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날카로운 턱선을 소유한 남자의 말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푸근한 외형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특이한 점은 40대 중반의 남자는 넋이 나간 듯, 동공이 풀려 있었고 안개라도 낀 듯, 초점이 흐릿한 상태였다.
끼이이이익. 탁.
30대 초반의 남자가 빠져나가자 촛불로 간신히 빛을 유지하고 있는 방에는 멍한 상태로 침을 질질 흘리는 40대 남자만이 의자에 몸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오랜 시간을 말이다.
푸욱. 푸욱.
사람들은 경악했다. 아니, 처음에는 영화 촬영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명. 그리고 솟구치는 피. 그것은 말 그대로 살인의 현장이었다. 피의 분수가 있다면 저러할까? 지옥의 울부짖음이 저러할까?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푸근한 외형의 남자는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연신 칼을 쑤셔대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칼에 먹이가 된 사람에게서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크크크큭.”
온 몸에 닭살이 돋을 것 같은 괴이한 웃음. 남자는 피에 젖은 사람을 발로 걷어찼다.
투욱.
힘없이 흔들거린 사람의 신형.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죽은 것이다.
“크크크크큭.”
남자가 다시 웃는다. 그리고 죽은 사람에게 재차 칼을 휘두른다.
쩌저저저적.
피부가 갈라진다. 그와 함께 근육이 눈에 들어온다. 겉으로 보이는 멋진 근육이 아니라, 저 밑바닥부터 구토를 치밀게 할 정도의 참혹하고, 역겨운 근육의 모습이었다. 피부가 벗겨지고, 근육이 드러났음에도 남자는 쉬지 않고 칼을 놀린다. 그와 함께 장기들이 몸에서 해체가 되어, 젤리처럼 바닥에 흐느적거리며 흘러 내렸고, 역겨운 비린내가 코 깊숙한 곳까지 밀려 들어왔다. 그럼에도 남자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사람을 해체하는 작업을 쉬지 않고 있었고, 그런 남자를 많은 이들이 경악과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부는 보다 말고 도망을 갔으며, 혼절을 한 이들도 있었다. 구토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눈물을 질질 흘리는 여인네의 모습들도 보인다. 하지만 그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아니, 나설 수 없었다. 살인마. 그것도 미치광이 살인마다. 사람들이 많은 길거리에서 저런 참혹한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 자체가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었고, 그들이 다가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이미 한 젊은이가 용감하게 덤볐다가 팔에 칼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자신 외에는 모두를 적으로 간주하는 듯, 흉폭한 공격성을 보이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그 누구도 다가갈 수 없었다. 단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미, 미친놈.”
형사 생활 10년째인 35살의 김형사는 인상을 찡그러뜨리며 눈앞에 벌어지는 참상을 바라봤다. 지옥에라도 온 기분이다. 아니, 이곳은 지옥이었다. 지옥이 있다면 이럴 것 이였다.
“서, 선배님. 저놈 눈이..”
김형사의 곁에서 현장을 바라보던 26살의 신참 남형사 역시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피의자.. 살인자의 눈은 제 정신인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오로지 흰 자위밖에 보이지 않는 소름끼치는 눈! 그 눈을 바라보며 잠시 오한을 느낀 두 형사는 곧 서둘러 범죄 현장을 제압하기에 이르렀다.
잠시의 칼부림이 있었다. 살인자에게는 모두가 적인 듯, 형사들에게도 칼부림을 하였지만, 곧 김형사의 발차기로 인해 칼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고 남형사가 빠르게 수갑으로 손목의 자유를 구속했다.
“미친 새끼.”
김형사의 입에서 재차 거친 욕설이 흘러나왔다. 피해자는 형체를 구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도대체 원한이 얼마나 컸기에 이렇게까지 한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길거리에서 사람을 살해한다는 것은, 잡힐 것은 각오하고 한다는 것 이였다.
김형사는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피의자를 바라봤다. 조금 전 난폭하던 모습은 여름의 장마처럼 온데간데없었고, 약을 한 사람처럼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멍한 눈으로 키득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온갖 신문과 뉴스에서는 그 날의 사건을 내보내기 시작했고, 인터넷에서는 그 장면이 찍힌 동영상과 사진이 돌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경악했으며, 기자들은 특종을 잡기 위해 미치광이처럼 노력했고, 그로 인해 김형사는 더욱 골머리가 아파졌다. 위에서는 서둘러라 하고, 기자들은 더욱 정신을 없게 하였으며, 국민들의 관심은 절정으로 치솟았다. 더군다나 피의자에게서 알아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전 정말 아,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가 사람을 죽이다니요?”
“야이 개자식아! 그러면 우리가 지금 헛소리를 하냐? 네놈이 죽이는 것을 모두가 봤는데!”
김형사는 피의자의 멱살을 붙잡으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반복이었다. 피의자는 경찰서에 오자마자 태도가 돌변하였다. 처음에는 미친것처럼 보여서 죄를 피하려고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정말로 기억을 못하는 것인가? 라는 헛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 정도로 피의자는 정말 겁에 질린 얼굴로 눈물을 질질 짜내고 있었고, 자신은 그런 짓을 안 했다는 말만 반복할 뿐 이였다. 결국 동영상을 보여주기까지 하였으나, 피의자는 믿지 않았다. 자신이 아니라는 주장만 반복하였다.
