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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동향
OLED 디스플레이의 과거, 현재, 미래
서울공대지 2020 Spring No.116
이재상 전기정보공학부 조교수
OLED는 organic
light-emitting diodes의 약자로, 유기물 반도체로 만들어진 발광 다이오드이다. 유기물은 생명체의 구성성분이기도 한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에서 반도체 특성을 갖는 물질을 의미한다. 생명체의 종류가 무한하듯,
탄소와 기타 유기 원소들 (수소, 산소, 질소, 인, 황 등)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전기•광학적 특성을 갖는 유기 반도체와 소자를 만들 수 있다. 미래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OLED를 이해하기 위해
유기 반도체는 무엇이고, 발광 다이오드는 어떤 원리로 동작하며, 유기
반도체는 무기물 반도체와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간략히 알아보도록 하자.
그림1. (a) n-type과 p-type 반도체의 모식도.
(b) 반도체의 에너지 구조 및 전기 전도 모식도
반도체는 상온에서 전기를 통하는 성질(주: 전도율)이 도체와 부도체(주: 절연체)의 중간 정도의 물질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반도체의 전도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정 원소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주는데(주: 도핑과정), 원소에 따라 전자(주: 음전하)가 풍부한 n-type 반도체, 혹은 정공(주: 전자가 비어있는 상태; 양전하)이 풍부한 p-type 반도체로 결정된다. [그림 1(a)] 이러한 p-type과 n-type 반도체가 접합된 소자를 다이오드 (diode)라 부른다. 다이오드는 특정 방향으로 전압을 가했을 때 전류가 흐르고 (p → n) 반대 방향으로는 (n → p) 전류가 흐르지 않는 특성(주: 정류작용)을 갖는다.
반도체는 전자가 존재할 수 없는 에너지 영역대, 즉 띠 간격(band gap)이 있다. 띠 간격 바로 위의 허용 영역대, 즉 전도 띠(conduction band)에서는 전자가 일부만 차있어 전자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띠 간격 바로 아래 원자가 띠(valence band)는 전자로 대부분 점유되어 있으나, 일부 비어있는 상태를 통해 정공이 이동할 수 있다. 반도체에서 전류가 흐른다는 것은 전도 띠의 전자 혹은 원자가 띠의 정공이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1(b)].
그림2. (a) 발광 다이오드의 전자 및 정공 이동 경로, 동작 원리 모식도와
(b) 에너지 도표
전도 띠의 전자는 낮은 에너지 상태를 선호하여 원자가 띠의 비어있는 상태로 전이하기도 한다. 이를 다른 말로 전자와 정공이 결합한다고 일컫는다. 해당 결합 과정에서 전자는 띠 간격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그 값이 작으면 적외선 (열) 형태로,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값을 갖는다면 빛으로 방출하게 된다. 반도체 종류에 따라 띠 간격이 다르며, 적색, 청색, 녹색 에너지의 띠 간격을 갖는 반도체로 발광 소자를 만들 수 있다. 상술한 다이오드에 순방향 전압을 가했을 때, 주입된 전자와 정공이 결합하여 빛이 발생하는 현상을 전계 발광(electroluminescence)이라 하고, 이 빛을 내는 소자를 발광 다이오드라 부른다 [그림 2].
OLED는 유기 반도체의 전계 발광 특성을 이용해 만든 다이오드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유기물은 무기물 반도체에 비해 내부에 존재하는 전자 및 정공 농도 (intrinsic carrier concentration)가 극히 적어 부도체에 가깝다. 따라서 전기 전도와 전계 발광을 위해 외부 전하, 즉 전극으로부터 공급된 전자와 정공에 의존하지만, 불규칙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효율이 매우 낮다. 유기물을 고순도 결정(crystalline) 구조로 만들면 일정 수준의 전류가 흐르지만, 매우 높은 전압 (>100V)이 요구되고 전도율은 무기물 반도체보다 10,000배 이상 낮다. 더불어 전계 발광 효율은 0%에 수렴하여 유기 반도체의 실용적인 활용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a) (b)
그림3. (a) Ching W. Tang 박사/OLED의 발명가/ 현 Rochester 대학교수 (발명 당시 Eastman Kodak의 Research scientist),
(b) Stephen R. Forrest 박사/ 인광 OLED의 발명가/ 현 Michigan 대학교수 [발명 당시 Princeton 대학교수
그런데 1987년 Eastman Kodak의 C. W. Tang박사 [그림 3(a)] 가 유기 반도체를 비정질의(amorphous) 박막(주: 약 0.1μm 미만; 머리카락 두께의 1000분의 1 수준) 형태로 만들면, 비교적 낮은 전압 (~10 V) 에서도 전계 발광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하였다. 해당 연구는 유기물 결정으로 소자를 만들면 유기물 층이 필요 이상으로 두꺼워 (>10µm) 전류 전도를 위해 높은 전압이 필요하며, 결정은 사실 발광에 매우 불리한 구조였다는 점에 착안했다. Tang 박사의 비정질 유기물 구조는 전도율이 낮지만 두께를 극단적으로 얇게 만듦으로써 저전압 구동을 가능케 한 혁신적인 결과였다. 또한 비정질 구조는 결정 구조보다 만들기 쉬운 이점이 있다. Tang 박사가 개발한 유기 발광 소자가 바로 최초의 OLED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기준으로 높은 광효율(1%)을 달 성하였다. 하지만 아직 상업화를 논의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치라, OLED는 실험실 단계에만 머물러 있었다.
