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귀여섬) 17일(퇴촌) 촬영한 사진입니다. 퇴촌 어느 교회 화단에 수선화도 피고 할미꽃, 돌단풍도 피었습디다. 이 날 촬영한 퇴촌 공원에는 개나리가 산책로변에 자리를 잡고 엄청 많은 꽃을 피우는데 어제 보니 활짝 핀 꽃은 딱 한송이 있습디다.
귀여섬에서 두리번 거리다가 나무 가지랭이 위에 누군가가 돌맹이 3개를 올려 놓았는데 특이하게 생각되어 찍어 봤네요. 사진은 [특이한 아름다움]을 찍는 것인데 아름답다고 모두 찍으면 한이 없겠지요. 그 중에서 특이한 것을 찍는다는 얘기가 되겠는데 특이하다는 말은 而化가 늘 얘기하던 [느낌이 있다]는 말과 상통하는 말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것들 중에 특이하다는 말을 뒤집어 얘기하면 특이한 것으로서 아름답다는 말과 같은 말이 되겠지요. 따라서 특이한 것만 찾아 다니며 그 중 아름다운 것을 찍느냐 아름다운 것을 찾아 다니며 그 중 특이한 것을 찍느냐는 결과는 같은 말인데 사진찍는 요령은 다를 듯 합니다.
그런데 아름답다고 하는 말의 정의, 즉 무엇이 아름다운 것이냐 이것이 문제죠. 그래서 而化가 책을 하나 샀는데 [처음 만나는 미학]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그러니까 왕초보를 위한 미학이라는 말인데 무려 400페이지나 됩디다. 그 책을 읽어 보려는데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는군요. [앓느니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움에는 정의가 없다]고 제쳐 두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의란 객관적인 사전적 의미를 말하는 것이니 [아름다움은 주관적인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편리할 듯 합니다.
아무튼 특이한 것이 먼저냐 주관적으로라도 아름다운 것이 먼저냐 하는 것은 일단 而化는 [특이한 것을 찾아서 그것을 아름답게 찍는다] 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 [아름다운 것을 찾아서 그것을 특이하게 찍는다.]는 표현도 좋을 것 같네요. 어느 것이건 결과는 [특이한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죠. 이 말은 而化가 늘상 얘기한 [만들어 찍는다]는 말과 같은 것이죠. 이 말이 곧 [사진作品]이라는 말과 상응하는 말이 되는 것이죠.
종합하면 사진은 특이한 아름다움을 찍는 것인데 만들어 찍는다는 의미와 같은 것이고 결국 작품이 되는 것이죠. 특이하다는 말은 느낌이 있다는 말과 상응하는 말이고 느낌이 있다는 말은 거기에 무언가 이야기꺼리가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죠. 특이하게 보이도록 찍는다는 것은 무언가 이야기꺼리가 생기도록 만들어 찍는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사진은 [이야기가 있도록 찍으라]고 하죠. 사진을 배우는 마당에 [이야기] 어쩌구 하면 힘들어지죠. 게다가 [주제] 라고 하면 더 어리벙 해 집니다. 주제는 이야기를 잘 다듬어서 그 이야기가 대표하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왜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그 의미죠. 이 말은 곧 [왜 그 사진을 찍었는지]라는 말과 상통하는 말이 되겠네요. 그것이 주제가 되는 것이죠. 제목이란 주제와는 좀 다른 얘긴데 [사진의 이름표] 같은 것이죠. 주제와 별도로 그럴 듯한 말을 만들어 붙여도 되는 것인데 주제를 그대로 제목으로 붙이면 보는이의 생각이 고정돼버리죠. 보는이도 나름대로 무슨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데 작가와 같은 생각을 하도록 강제하는 결과가 될 수 있겠네요. 반면에 주제와 너무나 동 떨어진 표현이면 주제의 전달에 혹시 차질을 빚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제목을 붙이는 일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상살이가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