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2016.조정석, 도경수)'이 '우리 형(2004,원빈, 신하균)'인 줄 알았는데 개봉작 "형"
이었습니다. 졸다가, 웃다가, 울다가 날을 꼬박 새면서 보았습니다. 나는 "형"이란 영화를
볼 자격이 있는 놈인가 한동안 여운이 남을 것 같습니다. "우리 형"은 느와르인데 그냥 "형"
은 브로 코미디입니다. 조정석이 이놈 참, 한 석규 비스끄므리 한 빤질이 캐릭터가 너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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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립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유영아 작가가 앞서 ‘부녀케미’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
했었는데 이번엔 ‘형제케미’를 선보이며 또 다른 수작 탄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영화 ‘형’은 사기전과 10범 형 두식과 잘 나가던 국가대표 동생 두영, 남보다 못한 두
형제의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기막힌 동거 스토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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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연기의 화신으로 거듭난 배우 조정석은 쓰레기
양아치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절대 미워할 수 없는 형 두식 역을 맡았습니다. 동생을 핑계로
가석방 돼 나온 조정석 이거 사깃꾼인듯 조폭인듯 양아치가 아닙니까? 끝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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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화 속 애드리브의 향연으로 극을 이끈 조정석은 ‘이 분야에 특화된 배우’라는 권수경
감독의 극찬대로 시작부터 사기꾼의 장기를 제대로 살리며 몰입도를 높입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코믹스럽게, 때로는 미워할 수 없는 눈물을 자아내는 연기로 기존의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인물을 그려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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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두영 역)의 경우, 잘 나가던 유도 국가대표 선수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실명을 당한
불상한 청춘입니다. 졸지에(15년 만) 나타난 형과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한 것은 운명의
장난입니다. 봉사 역이 녹록치 않은 역할 인데 섬세한 청각 장애 연기에 집중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사기전과 10범의 형 두식은 교도소에서 복역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가석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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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수 있을지 빌미를 마련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던 중 동생의 부상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그를 이용해 가석방이 되는 ‘사기꾼’입니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몇 분 만에 두 형제의
설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그럼으로 인해 뻔한 설정과 그에 따른 형제의 갈등, 화해 등이 그려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반전입니다. 뻔한데 뻔하지 않고, 눈물 역시 억지로 감동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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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를 쥐어짜낸 눈물은 없습니다. ‘남보다 못한 형제의 예측불허 동거’라는 설정 속에서 묻어
나는 코믹적인 부분과 절대 어울리지 못할 거 같은, 화해하지 못할 것 같은 두 형제의 화해
속에서 감동의 눈물을 흐르게 만드는 영화 ‘형’. 아주 쓸만한 영화가 틀림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형"에서 신하균이 동생을 대신해 군대를 가고 죽어주는 강한 느와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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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에서 생양아치 조정석이 췌장암 선고를 받고 동생을 위해 세월을 아껴쓰는 형이야기가
내 노스텔지아를 일으켰고 늘 "형만한 아우없다는 말"이 뒤바뀐 내 동생이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내 동생은 제 이름을 중학교 시절까지 매일 불러줬습니다. "언니 자? " "응. 너도 자."
앤딩에서 형을 부르는 두영의 목소리에 왜,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까? 형! 혀-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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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의 주인이신 주님,
바울에게 수많은 동역 자들을 붙여주시어 위로받게 하신 것을 감사합니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기억하고 기억해도 늘 고마운 사람들이 누구인가 생각해
보게 하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문안하게 하옵소서. 오늘 제 삶의 모든 관계들을
구속하셔서 오직 그리스도의 충만이 넘쳐흐르게 하옵소서.
2016.12.31.악동