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나태주님의 싯귀는
크나큰 의미로 다가올 때가 많다
무심코 던지 한마디에
상처받고
상대가 미워질 때가
있는 걸 보면
과묵하다는 것만큼 큰 배려도 없는 것 같다
하긴 과묵한 사람이
어쩌다
툭
던진 말로
여러사람 뒷목잡게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는
세상 귀여움은 혼자서 다 차지할 것 같은
당돌함마저 보이는 자태였다
어느 날
조금씩 까맣게 변하는 한 쪽부분을 수술해 줬다
수술은 내가 가진 모든 의술을 동원한 아주 어려운 과정이었다
가위로 잘라주기
싹뚝싹뚝
타 들어간걸까
아님 물이 부족한 걸까
햇빛 부족인가 싶어
얼른 창가로 요렇게 돌려놨지만
이건 순전히 눈속임 배치다
살짝 틀어서 보면
이렇게 한쪽부분이 절반이나 잘려나갔다
쥐가 파먹은 것 같다는
다소 올드한 표현을 빌려도 좋을 만큼
딱 그런 모습이다
나름 본래의 모습을 찾아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잘려나간 가지가 새싹 돋으려는 의지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자세히 들여다보다 발견했다
잘 눈에 띄지도 않는 꽃
정말 자세히 들여다봐야 발견할 수 있고
또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하얀 꽃
너무 신기해 자랑좀 했는데
검색창에 재빨리 알아본 딸이
내 맘에 재를 뿌린다
바질트리는 꽃이 피면 죽는 거라고
얼른 꽃대를 잘라줘야 한다는 조언까지
아주 지독한 잿빛 재를 뒤집어 씌운다
으으으~~~
이 이쁜 꽃을 잘라내야하는 거야?
식물은 극한 상황에서 꽃을 피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자연의 섭리에 의해
제 철에 피고 지는 꽃을 말하는 건 아닐테다
물이 없거나
햇빛이 없거나
그야말로 죽을 것 같은 상항이 되면
식물은 그나마 남은 마지막 힘을 쏟아
꽃을 피운다는 것
우리집 바질트리가 그랬단 말인가
햇빝, 물, 다 충족시킨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못마땅한 게 있는지도 모르지
잘 보살펴 주면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겠지
꽃대를 싹뚝싹뚝 잘라내며
너무 미안했다
잘 살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