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몰골만 겨우 사람 꼴 갖춰 밤 어두운 길에서 만났더라면 지레 도망질이라도 쳤을
터이지만 눈매만은 미친 듯 타오르는 유월 숲속 같이 내려도 턱하니 피기침 늑막에 차오르는 물 거두어주고 싶었네 /
산가시내 되어 독오른 뱀을 잡고 / 백정집 칼잡이 되어 개를 잡아 / 청솔가지 분질러 진국으로만 고아다가 후 후 불며 먹이고
싶었네 저 미친 듯 타오르는 눈빛을 재워 선한 물갈이 맛깔테인 잎차같이 눕히고 싶었네 끝내 일어서게 하고 싶었네 /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 내 할미 어미가 대처에서 돌아온 지친 남정들 머리맡 지킬 때 허벅살 선지
피라도 다투어 먹인 것처럼 / 어디 내 사내 뿐이랴
- 허수경의 '폐병쟁이 내 사내' 전문 -
"사내" 하면 허수경 시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허수경 시인을 좋아한다. 시간이 되면 잊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읽을 정도로 내 모두를 다 허락한다. 언젠가 만나 커피 한 잔 하리라 했는데 그런 기회를 놓쳐버렸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다. 한동안 어떤 시도 읽고 싶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허수경 시를 읽는다.
때때로 큰 숨을 들어셨다가 내 쉬는 순간이 늘어가지만 끝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괜찮다 좋다 하면서...
골프라는 운동 /
도대체가 우스운 것이 '골프'라는 운동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정말 기도 안차는 것이다.
운동 같지도 않은 것이 하고 나면 즐겁기를 하나, 친구 간에 우정이 돈독해 지기를 하나,
열은 열 대로 받고, 시간은 시간 대로 날아 가고, 또
돈은 돈 대로 들고 하니 말이다...
어디 그 뿐이랴..!?
공 한 개 값이면 자장면 곱배기 한 그릇인데
공을 물에 빠뜨려도 의연한 척 허허 하고 웃어야지를...인상 쓰면 인간성 의심받기 마련이고
실로 자장면 한 그릇을 물에 쏟아 넣고 한 번 웃어 봐라
아마 미친놈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원수 같은 골프채는 무슨 금딱지가 붙었는지 우라지게 비싸지...
드라이버랍시고 작대기 하나가 33 인치 평면 칼라 TV 값과 맞먹고...
비밀 병기랍시고 몇 십만 원짜리 오늘 좋다고 사 놓으면 내일은 구형이라고 새로 사야지...
풀밭 좀 걸었다고 드는 돈이 쌀 한가마에다가 그나마 한번 치려면 실력자를 동원해야 부킹이 되고.
노는 산 깎아 골프장 만들어도 좁은 땅덩어리에 골프장이나 만든다고 욕먹고,
나무 심고 잔디 심어 키워 놔도 농약 쳐 관리한다고 욕먹고,
여름이라 햇볕을 피할 수 있나, 겨울이라고 누가 따스하게 손을 잡아 주나,
땡볕 눈보라는 고사하고, 제대한 지가 언제인데 툭하면 산등성이에서 각개 전투를...
미친개도 아닌데 물만 보면 피해 다녀야 하고
공이 갈만한 자리는 무슨 심술로 모래 웅덩이를 파놓았고,
Hole은 꼭 처녀 엉덩이 비스므리한 그런 곳에다 겨우 코구멍 만하게 뚫어 놓았으니...
잘 맞으면 일 안하고 공만 쳤다고 욕먹고, 안 맞으면 운동신경 없다고 욕먹고,
퍼팅이 쏙 들어가면 돈독 올랐다고 욕먹고, 못 넣으면 소신 없다고 욕먹고,
길면 쓸데없이 힘 쓴다고 욕먹고, 짧으면 쫄았다고 욕먹고.
