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근데 4편 중 3편이나 이창동 감독 영화(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인데다가, 3편 공히 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부각시킨 것이라 좋지 않다는군요.
3. 쉬리, JSA, 태극기 같은 영화도 있고 '김기덕 감독의 작품'도 있다는데 왜그랬냐는군요.
4. 이런 것 하나에서도 '편가르기' 정신과 닫힌 정신을 드러내는 거 대략 좋지 않다는군요.
5. 한류열풍과 국제영화제에서 돌풍을 일으킨 한국영화의 힘은 바로 다양한 장르와 풍부한 소재, 그리고 영화인들의 자유로운 의식인데 이놈의 정권은 그것도 모른다며 맺습니다.
일단, 총 4편의 영화 중 3편이 한 감독의 작품에만 몰려 있다는 것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 인정합니다. 한 나라의 최고통치자가 다른 국가의 수반(비록 명목상일지라도)에게 그나라의 영화를 선물한다는 것은 분명 제가 친한 친구에게 영화DVD를 선물하는 것과는 다를 것입니다. 따라서, 그 국가의 영화의 수준을 보여주고, 예술성을 드러내며,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국가의 현재 문화의 우수성까지 보여줄 수 있도록 안배해야겠지요. 그런데, 이게 대한민국 제일의 신문이라는, 할말은 하는 민족정론지가 사설에서 이야기할 꺼리인지가 아주 이해가 안됩니다.
그런데, 그나라 장관직에 입각했던 사람 중 영화감독이 있고, 그 감독의 작품이 국제영화상을 여럿 수상하였다면? 아마도 임권택 감독의 영화와 이창동 감독의 영화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현재 감독들 중 임권택 감독이야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고, 그외 감독들 중에는 이창동 감독, 최근 올드보이 수상의 개가를 올린 박찬욱 감독, 그리고 김기덕 감독 정도가 되리라 생각합니다(제가 한국영화를 잘 안봐서 이정도만 꼽을 수 있군요). 그런데 올드보이나 김기덕표 영화를 영국여왕에게 선물로 주기에는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치 않습니까? 폭력이나 성애 묘사가 나쁜 것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적 수단으로서 고른 영화라면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제외시켜야 할 것 같군요(솔직히 제가 잘 아는 거래처 여사장님께 감사의 선물로 김기덕 감독의 '나쁜남자'를 선물한다면? 그쪽에선 이 영화를 보고 꽤나 심사가 복잡할 것 같군요).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을 감정의 폭주 없이 담담하게 잘 그려낸, 거리를 두면서도 따뜻한 시각으로 잡아낸(솔직히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는 안봐서 이런 수식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를 휘날리며?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너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만 부각시켜서 안된다면, 남북분단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한국의 안보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할 수 있는 위 영화들도 안되지 않을까요? 먹고 살기 위해 잠시 부역을 했고(이은주가 분한 영채였나요?), 그랬다고 즉결처형해버리려는 우리의 부끄러웠던 모습(북쪽도 그랬잖아라고 반론하실 분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게 그 행동을 정당화하는 건 아닙니다)도 감춰야 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쉬리는 그 시도가 높은 점수를 받는 것(그것도 우리나라에서)이지, 영화적 구성이나 완성도(허리우드의 블럭버스터 액션물과 비교해서)는 확실히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어두운면만 집중 부각해서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 분명 이 사회에 있는 그런 소외된 계층을 보여주는 영화는 오히려 그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를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세계적으로 높게 평가되는 문학작품의 소재가 그 사회의 빈민들의 삶이나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이라면 감추고 보여주면 안되겠네요? 워낙 교양이라곤 눈씼고 찾아봐도 없는지라 예가 퍼뜩 생각은 안나지만, '앵무새 죽이기' 같은 책도 미국에선 꼭꼭 숨겨야겠군요. 도대체가 그런 계층을 따뜻하게 보듬어 않고 치유하려는 생각은 없고, 남들볼까 챙피하니까 감추자는 발상, 당신들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지...
