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른국수, 납작만두, 매운갈비찜 등 어느새 맛있는 도시로 변한 대구에 전국 빵순이 빵돌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57년에 문을 연 삼송빵집의 마약빵, 전국에 고로케(크로켓) 열풍을 일으킨 반월당고로케, 추억의 근대골목단팥빵이 그 주인공. 손에 빵 하나씩 들고 가까운 근대골목으로, 동성로로, 김광석길로 걸어가는 여행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빵빵하다.
전국 빵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대구 빵 3대 천왕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마약빵’
마약빵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는 해프닝이 있다. 여기저기 마약빵 소문이 퍼지자 실제 빵 속에 마약이 들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경찰이 들이닥쳤다는 이야기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인이 되어 있더라는 말이 있지만, 마약빵의 인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막 구워낸 마약빵. 진열대에 놓이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린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는 뉴욕, 런던, 맘모스, 스텔라, 공주당 등 내로라하는 빵집들이 동성로 주요 상권을 차지했던 제빵의 도시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계속되는 지하철 공사와 함께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서면서 하나둘 문을 닫았다. 1957년에 문을 연 삼송빵집은 그런 고된 시절을 다 이겨낸,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삼송빵집은 진골목과 동성로 사이 중앙로 중심에 있다. 가게로 들어서면 명성에 비해 작고 아담한 매장에 진열된 빵은 6~7가지가 전부다. 하지만 매장보다 세 배나 큰 빵 작업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얀 가운을 입은 장인들이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오른쪽]6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삼송빵집 / 삼송빵집은 진열대가 작은 대신 커다란 빵 작업실이 있다.
삼송빵집 최고의 빵은 단연 마약빵이다. 정식 명칭은 통옥수수빵.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마약빵이 나오기까지 최소한 3시간이 걸린다. 우선 특제 소스로 버무린 통옥수수를 자연 발효시킨다. 얇게 빚은 피에 발효시킨 통옥수수를 미어터지도록 잔뜩 채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발효를 거친다. 이제 굽나 싶은데 다시 2차 발효. 그다음에 옥수수가루로 만든 토핑을 바르고 25분간 굽는다. 흔한 통옥수수빵이지만 이 집 마약빵 맛의 생명은 발효다. 부드럽고 고소한 빵이 태어나는 이유가 발효에 온갖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빵 속에 통옥수수 알갱이가 가득 든 마약빵
[왼쪽/오른쪽]마약빵 만드는 과정 /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 공을 들인다.
이렇게 만든 마약빵은 진열대에 올리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하루 3,000개는 기본이다. 옥수수가루를 입힌 부드러운 빵을 한입 베어 물면 통옥수수 알갱이가 팡팡 터진다. 입안에서 불꽃축제가 벌어지는 기분이다. 부드럽고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차례차례 시간차 공격을 하며 맛의 신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한번 먹고 나면 또 생각나니 마약빵, 이름 한번 잘 지은 듯하다. 마약빵 외에 담백한 구운고로케도 인기다.
전국의 유명 빵집들을 제치고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했으며, 전국에서 찾아오는 미식가들을 위해 동대구역사 안에도 매장을 냈다. 빵을 바로 만들어 파는 원칙은 모든 매장에 적용된다. 본점은 오후 4시면 그날 만든 빵이 거의 동난다. 5시 이후에 가면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그냥 돌아서야 한다.
장인의 손으로 만들자마자 바로 먹는 것이 매력
매일매일 끓이는 팥과 빵빵한 생크림의 궁합, 근대골목단팥빵
삼송빵집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150m만 걸으면 약령골목 입구에 근대골목단팥빵이 보인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가게 안에 향긋한 빵 냄새가 가득하다. 단팥빵이 가지런히 놓인 진열대 앞에서 하얀 고깔모자를 쓴 제빵사가 부지런히 빵을 만들고 있다.
