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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수 없는 삽상함이여! 초가을, 제주 오름만이 선사하는 힐링 풍광
2026년 9월 오름학교는 <제주, 초가을의 힐링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조근대비악, 화순곶자왈 생태숲길, 용수포구 절부암, 싱게물공원, 월령리 선인장 군락, 한형수정원(카페), 원당봉, 둔지오름, 돝오름>
제주의 초가을, 제39강을 맞는 오름학교, 이승태 교장선생님(여행작가·제주오름전문가)은 얘기합니다
가을을 여는 9월, 삽상한 기운이 오름들을 채우며 초가을의 시원하고 향긋한 내음이 한껏 코끝을 스쳐 갑니다. 제주 숲의 빛깔은 이 계절에 맞추어 더욱 반짝이고, 뜨거웠던 해변의 파도가 열기를 식히며 무심히 철썩대는 이때쯤 제주는 또 어떤 매력으로 우리들의 안식을 이끌까요? ▶참가신청 바로가기
▲아침나절에 본 사라오름과 제주 동부의 오름들.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가늠된다.Ⓒ이승태
제주가 초가을로 한층 삽상한 오름학교 제39강은 2026년 9월 3일(목)-5일(토), 2박3일, <제주, 초가을의 힐링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조근대비악, 화순곶자왈 생태숲길, 용수포구 절부암, 싱게물공원, 월령리 선인장 군락, 한형수정원(카페), 원당봉, 둔지오름, 돝오름>의 여정으로 진행합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 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사라오름! 오름 정상부엔 둘레 250m쯤의 둥근 호수가 1.2km 길이의 야트막한 화구벽에 둘러싸인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이승태
2026년 9월, <제주, 초가을의 힐링 2박3일>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9월 3일 목요일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설문대할망께 올리는 한 잔의 술
-사라오름
368개나 된다는 제주의 숱한 오름 중에서 정상에 물웅덩이를 가진 곳은 아홉 개뿐입니다. <효리네 민박>으로 유명세를 탄 금오름과 이시돌목장의 세미소, 어리목의 어승생악, 굼부리 안에 문강사라는 절이 들어선 원당봉과 동부 중산간의 물영아리까지 다섯 곳은 모두 탐방이 가능하죠. 사려니숲 안의 물찻오름과 설문대할망이 자신의 큰 키를 자랑하다가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어린 물장오리, 동수악은 출입이 통제된 터라 더욱 신비감을 더합니다. 마지막 하나가 한라산국립공원 고지대에 숨은 듯 자리한 사라오름입니다.
▲하늘에서 본 사라오름과 한라산 풍광. 물이 찬 사라오름 굼부리가 설문대할망께 올리는 술잔 같다.Ⓒ이승태
가장 높은 산정호수 오름
먼 외국의 여자 이름 같은 ‘사라’의 뜻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게 없습니다. 노산 이은상은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의 옛말인 ‘ᄉᆞᆯ’에서 왔다고 했으나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오름의 대부 김종철 선생은 “신라(新羅)를 사라(斯羅)라고도 했던 것으로 미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고 했으나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유래가 아리송하지만 참 근사하고 글로벌한 이름인 것만은 확실하죠.
산정호수를 가진 오름 중 가장 높은(1324m) 사라오름은 한라산 성판악에서 백록담으로 가는 탐방로 중간에 있습니다. 때문에 오름을 보려면 여느 오름과 달리 꽤 긴 시간 산행을 해야 합니다. 성판악을 출발해 산길 따라 5.8km 오른 곳에서 왼쪽으로 사라오름 탐방로가 갈립니다. 여기서도 살짝 가파른 길 600m를 더 가야 마침내 얼굴을 보여주니 이런 새침데기가 또 있을까요!
사라오름은 한때 출입이 금지된 땅이었습니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16년간 사람의 출입이 막혀있던 사라오름이 다시 빗장을 풀고 일반에 개방된 것은 2010년 11월 1일. 이때를 맞춰 오름 탐방로를 정비하고, 굼부리 한쪽에 목재데크를 깔았으며 정상의 전망대도 만들었습니다.
오름 정상부엔 둘레 250m쯤의 둥근 호수가 1.2km 길이의 야트막한 화구벽에 둘러싸인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평평한 바닥의 얕은 산정호수는 접시에 담아 놓은 물처럼 수면이 잔잔하죠. 이 물은 한라산에 사는 동물들에게 생명수여서 사라오름을 찾다 보면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물을 마시러 온 노루나 산짐승을 만나기도 합니다.
