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속초고’를 구할 새로운 선장으로 이 용호 신임 교장이 부임했다.고교등급제 도입 움직임 등 공교육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는 와중에 모교 부임이란 기쁨도 잠시, 모교 위기의 원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용호 교장을 지난 11일 오후 2시 교장실에서 만났다. 믿음과 긍정의 힘이 조직을 바꾼다고 한다.지난해 설악신문 보도에 따르면 속초고가 수시전형에서 서울대와 연, 고대에 약 10명 정도 지원해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결과는 1명도 합격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많은 학부모와 동문들이 실망한 것에 대해 이 교장은 “믿음이 중요하다.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한다는 각오로 서로 격려하며 심기일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해” 이 교장은 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비록 초임발령 선생님들이 많은 편이지만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3학년 담임들은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지도하고 있고 특히 고맙게도 일요일도 밤 7시까지 남아 학생지도에 열심이다. 눈과 귀를 열어 지역사회에서 지적하는 속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경청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요즘 교직사회에선 일선 인문계고등학교를 꺼리는 경향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속초고에 유난히 초임발령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이 교장은 “교사 본인의 내신이 가장 우선 시 되니까 그런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험은 미천하지만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선생님들이 교육현장에서 제자들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향후 경험 많은 선생님들도 연구 및 시범학교 지정 신청을 통해 성과에 걸맞는 최소한의 예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 모실 생각이다. 물론 현장의 선생님들과 논의해 신청여부를 결정한다는 전제조건은 있다. 머지않아 성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믿고 싶다”고 강조했다.교육경비 보조로 학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가동이 가능해졌다. 속초고의 프로그램 구상에 대해 이 교장은 “올해 약 8천여만원이 배정됐는데 우선적으로 저소득층 자녀와 중위권 학생들에게 수혜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인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답했다.중학교부터 의타적인 학원 의존적 공부행태가 몸에 밴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이란 이름의 자기주도 학습에 익숙할 것인가가 늘 궁금했는데 이에 대해 이 교장은 “지켜보고 있다. 자리만 지키고 앉아 있는지 복습을 하는지 예습을 하는지 등 가급적 효율적인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교육경비 보조비로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주간 단위로 수도권의 유명 학원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의 갈증을 풀어주면 사교육비 경감효과와 학력제고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대해 “양양고 교감 때 경험이다. 처음엔 수백명이 몰리더니 시간이 갈수록 수강학생이 큰 폭으로 줄었다.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심사숙고해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 성공프로젝트를 준비해 보겠다”고 답했다. “상호공감형 학부모설명회” 지난해 관내 중학교 대상으로 우수인재 속초고 보내기 운동을 가열차게 전개했다. 성과도 있었지만 미등록 파문이 불거져 불신의 골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우수인재의 역내 유치가 제1일 관건이란 인식 아래 파격적인 장학금제도도 도입됐다. 관행적인 입시설명회보다 관내 중, 고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설명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실에 비해 관내 학부모들의 기대치가 너무나 높다. 소위 스카이대학 입학 인원이 명문고의 잣대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전국 상위 5%는 의·치·약·한의대를 선호한다. 대학교의 네임밸류 따지기는 어느덧 옛이야기가 됐다. 이런 상황인식의 주지가 중요하다. “고마운 제안이다. 학부모들의 비판을 달게 받는 자리여도 좋다. 지역의 입시문제를 일방적으로 전달한 관행에서 탈피해 어려움은 호소 드리고 비판은 받는 상호 공감형 설명회를 준비해 보겠다. 우리 학교의 목표는 이제 현실적으로 서울대 2명이다. 인근 강릉고, 춘천고도 4명에 그친다. 그만큼 공교육 현장이 엄혹하다. 학생들의 적성에 맞으면서 실질적으로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인재양성을 학부모들께 호소할 계획이다.”속초고 교장은 ‘애니콜’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이에 대해 이 교장은 “맞는 말이다. 총동문회는 모교발전을 위해 지원을 고민하면 되고, 학부모와 교사는 학생들의 인성교육 뿐 아니라 학력제고에 열과 성을 다하면 된다. 교장은 가교역을 충실히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이유가 뭔가. 학교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도 학원처럼 수준별,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 관리도 잘하고 수업 잘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공감한다. 사견이지만 향후 교육개혁의 기조도 이런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례를 깨고 교장승진과 함께 초임발령으로 모교에 부임한 이 용호 교장에게 고언을 전한다. “학교는 학교 밖에서는 제공받을 수 없는 것을 줘야 한다”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이수영 프리랜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