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곡 열 번째 구렁, 변장술에 능한 사기꾼, 화폐 위조범
헤라가 세멜레 때문에
테베의 혈족에 대해 수도 없이
분노를 퍼붓던 시절
유피테르(제우스)가 인간으로 변신하여 테베의 공주 세멜레(카드모스의 딸)를 유혹하는 것을 보고 헤라는 또 화가 났습니다. 헤라는 세멜레의 유모 베로에로 변장하여 세멜레에게 유피테르의 진짜 모습을 보게 해 달라고 부탁하게 만들어 유피테르의 번개에 세멜레가 불타 죽게 만들었습니다.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3부 3. 유피테르와 세멜레)
제우스는 세멜레가 죽기 전 자궁에 있던 아이 디오니소스를 구해 냅니다. 세멜레의 동생 이노와 결혼하여 테베의 왕이 된 아타마스(시지포스 형)는 이노와의 사이에 아이를 두 명을 두었는데 이들이 세멜레의 아들까지 양육하는 바람에 헤라의 분노를 샀고 헤라는 그들 부부를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아타마스는 미치광이가 되어 자신의 아들을 바위에 내동이 쳐 죽입니다. 그러자 이노는 다른 아이와 함께 물에 뛰어들어 죽었습니다.
이렇게 헤라는 테베의 혈족에 분노를 퍼붓던 시절이었습니다.
또 하나
헤카베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 왕의 아내입니다. 핵토르와 파리스의 친 어머니입니다. 트로이가 멸망하고 그녀는 그리스의 포로가 됩니다. 딸 폴리세네가 죽은 아킬레스의 영혼을 위로하는 제물로 살해당하는 슬픔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전쟁 전에 트라케 왕에게 많은 금을 주고 맡긴 막내아들 플리도로스가 트라케 왕의 배신으로 살해당해 그 시체가 바다로 흘러 내려 온 것을 보고 트라키아 왕에게 복수를 하고 헤카베는 미쳐버렸습니다.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3부 2. 트로이아 왕비 헤카베의 최후)
단테가 10구렁의 두 망령들의 잔인함과 광기를 예로 들어 비교하려고 한 두 이야기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고 이 소재로 그리스 비극의 작품인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헤카베>와 <트로이아의 여인들>이 쓰여졌습니다.
그러나 테베와 트로이 사람들의 광기가
제아무리 잔혹하게 짐승을 찌르고
사람을 찢었다 해도, 그때 내가 본,
우리에서 풀려 뛰쳐나오는 돼지 때처럼
서로를 물어뜯으며 내달리던 두 명의 비쩍 마른
망령들보다 잔인하지도 모질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명의 망령인 지안니 스키키와 미라는 변장을 하고 남을 속였던 자들입니다.
두 망령들은 잔인함과 광기로 벌을 받고 있습니다.
두 명중 하나가 카포키오에게 덤벼들어 목덜미를 이빨로 물어 질질 끌고 갔습니다.
이를 보던 아레초 사람 그리폴리노가 덜덜 떨며 저 미친 망령은 지안니 스키키(변장술에 능한 사기꾼)인데 우리를 쫓아다니며 괴롭힌다고 단테에게 말했습니다.
연금술사를 끌고 가는 지안니 스키키는 친구의 죽은 아버지(부오소 도나티)로 변장하여 거짓 유언을 하여 친구가 재산을 얻게 하였고 자신은 당시 유명한 암말을 얻었다고 합니다.
단테는 그에게 다른 망령은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그녀는 키프로스의 왕 키니라스의 딸 미라인데 아프로디테 여신을 제대로 모시지 않아 아버지를 이성으로 사랑하는 벌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변장을 하고 아버지의 침실에서 아버지와 관계를 가졌습니다. 그것을 알게 된 아버지가 그녀를 죽이려하자 도망쳐 떠돌아다니다가 죽어서 몰약 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10부 7. 몰약이 된 미라)
그 미친 두 죄인이 지나간 뒤 다른 죄인들을 보려고 눈길을 돌리다가 류트(현악기)처럼 생긴 자(아다모)를 보았습니다. 아다모(화폐 위조자)는 가랑이 아래가 나머지 몸뚱이에서 잘려나간 듯 보였습니다.
