실상 38명이 남은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쳐야 합니다.
학교별로 보면 서울고가 11명으로 최다, 그 뒤를 이어 경기고 7명, 성남고 5명 덕수고 4명 그리고 휘문.장충 충암 배명이 각각 2명씩을 배출 했습니다. 여기에 신수빈(경동고1),김동규(배재고1)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카우트들은 서울권 고교 1학년들의 체격조건이나 실력이 꽤 출중한 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고교 진학 후 주전 자리를 꿰찬 경우는 많지 않아 기록으로 선정할 수 없어 중학교 재학 당시 성적으로 명단을 꾸렸습니다.
29일 소집일엔 개별 체력 테스트와 기본기 및 컨디션 점검을 실시했고 30일엔 자체 청백전으로 포지션 별 기술과 경기력을 평가했습니다.
누가 될까? 4일(월) 최종 엔트리 발표
우선 투수를 살펴보면 손동현(성남고1.우완) 이교훈(서울고1.좌완) 최현일(서울고1.우완) 두영민(덕수고1.사이드암) 오영욱(덕수고1.좌완)등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손동현- 이교훈-두영민-최현일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순) 최고구속 140대를 기록 중인 손동현은 올 시즌 8경기(23.2이닝) 등판 3승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하고 있는 성남고 차세대 에이스. 사사구가 2개인데 비해 20개의 탈삼진을 기록, 빼어난 제구력과 완급조절을 자랑합니다.
186cm 87kg이라는 우수한 체격 조건을 지닌 최현일도 최고구속 142km/h. 좌완 이교훈도 130대 중반의 빠른 볼을 던집니다.
큰 키(185cm)의 좌완 오영욱도 언북중 시절부터 유망주로 거론된 선수.
두영민은 상비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옆구리 투수 가운데 가장 빠른 구속을 갖고 있습니다.
장충고 김현수- 휘문고 김대한- 경기고 한동윤
이 밖에 투수로도 활용 가능한 김대한(휘문고1)도 눈여겨 볼 선수입니다. 김대한은 올 시즌 14경기 출전 51타수 22안타 타율 0.431 13타점 8도루를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을 뿐 만 아니라 잠깐 마운드에 올라 최고구속 145km/h의 빠른 볼을 던져 단번에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은 바 있습니다.
청백전 3루 덕아웃 팀 마무리로 등판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볼을 던졌으나 제구력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협회는 가급적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 할 줄 아는 선수들로 꾸릴 것이라 못 박아 놓은 상황. 그의 행보는 일찌감치 예상되는 바입니다.
신일고 김도환 -충암고 김세영 -덕수고 김시원 (이상 포수)
상비군에 이름을 올린 포수 중에는 김도환(신일고1)이 단연 눈에 띕니다. 올해 신일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꿰차고 전 게임 출전(14경기) 51타수 16안타 타율 0.314 8타점을 기록했습니다. 많은 경기 경험을 국제대회 무대에서도 펼쳐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내야수로는 앞서 언급한 김병휘가 유격수 자리를 꿰차 것으로 보이며 전상렬 두산 코치 아들 전형근(휘문고1), 청백전에서 3점 홈런포를 쏘아올린 원대한(경기고1) 다부진 체격의 장이재(성남고1) 충암고에서 지명타자로 나설 정도로 타격감이 뛰어난 양우현(충암고1), 6학년 때 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단숨에 거포로 두각을 나타낸 김혜성(배명고1) 등이 남은 내야 자리를 놓고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외야는 투수는 물론이고 내야수도 돌려 세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형근-장이재-원대한-김혜성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순)
김현수(장충고1)는 외야수로 뛰지만 투수도 겸하고 있어 유리합니다. 한동윤(경기고1)은 청백전에서 2개의 2루타를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펼쳐보였습니다.
이 대회는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합니다. 고교 진학 후 나무 배트로 훈련을 해 온 터라 선수들은 청백전 게임을 치른 뒤 ‘나무보다 훨씬 가볍다 보니 방망이가 헛도는 느낌’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 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나 작년까지 사용했기 때문에 이내 적응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서울시 야구협회는 규정 엔트리는 18명이지만 4명을 더 뽑아 혹시 모를 부상선수 발생에 대처할 예정입니다.
또한 청룡기 대회 이후 대표팀을 소집, 손발을 맞추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국제대회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15세. 어중간 나이대 꿈나무들의 기량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 해 볼 수 있는 무대라 더욱 기대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서울권 선수로만 꾸려졌다는 점 또 혹사 논란의 불똥이 튈만한 더블헤더로 진행되는 대회 방식 등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 대회를 계기로 청소년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해 보면서 모쪼록 부상당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주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