호수의 깊이는 보통은 성인 허벅지 정도지만, 여름날 폭우가 내리고 나면 물이 불어 파도가 칠 정도로 가득 차 장관입니다. 겨울이면 얼음판이 되거나 눈에 덮이고, 가물 때는 화산송이로 가득한 바닥을 드러내어 사막이나 외계 행성같이 황량해집니다. 이처럼 강수량이나 시기에 따라 천의 얼굴을 가져서 갈 적마다 새로운 사라오름을 만나게 되니 탐방객의 걸음은 늘 설렙니다.
▲물이 가득 찬 사라오름 굼부리의 산정호수. 주변 풍광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이다.Ⓒ이승태
제주 최고의 명당, 사라오름
빈 몸으로 찾아오기도 숨이 가쁜 사라오름 굼부리 안쪽에 몇 기의 무덤이 보입니다. 예까지 어찌 상여를 메고 와서 묻었을까, 참 놀랍습니다. 알고 봤더니 사라오름이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제주 6대 음택혈 중 으뜸으로 치는 곳이라고 합니다. 명당으로 소문 난 한라산 개미목과 영실보다 더 낫다고 하니 사람들이 사라오름에 조상의 묏자리를 서기 위해 별별 수를 다 썼을 듯싶습니다.
산정호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굼부리의 절반만 나무데크가 깔렸습니다. 이 길을 따라 반대편까지 간 후 잠시 오르면 꽤 너른 전망대가 있는 정상입니다. 전망대에 서니 풍수지리의 명당인지는 모르겠으나 조망으로는 가히 으뜸임을 알겠습니다. 두터운 구상나무 군락지 위로 백록담이 부드럽고도 강렬한 얼굴로 솟았습니다. 남서쪽으로 펼쳐진 광활한 숲의 바다…, 그 사이로 깊게 팬 수악계곡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하죠.
동쪽과 남쪽은 오름 천지입니다. 가까운 성널오름이 듬직하고, 남쪽으로 독특한 선을 보여주는 논고악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 틈새로 삐죽 얼굴을 내민 동수악도 반갑습니다. 전망대서 보이는 사라오름 서남쪽 사면은 온통 제주조릿대로 덮였습니다. 이는 30년쯤 전에 발생한 산불 때문이라는군요.
드론을 날려 성널오름쪽에서 사라오름을 보니 등잔이나 간장종지를 닮았습니다. 물이 차 있을 때는 주변과 하늘빛을 그대로 받아내는 거울에 다름아니죠. 특히 가을이 절정일 때 사라오름은 수면에 어린 단풍빛으로 비단을 깔아놓은 듯 황홀합니다. 어쩌면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도 한라산을 오가다 자신의 얼굴을 비춰볼 요량으로 사라오름을 만들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니면 제주의 수많은 신들이 최고 신에게 올렸을 한 잔 술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사라오름 맞은편에는 흙붉은오름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등성이의 조릿대수풀 사이로 여기저기 드러나 보이는 화산송이가 유난히 붉죠. 출입이 막혀 가볼 수 없기에 안타까운 곳입니다.
