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잇단 직원 사망, 조직문화 혁신요구 확산
행시 67기 동기들 독립적 진상점검과 제도개선을
노조,성과 중심 조직문화와 인력 부족 개선이 우선적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 소속 직원 두 명이 이달 잇따라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면서 조직문화와 인사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 요구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된 이후 조직 운영과 인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기후부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 기후적응과 정아무개 사무관(32)이 사망했다. 부처는 현재 청사에 근조 명패를 설치하고 애도의 뜻을 표하며 추모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정 사무관은 행정고시 67기 재경직 출신으로, 자원하여 당시 환경부를 선택한 인재였다. 함께 입직한 16명의 동기들은 입직 2년 만에 동기를 떠나보내게 된 데 대해 깊은 슬픔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료들은 고인이 평소 밝은 성격으로 드럼 연주를 즐기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던 직원이었다고 기억하며, 미래 여성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고 전했다.
이어 7월 20일에는 영산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 김아무개 주무관(6급)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주무관은 산업단지와 환경영향평가 등 현안 업무를 담당했으며 첨예하게 대립된 현안과제가 있었다. 최근에는 광주공항 이전과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용수·전력망 구축등 관련 검토 업무도 영산강청에서 기초자료를 수행해야 했다.
두 직원의 잇따른 사망은 공직사회 내부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조직문화와 업무환경에 대한 객관적인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행정고시 67기 동기(16명)들이 공유한 내부 글에서는 고인이 생전 업무 과정에서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호소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해당 글에는 ▲질문에 대한 반복적인 질책 ▲설명이나 교육 없이 결과만 요구하는 업무 방식 ▲인신공격성 발언과 모욕적 언행 경험 ▲충분한 인수인계 부족 ▲신규 직원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미비 ▲충분한 설명이나 교육 없이 높은 수준의 결과물만 요구▲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없는 구조 ▲처음부터 가르쳐주지도 않고 완벽하게 해오길 바란다. 등이 언급됐다.
작성자는 이러한 내용과 관련해 반복적인 모욕성 언행 여부, 업무교육 및 인수인계 적절성, 고충 처리 과정, 의견수렴 절차, 직원 보호조치 등에 대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내부 구성원의 문제 제기이며, 관련 사실관계는 별도의 조사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우리 기후부에서 근무하던 젊은 사무관이 유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며 "장관으로서 더할 수 없는 비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직장문화와 인사 시스템을 근본부터 되돌아보겠다"며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경청해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철저히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후부는 7월 20일 간부회의에서도 조직문화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실무 직원들과의 릴레이 경청 간담회를 개최하고, 저연차 직원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노동조합과 함께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상호 존중 문화 정착, 멘토·멘티 1대1 매칭 확대, 영상회의 활성화, 보고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소통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준기 노조위원장은 "이번 일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며 "환경과 에너지 조직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업무는 증가했지만 갈등을 조정하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장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 중심 문화와 인력 부족 문제가 근본 원인인데도 인력 확충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며 "저연차 직원 중심 TF만으로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조직 스스로 문제를 성찰하고 직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눈물을 감춘 고인의 호소 내용은 기후부 전체가 심각하게 진단하고 새롭게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입 공무원 교육과 인사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후환경동우회(회장 윤종수)는 "그동안 신입 직원들이 체계적인 교육 없이 스스로 업무를 익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신규 사무관과 주무관을 위한 적응 프로그램과 분야별 멘토제도를 정례화하고 최소 6개월간의 적응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40여년간 기후부(환경부)와 동고동락한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 박사도 "초임 사무관에게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필요한 정책을 곧바로 맡기는 현재의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관련 법과 현장을 숙지해야 하는 제도개선과 민원업무를 초임 사무관이 담당하면 개선보다는 방치나 회피로 결국 민원만 발생시킨다"며 "지방청 근무를 통한 현장 경험(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故 윤서성 차관은 초임 사무관들에게 지방청으로 우선 발령하여 민원과 현장의 소리를 듣게 하였다.(고시출신은 지방에 있다고 승진이 누락되지 않기 때문이다.)과 퇴직 공무원을 활용한 멘토링 제도를 확대(고령화 사회의 일본 동경시의 경우 퇴직 공무원중 분야별로 역령있는 인사들을 비정규 계약직(공무원 최저 임금)으로 채용하여 신입사원의 맨토 역할을 하는 제도를 수행하고 있다.)하는 등 공직사회 인재육성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조합은 2002년부터 '닮고 싶은 간부 공무원'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간부'를 선정하는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은 바람직한 리더의 조건으로 인격적 소통능력(45.4%), 비전 제시와 통합조정 능력(23.0%), 원칙과 소신에 기반한 업무 추진(12.3%)을 꼽았다. 반면 성과만 강조하고 직원 고충에는 무관심한 관리자(33.3%), 권위적인 리더십(26.1%),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관리자(16.7%)는 가장 함께 일하기 어려운 유형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제 3의 인사평가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경쟁력과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좀 더 활성화하여 전문성이 필요한 기후부 인사조직의 균형발전을 위한 모색이 될수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에너지 분야와 환경부 본연의 업무에서 균형적인 조직관리와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관례에 따른 잦은 보직 이동은 기후부의 입지를 좁히고 국민과 지자체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잇단 비보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 조직문화와 인사관리 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직문화 개선과 함께 적정 인력 확보, 체계적인 교육훈련, 현장 중심의 인재 양성, 관리자 리더십 혁신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공직사회 개혁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기후부 인사사고 역시 조직 융합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과 메가프로젝트 등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 추진과 기존 환경행정의 복잡한 업무체계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관가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정책 목표는 급격히 확대됐지만 조직 운영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 인력 운영 체계는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현장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 운영의 해법은 단순한 업무량 조정이나 인사 개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조직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조직의 행복지수와 업무 몰입도를 높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김 장관은 한 직원의 자녀가 "아빠가 매일 늦게 집에 온다"고 말한 사연을 접한 뒤 직접 손편지와 선물을 전달하며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러한 작은 배려는 직원들에게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고, 조직 내부에서는 구성원을 존중하는 리더십이 업무 피로도를 낮추고 조직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박남식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