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적인 성향으로 유명한 켄 로치 감독의 최근 작품 <빵과 장미>를
얼마 전에 봤다.
샌프란시스코의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
빌딩 안에는 빵과 장미를 모두 넉넉하게 가진 사람들과 오직 빵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켄 로치 감독은 우
리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가치를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것
이 바로 '빵'과 '장미'이다. 빵이란 한 마디로 먹고 사는 데 필요
한 조건을 말한다. 그리고 장미란 단어의 뉘앙스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단순한 생계를 넘어선 인간다운 대우를 받고 고귀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적인 단어는 과연 영화
의 주제를 분명하게 하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빵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로 그 빌딩의 청소부들인데 대부분
이 흑인과, 남미인 등 소수 민족들이다. 여 주인공은 목숨을 걸고
멕시코 국경을 탈출해서 미국으로 넘어와 우여곡절 끝에야 빌딩
청소부로 취직한다. 하지만 그녀가 미국에서 대하는 현실은 빵조
차도 제대로 바랄 수 없는 혹독한 것이었다. 세계적인 금융 재벌
과 변호사, 회계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이 빌딩은 그 부에 걸맞지
않는 엄청난 횡포를 부리며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헐리우드 스타를 지원하면서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엄청난 로
펌도 청소부들의 인권에는 도무지 무관심하다. 게다가 빌딩 주
는 청소부들의 노조 결성을 저지하기 위해 경비원들을 동원하여
삼엄한 감시를 펼친다. 그 와중에서 백인 노조 간부인 남자 주
인공이 빌딩에 침투하여 여자 주인공과 함께 청소원들과 연대
하고 결국에는 노조를 통해 장미를 얻어나간다는 이야기이다.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이런 영화가 역시 금융 재벌이 대거 장
악하고 있는 흥국 생명 지하에서 상영되었다는 점인데, 아마
영화에서 의료 보험 등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영화를 보고나서 푸드 코트에
서 '스페인풍 해물 덮밥'을 먹었는데, 기분이 참 오묘했다.
나 또한 너무나 쉽게 '빵과 장미'를 누리면서 그것을 누리
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무관심하지 않은가 하는
죄책감이 들어서 였다.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 대중 영화의 문법 속에서도
그가 유지해 왔던 자본주의에 대한 치열한 문제 의식이
생생하게 숨쉬고 있는 영화다. 나중에 비디오로 나오면
한 번 보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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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앙데팡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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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0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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