더할 수 없는 삽상함이여! 초가을, 제주 오름만이 선사하는 힐링 풍광
2026년 9월 오름학교는 <제주, 초가을의 힐링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조근대비악, 화순곶자왈 생태숲길, 용수포구 절부암, 싱게물공원, 월령리 선인장 군락, 한형수정원(카페), 원당봉, 둔지오름, 돝오름>
제주의 초가을, 제39강을 맞는 오름학교, 이승태 교장선생님(여행작가·제주오름전문가)은 얘기합니다
가을을 여는 9월, 삽상한 기운이 오름들을 채우며 초가을의 시원하고 향긋한 내음이 한껏 코끝을 스쳐 갑니다. 제주 숲의 빛깔은 이 계절에 맞추어 더욱 반짝이고, 뜨거웠던 해변의 파도가 열기를 식히며 무심히 철썩대는 이때쯤 제주는 또 어떤 매력으로 우리들의 안식을 이끌까요? ▶참가신청 바로가기
▲아침나절에 본 사라오름과 제주 동부의 오름들.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가늠된다.Ⓒ이승태
제주가 초가을로 한층 삽상한 오름학교 제39강은 2026년 9월 3일(목)-5일(토), 2박3일, <제주, 초가을의 힐링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조근대비악, 화순곶자왈 생태숲길, 용수포구 절부암, 싱게물공원, 월령리 선인장 군락, 한형수정원(카페), 원당봉, 둔지오름, 돝오름>의 여정으로 진행합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 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사라오름! 오름 정상부엔 둘레 250m쯤의 둥근 호수가 1.2km 길이의 야트막한 화구벽에 둘러싸인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이승태
2026년 9월, <제주, 초가을의 힐링 2박3일>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9월 3일 목요일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설문대할망께 올리는 한 잔의 술
-사라오름
368개나 된다는 제주의 숱한 오름 중에서 정상에 물웅덩이를 가진 곳은 아홉 개뿐입니다. <효리네 민박>으로 유명세를 탄 금오름과 이시돌목장의 세미소, 어리목의 어승생악, 굼부리 안에 문강사라는 절이 들어선 원당봉과 동부 중산간의 물영아리까지 다섯 곳은 모두 탐방이 가능하죠. 사려니숲 안의 물찻오름과 설문대할망이 자신의 큰 키를 자랑하다가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어린 물장오리, 동수악은 출입이 통제된 터라 더욱 신비감을 더합니다. 마지막 하나가 한라산국립공원 고지대에 숨은 듯 자리한 사라오름입니다.
▲하늘에서 본 사라오름과 한라산 풍광. 물이 찬 사라오름 굼부리가 설문대할망께 올리는 술잔 같다.Ⓒ이승태
가장 높은 산정호수 오름
먼 외국의 여자 이름 같은 ‘사라’의 뜻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게 없습니다. 노산 이은상은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의 옛말인 ‘ᄉᆞᆯ’에서 왔다고 했으나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오름의 대부 김종철 선생은 “신라(新羅)를 사라(斯羅)라고도 했던 것으로 미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고 했으나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유래가 아리송하지만 참 근사하고 글로벌한 이름인 것만은 확실하죠.
산정호수를 가진 오름 중 가장 높은(1324m) 사라오름은 한라산 성판악에서 백록담으로 가는 탐방로 중간에 있습니다. 때문에 오름을 보려면 여느 오름과 달리 꽤 긴 시간 산행을 해야 합니다. 성판악을 출발해 산길 따라 5.8km 오른 곳에서 왼쪽으로 사라오름 탐방로가 갈립니다. 여기서도 살짝 가파른 길 600m를 더 가야 마침내 얼굴을 보여주니 이런 새침데기가 또 있을까요!
사라오름은 한때 출입이 금지된 땅이었습니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16년간 사람의 출입이 막혀있던 사라오름이 다시 빗장을 풀고 일반에 개방된 것은 2010년 11월 1일. 이때를 맞춰 오름 탐방로를 정비하고, 굼부리 한쪽에 목재데크를 깔았으며 정상의 전망대도 만들었습니다.
오름 정상부엔 둘레 250m쯤의 둥근 호수가 1.2km 길이의 야트막한 화구벽에 둘러싸인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평평한 바닥의 얕은 산정호수는 접시에 담아 놓은 물처럼 수면이 잔잔하죠. 이 물은 한라산에 사는 동물들에게 생명수여서 사라오름을 찾다 보면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물을 마시러 온 노루나 산짐승을 만나기도 합니다.
호수의 깊이는 보통은 성인 허벅지 정도지만, 여름날 폭우가 내리고 나면 물이 불어 파도가 칠 정도로 가득 차 장관입니다. 겨울이면 얼음판이 되거나 눈에 덮이고, 가물 때는 화산송이로 가득한 바닥을 드러내어 사막이나 외계 행성같이 황량해집니다. 이처럼 강수량이나 시기에 따라 천의 얼굴을 가져서 갈 적마다 새로운 사라오름을 만나게 되니 탐방객의 걸음은 늘 설렙니다.
▲물이 가득 찬 사라오름 굼부리의 산정호수. 주변 풍광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이다.Ⓒ이승태
제주 최고의 명당, 사라오름
빈 몸으로 찾아오기도 숨이 가쁜 사라오름 굼부리 안쪽에 몇 기의 무덤이 보입니다. 예까지 어찌 상여를 메고 와서 묻었을까, 참 놀랍습니다. 알고 봤더니 사라오름이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제주 6대 음택혈 중 으뜸으로 치는 곳이라고 합니다. 명당으로 소문 난 한라산 개미목과 영실보다 더 낫다고 하니 사람들이 사라오름에 조상의 묏자리를 서기 위해 별별 수를 다 썼을 듯싶습니다.
