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정신과 병상수가 월등히 많다. OECD 통계에 의하면 인구 천 명당 정신과 병상수는 일본이 2.59이다. 독일 1.31, 프랑스 0.82, 미국 0.25로 1.5 이상인 나라가 없다(통계는 2020년의 것과 최근의 것이 섞여 있다). 70
일본의 정신 의료 역사를 살펴보면 편견과 차별의 확산에 국가 정책이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최초의 정신장애인 보호에 관한 법률은 1900년에 시행된 정신병자 감호법이다. 이 법안은 정신장애인을 자택에서 격리하는 행위를 ‘사택감치 私宅監置’라 부르며 인정했다. 정신장애인을 설 수도 없는 좁은 공간에 알몸으로 가두는 등 열약한 환경에 방치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정신과 병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는 해도, 일본의 정신 의료가 자시키로(座敷牢)*의 합법화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155
*사적인 이유로 사람을 감금하기 위해 만든 시설을 말한다. 에도 시대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지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자, 사생아, 품행 불량자와 더불어 정신적, 신체적 장애인을 사회와 격리하기 위해 사용했다. 법률적으로는 1950년대 무렵 폐지되었으나, 정신병원 시설이 부족한 경우 또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정신병원에 보낼 수 없는 경우 자시키로에 가두는 습관이 오랫동안 지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댓글 몇 년 전, 일본에 출장을 갔을 때, 우연히 호텔방에서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여성들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 다큐를 보며, 왜 일본이 이토록 '깔끔'하게 유지되는지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알게된 듯한 섬뜩함을 느꼈는데, 한 마디로, 일본은 소위 사회 부적응자들을, 특히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성들을, 죄다 정신병원에 가두고 있다는 느낌을 다큐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늘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아내는 서바이버>의 통찰을 통해, 어느 정도, 내 의심/추측이 영 틀린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숲속 '요양소'(실체는 정신병원)에서 지내고 있는 여성들인 나오코와 레이코는, 그리고, 그 여성들의 존재를(더 나아가,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숲으로 향하는 남성 와타나베의 존재는, 그저 '문학'이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