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학년 할배들 배낭여행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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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쯤인가 동내 테니스 동호회 할배 4명(칠십대 후반 2분, 칠십대 초반 2명)이 의기투합하여 젊은애들처럼 외국 배낭여행에 도전키로 했습니다. 미리미리 잘만 골라 잡으면 아주 저렴한 항공권을 살 수 있으며, 숙박이나 교통비도 싸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여행 3개월 전에 구매한 大阪행 왕복 티켓은 거의 절반 수준이었고, 숙소도 hotels.com을 통해 믿을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달 뒤에 다시 검색해 보니 오사카 왕복 항공료가 11만원대로 대폭 떨어진 겁니다. 당연히 바꿔 탔지요. 문통과 아베의 고래싸움에 한국 여행객이 팍 줄어든 때문입니다(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두 양반의 덕을 볼 줄이야~).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네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 싶더니, 떠날 날짜가 다가오자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 거리기 시작합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잠자리에 '악마'가 숨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無人 호텔로 소재지의 주소와 전화번호 그리고 내부시설이나 사용수칙까지 상세히 알려왔으나, 배정된 룸에 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안내는 없었습니다. hotels.com에 문의 하니 직접 이메일로 문의해 보라 하더라구요. 메일을 두차례 보내고 전화도 수차례 시도했으나 묵묵부답. 출발 하루전 다급한 마음에 채근하니, 현장에 가서도 만일 문제가 생기면 hotels.com에서 대체 숙소를 마련해 주겠다는 겁니다.
나와바리 재일교포의 도움을 받고
그러나 불안감은 현실이 되고, 이국의 낯선 거리에서 잠자리를 찾아 2시간여를 헤매는 참극이 벌어집니다. 1시간여를 찾아다니는데 웬 묘령의 여인이 홀연히 나타난 겁니다. 한국 사람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하니, 자기는 이 근방에 사는 한국 교포인데 함께 찾아 보자고 自請하더라구요. 지옥에서 천사를 만난 기분이 바로 이런 걸 껍니다. 그 여인의 남편까지 불러내 한시간여 골목골목을 더 뒤졌으나 예약한 숙소(Yado Tenouji Hotel)는 끝내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한데서 잘 수는 없기에 다른 잠자리라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잡아준 숙소는 1박에 32,000엔(우리 돈 약 35만원 상당)하는 고가 호텔이었습니다.
(蛇足 : 다음날 호텔로 찾아 온 이 여인에게 林翁은 '인연'이란 제하의 캘리그라피 작품 1점을, 붓글씨를 오래 쓰신 洪翁과 필자는 서예 소품 한점씩을 써서 보내 주기로 약조했음.)
국제 전화 한번 원없이 해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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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에도 없는 고급호텔의 호화(?)를 누리고, 찝찝한 마음에도 준비된 스케쥴에 따라 우리의 여정(奈良관광)은 계속되었습니다. 이동하면서 hotels.com에 전화를 걸어 예약한 숙소는 찾을 수 없으니 대체 숙소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최근 이메일을 잘 검색해 봐라, 분명 입실 방법을 우리측에 통보해 주었다고 하더라. 필자가 객지에서 PC도 없는데 어떻게 메일을 검색해 보냐고 하니, 핸드폰으로 찾아 보면 될 게 아니냐는 겁니다. 어찌어찌 찾아내 확인해 보니 역시 방법을 통보해 준 적이 없습니다. 다시 hotels.com(미국회사)에 통화를 시도하는데, 이게 장난이 아닙니다. 매번 반복하는 멘트가,
-한국어 지원을 원하시면 1번을..
-기존 예약에 관한 문의를 하시려면 1번을..
-예약상태를 확인하시려면 1번을..
-고객의 예약번호나 예약시 사용한 전화번호를 입력하시오.
-....직원과 직접 상담을 원하시면 3번을..
천신만고 끝에 연결되어도 앞서 응대했던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자초지종을 반복하고.. 이렇게 여러번을 계속하다 보면 요새 애들 말대로 '맨붕' 상태가 되어 머리가 욱신거리고 욕지거리가 나오려 합니다.