산정호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굼부리의 절반만 나무데크가 깔렸습니다. 이 길을 따라 반대편까지 간 후 잠시 오르면 꽤 너른 전망대가 있는 정상입니다. 전망대에 서니 풍수지리의 명당인지는 모르겠으나 조망으로는 가히 으뜸임을 알겠습니다. 두터운 구상나무 군락지 위로 백록담이 부드럽고도 강렬한 얼굴로 솟았습니다. 남서쪽으로 펼쳐진 광활한 숲의 바다…, 그 사이로 깊게 팬 수악계곡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하죠.
동쪽과 남쪽은 오름 천지입니다. 가까운 성널오름이 듬직하고, 남쪽으로 독특한 선을 보여주는 논고악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 틈새로 삐죽 얼굴을 내민 동수악도 반갑습니다. 전망대서 보이는 사라오름 서남쪽 사면은 온통 제주조릿대로 덮였습니다. 이는 30년쯤 전에 발생한 산불 때문이라는군요.
드론을 날려 성널오름쪽에서 사라오름을 보니 등잔이나 간장종지를 닮았습니다. 물이 차 있을 때는 주변과 하늘빛을 그대로 받아내는 거울에 다름아니죠. 특히 가을이 절정일 때 사라오름은 수면에 어린 단풍빛으로 비단을 깔아놓은 듯 황홀합니다. 어쩌면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도 한라산을 오가다 자신의 얼굴을 비춰볼 요량으로 사라오름을 만들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니면 제주의 수많은 신들이 최고 신에게 올렸을 한 잔 술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사라오름 맞은편에는 흙붉은오름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등성이의 조릿대수풀 사이로 여기저기 드러나 보이는 화산송이가 유난히 붉죠. 출입이 막혀 가볼 수 없기에 안타까운 곳입니다.
더할 수 없는 삽상함이여! 초가을, 제주 오름만이 선사하는 힐링 풍광
2026년 9월 오름학교는 <제주, 초가을의 힐링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조근대비악, 화순곶자왈 생태숲길, 용수포구 절부암, 싱게물공원, 월령리 선인장 군락, 한형수정원(카페), 원당봉, 둔지오름, 돝오름>
제주의 초가을, 제39강을 맞는 오름학교, 이승태 교장선생님(여행작가·제주오름전문가)은 얘기합니다
가을을 여는 9월, 삽상한 기운이 오름들을 채우며 초가을의 시원하고 향긋한 내음이 한껏 코끝을 스쳐 갑니다. 제주 숲의 빛깔은 이 계절에 맞추어 더욱 반짝이고, 뜨거웠던 해변의 파도가 열기를 식히며 무심히 철썩대는 이때쯤 제주는 또 어떤 매력으로 우리들의 안식을 이끌까요? ▶참가신청 바로가기
▲아침나절에 본 사라오름과 제주 동부의 오름들.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가늠된다.Ⓒ이승태
제주가 초가을로 한층 삽상한 오름학교 제39강은 2026년 9월 3일(목)-5일(토), 2박3일, <제주, 초가을의 힐링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조근대비악, 화순곶자왈 생태숲길, 용수포구 절부암, 싱게물공원, 월령리 선인장 군락, 한형수정원(카페), 원당봉, 둔지오름, 돝오름>의 여정으로 진행합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 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사라오름! 오름 정상부엔 둘레 250m쯤의 둥근 호수가 1.2km 길이의 야트막한 화구벽에 둘러싸인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이승태
2026년 9월, <제주, 초가을의 힐링 2박3일>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9월 3일 목요일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설문대할망께 올리는 한 잔의 술
-사라오름
368개나 된다는 제주의 숱한 오름 중에서 정상에 물웅덩이를 가진 곳은 아홉 개뿐입니다. <효리네 민박>으로 유명세를 탄 금오름과 이시돌목장의 세미소, 어리목의 어승생악, 굼부리 안에 문강사라는 절이 들어선 원당봉과 동부 중산간의 물영아리까지 다섯 곳은 모두 탐방이 가능하죠. 사려니숲 안의 물찻오름과 설문대할망이 자신의 큰 키를 자랑하다가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어린 물장오리, 동수악은 출입이 통제된 터라 더욱 신비감을 더합니다. 마지막 하나가 한라산국립공원 고지대에 숨은 듯 자리한 사라오름입니다.