“하아. 개새끼.”
김형사가 취조실을 빠져 나와 담배를 물며 작은 소리로 내뱉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형사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정말 모르는 것이 아닐까요?”
“뭐?! 네놈도 미쳤냐?”
김형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남형사를 바라봤다. 아무리 신참이라지만..
“이 새끼야. 아까 저 놈이 어떻게 사람 죽였는지 못 봐서 그래? 어?”
“하지만..”
남형사는 말끝을 흐리며 김형사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재차 말문을 열었다.
“동기가 없잖아요. 아무리 조사해도 피의자와 피해자는 원한 관계도 아니고, 아니.. 아예 아는 사이가 아니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피의자는 학교 선생님 이였어요. 딸까지 둔 아버지이자 남편이고요. 그런 사람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이..”
“우리가 아직 찾지 못한 다른 것이 있겠지. 분명 그래. 아니. 그래야만 해.”
“혹시..”
씩씩거리는 김형사를 바라보며 남형사가 조심스럽게 다시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티비에서 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던데.. 거 있잖아요. 능력자나 뭐나. 최면도 있고, 초능력도 있고, 또 빙의도 있잖아요. 정말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조정을 당한 것은..”
따악!
결국 남형사의 헛소리를 참지 못한 김형사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쳐버렸다. 통증에 이마를 부여잡는 남형사를 보며 김형사의 입에서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그랬다. 귀신이니, 빙의니, 초능력 어쩌고 하면서 이 세상 범죄자 중, 분명 단 한 명일지라도 그런 힘들에 의해 죄를 저지른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 그런 남형사가 무신론자이자, 현실주의자인 김형사에게 한심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헛소리 하지 말고 수사나 해.”
김형사는 담배를 거칠게 끄며 다시 취조실로 향했고, 그런 김형사를 보며 남형사는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맨날 같은 곳만 때려..”
콰앙!
김형사의 우락부락한 주먹이 탁자를 거칠게 내려쳤다. 목구멍에서 욕이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형사 생활 1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 어떤 것도 찾아 낼 수 없었다. 정말 피의자와 피해자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이였으며, 피의자 역시 살인을 할 이유가 없었다.
“젠장. 곧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데.. 어떻게 서류를 작성해야 된다 말인가? 이유가 없는 살인이라니.. 도대체 왜?”
김형사는 초췌한 몰골의 피의자를 바라보며 이를 악 물었다. 그 어떤 것도 소용없었다. 해선 안 되는 고문까지 하였지만 피의자에게서는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은 모른다는 것,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는 것뿐이었다.
모두가 경악한 살인사건. 그 살인에는 이유가 없었다.
#2.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확실하다!
보통 형사들이 범인을 추적할 때나, 추적하기 위해 마음을 결심할 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달랐다.
증거는 있지만 동기가 없다?
도대체 이해 할 수가 없는 사건이다. 분명 동기가 있을 것이다. 동기도 없이 사람을 그렇게 죽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동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김형사를 찝찝한 기분이 들도록 하였다. 형사라는 직업과 자신의 일처리 능력에 스스로 자부심이 강한 김형사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영 찝찝했다. 대놓고 사람을 죽였다. 마치 자기는 잡혀도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할 이유는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 않았고, 피의자의 태도는 돌변하여 모른다며 울기만 하고 있다. 더군다나 피의자는 가정이 있고 선생님이라는 직책에 머무르고 있는 자였다. 평소 성격이 온순하고 부드럽기로 알려진 피의자. 도대체 왜? 왜!
김형사는 증언을 한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와 피의자를 바라봤다. 검찰로 넘어가서도 피의자의 주장은 변하지 않았으며, 겁에 질려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정말 저 놈이 사람을 그렇게 잔혹하게 살인한 녀석이란 말인가? 만약, 정말 남형사 말처럼 다른 무엇인가에 의해..’
김형사는 곧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다른 무엇인가라니? 자신이 생각하고도 미친놈 같았다. 누구보다 현실주의자인 자신이 아닌가? 단지,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정신이 나간 것이라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남형사. 술이나 한잔 하지.”
“엇! 선배님이 쏘시는 겁니까?”
“그래. 가자.”
쏜다는 말에 너무나 즐거워하는 남형사의 모습을 보며 김형사는 실소를 흘렸다. 그래. 편히 생각하자. 아무리 고민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왕창 마시고 잊어버리자. 그것이 최선이다. 검찰로 넘어가는 순간 이 사건은 나의 손을 떠난 것이다. 그래. 잊자. 잊자. 젠장.
지글.지글.
불판에 삼겹살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고, 술병은 어느덧 세병이나 비워진 상태였다. 김형사는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으며 남형사가 채워 놓은 소주잔을 재차 비웠고, 곧 남형사도 술잔을 비우며 말을 꺼냈다. 눈이 토끼처럼 붉게 충혈된 것이 이미 많이 취한 듯 보였다.
“선배님.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왜 그랬을까요?”
남형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묻자, 김형사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혹시 정말로 다른 힘에 의해..”
