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시의회의 로봇 주무관이 계단 아래로 떨어져 작동을 멈춘 사고가 발생했는데 몇몇 국내 언론이 열심히 일하기로 이름난 우리의 노동 여건을 반영해 '고된 일에 지친 로봇의 극단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과, 미국 일간 뉴욕 선, abc 계열 KTBS 3 방송도 국내 언론의 보도를 좇아 '자살한 것처럼 보인다'는 제목을 달았다.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는 등의 반응과 입씨름을 낳고 있다.
구미 시의회는 지난해 8월 1일자로 주무관에 임명돼 국내에서도 거의 최초의 로봇 공무원 신분을 얻은 이 로봇이 지난 20일 2m 정도 되는 계단 아래로 구른 사고를 당한 뒤 망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26일 밝혔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로봇 주무관은 "마치 뭔가가 있는 듯 한 지점에서 빙그르 돌더니" 넘어졌으며, 시 의회의 한 관리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여전히 조사 중이라고 AFP 통신에 밝혔다. 이 관리는 "조각들을 모아 업체가 분석할 것"이라면서 이 로봇은 지역 주민들에게 "매일 문서 발송과 시정 홍보, 정보 전달"을 도왔다"고 공을 높이 샀다.
다른 관리는 "그는 공식적으로 우리 모두처럼 시청의 한 부분이었다"며 "아주 바지런히 일했다"고 말했다.
우리 매체 중에는 로봇이 마치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처럼 보였다고 과장된 제목을 붙인 곳이 있었다. 예를 들어 "왜 근면한 시청 공무원처럼 일했니?"라고 묻거나 로봇에게 "일이 너무 고됬니?" 묻거나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봇 웨이터 스타트업 기업인 베어 로보틱스가 개발한 이 로봇은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했으며, 자신만의 공무원 카드를 지니고 있었다. 다른 로봇들과 달리 한 층만 이용할 수 있었으며, 구미 시의회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스스로 다른 층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KTBS 3 방송은 한국이 로봇을 노동 현장에 투입하는 데 세계적으로 가장 열정적인 나라 축에 든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로봇 밀집도가 가장 높아 한 업종에서는 직원 10명 당 로봇이 한 대꼴이라는 국제로보틱스연맹의 통계를 인용했다.
한편 구미 시의회는 현 시점에서는 두 번째 로봇 주무관을 임용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AFP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