▲하늘에서 본 사라오름과 한라산 풍광. 물이 찬 사라오름 굼부리가 설문대할망께 올리는 술잔 같다.Ⓒ이승태
가장 높은 산정호수 오름
먼 외국의 여자 이름 같은 ‘사라’의 뜻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게 없습니다. 노산 이은상은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의 옛말인 ‘ᄉᆞᆯ’에서 왔다고 했으나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오름의 대부 김종철 선생은 “신라(新羅)를 사라(斯羅)라고도 했던 것으로 미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고 했으나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유래가 아리송하지만 참 근사하고 글로벌한 이름인 것만은 확실하죠.
산정호수를 가진 오름 중 가장 높은(1324m) 사라오름은 한라산 성판악에서 백록담으로 가는 탐방로 중간에 있습니다. 때문에 오름을 보려면 여느 오름과 달리 꽤 긴 시간 산행을 해야 합니다. 성판악을 출발해 산길 따라 5.8km 오른 곳에서 왼쪽으로 사라오름 탐방로가 갈립니다. 여기서도 살짝 가파른 길 600m를 더 가야 마침내 얼굴을 보여주니 이런 새침데기가 또 있을까요!
사라오름은 한때 출입이 금지된 땅이었습니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16년간 사람의 출입이 막혀있던 사라오름이 다시 빗장을 풀고 일반에 개방된 것은 2010년 11월 1일. 이때를 맞춰 오름 탐방로를 정비하고, 굼부리 한쪽에 목재데크를 깔았으며 정상의 전망대도 만들었습니다.
오름 정상부엔 둘레 250m쯤의 둥근 호수가 1.2km 길이의 야트막한 화구벽에 둘러싸인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평평한 바닥의 얕은 산정호수는 접시에 담아 놓은 물처럼 수면이 잔잔하죠. 이 물은 한라산에 사는 동물들에게 생명수여서 사라오름을 찾다 보면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물을 마시러 온 노루나 산짐승을 만나기도 합니다.
호수의 깊이는 보통은 성인 허벅지 정도지만, 여름날 폭우가 내리고 나면 물이 불어 파도가 칠 정도로 가득 차 장관입니다. 겨울이면 얼음판이 되거나 눈에 덮이고, 가물 때는 화산송이로 가득한 바닥을 드러내어 사막이나 외계 행성같이 황량해집니다. 이처럼 강수량이나 시기에 따라 천의 얼굴을 가져서 갈 적마다 새로운 사라오름을 만나게 되니 탐방객의 걸음은 늘 설렙니다.
▲물이 가득 찬 사라오름 굼부리의 산정호수. 주변 풍광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이다.Ⓒ이승태
제주 최고의 명당, 사라오름
빈 몸으로 찾아오기도 숨이 가쁜 사라오름 굼부리 안쪽에 몇 기의 무덤이 보입니다. 예까지 어찌 상여를 메고 와서 묻었을까, 참 놀랍습니다. 알고 봤더니 사라오름이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제주 6대 음택혈 중 으뜸으로 치는 곳이라고 합니다. 명당으로 소문 난 한라산 개미목과 영실보다 더 낫다고 하니 사람들이 사라오름에 조상의 묏자리를 서기 위해 별별 수를 다 썼을 듯싶습니다.
산정호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굼부리의 절반만 나무데크가 깔렸습니다. 이 길을 따라 반대편까지 간 후 잠시 오르면 꽤 너른 전망대가 있는 정상입니다. 전망대에 서니 풍수지리의 명당인지는 모르겠으나 조망으로는 가히 으뜸임을 알겠습니다. 두터운 구상나무 군락지 위로 백록담이 부드럽고도 강렬한 얼굴로 솟았습니다. 남서쪽으로 펼쳐진 광활한 숲의 바다…, 그 사이로 깊게 팬 수악계곡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하죠.