잠자리를 새로 예약하고
전화하다 지쳐서 켄슬하고 새로운 숙소를 예약해 달라니, 환불이 안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환불 문제는 '지소미아' 처럼 일단 유예시키고, 가격이나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잡아달라 애원할 수 밖에.. 그런데 운좋게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저렴한 숙소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고베 야경을 관람하는 스케줄을 취소하고 새 숙소로 달려갑니다. 이동하면서 검색해 보니 호텔측에서 4명의 여권 사진을 보내주면 입실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급한 김에 길거리에서 핸펀으로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왠일인지 메일은 전송이 안되고 통화도 안 되고. 현장에 가보는 수밖에 없기에, 택시를 잡아 호텔 주소를 건네니 얼추 비슷한 장소에 데려다 줍디다. 이번에는 그리 헤매지 않고도 해당 지번을 찾았고, 숙소 현판(HG Cozy Hotel)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미카엘 천사를 만나다
그러나 메일은 전송되지 않고 전화도 불통이라 입실을 눈앞에 두고 발만 동동 구릅니다. 망연자실해 하는데 마침 일본 젊은이들 한쌍이 그 호텔에 투숙하러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내국인이기에 여권사진 없이 비밀번호를 메일로 전송받아 들어가더라구요. 이 젊은이들을 붙들고 우리 할배들에겐 생경한 무인호텔에 입실하는 방법을 상세히 전수받고, 호텔측에 전화도 해 달랬지요. 그랬더니 여권사진만 이메일로 보내주면 비밀번호를 바로 알려주겠다는 겁니다. 필자의 메일은 전송이 안 되기에 궁여지책으로 일행의 핸드폰에 여권사진을 전송해 재 전송하는 잔머리를 굴렸습니다. 드뎌 입실에 성공!!
일본 禪僧이 읊었다는 名句가 생각납니다
人間到處有靑山 (사람사는 도처에 푸른 산이 있구나)
*참고로 무인호텔 입실방법(중,대도시 다른 무인 호텔도 대동소이 하다함)
1) 숙소를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확인이 되면,
2) 여권사진을 찍어 호텔 측에 이메일로 전송하고,
2) 두개의 비밀번로를 호텔 측으로부터 통보받는다.
-첫번째는 해당 호실의 우편함을 여는 비밀번호
-두번째는 우편함 속에 들어있는 키 뭉치를 여는 비밀번호 - 그 안에 해당 호실을 열 수 있는 카드가 있음.
뜻밖에도 마음에 든 無人 호텔
첫째,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비)가 뛰어납니다. 3박 4일 체제하는데 일반 호텔 하룻밤 묵는 것보다 더 싸니 말입니다.
둘째, 공간이 일반 호텔보다 넓습니다. 침실에는 2대의 침대가 있고 거실에는 대형 TV가 설치되어 있는데,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침실과 거실은 자바라 커텐으로 차단할 수도 있구요.
셋째, 주방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냄비, 후라이팬, 전기포트에 유리컵, 밥·국그릇, 접시도 몇점이 있고요. 한쪽에는 전자렌지와 꽤 큰 냉장고도 비치되어 있데요.
넷째, 욕실과 변소가 별도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고 출입구도 다릅니다. 바쁠 때 한 사람이 샤워하면 다른 이는 큰 것도 못 보는 게 호텔의 단점인데, 우리 4명이 별 불편이 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니 말니다. 배스룸에는 세면대와 샤워실, 욕조가 있습니다. 샤워실에는 물이 튀지 않도록 가림막도 있고, 욕조는 물 온도를 40에서 48˚까지 조절하는 자동 급수장치도 있데요.
(이거 무인호텔 광고가 아닙니다.^^)
♧ 잊지 못할 사건·사고 일지 ♧
♠ 거시기 떼놓고 장가가는 격
칠십대 후반의 한의사분, 그동안 한번도 배낭여행 비스무리 한 경험도 없는 분입니다. 다만 패키지 황제여행(?)을 마나님과 여러차례 다니셨는데, 대부분 가방 싸고 챙기는 건 사모님 몫으로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자랑까지 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티켓팅하려 항공사 직원에게 건네니 여권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겁니다. 분명 이번 여행을 위해 여권을 새로 냈고, 전날에도 여권 챙기지 않고 공항에 가는 건 '거시기 떼놓고 장가가는 거' 나 진배없다고 경고했는데도.. 나머지 세명 모두 망연자실! 그러나 정작 洪翁은 별로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마나님에게 전화하여 택시로 새 여권을 가져오라 하더라구요. 어찌어찌 시간을 좀 넘기면서 티케팅을 할 수 있었지만..