빵은 모두 6가지다. 바로 끓여낸 팥을 듬뿍 넣은 단팥빵은 고소하면서 달짝지근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팥빵은 어른들에게 단연 인기. 녹차생크림단팥빵은 부드러운 크림과 고소한 팥앙금이 만나 달콤하게 녹아드는 맛이 기가 막힌다. 크림이 빵빵하게 든 크림단팥빵 사진은 SNS에 쉴 새 없이 올라와 젊은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살살 녹는 크림이 빵빵하게 들어 있는 녹차생크림단팥빵
근대골목단팥빵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매일매일 팥을 끓여 쓴다는 것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팥앙금은 설탕이 방부제 역할을 하므로 달 수밖에 없지만, 직접 팥을 끓여서 쓰는 근대골목단팥빵은 많이 달지 않다. 팥을 손수 끓여 만들던 시절의 단팥빵 맛 그대로다.
근대골목단팥빵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탄생한 지 이제 8개월 남짓이다. 하지만 단숨에 대구를 대표하는 빵으로 자리잡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구 하면 생각나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는 배인숙 대표는 빵으로 청춘을 다 보낸 제빵업계 베테랑이다. 1991년 대구 파리바게뜨 1호점으로 제빵업에 뛰어든 그는 그날 빵은 그날 다 판다는 신념 하나로 전국 파리바게뜨 영업 1위를 달렸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대구만의 빵을 만들고자 25년 빵인생을 걸고 단팥빵에 도전했다. 안지랑시장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김준연 기능장을 만난 것도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댄 지 꼬박 1년 반 만에 지금의 단팥빵이 탄생했다. 약령골목 입구라 단팥빵을 사 들고 근대골목으로 향하는 여행객이 많다.

[왼쪽/오른쪽]근대골목단팥빵의 단팥빵과 소보루 / 매장에서 팥을 직접 끓이고 바로 만들어 판다.
[왼쪽/오른쪽]팥으로 가득 채우는 근대골목단팥빵 / 단팥빵과 잘 어울리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내부
기름을 뱉어내는 마법의 파우더, 반월당고로케
근대골목단팥빵에서 150m 거리에 반월당역이 있다. 역사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분수대광장이 있고, 분수대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식당가로 올라가면 반월당고로케 본점이 나온다. 자그마한 가게 안에 15가지나 되는 고로케가 진열되어 있다. 야채고로케부터 게살크림치즈고로케, 치즈감자고로케, 카레고로케, 닭가슴살고로케 등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삭함이 남다른 반월당고로케
2010년 9월에 문을 연 반월당고로케는 5년여 만에 전국 60여 개 매장을 가진 빵집으로 급성장했다. 반월당고로케가 전국 빵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기름을 뱉어내는 파우더 덕분이다. 반월당고로케가 개발한 기름을 뱉어내는 파우더는 바싹함이 남다른 크로켓을 만든다. 한입 베어 물면 바삭바삭한 식감에 한 번 놀라고, 부드러운 속에 또 한 번 놀란다.
전국 어느 매장이나 맛은 한결같다. 체인점으로 배송되는 빵은 완제품이 아니다. 파우더와 속재료를 당일 만들어 당일 배송하고 그 자리에서 만들어 파는 게 반월당고로케만의 원칙이다. 고로케를 사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경대병원역에 내리면 김광석길이다. 손에 빵 하나씩 들고 걷는 기분이 특별하다.

[왼쪽/오른쪽]기름을 뱉어내는 파우더로 만들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 담백한 치즈감자고로케
반월당고로케 본점
여행정보
삼송빵집
- 주소 : 대구 중구 중앙대로 395
- 문의 : 053-254-4064
근대골목단팥빵
- 주소 : 대구 중구 남성로 60
- 문의 : 1666-1883
반월당고로케
- 주소 :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2100 반월당역 메트로센터 S109호
- 문의 : 053-252-7127
주변 여행지
- 근대골목투어: 중구 달구벌대로 2029(의료선교박물관) / 053-661-2621(중구청 문화관광과)
- 동성로 : 중구 동성로 / 053-803-3881(대구시청 관광문화재과)
- 김광석길: 중구 달구벌대로 2238 / 053-661-2191(중구청 문화관광과)
숙소
- 공감게스트하우스 : 중구 중앙대로79길 32 / 070-8915-8991 / 굿스테이
- 구암서원 : 중구 국채보상로 492-58 / 053-428-9900
- 엘디스리젠트호텔 : 중구 달구벌대로 2033 / 053-253-7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