동쪽과 남쪽은 오름 천지입니다. 가까운 성널오름이 듬직하고, 남쪽으로 독특한 선을 보여주는 논고악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 틈새로 삐죽 얼굴을 내민 동수악도 반갑습니다. 전망대서 보이는 사라오름 서남쪽 사면은 온통 제주조릿대로 덮였습니다. 이는 30년쯤 전에 발생한 산불 때문이라는군요.
드론을 날려 성널오름쪽에서 사라오름을 보니 등잔이나 간장종지를 닮았습니다. 물이 차 있을 때는 주변과 하늘빛을 그대로 받아내는 거울에 다름아니죠. 특히 가을이 절정일 때 사라오름은 수면에 어린 단풍빛으로 비단을 깔아놓은 듯 황홀합니다. 어쩌면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도 한라산을 오가다 자신의 얼굴을 비춰볼 요량으로 사라오름을 만들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니면 제주의 수많은 신들이 최고 신에게 올렸을 한 잔 술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사라오름 맞은편에는 흙붉은오름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등성이의 조릿대수풀 사이로 여기저기 드러나 보이는 화산송이가 유난히 붉죠. 출입이 막혀 가볼 수 없기에 안타까운 곳입니다.
더할 수 없는 삽상함이여! 초가을, 제주 오름만이 선사하는 힐링 풍광
2026년 9월 오름학교는 <제주, 초가을의 힐링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조근대비악, 화순곶자왈 생태숲길, 용수포구 절부암, 싱게물공원, 월령리 선인장 군락, 한형수정원(카페), 원당봉, 둔지오름, 돝오름>
제주의 초가을, 제39강을 맞는 오름학교, 이승태 교장선생님(여행작가·제주오름전문가)은 얘기합니다
가을을 여는 9월, 삽상한 기운이 오름들을 채우며 초가을의 시원하고 향긋한 내음이 한껏 코끝을 스쳐 갑니다. 제주 숲의 빛깔은 이 계절에 맞추어 더욱 반짝이고, 뜨거웠던 해변의 파도가 열기를 식히며 무심히 철썩대는 이때쯤 제주는 또 어떤 매력으로 우리들의 안식을 이끌까요? ▶참가신청 바로가기
▲아침나절에 본 사라오름과 제주 동부의 오름들.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가늠된다.Ⓒ이승태
제주가 초가을로 한층 삽상한 오름학교 제39강은 2026년 9월 3일(목)-5일(토), 2박3일, <제주, 초가을의 힐링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조근대비악, 화순곶자왈 생태숲길, 용수포구 절부암, 싱게물공원, 월령리 선인장 군락, 한형수정원(카페), 원당봉, 둔지오름, 돝오름>의 여정으로 진행합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 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사라오름! 오름 정상부엔 둘레 250m쯤의 둥근 호수가 1.2km 길이의 야트막한 화구벽에 둘러싸인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이승태
2026년 9월, <제주, 초가을의 힐링 2박3일>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9월 3일 목요일 / 한라산국립공원 사라오름
설문대할망께 올리는 한 잔의 술
-사라오름
368개나 된다는 제주의 숱한 오름 중에서 정상에 물웅덩이를 가진 곳은 아홉 개뿐입니다. <효리네 민박>으로 유명세를 탄 금오름과 이시돌목장의 세미소, 어리목의 어승생악, 굼부리 안에 문강사라는 절이 들어선 원당봉과 동부 중산간의 물영아리까지 다섯 곳은 모두 탐방이 가능하죠. 사려니숲 안의 물찻오름과 설문대할망이 자신의 큰 키를 자랑하다가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어린 물장오리, 동수악은 출입이 통제된 터라 더욱 신비감을 더합니다. 마지막 하나가 한라산국립공원 고지대에 숨은 듯 자리한 사라오름입니다.
▲하늘에서 본 사라오름과 한라산 풍광. 물이 찬 사라오름 굼부리가 설문대할망께 올리는 술잔 같다.Ⓒ이승태
가장 높은 산정호수 오름
먼 외국의 여자 이름 같은 ‘사라’의 뜻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게 없습니다. 노산 이은상은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의 옛말인 ‘ᄉᆞᆯ’에서 왔다고 했으나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오름의 대부 김종철 선생은 “신라(新羅)를 사라(斯羅)라고도 했던 것으로 미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고 했으나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유래가 아리송하지만 참 근사하고 글로벌한 이름인 것만은 확실하죠.
