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서킷을 달린 포르쉐 로드쇼~
【카미디어】 김현준 기자 = ‘911’은 포르쉐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볼륨 있는 엉덩이, 그리고 뒷바퀴보다도 뒤에 있는 엔진 등이 특징이다. 때문에 모든 911은 그게 그거인 듯 닮았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생김새도 조금씩 다르고, 크기도 조금씩 다르며, 성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이름도 다양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911에 ‘카레라’라는 호칭이 붙고, 성능이나 성격에 따라 ‘터보’, ‘GT3’, ’S’ 등이 붙기도 한다. 4륜구동을 의미하는 숫자 ‘4’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911을 한 자리에서 타볼 수 있는 행사가 있다. ‘포르쉐 월드 로드 쇼(Porsche World Road Show, 이하 PWRS)’다. PWRS는 전세계를 순회하며 진행되며, 포르쉐 본사가 관리하는 자동차들과 포르쉐 소속 전문 드라이버들이 동행한다. 참가자들은 포르쉐가 내주는 차를 타고, 포르쉐 전문 드라이버로부터, 포르쉐를 제대로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올해 PWRS가 열리고 있는 용인 스피드웨이(이하 용인 서킷)를 다녀왔다. 뜨끈한 배기음, 타이어 비명 소리 등이 가득한 용인 서킷에서 세 가지 911를 타고 달려 봤다. 한 핏줄을 타고난 형제지만, 각자의 개성은 무척 뚜렷했다.
▲ 포르쉐 911 카레라 S. 911 카레라 S는 엔진 힘이 뒷바퀴로만 가는 2륜구동 모델이고, 4륜구동 모델은 911 카레라 4S라 불린다
가장 먼저 ‘911 카레라 S(이하 카레라S)'의 핸들을 잡았다. 카레라S는 그냥 911 카레라의 고성능 모델쯤 된다. 가장 큰 차이는 엔진이다. ‘S’ 가 붙으면서 50마력 높아졌다. 카레라S에는 400마력을 내는 3.8리터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이 들어간다. 승차감은 꽤 쫀득하다. 일반 도로에서는 다소 단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매끈하게 포장된 서킷 위에선 오히려 부드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코너링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핸들을 돌리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방향을 바꾼다. 재빠른 반응 덕에 핸들 돌리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가 점차 함박 웃음으로 바뀌었다. 소리도 매력적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을 채찍질하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웅장한 소리가 가슴을 뒤흔든다. 엔진음과 배기음이 한 데서 어우러진 소리다. 엔진이 등 뒤에 있기에 즐길 수 있는 호사다.
▲ 가장 빠른 911인 911 터보 S. 최고 560마력을 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1초만에 가속한다. 무척 빠르다
카레라S가 달궈놓은 몸이 식기도 전에 ‘911 터보 S(이하 터보S)’로 옮겨 탔다. 터보엔진을 뜻하는 ‘터보’에 ‘S’까지 붙은 가장 빠른 911이다. 560마력을 내는 3.8리터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과 4륜구동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제원표에 적힌 숫자도 대단하지만, 빠르기는 숫자 이상이다. 정지상태에서 3.1초만에 시속 100km가 된다고 하는데, 3.1초가 이렇게 짧은 줄 처음 알았다. 눈 깜빡일 엄두조차 못 냈다. 기세를 몰아 서킷을 내달렸다. 서너 개의 코너를 빠져 나와 1km가량 쭉 뻗은 직선 구간에 들어서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시트가 등을 과격하게 낚아챈다 싶더니, 순식간에 시속 250km를 돌파했다. 기다렸다는 듯 힘을 폭발적으로 토해낸다. 도로 폭이 좁은 용인 서킷에서는 다소 버거울 정도다.
그렇다고 가속력만 뛰어난 건 아니다. 코너링 실력도 압도적이다. 빙판 위의 쇼트트랙 선수처럼 코너를 돈다. 빠르고 매끈하며 흔들림 없이 깔끔하다. 코너링 속도를 점점 더 높여봤지만, 터보S는 좀처럼 버거워하는 기색이 없다. 타이어는 찍 소리조차 안 낸다. 마치 "내 한계는 한참 남았으니, 할 수 있으면 더욱 몰아쳐보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이쯤 되니 내 운전실력이 불쑥 향상된 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서스펜션은 아주 꽉 조여져 있다. 터보S의 승차감은 카레라S보다 훨씬 단단하다. 매끈한 서킷이 잔잔한 자갈밭처럼 느껴진다. 노면을 낱낱히 훑는다. 타이어가 밟고 지나가는 돌의 개수를 셀 수 있을 것만 같다. 모조리 세어보려 했지만, 너무 많아 잊어버렸다.
