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자유토론방 글을 퍼오고 싶더라구요. 글의 논조에 적극 동감한다거나 홍보성 글을 쓰고자 하는 뜻은 아니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네요~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5082353
영화는 어제 오후에 봤습니다. 극장을 나서는데 보통 느껴지는 통쾌함이나 카타르시스는 없이 머리가 무거운게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들라면 레오날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갱스 오브 뉴욕' 정도가 되겠군요. 정말 슬프고 충격적이어서 가슴이 먹먹해젔더랬습니다. 오락성이 다소 떨어진다며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분들이 폄하를 하셔도 뭐라 더 반박할 말은 없습니다만 작금의 지구촌 현실에 대해 이토록 치밀하고 함축적으로 만든 영화도 드물다고 봅니다.
지금의 지구촌 현실을 돌아보게 되더군요. 제 주변에서 당장 피부로 느껴젔던 것은 높아지는 전,월세가였습니다. 주거의 질은 그대로이거나 떨어지는데 전,월세가는 점점 높아지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거든요.
꼬리칸 사람들을 통해 윗칸 사람들이 열차의 시스템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하우스푸어 (이하 전,월세 렌트푸어 포함) 가 대량으로 양산되어야 상위 1 % 다주택자들과 은행들이 살을 찌운다는 것을 반추해보게 되더군요. 자신들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고 윗칸에서 명령하고 조작하는 대로 휘둘리는 것이 똑같아 보였거든요.
마치 양때몰이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당히 양털(돈,MONEY)이 자라면 주기적으로 양털을 깍아버리는 겁니다. 식료품 가격 인상, 에너지 가격 인상, 전월세 가격 인상, 은행 대출금리 인상, 간접소비세 인상,세원 확보가 용이한 회사원들의 근로소득세 인상, 정부의 주류세,담배세 인상, 북한의 전쟁 위협 가중( 영화상에선 열차 밖의 동사 위협) 으로 인한 국방비 증액 등등. 꼬리칸 사람들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돈의 공급을 조절하면서 그들에게서 빨아들인 생명력(돈,MONEY)으로 인해 머리칸의 사람들은 부유한 삶을 누리며 기차의 시스템이 삐걱거리면서도 돌아가지요.
전,월세가의 고공행진으로 시중 은행들은 늘어나는 대출 수요에 이자 장사로 표정관리가 안될만큼 최대의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얼마 안있으면 시장의 손이 저절로 개입되어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레 이러한 이상 폭등이 멈추고 제자리를 찾아갈까요? 제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과거 20여년간 정부의 조치들을 돌아볼 때 그러길 바라는 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희망이라고 봅니다. 서브프라임 사건이 터지기 전과 후를 놓고 볼때 남한의 경제 현실은 판이하게 달라진 상태입니다.
그전까진 전월세가가 2,3년을 주기로 버블세븐을 중심으로 다소의 등락을 하며 집주인들마저 떨어진 전세가에 대출을 받아 세입자를 내보내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오직 고공행진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 실체적 진실은 미분양 주택의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1가구 2주택자부터 타겟이 된 양도세 중과제도 때문입니다. 이 시점부터 서서히 돈의 물길은 매매 시장에서 전,월세 시장으로 옮겨 갔답니다. 정부에서 마음 먹고 하는 조치인데 누가 당해냅니까? 1가구 1주택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의 법안이 다주택자들의 자산가치 하락을 막아주었고 무주택자들의 주거의 질을 떨어뜨리는 엉뚱한 효과를 가저오게 되지요.
문제는 이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는 일은 하늘이 두쪽나도 없으리라는 점입니다. 이 제도가 폐지되서 매매용 주택의 공급이 지금보다 늘고 집값이 더 떨어지면 전세가마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서민들한테 대출 늘려주며 이자 따먹는데 좋은 그림이 결코 아닌 것입니다. 양도세 중과 폐지와 취득세 영구 인하로 거래가 늘고 활발해지면 서민들에겐 전세 공급이 늘어 전세가가 폭락하고 정부의 세수도 늘어 윈윈 전략이 되겠지요.
