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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유래는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학자 겸 박물학자인 필리니(23-79년)는 동물의 방광으로 만든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사나 해체과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중세에는 콜레라와 흑사병을 막기 위해 가면을 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케치에는 새 부리처럼 생긴 마스크가 등장한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마스크 수건을 두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원나라 궁정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시종들이 코와 입을 가린 채 일을 한다는 내용이다.
프랑스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는 1861년 공기 중 미생물을 발견한다. 그의 방호용 마스크 이론에 따라 독일에서 1897년부터 수술할 때 미클릭즈마스크(Mikulicz′s mask)를 쓰는 전통을 만든다.
지금처럼 호흡 가능한 마스크는 1899년 영국의 한 외과 의사 작품이다. 이후 프랑스에서 면 6겹으로 만든 실용 마스크로 진화하기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1910년 동북지방을 강타한 페스트 대 유행 당시 마스크가 처음 등장한다. 러시아에서 유입된 페스트로 인해 거리마다 병사자로 가득했던 시절이다.
청나라 총독인 위안스카이(袁世凯)는 우롄더(伍连德)란 젊은 의사를 동북 3성 방역 총의관으로 임명한다. 중국 사람도 이름을 모르는 그는 영국 캠브리지 의과대학서 세균을 공부한 말레이시아 화교다.
광저우(广州) 타이산(台山) 출신으로 영국 식민지인 말레이시아 피낭섬에서 1879년 태어난다. 17세에 국비 장학생으로 영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24세에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 온다.
외교가의 추천으로 1907년부터 톈진(天津) 육군 의학당 부감독으로 근무한다. 31세 되던 해에 동북지방에 전염병이 돌았고 바로 하얼빈으로 파견된다.
당시는 해부가 금기시되던 시절이다.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해부를 통해 페스트균임을 알아내고 바로 철로와 도로를 폐쇄한다. 민심이반을 걱정해 유언비어를 통제하기에 급급하던 청나라식 대처와는 딴판이다.
병사한 시체를 모두 화장하고 비단 두 겹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쓰게 한다. 페스트 확산을 막는데 기여한 게 바로 유명한 ‘우씨마스크’다.
이 마스크는 1911년 4월 열린 만국 페스트 연구회에서 발명품으로 인정받는다. 이어 1919년 동북지방 콜레라나 1932년 상하이 콜레라 때도 사망률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한다.
상하이 콜레라 유행 당시 중국인 사망률은 7.4%다. 조계지 외국인 사망률 30%보다 4배 낮은 수치다.
이 공로로 그는 1935년 노벨 의학상 후보에 오른다. 첫 중국인 노벨상 후보는 마스크가 만들어낸 셈이다.
우씨 마스크로 인해 중국은 1918년부터 3년 연속 발병해 전 세계 5억 명을 감염시키고 10%의 사망률을 기록한 독감도 피해간다. 스페인에 가장 큰 피해를 남기는 바람에 나중에 스페인 독감으로 이름 붙여진 그 독감이다.
마스크 인기는 1952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스모그로 인해 1만2000명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정점을 찍는다. 2003년 사스와 2012년 미세먼지 사태를 겪은 중국은 세계 마스크 50%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지로 떠오른다.
중국에서 연간 생산되는 마스크 50억 개다. 하루 2000만개 씩 공급가능한 규모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다. 중국 마스크 생산 가동률도 76% 정도에 불과하다.
마스크 수요가 100배 늘어나면서 가격도 20배나 올랐지만 공급은 전체 수요의 7%~10%에 그치는 상황이다. 마치 사막에서 물 한 병 가격을 정하는 상황에 비유할 만하다.
가격이 오른 만큼 공급도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시장 원리상 단기 수요에 맞춰 설비를 들여놓기 어려운 구조다.
마음이 바빠진 중국 당국은 일단 단기 공급량 늘리기에 나선다. 지난 2월 12일 열린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는 의료자원공급을 위해 기업의 생산을 독려하기로 결정한다.
계획경제 시절의 방식을 채택할 만큼 마스크 생산이 급했다는 이야기다. 기업들도 준전시 사태와 같다는 인식을 하는 모양새다.
마스크 생산업체 70곳이 몰려 있는 허난(河南)성 장항(长垣)시의 경우 감독 당국 주관으로 의료용 3만5000개와 일회용 56만 개 등 매일 100만 개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마스크 원료 가격도 톤당 1만8000위안서 2만9000만 위안으로 50%이상 급등한 상태다.
중국 마스크시장의 30%를 점유하는 CM차오메이(朝美)의 경우 설 연휴 기간 평소의 10배가 넘는 하루 500만 개씩 생산한다. 최근 재고 1000만 개를 다 소진하자 다시 24시간 가동 상태다.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수이성자방(水星家纺) 홍더우(红豆) 삼창(三枪)내의 등 섬유업체까지 마스크나 방호복 라인에 진입한다. 기저귀나 신발을 만들던 업체도 유사산업인 마스크 생산에 뛰어 든다.
마스크 원료를 생산하는 중국석유와 중국석화도 원료 생산 설비를 확충하며 공급 물량을 늘린다. 마스크 원료인 프로필렌 공급량을 보면 지난해 월 1만5000톤 수준에서 2월에는 8만 톤으로 5배 이상 증가한다.
지난해 중국서 사용한 프로필렌은 95만 톤 규모다. 프로필렌 1톤으로 만들 수 있는 마스크는 약 20만 개 정도다.
심지어 스마트폰 업체인 OPPO나 vivo를 비롯해 BYD 우링등 자동차 업체도 마스크 생산에 동참한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이나 자동차 업체인 GM도 중국 공장에 마스크 생산라인을 별도로 만들었을 정도다.
일본 유럽의 주요 마스크 생산기업도 공급을 늘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존 시장 구조를 유지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애쓴다는 점이 중국과 다르다.
일본의 경우 올들어 마스크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20억 개를 돌파할 기세다.
N95 마스크를 생산하는 3M도 24시간 가동체제다. 마스크를 연간 1억7000개씩 생산해온 프랑스 콜미호팽(Kolmi Hopen)의 경우 1월에만 10억 개 이상 마스크 주문을 받는다.
체코의 파담(Pardam)사도 아시아 유럽서 주문 밀려드는 바람에 주문량이 평소보다 570배나 늘어난다. 터키 이스탄불 근처의 에라(Era)사도 1월 하순 이후 중국으로부터 주문받은 물량을 소화하느라 24시간 공장을 가동 중이다.
시장 원리에 따라 늘어난 수요만큼 설비 가동을 늘리는 방식이다. 가격은 천정부지지만 경쟁력 없는 기업까지 마스크 시장에 진입하지는 않고 있다.
아무튼 산업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수요가 줄어들면 모두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위기일수록 시장 원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다.
[현문학 기자]
첫댓글 많은 사람에게 다가온 전염병 위기가 일부에게는 기회가 되는 아이러니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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