언근한 것처럼 영화나 문화적 역량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풍부한 소재는 필수입니다. 예술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어떠한 금기도 없이 표출해내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혐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러한 혐오스런 창작물이 훗날 최고의 예술품으로 극찬받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국보법은 계속 사수하자고 외치고 있죠? 영화에서 적기가 나왔다고 영화 맥락은 일체 고려하지도 않은 체 그냥 문제나 삼고... 예전에 빨치산 다룬 영화나 소설도 갖고 시비걸지 않으셨나? 무슨 염치로 소재와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시지? 뻔뻔도 이정도되면 당신들 말처럼 '명품'이구려.
그냥 솔직히 말씀하시죠? 이 정권 초기 조선일보를 타겟으로 으르렁 거리던 장관이 감독한 영화라서 싫은거죠? '놈현' 꼬리표 달린건 다 싫고 저주스러운데 잘걸렸다 싶은거죠?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태백산맥', '서편제' 이렇게 줬으면 그래도 시비걸었을까요? 편집회의 혹은 논설주간 회의에서 그냥 휴지통으로 갔겠죠? 노무현 정권이라면 뭐든지 발톱세우고 할퀼 궁리만 하다보니까 이런 쓰레기 같은 논설이 나온 거죠? 노무현-이창동으로 굴비처럼 엮어서 한큐에 날릴 수 있으니까 앞뒤 가리지 않고 써서 이런 허접한 사설이 나온거죠?
저질적인 비판도 형식적으로나마 일견 타당해 보이는 근거를 들고, 저열한 본심을 그나마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하면, 그냥 그런놈들이 또 그딴 소리 하는구나, 하면서 넘기는데 아주 꼴같지 않은 소리를 봐서 몇자 끄적였습니다.
덧말.
조선일보의 chosun.com에 올라온 기사들은 꼬리말 기능 비슷한게 있더군요. 노무현 대통령 비판기사 올라온거 아무거나 찾아서 그 밑에 꼬리말한번 보세요(비난 위주로). 그 작성자 이름 클릭하면 그 작성자가 작성한 모든 꼬리말들이 나오고, profile보면 가입일, 그리고 총 작성한 꼬리말 수 같은게 나옵니다. 대략 올해 다 가입한 사람들인데(올해 이 기능이 생겼나보죠?), 꼬리말 개수가 1천개 상회하는 사람들이 심심치않게 있습니다. 달아논 꼬리말 모음들 보면 주제는 모두 '노무현'입니다. 대단하군요. 매달 100개씩, 매일 30여개씩 chosun.com에 꼬리말 다는 사람들. GG입니다. 사이버 전사들!
또 덧말.
그렇다고 제가 chosun.com이나 찾아 가서 기사 보는 그런 사람으로 보진 마시길... 집에서 보는 신문이 조선일보입니다. 가끔 집에서 응가하면서 심심하니까 들고 들어간답니다.
첫댓글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언제 취재의 자유를 억압했다란 것인지... 특정 언론사에 편향된 정보를 공평하게 나누겠다란 취지에서 나온 정책을 저런식으로 아직~~~도 c bull 거리고 있으니... 나참...
전쟁 나서 사람 머리에 납덩어리 박고, 살 찢어지며 고통에 비명 지르는 것 보다 더 어두운 장면이 뭐 있다고... 도대체 저 인간들의 머리 구조와 사상이 어떤지 의심스러울 뿐.
외국에 나가있는 국가수반을 까봤자 우리 대한민국만 비참해진다는 사실을 모르죠... 어떤 영화를 골랐어도 조선일보가 칭찬할리는 없겠죠... 심지어 선물을 안줬으면 예의도 모른다고 했을거고...
그게 조선일보식 비판이죠.. ^^
머 어제 오늘 일도 아니죠..님 화장실 가실때 차라리 책같은걸 들고 가시길 강력히 권고합니다.. 좆선일보 보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변비 생기면...;;; 넝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