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통일찬송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Ⅰ. 서론
1970년대 후반 이후 80년대에 이르는 기간의 우리나라는 문화적인 면에서 많은 발전을 하였다. 그러나 서양음악의 도입에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했던 찬송가는 발전 아닌 퇴보를 하였다. 외국의 찬송가와 비교하지 않고 1930년대 발행된 「신정 찬송가」와 「신편 찬송가」에 비교하여도 새로이 편찬된 「통일 찬송가」의 수준이 이들에 미치지 못함은 물론, 바로 전에 사용하던 「새 찬송가」와 「개편 찬송가」에 그 내용이 크게 뒤지고 있다.
세속의 음악들은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할수록 많은 변화와 발전을 하고 있으나 하나님을 찬양하는데 사용되는 찬송가는 아직도 답보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지금 21세기에 들어선 시점에서 찬송가집의 곡들은 대부분이 19세기 이전의 곡들이고, 몇몇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 곡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찬송가의 곡과 부르는 사람간에 시간적, 공간적 차이가 생기게 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정서와의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찬송가의 개혁의 이유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그 공통된 논의점들을 중심으로 개선책을 도출하여 보기로 한다.
Ⅱ. 현행 찬송가(통일 찬송가)의 문제점
1. 내용상의 문제
(1) 한국인의 작사, 작곡의 미약
통일찬송가에는 한국 창작곡은 18곡(작시만 된 것도 포함) 3.2%이고, 따라서 96.8%가 모두 번역곡이다. 그런데 번역곡의 대부분은 영미 계통의 찬송가로 작시에서 404편 72.4%, 작곡에서 384편 68.8%에 이를 정도로 영국과 미국에 편중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우리 나라에 복음을 전해준 사람들 거의가 영어권에서 온 선교사라는데 그 원인이 있다하겠지만, 이는 통일찬송가에 우리나라 창작곡이 빈약하다는 것 못지않게 우려되는 바가 크다 하겠다.
(2) 조성, 박자의 편중
조성은 Eb, Ab, G, F, Bb 모두 75.7%, 박자는 4/4, 3/4 모두 76.1%로 치중되어 있다.
(3) 번역상의 문제
번역되기 전에는 찬송곡과 찬송시가 강세나 운율에 있어 통일성을 이루고 있지만, 번역하고 난 뒤에는 어떤 원칙이 없이 뒤죽박죽 된 것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4) 세속곡의 유입
세속곡조가 찬송시로 채용되어 곡조가 '성화'(聖化)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찬송의 풍부한 유산을 가지고 있는 현재에는 불필요하게 나쁜 연상작용이 생기는 그러한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하나의 찬송시와 하나의 찬송곡을 결혼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5) 작자의 신앙문제
찬송가가 갖는 중요한 개념은 성경에서 나온 찬양이 아니라 사람이 쓴 노래라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하여 찬송가를 쓰기 때문에 자신의 삶이 얼마나 진실되고 성스러우냐에 따라서 그의 찬송이 성스러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2. 편집상의 문제
(1) 편집 위원들의 구성 문제
우선 찬송가 통일작업에 참여한 위원들이 대부분이 일선 목회자와 신학자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각 교단에서 파송된 위원과 소수의 음악위원으로 구성되었고, 찬송가 편집 담당자마저도 음악인이 아닌 일선 목회자로 구성되었으며, 음악 전문가들은 선곡 과정에만 참여한 상태에서 찬송가 통일 작업을 마쳤다.
(2) 예배찬송이 부족하다.
현행 찬송가를 보면 예배 부분에 송영(1-8), 찬양과 경배(9-55), 주일(56-58), 폐회(59-62), 아침과 저녁(63-68), 헌금(69-72)으로 나와 있다. 이 중 아침과 저녁, 헌금, 송영을 빼면 모두 53장으로 새찬송가 76장, 개편찬송가 87장에 비하면 예배찬송이 너무나 줄어든 것이다.
찬송가는 무엇보다도 신앙생활의 중심인 예배에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편집되는 것이 가장 기본인데, 예배의 처음과 나중에 불리워지는 송영이 많이 삭제되었고 그보다는 일 년에 몇 차례에 불과한 연합집회에 사용하기에 편리하게 편집된 느낌이다.
(3) 중복이 너무 많다.
찬송가 558장 중에서 중복 편집된 찬송이 66장이 된다.
