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3(목)
마르코 복음 9,33-50
마태오 복음 18장
루카 복음 9,46-50
루카 복음 17,1-4
(루카 9,48)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묵상-
예수님은 잠시 출타 중!
제자들이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논쟁을 벌인다.
은근히 자기 존재를 부각시키는
사람, 베드로처럼 대놓고
‘나 이런 사람이고, 그래서 반장인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 좋은 머리를
자랑하며 우월감을 드러내는 사람,
스스로 인격적인 사람이라고 여겨,
충동적인 동료를 무시하는 사람 등
각자 자기를 내세우며 큰 사람이고
싶은 욕구를 드러냈을 거다.
눈치 빠른 예수님, 무슨 논쟁을
그리 가열 차게 하냐며,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곁에 세우신다.
큰 사람 논쟁에 갑자기 어린이가
등장한거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라고 일침을 가하신다.
예전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뭔지
이해가 된다. 내 삶의 역사에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은
영적인 의미와 가치 때문이다.
큰 사람!!!
제자들의 무리에 내가 있었다면
가관도 아니었을 거다. 자기 말만
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 나 이런 사람이야. 머리가 좋아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아.
한 번에 여러 일을 잘 해내고,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책임지고
열매를 거둬. 심성도 착해서
불쌍한 사람 잘 도와주고, 뭐든
악착같이 해서 성과를 낸다고.
기도도 아주 남다르게 열심히
잘해.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 알려진 내 이름이 나의
명예와 인정을 보장해준다고.
이만하면 나 큰 사람 아냐?"
라고 다다닥~~ 쏟아냈을 거다.
불안한 환경에서 자란
열등감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뭐라도 잘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었다. 약한 몸을 이끌고
밤새워 시험공부를 하고,
눈치가 빠르고 센스있다,
똑똑하다는 말을 명예 삼아 들으며,
항상 상냥하고 밝게 웃었다.
'그래야 큰 사람이 되는 거구나.
있는 듯 없는 듯 작고 평범한
아이로서는 그저 그런 아이로
보겠구나'라는 생각을 너무
일찍 터득했던 거다.
무엇이든 잘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어 인정받고 싶었던 나는,
번아웃 상태가 되어 질병을 얻었다.
모든 것에서 멀어지는 밑바닥
체험을 하게 된거다.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병고를 겪으며 많은 것을 잃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
큰 사람이라는 환상에서 깨고
보니, 나는 너무나 초라하고 작고
힘없고 약하고 무능한 어린이가 되어
있었다.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 말이다.
인생에서 한 번도 작고 약한 역할을
해 본적이 없던 내가, 스스로의
노력이 아닌 누군가의 도움으로
산다는 게 힘들고 자존심 상했다.
나 자신의 주먹만을 믿고 강한 척
살아온 내가, 약한 어린이처럼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이 정말
고역이었다.
그때 하느님께서 나와 우리
가정에 천사를 보내 주셨는데
바로 소화 데레사 성녀였다.
작은 길, 영적 어린이의 길 영성을
일상에서 살아낸 성녀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요세피나, 그동안 어울리지도
않는 큰 사람으로 살아오느라
애썼어요. 우리는 작고 약해져도
괜찮아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는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에요."
이 말씀이 내 온 삶에 울림을 주었다.
세상에 이런 영성이 있다니,
맙소사, 이런 일상적인 기도가
있었다니 놀라웠다. 나는 워낙
약하게 태어난 데다, 놀란 상처가
많고 심적으로도 예민해서 큰
사람으로 살기엔 부적합했던 거다.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는 문제로
논쟁을 하던 제자들을 통해,
내 인생 필름을 다시 돌려 보았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기도로
성화시키며, 작은 사랑의 길을
걸었던 소화 데레사의 어린이
영성이 내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되었다.
작은 것이 큰 것이라고 여긴
성녀의 가르침도 그렇고!
한걸음씩, 아이처럼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는 믿음이 나에겐 치유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며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어린이는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자,
아이처럼 약하고 힘없는 존재,
흙바닥에 넘어져도 자신을 가치 없게
여기지 않고 다시 일어나 웃을 수
있는 존재, 무엇이든 자기 힘으로
하지 않고 손을 뻗어 엄마아빠를
부르는 아이처럼 하느님을 찾는 존재.
큰 실수를 했더라도 부끄러워 숨지
않고 장난을 칠 줄 아는 존재,
그리고 소외받거나 가난하거나
병들어 누운 약자들 즉 도움이
필요한 존재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 존재가 된다는 것,
또 그런 어린이같은 존재를 받아
들인다는 것, 결코 쉽지 않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성경 곳곳에서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신 거다.
가장 큰 사람 콤플렉스,
신앙인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유혹이라는 걸, 제자들이 알려준거다.
'하느님의 도우심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아이같은
존재'라고 하신 소화데레사 성녀는,
아기예수님께 대한 신심이 깊어서
'아기예수의 데레사'라고 이름짓기도
했다. 그만큼 어린이에 대한 묵상을
많이 하시며 하느님의 아기로
살았던 분이다.
‘작은 사람에겐 장애물이 없습니다.
어디에서나 빠져 나갈 수 있지요.
큰 사람들은 중요한 문제들을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고,
기도하거나 자신의 덕행으로
모든 것을 쉽게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아주 작은 사람들은
큰 사람들과 똑같이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리지외의 성녀, 아기예수(소화)의
성녀 데레사께 드리는 9일기도 첫째날 지향,
'작은 존재')
첫댓글 박지현 요셉피나 님
좋은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