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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하는 의사들] 바르면 임플란트 없이 ‘치아 재생’… “글로벌 1위 ‘센소다인’ 긴장했죠”
하이센스바이오 박주철 대표 인터뷰
조선대 치대 졸업, 서울대 치대 교수
상아질과 치주세포 활성화 물질 연구
오리온에 기술이전...시린이 치약 중국 공략
“시린이 치료제, 올해 국내 2b상 신청”
미국 FDA 임상 신청 후 글로벌 빅파마 기술이전 추진
경기(과천)=김명지 기자
입력 2023.08.20 06:00
하이센스바이오 박주철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과천 본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김명지 기자
하이센스바이오 박주철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과천 본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김명지 기자
‘초코파이’를 만드는 오리온이 올해 초 국내 바이오벤처와 손잡고 시린 이를 치료하는 치약을 개발한다고 밝혔을 때 가장 먼저 나온 업계 반응은 ‘병 주고 약 주는 것 아니냐’였다. 충치를 유발하는 간식을 만드는 기업이 구강 건강 제품을 팔겠다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단 것이다.
그런데 오리온이 서울대 치과대학 박주철 교수가 창업한 하이센스바이오와 손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 대표는 치아 재생 기술만 20년 넘게 연구한 권위자로 꼽힌다. 조선대 치대를 졸업한 박 대표는 서울대 치과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일본 오카야마대 의대 미국 뉴욕주립대 버팔로대학에서 연골을 연구했다.
오리온이 하이센스바이오로부터 전달 받은 원천기술은 박 대표 서울대 연구팀이 지난 2008년 발굴한 CPNE7이다. 이 물질은 치주 인대 상아질 등 치아 세포를 재생한다. 박 대표는 이 물질로 대한 치의학회 학술상 금상을 받았고, 지난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이달의 신기술 상을 받았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시린이 치약 브랜드인 센소다인을 보유한 헬리온(GSK가 소비재 부문을 분사해서 만든 기업) 사람들과 만났을 때 오리온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중국 치약 시장이 연 매출 6조 원 정도인데, 헬리온은 센소다인으로만 연 3000억 원의 연 매출을 내고 있다.
박 대표는“헬리온이 오리온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오리온이) 중국에서 센소다인 시장 절반만 가져와도 연 매출 1500억 원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리온과 하이센스바이오의 합작법인인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올해 하반기 중국에서 시린이 치약 판매 허가를 받고, 내년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치과의사 출신의 성공한 벤처 사업가는 적지 않다. 오스템임플란트(1,900,000원 ▲ 0 0%)의 최규옥 회장이 서울대 치과대학 출신이고, 덴티움(120,100원 ▼ 3,300 -2.67%) 정성민 회장은 경희대 치과대학 출신이다. 하지만 치과의사 출신 사업가 중에서 ‘의약품’에 도전한 연구자는 찾기가 어렵다. 박 대표는 의약품에 도전한 계기에 대해선 “이 분야를 오래 연구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07년 서울대 치과대학 부교수로 부임한 후 연구부원장, 치학연구소장, 대한구강해부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 세계 충치 환자가 약 35억 명으로 추산된다. 박 대표는 “CPNE7가 성공하면 세상에 없는 충치 치료제 시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를 경기도 과천 회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치아를 재생한다는 개념이 새롭다. 치아에 충치가 생겨서 빠지면 그걸로 끝 아닌가.
“치아도 재생할 수 있다. 충치 치료는 부식된 부분을 긁어내고 생긴 구멍을 레진 등으로 막는 것이 기본이다. 구멍을 메울 수 없을 정도로 부식한 치아는 임플란트를 한다. 그렇게 구멍을 막으면 고통은 사라진다. 하지만 레진은 시간이 지나면 수축하기 때문에 틈새가 생기고 그 사이로 세균이 들어가 충치가 또 생긴다. 우리는 내 치아가 스스로 이 구멍을 메꾸도록 세포를 자극한다. 충치 치료 전에 이 약을 바르면 충치가 덜 재발할 것으로 본다. 효과는 2~3주 후부터 나타난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한번 활성화되면 내 몸 세포가 스스로 치료하는 것이니 보다 완전한 치료라고 볼 수 있다.”
하이센스바이오 박주철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과천 본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치아는 겉면의 법랑질과 그 아래 상아질, 그 아래 치주 인대 등으로 구성된다. 박 대표 사무실에 놓인 치아 모형 들./김명지 기자
하이센스바이오 박주철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과천 본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치아는 겉면의 법랑질과 그 아래 상아질, 그 아래 치주 인대 등으로 구성된다. 박 대표 사무실에 놓인 치아 모형 들./김명지 기자
─ 원천 기술에 관해 설명해 줄 수 있나.