3. 새로 나온 찬송가 제 2편
이 찬송가집의 편찬 목적은 첫째 우리의 신앙고백을 우리 스스로가 하자는 것과, 둘째 우리 정서에 맞는 찬송가로 찬양하자는 것, 그리고 셋째는 기독교 문화 창달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이 찬송가집의 편찬 목적 중 그 첫 번째인 우리의 신앙고백을 우리 스스로가 하자는 것에는 별 이의가 없겠으나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그 내용상 상당히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가락(曲)을 보아도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찬송이 많지 않고 작곡자의 이름만 가리면 현행 영미 계통의 수입 찬송가와 다를 바가 없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가사적인 측면에서도 기존의 번역 찬송가의 가사와 내용상 별 차이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 고유의 기독교 문화창달이란 목표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Ⅲ. 개선방안
1. 예배찬송의 확대
(1) 회중의 필요성
통일찬송가의 558곡은 전부가 회중에 의해서 불리워지는 것은 아니며, 한 번도 불리워지지 않는 것도 상당수가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찬송가에 있는 예배찬송은 그 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예배에 있어 많이 불리워지고 있다.
(2) 예배에 대한 목적
예배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는 것이며 그 외의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찬송가의 우선적인 목적이 예배에 사용되기 위함이라면 예배찬송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3) 현대 찬송가의 추세
현대 세계의 우수한 찬송가를 보면 대체로 18세기에는 설교적 찬송가를, 19세기에는 부흥찬송가를, 20세기에는 예배찬송가를 강조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다양한 주제의 찬송가 개발
교회가 하는 일은 예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도, 구제, 봉사, 친교의 일들도 교회의 중요한 일인만큼 상황에 따라서 부를 수 있는 찬송가가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3. 각 교파, 교단별로 그 성향에 맞게 특성화한다.
한국 교회는 크게 나누어 3가지 성향의 교회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진보나 중도적인 성향의 교회이다. 진보적 성향의 기독교 장로회, 감리교, 중도적인 성향의 장로교 통합측과 성결교는 예배와 찬송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표준 찬송이 많은 「개편 찬송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둘째, 보수적 교회인 장로교 합동측과 장로교 고려파는 비교적 장로교적 성향의 찬송가인 「새 찬송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셋째, 집회적인 성향의 예배를 드리는 순복음 교회, 침례교들은 복음가와 익숙한 찬송이 많은 「합동 찬송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들의 성향과 특성에 맞게 찬송가를 사용하였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교회나 교파간에 성향에 알맞은 찬송가를 사용하면 서로 비교, 발전될 수 있으며 서로간의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4. 찬송가의 한국화에 힘써야 한다.
한국 찬송가는 한국인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인 스스로가 만든 것이어야 한다. 스스로 만들되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은 우리 고유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찬송가를 만드는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모두가 우리 전통음악에 대하여 존경심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내 것을 사랑하지 못할 때 남의 것만 바라보게 되며 문화적 사대주의에 빠지게 된다.
5. 새 시대에 적응하는 찬송가의 개발
오늘날 교회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교회가 세상과 너무도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 속에 있어 그 세상을 위한 교회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세상과는 별개의 것으로 담을 쌓아 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민족의 복음화를 목표로 삼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잘 통합된 문화적 복합체를 회복하려는 필요성이 절실한 형편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을 세상에 전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면, 세상음악을 멀리하고 배격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 뛰어들어 과감한 개혁과 예수 세력의 확장을 꾀해야 할 것이다.
Ⅳ. 결론 및 제언
현행 통일찬송가의 내용상 문제점으로 한국인의 작사·곡이 미약하고, 조성과 박자가 편중되어 있으며, 번역상의 문제와 세속곡의 유입, 작자의 신앙문제에 대하여 언급하였고, 편집상 문제점으로는 편집인의 구성원에 대한 문제와 예배찬송의 부족, 많은 곡들의 중복을 지적하였고, 찬송가 제 2편의 수준미달에 대하여 논의했다. 또한,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예배찬송의 확대, 다양한 주제의 찬송가 개발, 교파 교단별의 성향에 따른 특성화, 찬송가의 한국화, 찬송가의 새 시대에 대한 적응에 대하여 서술하여 왔다.
이에 앞에서 논의된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우리 기독교에 있어서 찬송가가 얼마나 중요하고 막대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를 주의 깊게 인식하고 모든 문제점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그 대안을 정립하고 내용상으로나 편집상으로나 보다 우수하고 실용성 있는 찬송가가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선의 목회자들이 이를 인정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며, 신학교에서의 음악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의 교회음악과에서는 신학적인 부분을 강조하여야 한다. 또한, 신학과 음악을 모두 전공한 음악목회자의 활성화도 모색하여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곡들도 다수 추가하고, 각 교파·교단별로 특성화하여, 한국교회가 모두 함께 부를 수 있는 곡들과, 교파·교단별로 성향에 맞는 곡들을 함께 수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