하지만 시중은행들 입장에선 대출의 유발 요인이 줄어드는 셈이니 앉아서 손가락을 빨아야 되는 상황이 펼처지는 것입니다. 결국 갑의 이익을 위해서 배가 산으로 가는 기형적인 일(매매가를 넘어서는 전세가의 이상 폭등) 을 묵인하면서까지 은행을 보호해주는게 작금의 웃지 못할 현실입니다. 이건 마치 동물의 왕국이란 TV 프로에서 실험자가 입구를 열어 놓으니 흰개미들이 대규모 이동을 하다가 개미핧기의 큰 혓바닥질 한번에 대부분 먹어치워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은 강대국들의 입장에선 손쉬운 사회공학적인 실험 장소입니다. 그들 입장에서 그다지 많은 비용을 안들이면서 요리하기에 딱 알맞은 크기의 소규모 개방경제거든요. 간보기를 통한 피드백 데이터 얻기를 통해 이후의 전세계 약소국을 상대로 제대로 치고 들어가기가 용이하지요. 프랑스의 판타지 소설가인 '스테판 울'의 [OMS en série]을 애니메이션화한 르네 랄루 감독의 [미개의 행성] 이나 최근의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중의 하나인 [진격의 거인]을 보면 비유적인 모습으로 잘 나와 있습니다.
영화상에서 꼬리칸 사람들은 열차 중간에 위치한 물의 공급원을 확보해놓고는 윗칸 사람들에게 협박카드로 써보려는 그럴싸한 계획을 세우는데 이건 꼬리칸의 현자인 길리엄 할베의 진의가 아니었지요. 그냥 말로 생색내기였습니다. 인기 영합책이지요. 영화 후반에 기차의 우두머리인 윌포드와 핫라인으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짜고친 고스톱이었음이 드러나죠. 곧이어 물의 공급원은 가장 앞칸이라는 사실이 열차 내 서열 2 위인 메이슨 여사의 설명으로 드러나는 점이 인상적이더군요.
열차 중간에 위치한 물의 배수시설은 배분 기능만 가질 뿐 음용수로의 용도는 맨 앞칸에서 보유한 비와 눈의 정수기계로만 가능했던 것입니다. 꿩 잡는게 매라고 이건 마치 한국은행이 서민경제 위한다고 제 아무리 머리 굴리며 이자율 조정을 가늠해봐야 미국의 연준은(FRB)에서 한마디하면 알아서 기어야 되는 거랑 같구나란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현재의 투자 심리가 실수요자 구매라서 결국 이대로 매매는 지지부진하다 1,2년내로 서울 반포 서초 잠실 일대를 중심 파원으로 매매가를 역전하면서까지 전세가가 오를 것이 명약관화한 현실입니다. 이걸 막으려면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시중은행 몇개가 도산하는 한이 있어도 오로지 시장 기능을 실수요자에게 맡겨야 하는데 정부입장에서 도무지 가능하리라 보십니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인 겁니다. 이미 다른 곳으로 흐를 돈의 물줄기는 각종 법안으로 죄다 틀어 막아놓았으니 전,월세가가 상승에 돈이 아쉬운 약자들과 돈의 흐름을 쥔 시중 은행들만 있으데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지금 당장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해야한다고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약자인 세입자들을 빼곤 정부와 은행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의자는 4개인데 5명이 그 주변을 돌다 호각 소리에 앉으려다 못앉는 사람은 사라지는 것처럼 서울,경기권의 중심부에서 서민들은 대다수가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지하나 고시원도 안되면 삶을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그야말로 한계 가정인 것이지요. 이게 꼬리칸의 인구수를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것과 참 비슷하더군요. 이미 머리칸의 사람들이 다 묘수를 써놓고 꼬리칸 사람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넣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야 그들을 희생양으로 은행과 다주택자들이 최대한 이자와 임대료를 뽑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생존이라는 인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노려서 점점 죄어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럼 점에서 설국열차는 현대의 물질 문명과 국가간의 약육강식에 대해 비정한 통찰을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한 의외의 반전이 세상의 시스템과 삶의 가치에 대해 패러다임의 변환을 촉구하는 듯한 의미로 받아들여젔습니다. 그런데 저희 세대에선 사실상 꿈 깼습니다. 시골에 가봐야 먹고 살기가 녹록치 않습니다.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전문 병원은 왜 그리 멀기만 한지. 지금의 과밀화 추세면 서울과 경기 수도권은 동남아의 다른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불과 5~10년안에 인구 2천만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되어갈 듯 합니다.
