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
머리가 텅 빈 대강백 뽀틸라
부처님께서 제따와나에 계실 때 뽀틸라 장로와 관련해서 게송 282번을 설하셨다.
뽀틸라 장로는 과거 일곱 부처님 아래에서 '삼장법사'로 불렀다.그는 금생에서도 '삼장법사'가 되어 오백 명의 제자들에게 경전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비구는 괴로움에서 해탈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구나,자극을 주어 분발시켜야겠다.'
그때부처 부처님께서는 그 장로가 부처님께 시중들기 위해 올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뚜짜(머리가 텅 빈)뽀틸라야 오너라,뚜짜 뽀틸라야 절을 하여라.뚜짜뽀틸라야 앉아라.뚜짜뽀틸라야 가거라."
뽀틸라 장로가 일어나 가고 나면 부처님께서는 뚜짜 뽀틸라가 갔다.'라고 말씀하셨다.
뽀틸라는 부처님께서 자기를 머리가 텅 빈 자라고 부르자 왜 그렇게 부르는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삼장과 주석을 모두 통달한 삼장법사이다.게다가 나는 오백 명의 학인들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그런데도 부처님께서는 나를 보고 항상 뚜짜뽀틸라(머리가 텅 빈 뽀틸라)라고 부르신다. 이것은 내가 도과를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시는 것이다.'
장로는 크게 자극받아서 결심했다.
'곧장 숲으로 들어가서 수행에 전념해야겠다.'
그날 저녁 장로는 가사와 발우를 정돈하는 등 떠날 준비를 했다.새벽이 되자 장로는 경을 배우고 돌아가는 스님들 중에 맨 마지막으로 돌아가는 비구들과 함께 출발했다. 자기 방에서 경을 외우는데 여념이 없는 학인들은 자기 스승이 떠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뽀틸라 장로는 백이십 요자나를 걸어서 마침내 삼십 명의 비구들이 살고 있는 한 숲속 사원에 도착했다. 그는 사원의 수석장로에게 다가가 삼배를 올리고 말했다.
"장로님,저의 의지처가 되어주십시오."
"아니, 스님, 스님은 법을 가르치시는 대강백이 아닙니까? 배워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인데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장로님, 그러지 마시고 저의 의지처가 되어주십시오."
사실 이 사원의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들이었다. 수석장로는 그를 보고 생각했다.
'이 비구는 학식이 풍부하다는 자만심이 대단하다. 그의 자만심부터 꺽어야겠다.'
그래서 그를 두 번째 장로에게 보냈다. 뽀틸라는 두 번째 장로에게도 똑 같이 말했다. 두 번째 장로는 바로 손아래 장로에게 보냈다. 이렇게 계속 손아래 비구에게 내려와 마침내 그는 가장 나이가 어린 일곱 살 먹은 사미 앞에 섰다. 사미는 그때 낮 동안의 수행처에 앉아서 바느질에 열중하며 뽀틸라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사원의 비구들은 뽀틸라의 오만한 자존심을 완전히 꺾어버렸다.
자존심이 꺾인 뽀틸라는 공손하게 합장하고 사미에게 간청했다.
"스님, 저의 의지처가 되어주십시오."
"오, 스승이시여,지금 저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스님은 나이도 지긋하시고 학식이 풍부하십니다. 제가 오히려 배워야 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제발 저의 의지처가 되어주십시오."
"스님께서 저의 훈계를 참고 달게 받으시겠다면 의지처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달게 받겠습니다. 불에 뛰어들라고 명령하신다면 불에도 뛰어들겠습니다."
사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연못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님, 가사를 입은 채로 저 연못에 뛰어드십시오."
사미는 뽀틸라 장로가 아주 값비싼 웃가사,아랫가사,두겹가사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가 진정 자기의 가르침을 잘 따를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사미의 말이 떨어자마자 장로는 즉시 달려가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사미는 뽀틸라의 가사자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이리로 오십시오. 장로님."
사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뽀틸라는 달려와서 사미 앞에 섰다. 사미가 뽀틸라에게 말했다.
"장로님, 여기에 여섯 개의 구멍이 있는 개미언덕이 있는데 도마뱀 한 마리가 한 구멍으로 들어갔다고 합시다. 이 도마뱀을 잡으려면 다섯 개의 구멍은 막고 한 개의 구멍만 열어놓고 지켜보고 있으면 도마뱀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와 똑같이 여섯 감각의 문을 다루어야 합니다. 즉 눈,귀,코,혀,몸의 다섯 감각의 문(五門)을 닫아놓고 마음의 문(意門)하나에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장로는 경전에 통달하고 있었으므로 사미의 몇 마디 말이 마치 기름등잔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았다.
"스승이시여,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장로는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주의깊게 마음챙기며 수행을 시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백이십 요자나 거리에 떨어져 앉아있으면서도 장로의 수행이 진척되어가는 것을 살펴보셨다.
'큰 지혜를 갖춘 장로가 되어가고 있구나.'
부처님께서는 광명의 모습을 나투시어 뽀틸라에게 게송을 읊으셨다.
지혜는 수행에서 생기고
수행을 하지 않으면 지혜가 줄어든다.
지혜를 얻거나 잃는 두 길을 잘 알고
지혜를 키우기 위해 힘써 노력하라. (282)
이 게송 끝에 뽀틸라는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