이후 1998년 Princeton대 Forrest 교수 [그림 3(b)]가 이끄는 연구팀이 OLED의 양자역학적 한계 효율을 극복한 “인광”(Phosphorescence) 발광 방식을 발견하였다. 해당 연구에 기반하여 인광 OLED가 제작되었는데, 소자에 주입된 전자가 모두 빛으로 전환됨으로써 기존 형광 OLED에 비해 한계 효율이 4배 증가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 발명으로 인해 OLED는 다시금 산•학계의 큰 주목을 받게 되고, 유기 반도체 소자의 실용 가능성이 재평가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윽고 2007년 삼성 SDI가 세계 최초로 OLED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OLED 상용화의 길이 열렸다. 2010년대는 OLED의 성장기로서, 삼성 Galaxy, 애플 iPhone 시리즈, wearable watch, LG OLED TV 등의 혁신 제품에 적용되어 괄목할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OLED는 명실공히 LCD를 대체할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a)
(b)
그림4. (a) 삼성 Galaxy Note 10 Lite. (b) Apple iPhone 11 Pro. (c) L GOLED TV.
OLED는 디스플레이 광원으로서 여러 장점이 있는데, LCD와 가장 대비되는 두 가지 특징은 “높은 명암비”와 “빠른 응답속도”이다. 높은 명암비(주: 가장 높은 밝기를 가장 낮은 밝기로 나눈 값)는 밝기의 표현 범위가 넓다는 뜻으로, 아주 어두운 객체부터 직사광의 밝은 특색까지 디스플레이로 표현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높은 명암비를 갖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이미지 표현 방식을 High Dynamic Ratio (HDR)이라 부른다 [그림 5(a)]. HDR 구현의 핵심은 보다 깊이 있는 어두움을 표현하는 것에 있다. OLED는 HDR에 특화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OLED가 “자체 발광” 소자이기 때문이다. 항간에 알려진 이 수식어는 사실 그 의미가 모호한데, LCD의 동작 특성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LCD는 디스플레이 최하단부의 면광원에서 일정 세기의 빛이 공급되고, 상단에 위치한 구성 요소들, 특히 액정 (liquid crystal)에 의해 투과되는 빛의 세기를 필요한 만큼 조절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면광원의 빛이 1차 편광판을 거쳐 특정 방향으로 편광된 빛만 남는다. 이어서 해당 빛은 전압에 의해 회전된 액정을 통과함으로써 편광 방향이 조절된다. 마지막으로, 액정에서 편광된 빛이 2차 편광판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투과되는 세기가 결정된다. 쉽게 이야기하여, 어둠 혹은 가장 높은 밝기를 표현할 때 2차 편광판에 의해 빛이 모두 차단 혹은 투과되도록 액정 방향을 전압으로 조절한다는 뜻이다. 한편, 편광판의 흡광율이 100%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어둠 표현에 있어 “빛샘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LCD 명암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 OLED는 소자에 흐르는 전류량으로 빛의 세기를 조절하여 자체 발광 소자로 불린다. 칠흑 같은 어두움을 표현할 때 OLED를 문자 그대로 꺼버리거나, 아주 극소량의 전류를 흘려 어두운 객체를 미세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즉, OLED의 명암비는 이론적으로 무한대에 가까워 HDR에 매우 적합한 디스플레이 기술이라 할 수 있다.
(a) (b)
그림5, (a) High dynamic range (HDR)과 Standard dynamic range (SDR) 비교 [출처: Popular Mechanics]
(b) 화면 주사율(refresh rate)에 따른 잔상(motion blur) 비교 [출처: Gaming Hardware Reviews]
디스플레이의 빠른 응답속도는 화면 전환이 빠르다는 뜻으로, 게임이나 영상 등의 컨텐츠를 이용할 때 필요한 중요한 특성이다. 만약 응답 속도가 컨텐츠 속도보다 느리면 잔상(주: motion blur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림 5(b)]. LCD의 응답속도는 액정이 전압에 반응하여 얼마나 빨리 회전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최신 LCD 디스플레이는 약 5 ms (= 5 x 10-3 s)의 응답 시간을 보인다. 즉, 1초에 200번의 속도로 화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주: 화면 주사율(refresh rate) = 200 Hz). 이는 모니터나 TV로 영상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할 때 충분한 속도지만,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및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AR) 기기 등 시청 거리가 짧고, 눈과 머리의 움직임이 동반될 때는 턱없이 모자란 수치이다. 몰입감과 현실감 있는 VR 및 AR을 구현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600 Hz 이상의 응답속도가 요구된다. OLED는 전자-정공의 결합에 의해 빛을 내는데, 그 반응속도는 10 µs (10 x 10-6 s) 미만이다. 이는 LCD보다 1,000배 빠른 속도이고, 이론적으로 VR 및 AR에 요구되는 응답 속도를 상회하는 수치이다. 따라서 고속으로 동작하는 회로가 밑받침되면 OLED는 VR, AR 및 영상 컨텐츠에 가장 최적화된 디스플레이라 할 수 있다.