김형사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틈만 나면 비현실론을 펼치는 남형사였다.
“아니.. 그, 그렇게 인상만 쓰지 마시고요. 생각을 해보세요. 이번 사건도 그렇고 기존에도 이해가 안 되는 사건들이 있었잖아요. 그 뭐냐?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였던 자들도 있었고, 잘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자살한 사람들도 있었으며.. 그 유명한 사건도 있잖아요. 전국구로 이름을 떨치던 신방파 두목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을 살해한 사건. 그것도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죽였고, 스스로 자수를 했잖아요. 그런데 말이 안 되는 사건 아닙니까? 자신이 저지른 죄도 아우들 시켜서 대신 보내고.. 그래야 하는 두목이라는 놈이 사람들 앞에서 죽이고 스스로 자수를 해요?”
침까지 튀기며 열변을 하는 남형사의 모습에 김형사는 다시 술잔을 들이켰다. 자신 역시 이해가 안 되는 사건들이 최근에 많이 일어난 것은 맞았다. 그리고 신방파 두목인 김x우의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자신 역시 많은 의문점을 가졌던 사건이었고,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한 사건이기도 하였다. 그때 김x우는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냥 죽였습니다.”
웃기지 않은가? 그냥이라니?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였지만, 본인이 그렇게 주장하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뭐. 가끔씩 뇌가 삐뚤어지나보지. 그래서 그 순간만 이유 없이 미쳐버린 것이지. 그거 말고 설명할 방법이 없잖아? 안 그래?”
“와. 선배님 정말 편하게 생각하시네요. 아니, 어떻게 그리 생각 할 수 있습니까?”
“그럼 네놈처럼 뭐, 귀신이나 초능력자.. 이런 놈들의 짓이라고 봐야하냐? 어? 그게 말이 돼?”
“왜 말이 안 됩니까? 이 세상에 증거가 얼마나 많은데! 형님 현실주의자에 증거수사잖아요. 그런데 왜 이런 증거는 믿지 않습니까?”
김형사는 두 잔이나 연거푸 비우며 입을 푸는 남형사를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꼭 이랬다. 사건으로 인해 술을 마셔도 항상 얘기는 현실과 비현실로 끝을 내게 되었다. 사건을 해결 할 때도 항상 “감이 그렇습니다!”라고 외치는 남형사. 저런 놈이 어떻게 형사가 되었는지 정말 미스테리였다.
“간단한 예로 투탄카멘의 전설이나, 흡혈귀. 그리고 미이라, 네스호의 괴물도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눈으로 본 이도 있고, 저주를 겪은 유명한 얘기도 있습니다. 버뮤다 삼각지 아시죠? 그럼 그것도 믿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그곳에서 사라진 이들은 다 어디에 있는 겁니까?”
남형사는 숨이 차는지 콜라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재차 말했다.
“선배님. 그럼 점도 안 믿습니까? 예언은요? 우리나라, 무당나라 아닙니까! 분명 그들 중 사이비도 있겠지만 정말 신을 받은 이들도 많습니다. 그럼 종교는요? 석가모니, 예수. 다 안 믿습니까? 그것이 가짜라면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믿고 기도할까요? 네? 또 있습니다. 많은 심령사진들과 빙의에 관한 얘기들. 그리고 초능력에 관한 것도요. 예전에는 전쟁 때를 위한 초능력 군대도 있었습니다. 자료도 있고요. 그리고 세상에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단지 사람들 앞에서 힘을 사용하지 않는 것뿐이지요. 전에 티비에서 보니 어떤 마술사는 공중 부양도 했습니다!”
“다 사기야.”
“그리고 영적 치료도.. 예?”
“다 사기라고 그런 것들.”
김형사는 결국 참다, 참다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신이 어디 있어? 그것은 맘이 약한 인간들이 믿는 것이고, 난 내 자신을 믿어. 그리고 뭐 무당? 초능력? 그런 것 다 사기지. 세상에 그런 능력이 어디에 있냐? 난 믿는 놈들이 더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세계 8대 불가사의? 웃기지 마. 그런 것들도 다 얘기 지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갖다 붙인 것이고, 뭐 아닌 것이 있다 할지라도 무엇인가 찾아내지 못한 이유가 있어. 분명해. 그리고 귀신? 빙의? 그것도 다 사기고 연기지.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네 주장처럼 귀신이 있다면 신도 있고, 사후세계도 존재한다는 것인데 그럼 왜 귀신이 있어? 사후세계로 가야지. 안 그래? 그러니 다 거짓말이야. 조작이고. 거참. 형사란 놈이. 에라이. 그냥 가서 무당이나 해. 임마.”
20대 후반의 청순한 미인형의 진아가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며 물었다. 밥상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지 앉은 체 졸고 있는 남편. 진아는 곧 따스한 미소로 남편에게 다가가, 숟가락에 밥을 퍼서 입에 갖다 대었다.
“정말 당신은 저 없으면 어떻게 사실려고.. 아 하세요.”
진아의 상냥하던 미소가 천천히 사라진다.
“여보. 팔 아파요. 빨리 드세요.”
차갑게 굳어있는 얼굴.