돈 몇푼 따면 곱배기로 밥 사야 하고, 돈 잃으면 밥 안 사주나 눈치 봐야 하고,
안 맞아서 채라도 한번 집어 던지면 상종 못할 인간으로 낙인 찍히고,
신중하게 치면 늑장 플레이라고 딥다 욕먹고, 빨리 치면 촐싹댄다고 욕먹고,
화려하게 입으면 날라리라고 욕먹고, 점잖게 입으면 초상집 왔냐고 욕먹고,
인물 좋으면서 잘 치면 제비 같은 놈이라고 욕먹고,
인물 나쁘면서 공도 못치면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욕먹고,
농담하면 까분다고 욕먹고, 진지하면 열 받았냐며 욕먹고,
도우미하고 농담하면 시시덕댄다고 욕먹고, 농담하지 않으면 분위기 망친다고 욕먹고,
새 채를 사서 잘 치면 돈이 썩어 난다고 욕하고,
새 채를 안 사면 죽울 때 돈 싸 가지고 갈거냐고 욕먹고,
Buyer가 공 치자고 해서 외국으로 채 가지고 나가면 남의 눈총 받고,
그나마 몇 번 하고 나면 세무 조사한다고 겁주고...
선물로 받은 채를 들고 들어 오면 무슨 밀수꾼처럼 째려 보고,
새벽 골프 나가면 그렇게 일찍 공부 좀 하지 하고 욕먹고,
남녀 어울리면 바람 났다고 욕먹고, 남자들 끼리만 치면 호모놈들이라고 욕먹고,
이글, 홀인원 한 번 하면 축하는 못할 망정 눈들이 퍼래 가지고 뜯어 먹고,
잘 쳐도, 못 쳐도,
자주 쳐도, 안쳐도,
새 채로 쳐도, 헌 채로 쳐도,
새벽에 쳐도, 낮에 쳐도,
비올 때 쳐도, 눈 올 때 쳐도,
시끄럽게 쳐도, 조용히 쳐도,
천천히 쳐도, 빨리 쳐도,
멀리 쳐도, 짧게 쳐도,
돈내고 쳐도, 접대받아 쳐도,
우째든지 욕을 먹게 되어 있는 이런 빌어먹을 골프를 왜 하느냐 이 말이다..? !
정말 공치는 사람들이 전부 제 정신이란 말인가?
곰곰히 생각 해 봤는데...
욕 먹기도 지쳤고, 돈 쓰기도 아깝고,
마, 그래서, 지금부터 골프를 확 끊어 버리고, 골프채도 만지지 않아야겠다...
요담에 칠 때 까지만이라도...!...ㅋ
아, 옛날이여..!!
신혼땐 살림집이 전세 학고방이라도 좋아서
둘이 아들 딸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다가 이담에 죽어 다시 이생에서 태어나면 그때도
당신을 만나 결혼해 살겠다고 밤마다 입술에다 도장 찍더니
지금은 당장이라도 찢어지고 싶단다, 자식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고 산단다...하루하루
말인 즉 너와 내가 합작해서 생산했으니
절반의 책임을 견디는 중이란다..
누구던 남의 부부생활에 가타부타 할일은 아니지만
이건 좀 그렇다
생각할수록 숨통이 터져 도저히 못참겠다 싶어
그 속상한 분풀이로 제 서방 옆구리를 팍, 찼으면 되었지, 왜 또
이웃집 아저씨 한테까지 하고 그랴...?!
네가 잠재워줄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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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끔..
이십대로 돌아간다면...
어쩌면
바람둥이가 될지도 ...
간이
배밖으로 나오는
엉뚱한 생각을...
상상은
참 좋은거죠???
풉...ㅎ
내가 다시 이십대로 돌아간다면....그때는 절대 결혼하지 않으련다....말씀 나올지는 모르겠으나....그 감성 그대로 그 옛날 그리웠던 사람을 생각해보소서....ㅎ
갑자기 허수경선생이 그립습니다
시집에서만 뵌, 머언 사람
새삼 울컥해집니다.....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