“CPNEP7는 치아의 상아질과 치주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전이다. 상아질에 있는 작은 구멍들에 펩타이드(단백질)를 주입해 미세한 구멍들을 막게 된다.”
─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치아는 크게 표면의 딱딱한 법랑질, 그 안쪽에 신경이 있는 상아질, 치추 인대 등으로 구성된다. 충치균이 법랑질을 뚫고 들어가서 상아질이 외부에 노출되면 시리거나 찌릿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시린 이는 칫솔질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칫솔질을 세게 하면 법랑질에 스크래치가 생기면서 얇아진다. 찬물을 마시거나 할 때 느껴지는 통증이 더 지나면 신경을 건드려 극심한 통증으로 발전한다. 통증을 느끼기 전 시린 이 상태에서는 치아를 붙들고 있는 상아모세포가 살아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일하지 않는 세포를 깨워서 재생, 즉 일하게 하는 것이다. "
─ 여전히 어렵다.
“내 원래 전공은 치아의 ‘근원’을 연구하는 것이다. 땅에 씨앗을 심으면 나무가 자라지 않나. 치아도 씨앗이 있다. 나는 씨앗에서 자란 치아의 일부인 상아질과 치주조직은 세포 재생이 가능하다고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박 대표는 치아의 근원은 머리카락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머리카락은 모낭에서 자라는데, 일생 나고 빠지고 다시 자라는 것을 반복한다. 두피에 모낭이 100개 있으면, 80곳은 머리카락이 있고, 20개는 쉬면서 교대 근무를 기다린다. 쉬는 모낭이 늘어나면 탈모라고 한다. 탈모 치료제들은 모낭 세포가 머리카락을 좀 더 오래 붙잡고 있게 만드는 기전을 갖고 있다.
─머리카락은 빠지면 다시 나지만, 치아는 빠지면 다시 나지 않는다.
“빠진 영구치를 다시 나게 하겠다는 게 아니다. 치아를 붙들고 있는 상아모세포를 자극하는 것이다. 상아모세포를 활성화하면, 상아세관을 봉쇄해서 감싸게 되고, 상아질 안쪽의 조직이 법랑질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근관치료학회지(Journal of Endodontics)에 게재됐다. 이 밖에 노화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이징 셀(Aging Cell)’에서 우리 연구논문을 심사 중이다. 치의학 분야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덴탈리서치(JDR)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치료제를 바르는 것보다 라미네이트나 임플란트를 받는 게 훨씬 편하지 않나. 요즘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다.
“과거에는 임플란트를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임플란트를 받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임플란트를 먼저 도입한 유럽에서는 요즘 ‘자연 치아 살리기’ 운동이 불고 있다.”
─임플란트에 무슨 부작용이 있나.
“임플란트의 가장 큰 단점은 내가 얼마나 세게 씹는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연치아는 치아가 치아인대로 뼈와 직접 닿아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세게 씹는지 안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나사로 붙여 놓기만 한 것이라서 그게 안 된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한데, 선천적으로 치아가 없는 환자의 아랫니 3개와 윗니 3개를 임플란트했더니, 턱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보고됐다. 자기가 얼마나 세게 씹는지 모르니 턱뼈가 부러질 정도로 씹은 거다. 임플란트한 치아가 맞닿은 반대편 치아를 깨뜨리기도 한다.”
─시린이 치료제는 어떻게 쓰게 되나. 먹는 약인가.
“치아에 도포하는 액체 형태다. 일주일에 세 번 치과에서 치과의사가 처방하고 환자의 치아에 뿌리는 전문의약품이다. 치약과 구강 청결제도 의사 처방 기반의 전문의약품이어야 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답변을 받았다. 치과에 환자가 오면 기본 치료를 하고, 치과 의사가 전문의약품으로 처방전을 써주면 약국에서 치약과 구강청결제(가글)을 구입해 홈케어를 하는 식을 구상하고 있다.”
하이센스바이오 박주철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과천 본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대표의 사무실 한켠에 연구 성과와 관련한 정부와 기관 표창이 놓여 있었다./김명지 기자
하이센스바이오 박주철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과천 본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대표의 사무실 한켠에 연구 성과와 관련한 정부와 기관 표창이 놓여 있었다./김명지 기자
─오리온과의 협력은 어떻게 진행됐나.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인 데일리파트너스가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에게 우리 회사를 소개한 게 시작이다. 오리온과 작년 3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기술 검증 작업을 했다. 오리온에서는 항암제와 같은 전통 의약품과 비교하면 우리 물질의 제품화가 빠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에 중국 러시아 시장을 넘긴 게 아깝지 않나.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이나 러시아 시장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뚫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무래도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니까. 그런 시장의 판권을 사준다고 하니 감사한 일이었다. 중국은 치약 등 소비재에 대한 규제가 달라서 우리 물질을 치약에 바로 도입할 수 있다고 하니 운도 따랐다. 중국 특허도 받아 놓은 상태다.”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큰 행사로 JP모건 헬스케어를 꼽는다. 구강 건강 분야에서는 JPM을 벤치마크한 ‘오랄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매년 9월 미국에서 열린다. 하이센스바이오는 지난해 보스턴 콘퍼런스에서 프레젠테이션 기업으로 선정됐다. 180개 업체가 응모해 13개 업체가 선정이 됐는데, 아시아 벤처 중에는 하이센스바이오가 유일했다.