“빨리 처먹으라고!”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와 말투.
“아 맞다.”
어느새 처음처럼 상냥한 미소로 돌아온 진아는 자기 자리에 돌아가 앉으며 말한다.
“내가 조금 전에 죽였었지. 여보 미안해요. 혼자 밥 먹어서.”
콰앙!
김형사는 거칠게 문을 젖히며 안으로 들어갔다. 또 다시 살인사건이었다. 왜 자꾸 관할 구역에서 살인이 발생하는지.. 김형사는 총을 쥔 체 조심스럽게 거실로 다가갔다. 그때 남형사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 선배님..”
남형사의 시선은 경악에 물들어있었고, 김형사는 곧 남형사가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3.
“하앙. 하아..”
질퍽, 질퍽. 푸욱. 푸욱.
각종 괴이한 소음이 김형사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미.. 미친.”
정말 말 그대로 미친 것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면 저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알몸으로 자신의 남편위에 올라타 있는 여자. 남편 역시 알몸이었고,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런 남편 위에서 여자는 엉덩이를 음란하게 움직였으며, 죽은 것을 알지도 못하는 듯, 허리가 한번 움직일 때 마다 손에 들고 있는 칼로 남편의 몸을 쑤셨다. 얼마나 오래 반복하고 있었는지, 남편의 가슴은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였고, 남형사는 이미 한쪽 구석으로 가서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내가 죽이고 싶어서 죽였어. 무슨 문제 있어?”
“당신. 지금 장난해?! 어?!”
진술을 받던 김형사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호통 쳤다. 저번 사건도 그렇더니, 이번 사건도 정말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단지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 그리고 뭐? 자신이 죽은 여자라고?
“그 개새끼 때문에 내가 죽었어.. 그래서 죽인거야. 알기나 알아!!”
“미친년.”
김형사는 결국 의자를 거칠게 넘어뜨리며 일어섰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좋게 설득하려고도 해봤고, 화도 내봤지만 김진아는 자신이 죽은 여자였고, 그로 인해 복수했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김형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만지며 담배를 물었다. 자신의 관할에서 왜 자꾸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인지.. 이번에는 보고서를 또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생각만 해도 두통이 밀려왔다.
죽은 여자라니? 김진아는 남편과 잘 살고 있었던 살아있는 여자였다. 그것도 다른 이들이 질투를 할 만큼 깨가 쏟아지는 부부였다고 한다. 대학 커플로서 결혼까지 성공한 말 그대로 행복한 부부였다. 간혹 다툼도 있었다고 했지만, 그것은 다른 부부들에게도 흔하게 있는 다툼이었고 그런 점을 제외하면 둘 사이에 문제점은 없었다. 물론 주변 증언으로 추측한 것이고 조사를 더 해봐야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있겠지만 자신이 죽은 여자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요즘 살인을 저지르면 미친 척 하는 것이 유행인가? 씨부럴.”
김형사는 담배 연기를 폐까지 깊숙이 빨아들이며 욕설을 내뱉었다. 죽은 자와 관계를 하며 난도질이라? 다시 생각해도 소름끼치는 장면이었다.
“김형사님!”
그때 남형사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뭐야? 뭐 알아냈어?”
“그, 그것이..”
남형사가 우물쭈물하자 김형사의 인상이 팍 구겨지며 소리쳤다.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한 김형사였다.
“빨리 말해! 뭔데?!”
“첫 사건과 같습니다.”
“뭐?”
김형사는 뭔 말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첫 사건과 같다고요.. 피의자가 갑작스럽게 범행을 번복하고 있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남편이 죽었냐면서.. 울다 혼절했습니다.”
김형사는 피던 담배를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리고 말았다.
“여보.. 여보!! 으흐흐흑.. 저, 저는 몰라요.. 제가 왜 남편을 죽여요!!”
김형사는 기막히는 표정으로 김진아를 바라봤다. 조금 전 태도와는 완전히 돌변한 모습이었다. 첫 사건과 같았다. 세상이 들썩거릴 만큼 잔인하고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 후, 범행을 부인한다. 아니, 기억조차 못하는 것 같이 행동했다.
“이봐. 김진아씨. 다시 설명해주지. 당신은 남편을 살해한 뒤, 이웃들을 식사에 초대했어. 그리고 그들의 신고로 우리가 당신의 집을 간 것이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 당신은 죽은 남편과 성관계를 하며 칼로 난도질을 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모른다고 하면 죄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어?!!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미친 척 하는 것이 아닌, 왜 죽였는지 이유를 말하는 것이야!”
“기, 김형사님..”
김형사는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남형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흥분한 것 같았다.
‘젠장. 요즘은 왜 이런 사건들만 발생하는거야.’
그런 김형사의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김진아는 계속 울고만 있었다.
“김 형사님.. 깨지셨나요?”
남형사가 자장면을 먹다 말고 다가오는 김형사에게 볶음밥 접시를 내밀며 조심스레 물었다.
“말도 마라. 젊은 놈이 이제는 한숨만 내쉬더라.”