극심한 수종이 물기를 죄다 빨아들인 탓에
사지가 이상하게 뒤틀렸던 것인데,
얼굴은 부어오른 몸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아다모를 마음에 새겨 두기 바랍니다.
나는 살았을 때 원하던 것을 원 없이 가졌지만,
지금은 물 한 방울을 이렇게 갈망하고 있소.
아다모처럼 위조자들은 그들의 육체가 훼손되는 형벌을 받습니다.
뒤틀리고 훼손 된 위조자들의 몸은 원래 그의 몸을 다시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는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파괴하여 사회를 혼란 시켰듯 그들의 몸을 파괴하여 그들이 믿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행위에 어울리는 형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다모 같은 화폐 위조자들은 금을 빼낸 죄로 인해 몸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벌을 받아 물 한 방울을 갈망하는 극심한 탈수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피오리노라(피렌체 금화)는 앞면에는 세례 요한의 얼굴이 뒷면에는 피렌체의 상징인 백합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거기는 로메나, 내가 세례자의 얼굴로
주화를 찍어 위조화폐를 만들던 곳이오, 나는
그 때문에 저 위에 불에 탄 육신을 남겼소.
그러나 만일 귀도나 알레산드로, 혹은
그 형제의 슬픈 영혼들을 여기서 본다면
내가 브란다 샘인들 거들떠보겠소!
아다모는 귀도나 알레산드로가 자기를 꼬여 위조지폐를 만들게 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안에 귀도가 있다고 하지만 내 다리가 묶여 있으니 아무 소용이 없겠으나 내 발이 조금만 더 움직일 수 있다면 그들을 찾아 길을 떠났을 거라고 합니다.
단테는 당신의 오른 편에 누워있는 사람은 누구냐며 다시 물었습니다.
한 년은 요셉을 유혹하여 동침하려던 거짓말쟁이, 또 다른 놈은
트로이 출신의 그리스인 시논 이오.
그들은 심한 열병으로 독한 냄새를 뿜고 있소.
한 년(보디발의 아내)은 요셉이 이집트에 끌려갔을 때 요셉을 데리고 있던 이집트인의 아내로 요셉을 유혹해 동침하려 했으나 요셉이 뿌리치자 그에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가게 했습니다.
시논은 트로이목마를 트로이 성안으로 들이게 하고 그리스에 반역을 한다고 속이면서 트로이인들에게 거짓말로 설득을 합니다. <아이네이스>에서 그가 트로이인들을 속이는 거짓말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제 2권 57항~198항)
이들은 거짓말에 능한 거짓 증인들입니다. 그들은 심한 열병으로 독한 냄새를 뿜고 있는 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 중 하나가 못된 식으로 이름이 밝혀져 기분이 나빴는지 아다모의 배를 주먹으로 쳤습니다. 아다모도 그를 후려 갈겼습니다. 이들은 싸움을 격하게 했습니다.
시논이 말했다. “내가 거짓말을 했으면, 넌 돈을 위조했어!
난 한마디 말 때문에 여기 있지만,
넌 다른 어떤 마귀보다도 나쁜 놈이야!
그리스인이 말했다. “네 혀를 쪼개는
갈증이나 생각해라, 또 배때기를 빵빵하게 채운
그 썩은 물도 좀 생각해라!
그들은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며 싸우는데 정말 보는 사람이 신이 나게 싸웁니다.
단테 신곡의 재미있는 점의 또 하나는 이렇게 단테가 싸움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도 이 싸움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읽는 게 재미납니다. 나도 그들의 싸우는 말에 단테처럼 푹 빠졌습니다. 얼마나 실감나는지!
나는 그들의 말에 폭 빠져 있었습니다.
싸움 구경을 하는 나를 선생님께서 꾸짖으셨습니다. 너무나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 단테를 선생님이 위로했습니다.
작은 부끄러움은
네가 저지른 것보다 더 큰 잘못도
씻어 준다. 이제 걱정을 거두어라.
사람들이 말다툼을 벌이는 곳에
자기도 모르게 끼어들게 되면
내가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런 것을 엿들으려 하는 것은 천박한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