─작년 오랄 헬스케어 콘퍼런스 분위기는 어땠나.
“치과 제품 글로벌 대기업인 콜게이트 센소다인 등이 스폰서로 참석했다. 글로벌 치과 산업을 주도하는 사람들 바이오벤처 사람들 벤처 캐피탈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우리를 제외하고 발표자로 선정된 13개 업체 대부분은 정보통신(IT)을 활용한 의료기기나 치아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었다. 좀 특이해 보였는지 발표 이후 센소다인(헬리온) 과 콜게이트 쪽에서 따로 연락이 와서 만나기도 했다.”
─헬리온과 만나 기술이전을 타진했다는 뜻인가.
“헬리온과 기술 이전을 논의한 건 맞다. 하지만 지금은 높은 가치를 받기에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다. 국내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오는 9월쯤 pre-IND(임상시험신청) 미팅이 잡힐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올해 미국에서 IND 승인을 받고, 내년부터 기술 이전 협상을 시작하려고 한다. 국내 2b 임상은 내년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내 임상 결과에 따라 미국 임상 1상 면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임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임상 1상은 유효성 평가와 안전성 평가로 구분된다. 안전성 평가는 문제가 없었다. 유효성 평가에서 표본 수가 너무 적다는 판정을 받았다. 임상 대상자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고 위약(플라시보)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2b상에서는 평가 방법을 바꾸고 표본을 늘릴 생각이다. 환자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환자의 표정을 보고 치과의사가 판단하는 방식이다.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 세군데 대학에서 임상을 하기로 했다. 식약처에 2b상 임상허가신청서(IND)를 접수하고, 올해 연말 2b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이센스바이오 박주철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과천 본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곳은 하이센스바이오 본사 연구실이다. /김명지 기자
하이센스바이오 박주철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과천 본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곳은 하이센스바이오 본사 연구실이다. /김명지 기자
─요즘 대학병원에서는 필수의료 부족이 문제로 지적된다. 치과대학은 어떤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면 95%가 개업한다. 나가면 훨씬 돈을 잘 버니까. 서울대에서도 몇 년 만 더 지나면 치대교수 구하기 어려울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버드를 제외한 미국의 대학병원들은 자기 병원을 개원해서 환자들도 보면서 대학 강의나 연구도 할 수 있게 제도를 손본다고 들었다.”
─치과를 개원을 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한 이유가 있나. 벤처를 시작한 계기도 궁금하다.
“벤처는 원래 계획된 게 아니다. 나는 연구하는 게 재미있었다.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뼈를 공부했다. 일본에서 박사후과정을 했는데, 치대가 아닌 의대에서 연골을 공부했다. 지금 한국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그 때는 일본 대학이 백화점이면 한국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미국을 거쳐 귀국하는 길에 내가 연구자로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으려면 전공인 ‘치아 재생’을 연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연골과 뼈를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시작은 이런 거였다. 남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웃음)”
─우여곡절은 없었나.
“처음엔 연구비를 받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도 우직하게 10~15년을 연구했더니 박주철 교수는 상아질 재생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각인이 됐다.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좋은 설비에 우수한 학생들이 연구실에 들어오면서 연구에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실패 사례는 없나.
“실패가 없었겠나.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가 실패해 빈손으로 돌아왔고, 1999년에도 실패했다. 이번 물질은 지난 2008년 세번째 도전해서 2011년 나온 결과다. 하지만 실패해도 괜찮다. 연구 실패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지 학문적 성과는 있지 않나.”
지난 2016년 서울대 학내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하이센스바이오는 7년 만인 올해 5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기술특례상장 신청 전에 실시한 프리IPO도 성공적으로 마쳐 연내 상장을 바리보고 있다. 오리온과 합작해서 개발하는 시린이 치약은 내년 중국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박 대표에게 이후의 계획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에 벤처를 할 때 생산 판매는 안한다고 원칙을 정했습니다. 제가 잘 하는 건 연구에요. 아마 전 또 다른 새로운 연구를 하게 될 겁니다. 지금은 글로벌 기술 이전에 집중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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