▲ 포르쉐 911 GT3
터보S도 서킷에서 강력했지만,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태생부터 서킷에 초점을 맞춘 ‘911 GT3(이하 GT3)’다. GT3는 생김새부터 조금 남다르다. 앞범퍼에는 공기 흡입구가 큼직하게 뚫려있다. 뜨거워진 엔진을 최대한 빨리 식히기 위한 거다. 트렁크에는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다. 공기 저항을 이용해 뒷바퀴를 꾹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시트는 탄소섬유로 얇고 가볍게 만들었다. 뒷좌석은 아예 없다.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과감하게 뺐다.
▲ 911 GT3의 계기판. 정 중앙에 알피엠게이지가 있다. 9천 알피엠 이후부터 빨간 줄이 그어져 있다. 즉, 엔진은 분당 최대 9천 바퀴까지는 돌 수 있다는 얘기다
서킷에 올라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알피엠이 빠르게 치솟는다. 알피엠게이지의 바늘이 6과 7을 순식간에 지나친다. 대부분의 자동차들이라면 이미 기어를 바꿨을 거다. 하지만 GT3에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점에 불과하다. 분당 9천 바퀴까지 돌기 때문이다. 포르쉐에서 가장 부지런한 3.8리터 6기통 엔진으로, 최고 475마력을 낸다. 이 엔진이 주는 뭉클한 감동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사운드다. 카레라S나 터보S의 사운드도 매력적이지만, GT3는 차원이 다르다. 고회전 엔진이 내는 기계음과 배기통을 찢을 것마냥 울부짖는 배기음이 대기를 격렬하게 분쇄한다. 숨막히게 건조하고 짜릿한 사운드에 전신이 ‘움찔’ 한다.
GT3는 코너에서 단연 돋보였다. 터보S조차도 몇 수 접어줘야 할 정도다. 방향 전환이 빠른 것은 물론, 동작에 절도가 있다. 핸들을 더 적게 돌리고도 코너를 더욱 잽싸게 빠져 나간다. 남다른 코너링 실력의 배경엔 ‘후륜 조향 장치’가 있다. 핸들을 돌렸을 때 뒷바퀴까지 좌우로 움직이는 기능이다. 동작은 간단하다. 시속 60km 이하에선 앞-뒤 바퀴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돈다. 차체가 더욱 작은 원을 그리며 회전할 수 있도록 돕는 거다. 시속 80km 이상에서는 앞-뒤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진로를 보다 안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참고로 뒷바퀴는 좌우로 각각 최대 1.5도까지 움직이며, 시속 60km에서 80km 사이에서는 상황에 따라 동작 방법이 다르다. 결정은 차 안에 들어있는 컴퓨터가 한다.
GT3를 타고 서킷을 달리는 동안 숫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첫 코너를 돌아 나가는 순간, 출력이나 토크, 2륜, 4륜 등과 같은 제원은 머릿속을 떠났다. 오른발이 뿌듯하게 반응하는 엔진과 브레이크, 예민한 핸들링, 짜릿한 사운드를 등을 즐기기에 바빴다. ‘빠름’ 보다는 ‘운전 재미’를 즐기는 스포츠카다. 7시간에 걸쳐 PWRS를 즐긴 후 몸 속에 ‘포르쉐 바이러스’가 짙게 퍼졌다. 포르쉐만의 특별한 매력에 감염된다고 해서 ‘포르쉐 바이러스’라 부른다. 아니, 이날 만큼은 ‘GT3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감염 증상이 궁금하다면 PWRS에 참가하면 된다. 하지만 올해는 불가능하다. 이미 예전에 참가 신청이 끝났다. 아쉬움이 사무친다면 다음 PWRS는 놓치지 말자.
첫댓글 GT3 보고왔는데...흡잡을 곳이 없더군요. 극강의 자세와 퍼포먼스. 엔진에서 불 난 원인도 찾았고, 워런티 5년. 사기만 하면 될 듯. 2억3천;;
이런 차들은 무서워서 어찌 탄데요.....?
으아~gt3 죽이네여~~근데 공도에서 타기엔 차고가 좀 부담스럽겠어요~
스크랩 좀 하겠습니다 ^^
네 ^^ 저도 기사 퍼온건데요 모 ^^
한가지 아쉬운것은...gt3가 pdk를 달고나왔다는겁니다...ㅠㅜ 저같이 수동매니아들은... 인위적인느낌이 팍팍드는 듀얼클러치는 아주 직색이라서요ㅠㅜ물론 자칭매니아고..수동gt3를 아주 매끄럽게 몰 자신은 없습니다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