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촉제(蜀帝) 두우(杜宇)는 망제(望帝)라고도 불렸는데, 그가 신하의 아내를 간음하고서 왕위를 내놓고 도망갔다가 죽은 뒤 그 넋이 두견새(소쩍새)로 화하여 밤새 울다가 피를 토하고야 그쳤으며, 그 두견새가 토한 피로 물든 꽃이 두견화(杜鵑花)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두견(杜鵑)은 두우(杜宇), 자규(子規) 등으로 불리는 새의 이름이면서 진달래꽃의 이칭(異稱)이다.
● 도중에 두견화가 활짝 핀 것을 보고[路中見杜鵑花滿開] - 지봉 이수광 갈 때는 꽃이 피지 않았는데 / 去時花未開 올 때는 꽃이 활짝 피었구나 / 來時花盡開 산중에 어제 밤 쏟아진 비가 / 山中昨夜雨 틀림없이 꽃을 다그쳤으리라 / 應是爲花催 두 번째[其二] 어젯밤 두견이가 그렇게 울더니만 / 昨夜杜鵑啼 오늘 아침 두견화가 활짝 피었네 / 今朝杜鵑發 분명코 가지 위의 붉은 꽃송이는 / 應知枝上花 밤새워 토한 피에 물이 든 것이리 / 染得口中血
● 제천에서 돌아와 두견화가 시든 것을 한탄하며[自堤峽歸歎杜鵑花已衰] - 입재 정종로 묻노니 두견화야 / 問杜鵑 갈 때는 아직 피지 않았더니 / 去時猶未開 어이해 이렇게 시들어 버리고 / 胡爲已零落 주인 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느냐 / 不待主人來 두견화가 대답하길 / 杜鵑答 산에 피는 꽃은 때되면 절로 피니 / 山花時自開 그대를 위해 열흘이나 붉었는데 / 爲君紅十日 어찌하여 돌아오지 않았던가요 / 爭奈不歸來
● 두견화를 보고 고시에 차운하다[杜鵑花次古韻] - 송암 권호문 봄밤에 온 산에서 두견새가 울더니 / 一聲春夜萬山啼 울음 그치자 통한의 핏물 가지에 가득하네 / 啼破幽冤血滿枝 천년 망국의 한을 알려고 하면 / 欲識千年亡國恨 저녁 바람 가랑비에 지는 꽃을 봐야 하네 / 暮風微雨落紅時
● 두견화를 옮겨 심다[移種杜鵑花] - 백담 구봉령 시름겨운 객창에서 봄 경치에 괴로운데 / 客窓愁思惱韶華 아득한 고향 산천 하늘끝 멀기만 하네 / 縹緲鄕關天一涯 두어 그루 옮겨다 섬돌 아래 심었더니 / 移得數根階裏種 분명한 고향 산천의 꽃을 보게 되네 / 分明眼見故山花
● 두견화 - 동주 이민구 고국의 저무는 봄에 한이 얼마나 많았던가 / 故國殘春恨幾何 붉은 비단에 뿌린 선혈만 남았구나 / 空餘淸血濺紅羅 밤새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비에 젖어도 / 從霑一夜枝間雨 동풍에 흘리는 나그네 눈물보다는 적으리 / 未似東風客淚多
● 두견행(杜鵑行) - 허백당 성현 만 그루에 꽃이 피면 위아래가 모두 붉고 / 花開萬樹紅高低 땅 가득 꽃이 지면 녹색 잎이 돋아나니 / 花落滿地綠葉齊 봄바람에 두견새가 꽃길 속을 날아와서 / 春風毛羽穿芳蹊 날마다 그늘에서 부질없이 슬피 우네 / 日日弄影空悲啼 촉 땅의 영화래야 한 줌의 먼지 같아 / 蜀中繁華塵一聚 영락하여 달아나도 한 될 것 없으련만 / 飄零不恨離舊土 형체가 나뉘어서 사방으로 흩어지니 / 分形散飛無東西 호소하고 싶은데도 하지 못해 괴로운듯 / 欲訴未訴思轉苦 마음 더욱 괴로우나 그 누구를 원망하랴 / 思轉苦尙怨誰 해마다 토한 피가 꽃가지를 물들이네 / 年年血染花間枝 군신 간 옛 의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법 / 君臣古義不可忘 그대 보지 못했는가 두보의 재배시를 / 君不見杜甫再拜詩
● 두견봉에 오르다[登杜鵑峯] - 허백당 성현 두견봉 꼭대기에 돌아가는 길은 나직한데 / 杜鵑峯頭歸路低 두견화 만발한 곳에 두견새도 울어 대누나 / 杜鵑花發杜鵑啼 꽃 피고 새 울어 둘이 서로 한창 어울리니 / 花開鳥咽兩相得 동풍이 나를 맞아 봄 경치를 완상케 하네 / 東風邀我尋春色 붉은 꽃잎은 나무 가득 눈부시게 찬란해라 / 紅英滿樹爛迷眼 오색 무지개가 하늘에 연함을 방불케하누나 / 彷彿彩霓連霄漢 내가 예전엔 우리 대부인을 친히 모시고 / 我昔嘗奉大夫人 꽃 필 때 지팡이 의지해 높은 산 올랐더니 / 花時扶杖窮嶙峋 당시의 행락을 이젠 다시 누릴 수 없는지라 / 當年行樂邈難及 봄을 만나니 나도 몰래 두 소매가 젖누나 / 逢春不覺雙袖濕 봄이 와도 즐겁지 않고 근심스럽기만 하니 / 春無可樂還可憂 이 산꼭대기는 오르지 아니함만 못하겠네 / 不如不上玆山頭
● 열흘 병들어 누워 있으면서 두견화가 핀 것도 몰랐다[臥病一旬 不覺杜鵑已開] - 상촌 신흠 친구도 떨어지고 거문고도 술도 끊고 / 親知零落琴樽廢 대드는 이병 저병에 머리털만 다 희었네 / 愁疾交攻鬂髮華 문을 열흘 닫았더니 봄이 이미 늦어져서 / 閉戶一旬春事晩 작은 뜰에 두견화가 모두 다 폈네 그려 / 小庭開盡杜鵑花
● 고령(高嶺) 고개 위에 두견화가 만발하다 - 백사 이항복 어제는 청석령을 오늘은 고령을 넘는구나 / 昨行靑石今高嶺 겹친 봉우리 다 지나니 내 집에 온 것 같네 / 過盡重巒似到家 사월이라 변새의 산은 봄바람이 차가운데 / 四月邊山寒料峭 숲 사이에 활짝 핀 두견화가 보기 좋구려 / 林間喜見杜鵑花
● 두견화를 읊다[詠杜鵑花] - 동명 정두경 산골짜기 삼월이라 봄이 저물려고 하매 / 山中三月春欲暮 나무마다 피어난 꽃 바위 절벽 비추누나 / 雜花生樹照岩壑 흐드러진 산꽃들은 모두가 다 두견화로 / 大都山花盡杜鵑 천만 나무 꽃의 빛깔 모두가 다 똑같구나 / 千樹萬樹花一色 봄 동산서 감상하는 사람 몇이 있으려나 / 春山遊賞有幾人 석양 속에 돌아오는 나무꾼이 감상하네 / 落日歸來見樵客 가련케도 꽃 흔햅 세상에서 천해보니 / 可憐花賤世不貴 만사 모두 그러하매 탄식할 만하구나 / 萬事盡然堪歎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