요새 제가 즐겨 읽는 일본의 인기 연재 만화 ' 사채꾼 우시지마 ' 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납니다.
' 정치가는 국민을 뜯어먹고 자본가는 노동자를 뜯어먹고 강대국은 약소국을 뜯어먹는다.'
다만, 나름대로 희망을 가저봅니다. 영화는 시스템을 폭력적인 수단으로 뒤엎었지만 그것은 인류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지요. 그런 방법이 아니라 조금씩 긍정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자증세와 기업 살리기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확대같은 것으로요. 그렇게 하면 리투아니아에 이어 인구 십만명당 자살자수 세계 2 위의 오명도 점차 씻을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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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위의 펌글을 읽으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점이나 양도세 중과제도 등에 대한 생각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고요,, 제 고민은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경제적 합리성을 갖지 못하도록 만드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문법"이 무엇일까 자꾸 궁금해 집디다. 결국 검은머리 외국인들의 사회공학적인 실험장소일수 밖에 없도록 방조하는 어리석은 국민성.... 우리가 그것밖에 안되었나? 이런 푸념도 나오고.... 결국 깨어있는 국민들이 일어나 엎을것이다!!! 이렇게 희망해 보는데....
근데, 영화줄거리와 더불어 읽다가 왠 "조금씩 긍정적으로 개선"??? 쌩뚱맞은 희망론? 또, 자살률 1~2위를 줄이는 방법이 부자증세와 양질의 일자리 늘리는 것만은 아니겠죠....
+) 철학자인 박이문 선생님은 철학을 ‘둥지’로 설명하시더라구요. 새들은 마른 풀, 지푸라기, 작은 나뭇가지들을 부리로 물어다가 정교하게 엮어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고 그 속에 알을 낳은 후 생명을 품는거죠. 철학도 이질적인 것들을 그러모아 튼실한 사유의 집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뜻일 겁니다. 우리 국민이 이렇게 철학있는 국민이 되고, 욕망의 하수인에서 벗아나고!!! 실제 집짓고 사는 것도 철학을 가지고 집짓고 살날이 오겠죠?
첫댓글 ㅋ 글은 마음에 듭니다 ... ㅋ 마음이랄까 ㅋㅋㅋㅋ
영화줄거리 잘 들었소이다 ㅋㅋ
자기 생각을 포장없이 올려준점에 대해서 감사하며 ㅋㅋㅋ
이래 또 배웁니다 ㅋㅋ
설국열차는 꼬리칸 사람들이 무단으로 탄게 아니고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앞칸 사람들이 그에 따른 이익을 누리게끔 했다면 더 좋았을것 같아요
ㅋㅋ 단 한가지 짚고 싶은 것은 새삼스러운 내용에 새로운 사실도 아니라는 점
역사를 돌이켜 보더라도 같은 패턴이 있다는것 ...취하고자 하는 부류가 있다는 것.
ㅋㅋㅋㅋㅋ 형벌제도의 본래 취지가 무색 해진거나...
굿~
추천합니다
무더운 여름 깊이 생각해보는데 단초를 제공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좋은글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양도세 중과가 전세가격과 깊이 연관되었다?? 이해가 안되는데요 ㅋ 좀 억지스럽네요
전세대출 확대와 통화량증가 저금리정책이 가장큰 원인같은데 ㅋ
저도 글 퍼 오면서 그 부분은 이해를 달리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