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1. 11
김종인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이 결국 사퇴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5일 11시 선대위 전면 쇄신을 발표하며 김 전 위원장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선대위 전면 쇄신은 필요한 과정이기는 했다. 과거 선대위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표면적인 문제는 무엇보다 ‘스피커’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스피커는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두 명 정도여야 하지만, 선대위 상층 구성원 상당수가 저마다 각양각색 목소리를 내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표면적인 문제 말고 기능적 차원의 문제도 있었다. 선대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후보의 이미지 창출인데, 제대로 된 이미지 창출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는 ‘강하다’라는 이미지 외에 다른 긍정적 이미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에 반대되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승리의 기반을 닦았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현 정권의 취약점을 대체하는 것은 능력이다. 즉, ‘능력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후보들은 창출해야 한다. 이는 지난 1월 1일 발표된 SBS-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12월 30~31일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 응답률 17.8%,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나타난다. 응답자의 52.8%가 국정 운영 능력을 가장 중요한 후보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국정 운영 능력’을 가진 후보자로서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능력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가져간 듯 보인다. KBS-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12월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8.1%,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응답자의 42%가 ‘이재명 후보가 국정 운영을 더 잘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윤석열 후보가 더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2.4%에 그쳤다.
이를 보면, 선대위 개편은 필연적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대위 개편이 당내 갈등의 산물이라고 비쳐지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럴 경우, 쇄신이 갖는 긍정적 의미가 유권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또한 이번 선대위 개편이 갈등의 산물이라 해도,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면 좋으련만, 그것이 잘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김종인 위원장 사퇴가 알려진 지난 1월 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선 후보 측에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기 위한 선거 캠페인 방식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히며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는 SNS 글을 남겼다.
당 내부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는 인상을 유권자에게 주면, 지지율 상승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
김종인 위원장 사퇴는 윤석열 후보에게 여러 가지 과제를 던져줬다. 무엇보다 김종인 위원장 사퇴가 부분적으로 중도층의 지지 철회를 불러올 수 있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후보는 중도층에서도 이재명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 대해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5차 정례 여론조사(응답률 18.1%,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석열 후보는 중도층의 24.3%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도층의 37.9%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 비해 오차 범위 밖에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김종인 위원장이 사퇴했으니, 당분간 중도층에서의 윤석열 후보 지지세는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뿐 아니라 김종인 위원장 사퇴는 호남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율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호남 지역에서 그런대로 좋은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KBS-한길리서치 5차 정례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는 호남 지역 지지율 역시 감소 추세인데,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거나 지지율이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호남 지역에서 최소한 두 자릿수 이상 지지율을 기록해야 대선 승리가 수월하다는 차원에서 보면, 이 또한 윤 후보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다름 아닌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다.
안 후보 입장에서도 후보 단일화는 필요하다. 안 후보가 앞으로 지지율을 더욱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유권자의 불안감 해소다. 여기서 말하는 불안감이란, 가족 관련 의혹도 없고, 전문성도 있으며 국정 운영 능력도 있고, 그런대로 정치적 경력도 오래됐다는 안 후보의 여러 장점이, 의석 세 석짜리 정당 때문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안정 지향적 투표를 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성향 때문에 의석 세 석짜리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기란 쉽지 않다. 안 후보 입장에서, 이런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 후보 단일화일 수 있다. 후보 단일화의 결과, 누가 단일 후보가 되든 단일화에 참여한 정당들은 단일 후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해당 단일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에, 후보가 속한 정당 의석수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는 양측 모두에게 장점을 가져다줄 것이다.
만일 단일화 없이 두 후보가 대선을 완주한다면, 표가 갈려 지난 19대 대선과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안철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8~12% 정도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선에서는 12~16%대 득표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라는 것은 투표율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유권자를 전제로 하는 조사인 반면, 실제 대선 투표율은 70%대 중반 정도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 두 후보 모두 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단일화의 시기와 속도다. 단일화 과정이 너무 길어지면 대선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단일화에서 중요한 것은 핵심 지지층을 단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도적 행보 혹은 지지층을 확장하려는 행보보다는 핵심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를 할 수밖에 없고, 이런 행보를 오래 할 경우 지지층을 확산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물밑 협상은 하되, 단일화 공식 협상은 빠르게 진행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
이번처럼 다이내믹한 대선은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만큼 관전 포인트도 많고, 아슬아슬한 순간도 많다.
신율 /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2호 (2022.01.12~2021.01.1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