(a) (b)
(c)
그림6. (a) LG rollable TV [출처: LETSGO DIGITAL].
(b) 삼성 Galaxy Z Flip [출처: cnet].
(c) Apple Watch 시리즈 5 [출처: Apple]
광원으로서 우수성 외에 업계에서 OLED가 주목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구조적으로 높은 자유도 때문이다. 무기물 반도체가 원소간의 강한 공유 결합으로 엮여있는 것과 달리, 유기 반도체는 훨씬 큰 분자들이 정전기력에 의해 약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에 따라 유기 반도체는 물리적으로 “연한” 특성을 가지므로, 휘거나, 굽히거나, 말더라도 소자에 가해지는 물리적 부담이 무기물에 비해 적다. 한편, 결정 구조의 무기물 반도체는 구성 원소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격자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기반이 되는 기판이 반도체와 동일한 격자 구조를 가져야만 증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정질 구조의 OLED는 분자 배열에 규칙성이 없음에도 전기•광학적 특성이 발현되므로, 유리, 플라스틱, 금속 등 형태의 제한 없이 어느 기판 위에서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OLED는 이러한 기판 선택의 자유도와 유연한 물리적 특성에 기반해 웨어러블, 투명형,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미래형 전자기기를 가능케 할 가장 가능성 높은 기술이다. 초기 단계 데모로 LG 롤러블 TV, 폴더블 스마트폰, 다수 회사에서 출시한 OLED watch 등이 있다 [그림 6].
(a) (b) (c)
그림7. (a) OLED의 짧은 수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번인(burn-in) 현상 [출처: allconnectSM].
(b) 청색 인광 OLED 데모 [출처: University of Michigan].
(c) Shuji Nakamura 박사/청색 LED의 발명가/현 Univ. of Santa Barbara 교수 [출처: Physics World]
OLED의 다양한 장점을 언급했지만, 이를 상쇄시키고 더 나아가 OLED의 존폐를 좌우할만큼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짧은 수명이다 [그림 7(a)]. 짧은 수명은 OLED 밝기와 전도율이 감소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유기물로 만든 OLED는 본디 물과 산소에 취약하다. OLED 내 유기물은 산화하거나 물과 반응하면 다른 물질로 바뀌어 원래의 성질을 잃고 소자의 전기•광학적 특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이러한 물과 산소 등 외부환경에 의한 영향은 차폐(encapsulation) 공정으로 거의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자의 구동 중 발생하는 수명 감소 현상이다. 높은 밝기를 얻기 위해 대량으로 주입된 전자-정공 쌍(주: 엑시톤)의 일부가 빛을 내는 결합을 하는 대신, 주변의 엑시톤 혹은 전하들과 충돌하여 에너지를 전달하고 소실된다. 에너지를 전달받은 엑시톤 혹은 전하들은 초기 상태의 2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떠안음으로써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대부분의 경우 받은 에너지를 열로 발산하고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만, 일부는 모든 에너지를 분자의 약한 결합 부위에 집중시킴으로써 높은 확률로 해당 분자가 붕괴하게 된다. 붕괴된 분자는 원래의 성질을 잃고 소자 성능을 영구적으로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디스플레이의 삼원색(주: 적•녹•청) 중 청색이 가장 큰 빛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수명도 가장 짧다. 현재 (2020년 기준) 상용화된 OLED 디스플레이에서 적•녹색은 높은 효율과 긴 수명을 가진 인광 OLED를 사용하고 있지만, 청색 인광 OLED는 20년 이상의 연구개발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대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그림 7(b)]. 따라서 청색은 아직까지 형광 OLED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낮은 효율과 짧은 수명으로 인해 OLED의 폭발적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청색 OLED 연구에 기회가 있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 OLED가 향후 20년 이상 지속될 디스플레이 기술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 전망이 현실화될 만큼 OLED의 혁신성과 범용성은 상술한 바와 같이 충분하다. 따라서 장수명-고효율 청색 OLED 개발이 곧 OLED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가장 핵심적인 열쇠가 될 것이다. 청색은 무기물 LED에서도 반세기 이상 풀리지 않던 어려운 문제였다. 201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Shuji Nakamura [그림 7(c)] 가 청색 LED 발명 당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개발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LED 조명, LCD TV의 면광원, 그리고 곧 등장하게 될 micro-LED TV 등은 불가능한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청색 OLED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알지만 시도해보지 않았던, 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혁신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혁신을 위해 Shuji Nakamara가 그러했듯, 내 손에 계란 밖에 없더라도 바위를 깨뜨려야만 하는 절박함과 자신의 방식에 대한 믿음을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도전적인 자세로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자로서, OLED가 더욱 발전하여 세상을 풍요롭게 되길 바라는 한 개인으로서 꼭 청색 OLED 문제가 풀리길 고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