♠ 젊은 역무원에게 무례한 대접을 받다
關西(간사이)스루패스를 구입해 사용했는데, 오사카 나라 교토 그리고 고베에서 JR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철과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사카城을 보러갈 때는 JR을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승차표를 구입하여 탔습니다. 城이 멀리 보이는 역에 하차하여 한참을 걸어가는데, 洪翁이 안 보이는 겁니다.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기다리다, 결국 한 사람이 역으로 가더니 바로 뛰쳐나와 빨리 와 보라고 외치더라구요. 현장에 달려가 보니 젊은 역무원이 붙잡고 험악한 얼굴로 욱박지르고, 洪翁은 일본어를 모르니 묵묵부답이고.. 사건의 진상은 이렇습니다. 맨 마지막에 나오시는데 간사이 패스와는 달리 승차표가 반환되지 않자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멈칫거리는데 시간이 초과하여 출구가 닫혀버렸다는 게지요. 역무원은 우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연락하여 화상으로 한국어 통역사와 이야기한 후에야 비로서 놓아주었습니다. 에끼! 넌 연로하신 부모도 없는냐?
♠ 먹는 데서 의가 상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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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밤 임시로 묵었던 리치몬드 호텔은 難波(난바)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할 때 지나며 본 회전초밥집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3일째 만찬은 이 초밥집에서 하기로 정했는데, 정작 당일 저녁 6시 경에 들렀더니 1시간 반을 기타려야 한다는 겁니다. 할 수없이 숙소에서 가까운 天王寺(텐노지)역으로 이동하여 먹게 됩니다. 그동안 그 회전초밥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李翁(7십 초반)이 갑자기 강한 집착을 보이며 계속 궁시렁거립니다. 새로 간 데 음식 맛이 없다는 둥, 선물을 사는 동료에게 꾸물거린다는 둥, 피곤하니 빨리 가자는 둥.. 사실 그의 고문관 노릇은 여행 초반부터 낌새가 보였는데, 자신은 별로 하는 일이 없으면서 남의 작은 허물에 까지 날카로운 비평(?)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결국 귀국하는 날 간사이 공항에서 먹기로 한 점심을 이 회전초밥으로 바꿀 수 밖에, 우는 아이게 젖 물린다고..
간략한 關西(간사이)지방 旅程
이번 일정은 일본 배낭여행을 여러차례 다니시고 日語도 상당한 수준인 林翁(7십대 후반)이 짰습니다. 여러날에 걸쳐 갈 곳을 선정하고 시간대별로 갈아타는 전철명과 버스 번호까지 상세하게 체크했답니다. 덕분에 계획했던 명승지를 큰 차질없이 관람하고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감사!!). 다만 초반에 터진 숙소 문제로 고베 야경을 볼 수 없었던 게 아쉬움이랄까..
☞ 22일(金) :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 야경 관광 및 식사
☞ 23일(土) : 나라, 法隆寺(호류지) → 나라공원 → 東大寺(도다이지), 大佛
☞ 24일(日) : 교토, 廣隆寺(고류지) → 金閣寺(킨가쿠지) → 二條城(니조조) → 天王御所
→.同志社大學 교정내 윤동주 詩碑 → 淸水寺(기요미즈테라)
☞ 25일(月) : 오사카, 四天王寺(시텐노지) → 大阪(오사카)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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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金閣寺(킨가쿠지) - 필자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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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한 곳만 가보라면 꼭 들러야 한다는 淸水寺(기요미즈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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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조하고, 도쿠가와가 개축하고 그 후에도 여러번 손댔다는 오사카城 - 필자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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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城 앞에서 니조城
♣ 후기 : 환불이 안 된다던 숙소 예약금과 첫날 저녁 호텔 체류비를 hotels.com으로 부터 모두 받아 냈습니다. 더욱이 다음에 자기네 회사를 통해 숙소를 예약할 때 쓸수 있는 1년짜리 할인 쿠폰도 덤으로..
첫댓글 고생한 얘기도 있었는데 우선 참 재미가 있습니다
나도 얼마전 부인과 큐슈 패키지로 다녀뫘는데 편하고 즐거웠지만 더소 밍밍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옹들의 여행기를 보니 먼저 그 과감성이 부럽고 아마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함께한 옹들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 돌겁니다 아무튼 앞으로로도 건강하게 좋은 여행 많이 하세요
사무총장님으로 부터 좋은 평을 받으니 영광입니다~
사실 비슷한 코스를 내년 춘삼월에 역사문화탐방 모임에서 갈 계획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