김형사는 담당 검사에게 혼쭐이 나고 온 것이었다. 또 다시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 저번 사건과 같이 피의자는 억울함을 주장할 뿐 이었고, 살인을 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그러자 각종 언론은 수사 능력을 비난했고, 당연히 검사는 물론, 경찰청 윗사람에게도 깨질 수밖에 없었다. 연이어 터진 사건으로 특수팀까지 창설 되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저기.. 그래서 말인데, 언론에 귀신이나 초능력자 짓일지도 모른다고 하면..”
“야이 미친놈아.”
또 시작된 남형사의 헛소리에 김형사는 숟가락을 집어 던졌다.
“그러면 언론에서 경찰을 뭐로 보겠어? 실력 없으니 핑계 된다고 욕하겠지! 안 그래? 세상에 어떤 경찰이 귀신이나 초능력 때문이라는 보고를 해? 자장면이나 처먹어.”
“네!”
이럴 때 더 개기면 안 좋다는 것을 아는 남형사는 서둘러 자장면 그릇을 비웠고, 음악을 들었다. 그러자 김형사가 계란국을 퍼다 말고 남형사를 바라봤다. 노래를 부른 가수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노래가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같은 노래만 들어서 자신도 노래를 외울 정도였다.
“도대체 누구 노래야? 왜 그 노래만 들어?”
“노래 좋지요? 이번에 인기를 많이 얻고 있는 은아라는 여자 가수인데 아주 섹시해요! 이제 18살이라던데.. 으흐.”
“에라이. 한심한 놈.”
삐이이이.
김x우는 갑자기 귀에서 울리는 경적소리에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경적소리를 낼만한 것은 없었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방송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때 재차 들려오는 경적소리.
삐이이이이이.
김x우씨 곧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끼며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그리고 곧 그의 입에선 경악에 가든 찬 비명이 새어나왔다.
#4.
“뭐, 뭐야!”
불끈. 불끈.
김x우는 자신의 팔뚝을 바라보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핏줄이 온통 솟아오르고 있었다. 웃기는 말 같지만, 정말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팔뚝만이 아니었다. 마치 전염이라도 되듯, 김x우의 온 몸에서 핏줄이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곧 몸에 존재하는 모든 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모공에서 조차..
“아, 아아아악!”
“뭐, 뭐야! 사, 사람이 죽었다!”
많은 이들이 그 모습을 지켜봤고, 곧 모 방송국 앞에서는 온갖 비명이 난무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한 소녀가 바라보고 있었다.
- 속보입니다. 마술사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김x우씨가 오늘 아침 xxx방송국 앞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현재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
김형사는 속보를 보며 혀를 찼다. 자신도 잘 아는 마술사였다. 아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마술사였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로 인해 방송에도 자주 나오던 김x우. 그런 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하다니.
“믿을 수가 없군. 이유도 없이 온 몸에서 피가 솟구치다니. 그런 병도 있었나?”
김형사가 고개를 저으며 묻자, 남형사 역시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저는 몸으로 하는 일만 자신 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김형사는 실소를 흘렸다.
“또 우리 관할에서 저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마 우리들은 모두 강등 될지도 모르지. 하하.”
김형사의 씁쓸한 발언과 웃음에 남형사 역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곧 둘은 재차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아직 김진아의 사건이 끝나지 않았고, 첫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빠른 시일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찾아야 했고, 확실한 것을 잡아야 했다. 그것이 이 괴이한 일들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수사팀의 임무였다.
“이것 참. 정말 귀신의 짓이란 말인가?”
혼자 늦게까지 본부에 남아 자료를 바라보던 김형사의 입에서 허탈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했지만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첫 번째 피의자와 피해자. 두 번째 피의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들 모두. 분명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공통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김형사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거대한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뿌연 안개에 갇힌 기분이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무엇부터 풀어야 될 지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공통점, 공통점.. 공통점..”
소파에 누운 김형사의 입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찾지 못했지만 분명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역시 연쇄 살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명이 다수를 죽이는 것이 연쇄 살인이지만, 하나가 아닌, 둘이나 똑같이 잔인한 방법으로 이유 없는 살인을 하고, 자신은 모른다고 진술. 어떻게 보면 이 역시 연쇄 살인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사람을 죽이게 하였고, 왜 그들이 택해졌는지 알아야 했다.
“청부업자? 제일 유력한 것은 그거다. 누가 살인을 청부한 것이지.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잔인하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게 했고, 자연스럽게 잡히도록 두었다. 그와 함께 둘 다 미친 척을 하도록 시켰겠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추측인데.. 그렇다면 문제점은 누구냐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무슨 원한으로! 그리고 피의자 둘 모두 통장에는 변화가 없었어. 분명 대가를 받았으니 살인을 한 것 일 텐데.. 그렇다면 살인 청부가 아닌 자신들의 원한인가? 아니야. 원한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럼 뭐지? 뭐냐고.. 젠장!! 정말 미친 것인가? 하지만 감정 결과 둘 다 정상으로 나왔어. 아니, 정상이 아니였다면 일상 생활에서도 티가 났겠지. 왜 둘다 갑자기 그런 것이지? 새로운 정신병이라도 생긴 것인가?”
김형사는 혼자 횡설수설하며 머리를 감싸 안았다.