산정호수를 가진 오름 중 가장 높은(1324m) 사라오름은 한라산 성판악에서 백록담으로 가는 탐방로 중간에 있습니다. 때문에 오름을 보려면 여느 오름과 달리 꽤 긴 시간 산행을 해야 합니다. 성판악을 출발해 산길 따라 5.8km 오른 곳에서 왼쪽으로 사라오름 탐방로가 갈립니다. 여기서도 살짝 가파른 길 600m를 더 가야 마침내 얼굴을 보여주니 이런 새침데기가 또 있을까요!
사라오름은 한때 출입이 금지된 땅이었습니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16년간 사람의 출입이 막혀있던 사라오름이 다시 빗장을 풀고 일반에 개방된 것은 2010년 11월 1일. 이때를 맞춰 오름 탐방로를 정비하고, 굼부리 한쪽에 목재데크를 깔았으며 정상의 전망대도 만들었습니다.
오름 정상부엔 둘레 250m쯤의 둥근 호수가 1.2km 길이의 야트막한 화구벽에 둘러싸인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평평한 바닥의 얕은 산정호수는 접시에 담아 놓은 물처럼 수면이 잔잔하죠. 이 물은 한라산에 사는 동물들에게 생명수여서 사라오름을 찾다 보면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물을 마시러 온 노루나 산짐승을 만나기도 합니다.
호수의 깊이는 보통은 성인 허벅지 정도지만, 여름날 폭우가 내리고 나면 물이 불어 파도가 칠 정도로 가득 차 장관입니다. 겨울이면 얼음판이 되거나 눈에 덮이고, 가물 때는 화산송이로 가득한 바닥을 드러내어 사막이나 외계 행성같이 황량해집니다. 이처럼 강수량이나 시기에 따라 천의 얼굴을 가져서 갈 적마다 새로운 사라오름을 만나게 되니 탐방객의 걸음은 늘 설렙니다.
▲물이 가득 찬 사라오름 굼부리의 산정호수. 주변 풍광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이다.Ⓒ이승태
제주 최고의 명당, 사라오름
빈 몸으로 찾아오기도 숨이 가쁜 사라오름 굼부리 안쪽에 몇 기의 무덤이 보입니다. 예까지 어찌 상여를 메고 와서 묻었을까, 참 놀랍습니다. 알고 봤더니 사라오름이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제주 6대 음택혈 중 으뜸으로 치는 곳이라고 합니다. 명당으로 소문 난 한라산 개미목과 영실보다 더 낫다고 하니 사람들이 사라오름에 조상의 묏자리를 서기 위해 별별 수를 다 썼을 듯싶습니다.
산정호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굼부리의 절반만 나무데크가 깔렸습니다. 이 길을 따라 반대편까지 간 후 잠시 오르면 꽤 너른 전망대가 있는 정상입니다. 전망대에 서니 풍수지리의 명당인지는 모르겠으나 조망으로는 가히 으뜸임을 알겠습니다. 두터운 구상나무 군락지 위로 백록담이 부드럽고도 강렬한 얼굴로 솟았습니다. 남서쪽으로 펼쳐진 광활한 숲의 바다…, 그 사이로 깊게 팬 수악계곡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하죠.
동쪽과 남쪽은 오름 천지입니다. 가까운 성널오름이 듬직하고, 남쪽으로 독특한 선을 보여주는 논고악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 틈새로 삐죽 얼굴을 내민 동수악도 반갑습니다. 전망대서 보이는 사라오름 서남쪽 사면은 온통 제주조릿대로 덮였습니다. 이는 30년쯤 전에 발생한 산불 때문이라는군요.
드론을 날려 성널오름쪽에서 사라오름을 보니 등잔이나 간장종지를 닮았습니다. 물이 차 있을 때는 주변과 하늘빛을 그대로 받아내는 거울에 다름아니죠. 특히 가을이 절정일 때 사라오름은 수면에 어린 단풍빛으로 비단을 깔아놓은 듯 황홀합니다. 어쩌면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도 한라산을 오가다 자신의 얼굴을 비춰볼 요량으로 사라오름을 만들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니면 제주의 수많은 신들이 최고 신에게 올렸을 한 잔 술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사라오름 맞은편에는 흙붉은오름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등성이의 조릿대수풀 사이로 여기저기 드러나 보이는 화산송이가 유난히 붉죠. 출입이 막혀 가볼 수 없기에 안타까운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