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권의 책-『반백살의 미국 수돗물 들여다보기』
역사에서 배우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뿐
미국 수도법 50년의 발자취와 경험 번역 출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상하수도학회 번역서 선정
대한상하수도학회 특별출판위원회(김경민, 김춘수, 맹승규, 오희경, 이윤호, 전강민, 정관호, 정석희, 최용주, 최정권, 최정현)가 번역·출간한 『반백살의 미국 수돗물 들여다보기(The Safe Drinking Water Act Turns 50)』가 2026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2026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에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 분야에서 총 2,193종의 도서가 접수됐으며, 약 8대 1의 경쟁률을 거쳐 288종이 선정됐다. 분야별로는 인문학 114종, 사회과학 104종, 자연과학 70종이 선정됐고, 『반백살의 미국 수돗물 들여다보기』는 자연과학 분야 우수학술도서 70종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상하수도학회(회장 김두일)는 2023년 12월 4일 미국수도협회(American Water Works Association, AWWA)와 학술교류 및 출판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양 기관의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2024년 11월 12일 건국대학교에서 국내 번역·출판 협약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번역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세계적인 물관리 전문기관의 우수한 학술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고, 상하수도 분야 연구자와 기술인들에게 선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책은 미국 「Safe Drinking Water Act(SDWA)」 제정 50주년을 맞아 2024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저자인 챈스 로더데일 박사(HDR 수돗물 부문 이사)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 핵심 법안은 국민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돗물을 제공하기 위한 미국 물산업의 제도적 기반이었다. 이 책은 1974년 SDWA의 제정부터 현재까지 주요 개정과 진화를 서사적으로 담았으며, 각 시대의 도전과 기회, 그리고 법 개정의 의미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했다.“
미국은 1974년 SDWA를 제정하면서 공중보건 보호를 위해 미국 환경보호청(USEPA)에 공공수도의 수질 규제 권한을 부여했다. 이후 1986년 개정을 통해 83개 오염물질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3년마다 25개 오염물질을 추가하도록 했다. 1996년 개정에서는 5년마다 오염물질 후보목록을 작성해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정보 수집과 과학적 의사결정을 체계화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현재 미국에는 14만 8천 개 이상의 공공상수도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며, HDR은 규제 대상과 잠재적 관심 오염물질을 정리한 'Wall Chart'를 제작해 관련 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반백살의 미국 수돗물 들여다보기』는 월차트의 역사, 미국 수도법의 입법 과정, 주정부 규제기관의 역할, 수도시설 운영자의 대응, 수도법이 미친 영향, 인디애나폴리스 민간 수도사업 사례, 수도법의 평가와 재승인 과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수돗물 순환기금(State Revolving Fund), 향후 전망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특히 '수돗물 순환기금' 편은 지방 수도사업자들이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쳤는지,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들의 증언, 의회 설득 과정, 상원과 하원의 입장 차이, 최종 협상 과정 등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협상위원들은 상원의 요구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절충안을 승인하면서 22억 달러를 배정했고, 세출위원회가 다른 예산 항목에서 상응하는 삭감 재원을 확보하는 경우에만 추가 증액이 가능하도록 했다. Jeffords와 Graham 의원은 '극복해야 할 복잡한 장애물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자금지원 규모, 경제적 부담, 비전통적 접근방식, 연구 지원, 민간 수도시설 지원 자격, 모니터링과 보고, 보안 문제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처럼 미국은 수도 관련 법률의 제정 배경과 입법 과정, 예산 확보를 위한 정치적 협상, 정책 결정 과정까지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도 관련 법률의 제정 배경이나 당시의 정책 결정 과정, 지방자치단체별 여건 분석, 정부 지원 과정 등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정책의 역사가 충분히 축적되지 못하면서 귀중한 경험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수도법」은 1961년 12월 31일 제정됐으며, 미국의 「Safe Drinking Water Act」는 1974년 12월 16일 제정됐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수도법을 제정한 것은 수도행정이 앞섰기 때문이 아니라 양국 법률의 성격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과 도시화가 본격화되면서 상수도 시설을 국가가 직접 계획하고 관리할 필요성이 매우 컸다. 당시 상수도 보급률이 낮았기 때문에 시설의 설치와 운영, 상수원 보호 등을 규정하는 기본법이 시급했다.
반면 미국은 이미 19세기 말부터 상수도 시설이 전국적으로 보급돼 있었지만, 각 주(State)가 독자적으로 관리하면서 연방 차원의 통일된 식수기준이 없었다. 이후 1960~70년대 수질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연방정부는 SDWA를 제정해 전국 공통의 식수기준과 관리체계를 마련하게 됐다.
즉, 한국은 상수도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기본법이 먼저 필요했던 반면, 미국은 이미 구축된 수도시설의 수질을 연방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률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도법 제정 과정과 당시의 사회적 배경, 예산 편성과 정책 결정 과정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하지 못했다. 역사는 기록을 통해 축적되고, 기록은 미래 정책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수도정책 역시 제도와 시설뿐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과 시행 경험까지 함께 기록하고 보존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잘 조명하고 있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