이유. 이유. 공통점. 공통점. 동기. 동기. 왜. 왜. 왜!!!!!
식은땀이 흘렀다. 문득 이 사건들로 너무 지쳐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김형사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남형사에게 전화를 하여 밖으로 불러냈다. 이럴 때엔 술이 최고라는 것을. 그리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남형사의 헛소리가 좋다는 것을 김형사는 알고 있었다.
“김x우씨 사건으로 저희들 사건이 조금 잠잠해졌네요.”
술잔을 기울이며 남형사가 말하자, 김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뉴스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던 이유가 없는 살인은 유명인 김x우의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죽음으로 조금 잠잠해진 상태였고, 방송에서는 김x우의 사건을 특보로 다루고 있었다.
“뭐, 그건 그렇고.. 선배님. 진지하게 얘기 하겠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남형사의 눈빛이 순간 진지해졌다. 그 모습에 김형사는 실소를 흘렸다.
“뭐가 마지막이야?”
“그게.. 맨날 말해봐야 선배님이 구박하시고 이마를 치시니 오늘까지만 하고 안 말하려고요. 헤헤.”
이마를 부여잡는 모션을 취하는 남형사. 김형사는 얘기 하라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고, 곧 수다쟁이 남형사의 말문이 열렸다.
“선배님. 세상을 살다보면 미스테리한 일들이..”
드드드드드.
김형사는 누가 두개골을 드릴로 부수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술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통증이었고, 온 몸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어젯밤 남형사와 밤새 술을 마시며 토론을 하던 기억이 떠오르자 김형사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여튼 그놈도 고집이 세다니깐.”
김형사는 곧 샤워를 마치고 수사본부로 출발하였고, 또 다시 서류들을 바라보며 밤새 싸움을 해야 했다. 아무것도 없는 사건과 찾아내려는 자의 집요한 줄다리기였다.
밤이 깊었다. 어느덧 수사본부에는 김형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5년 전 아내를 떠나보내고 집에 가봐야 혼자인 김형사이기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많지 않았다. 그때 티비에서 김x우의 사건이 방송되었고, 무심히 바라보던 김형사의 뇌리속으로 무엇인가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보니..”
김형사는 미친 듯, 서류들을 찾기 시작했다.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아니, 알고는 있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자신도 모르게 흘렸던 것이다.
“역시!”
김형사는 서류들을 바라보며 손뼉을 쳤다. 공통점이 발견 된 것이다. 아직 풀어야 할 문제는 많지만 적어도 피의자, 피해자 모두는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발견했단 사실만으로도 김형사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었다.
#5.
“선배님.”
“어? 남형사. 집에 간.. 아니지. 일단 이것 좀 봐바. 내가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 하셨습니까?”
흥분에 들떠 자료와 남형사를 바라보던 김형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남형사와 분위기가 달랐다. 왠지 소름이 끼친다고 할까.
“자네도 알고 있었어?”
김형사의 말에 남형사는 대답 하지 않으며 소파에 앉아 맞은편으로 손을 내밀었다. 앉으라는 뜻이었다. 평소라면 혼을 내야 할 일이지만 김형사는 말없이 맞은편 소파에 앉아 남형사를 바라봤다. 도대체 이 기분은 뭐란 말인가?
“김형사님. 회자수를 아십니까?”
“회자수?”
김형사는 남형사의 발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정확한 뜻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형사의 말문이 재차 열렸다.
“사형을 집행하는 자란 뜻입니다.”
“그런데?”
“제 얘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김형사는 왜 그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회자수란 집단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회자수라 칭하며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소수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많은 이들을 죽였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부를 위해서 그런 짓을 한 것은 아닙니다. 복수를 위해서였죠.”
“복수?”
“그렇습니다. 범죄에 상처받은 자들이 모인 집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의 목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 되었습니다. 그들이 하나가 되자 그 위력은 막강했고, 그들은 자신들이 신이라도 되는 듯 착각 하였습니다. 그리고 초기의 목적과는 달리 많은 이들을 죽였습니다. 하지만 붙잡히지 않았죠.”
“어째서?”
김형사는 점점 남형사의 얘기에 빠져들며 물었다. 회자수란 집단.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 살인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그렇다는 것은?”
“분노를 이용 하였습니다. 원한이 있는 자들, 그리고 자기들이 필요하다면 원한을 만들게 해서라도 말이죠. 그렇게 원한이 있는 자들에게 살인을 할 기회를 제공 하였습니다. 그리고 원한을 가진 이들은 그 유혹에 너무나 쉽게 빠져들었지요. 너무나 죽이고 싶던 자를 죽일 수 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손 끝 하나 건들 수 없는 자도 죽일 수 있다. 큰 유혹이었죠. 그렇게 회자수란 조직은 복수를 끝내고도, 자신들 필요에 의해 원한을 조작하고, 사람을 죽이게 하였습니다.”
“잠깐.. 그 사실을 자네가 어떻게 알고 있지?”
대답을 기다리는 김형사의 눈빛이 떨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형사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평소 수다 많고 활발하던 남형사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베일에 가려진 회자수 여섯 명의 멤버 중 한명이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뭐, 뭐?!!”
김형사는 놀람을 감추지 않으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남형사는 그럴 것이라 생각이라도 했다는 듯,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중요한 얘기는 지금부터입니다. 그렇게 베일에 가려진 회자수란 조직은 시간이 지나자 자연적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멤버들의 다툼으로 벌어진 결과였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 새로운 회자수가 탄생 하였습니다. 두 번째 회자수란 조직은 탄생한지 오래되지 않았으며, 기존 회자수와 여러 가지가 달랐습니다.”
“뭐가 달랐다는 것이지?”
“첫 번째로 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인을 합니다. 다른 이의 증오를 조작해서 사람을 죽이게 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들은 재판을 합니다. 죽여야 될 사람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분이든, 하루든 죽여야 할 상대와 대화를 통해 설득을 하지요. 그리고 세 번째. 이들은 개인적인 복수가 아닌 사상을 통해 움직입니다.”
“무엇을 설득 한다는 것이지? 그리고 사상이라니?”
김형사의 질문. 하지만 남형사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어쩌면 기존 회자수보단 비밀 단체인 장미십자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장미십자회?”
“장미십자회는 심판자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누구도 장미십자회의 멤버를 알 수 없으며, 멤버들조차 서로를 모르지요. 그리고 많은 이들이 과거에 존재했던 신비 단체로 알고 있지만 아직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톨릭의 명으로만 움직이며, 그들에게 명을 내릴 수 있는 이는 교황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명을 받으며 그들은 심판을 하게 됩니다. 종교 전쟁, 혹은 종교 대립이라고 봐야겠지요. 서로의 가치관과 종교관을 토론하며 심판자의 명을 받은 멤버는 결정을 합니다. 이 사람을 죽일지, 살릴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결심을 하게 되면 그 어떤 결과라 할지라도 이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단 한 번도 붙잡힌 적이 없습니다.”
김형사는 남형사의 너무나 놀라운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으며, 믿고 싶지 않은 얘기였다.
“다시 회자수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새로 탄생한 회자수의 멤버들 역시 소수입니다. 그들은 각자의 일을 하면서 심판을 합니다. 심판의 방법은 각기 다르며, 심판의 목적은 믿음과 거짓입니다.”
“믿음과 거짓?”
“그렇습니다. 그들은 믿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짓으로 내모는 것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거짓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슨 믿음이란 말인가?”
“영에 대한 믿음이며, 능력에 대한 믿음입니다.”
“영과 능력?”
“그렇습니다. 예를 들지요. 만약 어떤 이가 기적과도 같은 능력을 발휘 한다 칩시다. 그렇다면 그 자는 무엇일까요? 만약, 과거였다면 석가모니나 예수처럼 신앙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과학만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는 거짓말이며, 사기꾼이 되어버리고,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지요. 그로 인해 그들은 큰 상처를 받았으며, 불신에 대한 증오가 생겼습니다. 결국 그들이 모였고, 회자수가 다시 생겨난 것이지요.”
남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보며 김형사는 온 몸을 부들, 부들 떨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찾은 공통점 역시.. 불신과 거짓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의 첫 피해자와 피의자는 소설가와 학교 선생이었다. 소설가는 미스테리쪽을 많이 파헤치고 다녔고, 거기에 대해 반하는 입장의 글을 책으로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선생 역시 최면 수사와, 전생 체험등.. 최면의 능력에 대해 반대 입장의 논문을 발표하며 거짓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피해자와 피의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대학 커플이었고, 그 학교에서는 유명하다면 유명한 이들이었다. 혼령, 무당, 빙의 등.. 그에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커플이었고 학교를 다닐 때에는 동아리방까지 만들며 활동 하였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인터넷에 까페를 생성하여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세 번째로 기이하게 죽은 김x우는 유명 마술사로써 초능력을 거짓이라 말하고 다녔다. 그것은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유리겔라등, 많은 초능력자가 한 것을 자신이 직접 재연을 하며 거짓을 입증 시키려고 하였다.
“김형사님. 아직도 이유 없는 살인.. 아니,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한 살인과 자살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제가 말한 모든 것이 거짓이며, 사기라고 생각하십니까?”
김형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재판은 끝났습니다.”
남형사가 문을 향해 걷다 고개를 돌렸다.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형수님이 선배님을 보고 싶어 하시더군요.”
그 순간 남형사의 두 눈동자가 붉게 변했다. 피에 염색을 한 것처럼 붉어진 눈동자. 그와 동시에 김형사는 자신의 발밑에서 무엇인가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검고 검어 소름끼치는 그림자와도 같은 무엇인가가..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형사가 다시 몸을 돌렸다.
“자신의 믿음과 다르다고 모든 것이 거짓은 아닙니다.”
남형사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여보.. 보고 싶었어요.”
자신의 입에서 들리는 아내의 말에 경악한 김형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세상은 또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바로 경력 10년의 형사가 동료들 앞에서 권총 자살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죽음에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에필로그.
“이제 깨어났나?”
전화를 받은 안경을 낀 남자가 커피를 마시다 말고 일어선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는 척,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 잠시 후, 주위를 살핀 남자가 한 룸으로 들어가고 방 안에는 겁에 질린 남자와, 무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남자. 총 둘이 있었다. 인사를 받은 안경을 쓴 남자는 곧 겁에 질린 남자의 눈앞에 금빛으로 빛나는 실을 꺼내 흔들었다.
잠시 후, 무표정의 남자가 먼저 방문을 나섰고, 곧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없다는 신호였다. 안경을 낀 남자는 곧 멍한 표정의 남자에게 이틀 뒤라는 말을 남기며 방문을 나섰다. 심판을 받을 자에게 최면을 걸어, 또 다른 자를 심판한다. 남자의 계략이었다.
“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
방에서 몰래 빠져나온 남자는 다시 호텔 안에 자리한 커피숍으로 이동하여 상대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남자는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돌아왔고, 여비서가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박 검사님. 식사는 잘하셨어요?”
눈짓으로 대답을 한 박검사는 사무실로 들어가 남방을 갈아입었다. 조금이라도 땀에 젖은 것을 싫어하는 결벽증 때문이었고, 그런 박검사의 등에는 판단의 뜻을 가진 判라는 문신이 붉게 새겨져 있었다.
띵똥!
김진아는 맑은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 다섯 명의 남녀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모습을 김진아와 그녀의 남편이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봤다. 이들은 바로 자신들이 운영하는 까페의 회원이었고,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모임 날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김진아가 한 남자에게 말을 걸었고, 남자는 곧 웃으며 재차 인사했다.
“남형사라고 합니다.”
김진아와 남편은 남형사라는 남자에게 의문이 생겼다. 모임의 이유는 혼령이나 빙의 등등. 초자연적이 현상을 반하는 회원이 모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것인데, 남형사라는 남자는 오히려 자신들을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두 분의 뜻 잘 알겠습니다.”
한참의 대립 후, 남형사가 자리에서 일어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일주일 뒤.
“어머? 그때..”
김진아는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남형사를 만났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남형사는 처음 보는 척 무심히 지나쳤고, 그 순간.. 남형사의 두 눈이 붉게 빛나면서 김진아는 소름끼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당신들을 죽이고 싶어 하는 혼령이 있어서 다행이군.. 김진아씨. 당신은 몰랐겠지.. 당신의 남편이 재혼이라는 것을. 그리고 당신과 바람을 펴서 그 아내가 자살했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며칠 뒤, 비상 회의가 열렸고, 수사본부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 멤버에는 김형사와 남형사도 있었고, 담당 검사와 회의를 하며 수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회의 때, 박검사와 남형사가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고, 그 후 김형사와 함께 사우나를 향한 남형사의 가슴에는 判 한자가 붉게 새겨져 있었다.
한 소녀가 기자와 대화를 하다 창밖을 바라봤다. 맞은편에는 방송국 정문이 보였고, 한 남자가 정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소녀의 두 눈동자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였다. 그와 함께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피를 뿜으며 차가운 바닥에 쓰러졌다. 소녀는 그 모습을 보며 잠깐 미소를 짓다 곧 고개를 돌려 다시 대화를 나누었다.
기자와 취재를 끝낸 소녀는 곧 매니저와 함께 방송국으로 향했다. 소녀는 요즘 인기 절정인 은아라는 가수였고, 은아는 대기실에서 방송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그런 은아의 가슴과 배꼽 사이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붉고 붉은 색의 判라는 한자가..
“남형사는 아직도 내 노래만 듣고 있을려나? 랄라.”
은아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기억도 못하는 듯, 흥겨운 얼굴로 무대 의상을 갈아입었고 그 날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수상 소감 좀 말씀해주세요!”
사회자의 질문에 은아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 말의 의미를 아는 이는 회자수 뿐 이었다.
살인의 이유 End.
# 제가 이 글을 적은 것은 말 그대로 갑자기 입니다.
새벽에 축구를 보다가 공포글이 하나 적고 싶었고, 잠시 스토리를 생각 할 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회자수랑 소설책과 장미십자회의 얘기가 들어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평소에 관심이 많던 능력자들. 즉 혼령, 빙의나 초능력, 최면술사 등등..을 떠 올렸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상에 죄를 짓거나, 자살을 하는 이 중..
정말 다른 힘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경우는 없을까라고 말이죠.
있을 수도 있다가 제 생각이었고,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글로 옮겼습니다.
장편으로 적으면 더욱 마음에 들 글이 나왔겠지만..
제가 연재를 하고 있고, 또 준비중인 소설도 있기에..
5편에서 끝내게 되어 아쉬움이 가득하네요.
장편으로 했다면 스토리의 많은 부분을 보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소름 끼치네요. 그래도 잘 썼네요^^.
감사해요__)
....너무소름끼진다....꺄~~!!!^^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밌는 소재네요. 멋진작품 읽고 갑니다.
감사해요..^^/
와우.. 정말 소름끼치네여//./.. 아 정말 단편이라는게 아쉽네여ㅛ... 다음에도 좋은 소설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정말 저도 소름끼쳤습니다.....정말 대단하셔요..아...정말..
감사해요..^^
혼자읽고 있었는데 되게 무섭네요 ㅜㅜ
감사합니다__)//
><
><; ㅎ 감사해요^^
무서워용 ㅜㅜ 글두잘봐씁니당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